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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4일 23시 5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장자는 장씨 선생님이란 뜻이고, 원래 이름은 장주라고 한다. 그래서 번역서 중에 장자를 장자라고 부르는 것과 장주라고 부르는 것의 해제 뉘앙스가 매우 차이난다고 한다. (장주라고 하는 것이 좀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 편이다.) 기원전 369년에 태어나 기원전 286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맹자와 동시대 사람으로, 명가(名家)의 대표적 인물인 혜시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장자는 어려서는 너무나 가난해 쌀을 꾸어다 끼니를 때우거나 짚신을 꼬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평소 옷을 누추하게 입었는데, 언젠가 한번 위나라 왕을 만나러 갈 때도 더덕더덕 기운 옷을 입고 갈 정도였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갔을 때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좀 비켜달라고 했던 현자가 떠오른다. 게다가 그의 소박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장자는 북송의 곽상이라는 사람이 그 때까지 돌아다니던 여러 가지 사본들을 정리하여 편집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65,000여자, 33편으로 줄여서 편집하고, 거기에다 자기 나름으로 주를 달았다. 이렇게 곽상이 편집한 장자가 바로 우리가 지금 보는 장자다. 곽상은장자 33편으로 하고 이를 내편 7, 외편 15, 잡편 11편으로 나누었다. 분명하지 않지만 이 중 내편 7편은 곽상이 편집하기 전부터 묶여 있었는데, 그것은 이 내편 7편을 대체적으로 장자 자신의 저술로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데 많은 학자가 동의한다. 한편 사기에 언급되어 있기로는 원래 장자는 10만자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하니 삼분의 일정도는 소실되어 전해진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장자는 사상적으로 노자를 이어 받았다. 그러나 노자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형식적으로도 차이가 난다. 특히 장자의 사상은 그 언어가 생기 넘치고 발랄했으며, 많은 은유와 비유를 담고 있다. 노자가 시적인 잠언형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표현한 반면 장자는 주로 산문형식의 우화로 표현했다. 유가와 함께 중국 사상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도가의 맹주로서 공자, 맹자와 대별되어 노자, 장자로 함께 회자된다. 장자는 노자의 사상을 이어받았다고는 하나 서술방식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노자는 시적인 잠언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장자는 산문형식으로 우화를 통해 사상을 펼친다. 언어가 쾌활하면서도 해학을 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은유와 비유로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장자. 그 속이 충만해 어쩔 수 없이 말했을 뿐이어서 근본적인 도에 넓고 활달하며, 깊고 시원스럽게 뻗어 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도와 일치를 이룬다고 하였다.

 

 

2. 가슴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

『장자』를 읽기 전에

 

17. 도가 사상이 인간의 내면적 초월과 자유를 추구한 것

>> 읽게 될 장자의 개략적인 주제 의식 정도는 염두에 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21. 장자는 주로 이야기 형식이다.

22. 노자에 비해 장자는 도가적 삶의 완성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 대부분 장자를 노자의 똘마니 정도로 생각하는데, 장자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22. 장자는 도의 화(될 화)하는 기능을 부각한다.

>> 물에 열을 가하면 기화하듯이, 사람이 장자를 읽으면 도화한다. 이거 멋지지 않은가?

22. 예리한 이론의 칼날이 번쩍인다.

>> 장자를 읽다보면 노자가 그립고, 노자를 읽다보면 장자가 그립다. 나는 이런 관계의 글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경지라면, 사실 누가 누구의 똘마니는 아닌 것 같다. 그건 누구도 못하는 일일텐니.

1편 자유롭게 노닐다(逍遙遊)

25. 소요유. 훨훨 날아 자유롭게 노닐다라는 제목.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절대 자유의 경지

>> 개인적으로 책의 순서는 소요유로 시작하는 것이 도가 발현된 장면을 그려볼 수 있어 좋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세부적인 데서 깊고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된다. 맨 뒤부터 읽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다 읽고 나서야 생각해본다.

26. 장자의 주제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변화의 가능성과 그 실현이다.

>>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는 있는 것일까? 몇 사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여행을 가면 그렇게 살게 된다. 잠깐이지만, 나는 물처럼 흐물거려 상황에 맞게 휩쓸리게 된다. 햇볕 한줌에 즐거워하고, 거리에 울려펴지는 노래에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멋진 일이다. 여행처럼 일상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

29. 바람= 생기

>> 바람이 우리 안에서 움직이는 생기와 같은 것을 상징한단다. 나는 우연히 마주치는 새를 볼 때 그런 생각을 한다. 세고비야 성이 올려다보이는 잔디밭을 거니는데 커다란 솔개 한마리가 거센 바람을 맞으며 한참동안 하늘에 떠있다. 나는 우리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넋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솔개는 마치 조나단 갈매기 같았다. 바람의 걸치적거림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는 아주 멋진 맹금류로서 하늘을 제압했다. 바람이 불어넣은 생기의 극대화라는 것 아니었을까.

 

매미와 새끼비둘기

31. 조금 아는 것으로 많이 아는 것을 헤아릴 수 없고, 짦은 삶으로 긴 삶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 가장 쉬운 이해가 나이에 따른 삶의 단계가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십대 초반에 있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다 똑 같은 고민을 하면서 커간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얼마 전에 지나왔던 곳이 어디인지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바라본다.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저 나이의 고민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조금은 용기가 생긴다.

 도에 관해서도 그럴 것이다. 도는 나이가 아주 많을 테니. 내가 도달할 수 있는 만큼의 도가 있을 것이다.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32.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도대체 뭘 먹자고 저렇게 높이 날아다닐까?

>> 연구원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집에 일찍가서 뭐하냐. 그거 해서 뭐하냐. 작가될거냐. 뭐하러 그런 고생을 사서하냐. 그러나 내 인생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것을 찾았으면 한다. 그럼 저런 소리가 그냥 듣고 씩 웃고 흘려버릴 정도가 될 수 있을 테니. 그건 자신할 수 있다.

 

33. 노자는 뛰어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힘써 행하려 하고, 어중간한 사람은 도를 들으면 이런가 저런가 망설이고, 못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몹시 비웃습니다.

>> 이런 말을 들으면, 웃지 못하고 가만히 있게 된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해본다. 도를 행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내 마음이 하고자하는 대로 사는 것인가.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것인가. 내 마음이 순리와 같은 것인가.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일단 내 맘대로 저질러 보고 고쳐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내가 처한 상황이나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볼때가 있다. 거기에 내가 관찰했던 것들을 덧붙인다. 그러면 조금은 순리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감이 올때가 있다. 그런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도를 행한다는 것은.

 

48. 함이 없는 함을 실천한다. 이런 사람이 한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사람들이 그 행동을 알지 못한다.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사람, …(도덕경)

>>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를 되새겨본다. 과연 내가 처한 환경과 나의 동료들 사이에서 내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요원한 길인 것 같다. 그러나 좀더 깊숙히, 오래 들여다보면 어딘가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쓸모 없는 나무

54. 아무것도 없는 고을 넓은 들판에 심어놓고 그 주위를 하는 일 없이 배회하기도 하고, 그 밑에서 한가로이 낮잠이나 자게. 도끼에 찍힐 일도, 달리 해치는 자도 없을 걸세. 쓸모 없다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것이 없지 않은가?

>> 잉여로움. 루저. 이런 단어들이 판치고 있다. 이십대 초중반엔 내가 무척 쓸모가 있기를 바랐다. 할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은퇴 후에도 그들이 배워놓았던 살인/스파이 기술 때문에 계속해서 사건에 휘말린다. 그런 것을 보며 나는 나의 쓸모에 대해 쓸쓸하게 되새김질 하곤 했다. 그리고 나의 쓸모없음을 미워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별로 상관없다. 인간의 쓸모보다 내가 태어나게 된 쓸모, 절반만 완성된채 태어나 그 나머지를 인생에서 채워야할 사명이 무엇인지가 더 궁금하다. 스피노자가 렌즈를 깍듯,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나는 이 일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 너머에 내가 태어나게 된, 내가 깨워내야 할 문장과 세계와 길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인간이 규정한 쓸모라는 것이 아주 별 것아니라는 데 이 구절을 인용하고 싶다.

 

2편 사물을 고르게 하다 (齊物論)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62. 하늘이 부는 퉁소소리

>> 조셉 캠벨의 천구의 가락이라는 신화의 힘 서문 제목이 생각났다. 나는 내가 리코더일지 오카리나일지 풀피리일지 잘 모르겠다. 나의 구멍이 어디쯤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백운대 즈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나는 반가이 흔들린다. 또 한강이나 가산역 즈음, 혹은 우리집 밥상에서도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맞이한다. 나는 그 모든 바람들이 다 고맙다. 내가 알든 모르든 모두 고맙다.

 

64. 일체의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가 되는 차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직관을 얻는 것이다.

하늘의 퉁소 소리

66. 온갖 것에 바람을 모두 다르게 불어넣으니 제 특유한 소리를 내는 것이지. 모두 제 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소리가 나게 하는 건 누구겠느냐?

>>

67. 바람 자체에는 소리가 없지만 그것이 다른 사물과 마주칠 때 사물마다 독특한 소리를 낸다. 같은 바람이라도 구멍이나 거기를 지나는 바람의 세기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소리가 난다. 이처럼 우주의 온갖 사물은 각각의 모양과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 사물>사람. 대붕과 큰 물고기와 같은 바람 같은, 없는 듯 다른 것들 일거라

 

68. 모든 것과 하나이면서 다른 것이요, 다르면서도 하나인 무엇이다.

 

지적 활동과 감정의 작용

71. 앚기 자기를 잃어버리지 못한 우리 보통의 인간들, 아직 하늘의 퉁소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우리 속인들이 불어 대는 퉁소 소리는 부자연스러워, 아름답지가 못하다고 했다.

71.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걱정하고 뉘우치고 변덕을 부리고 고집하는 것은 모두 인간의 퉁소에서 나오는 갖가지 노랫소리라는 것이다.

 

 

참주인

73. 우리가 그 실체를 알든 모르든 그 참모습에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74. 그렇게 살아 있다는 것 뭐 그리 대수냐? 어차피 몸도 쇠하고 마음도 그렇게 되고 마니 정말 애처롭기 그지 없는 일 아니겠느냐?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본래 이처럼 엉망진창인 것인가? 오직 나만 이런 것인가? 사람들 중에 이렇게 엉망진창이 아닌 이들도 있다는 것일까?

>> 참주인이 누구인지 더 궁금해진다.

 

말을 한다는 것은

78. 무엇보다도 이들의 옳고 그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밝음이 있어야 한다.

 

손가락과 말

85. 사물에는 본래 그럴 까닭이 있고, 그럴 가능성도 있지.

97. 분별하는 시비를 넘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보편적인 것에 안주해야 한다고 했다.

 

털끝과 태산

101. 그러니 부산하게 좇아 다니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그러하다고 받아들이자.

>> 답답한 느낌이 든다.

103. 장자. 그 속이 충만해 어쩔 수 없이 말했을 뿐이어서 근본적인 도에 넓고 활달하며, 깊고 시원스럽게 뻗어 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도와 일치를 이룬다고 하였다.

>> 저자에 대하여에 포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미꾸라지

113. 모장이나 여희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보자마자 물 속 깊이 들어가 숨고, 새는 보자마자 높이 날아가 버리고, 사슴은 보자마자 급히 도망가 버린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아름다움을 바르게 안다고 하겠는가?

>> 사랑하는 이를 대할 때, 이런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love game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그냥 내버려 두라. 무엇이든 마음이 생기는 대로내버려 두라.

114. 인의의 시작이나 시비의 길 따위의 것은 번잡하고 혼란한데 내 어찌 이런 것이나 따지고 앉아 있겠는가?

 

성인의 경지

119. 만년 세월 온갖 일.

오로지 완벽의 순박함 그대로.

모든 것들이 모두 그러함 그대로.

그리하여 서로가 감싸안는다.

 

 

꿈에 술을 마시며

126, 27. 우리가 꿈을 꿀 때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르지. 심지어 꿈속에서 해몽도 하니까. 깨어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지. 드디어 크게 깨어나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한 바탕의 큰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엷은 그림자와 본그림자

132.31. 왜 그렇게 줏대가 없소?

왜 그런지를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왜 안 그런지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133. 도의 그림자.

 

나비의 꿈

136. 모든 사물이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 서로 어울려 있는 관계, 꿈에서 보는 세계와 같이 서로가 서로가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서로에게서 나오기도 하는 꿈 같은 세계이다.

>> 흐름을 타라. 오늘이 흘러가는 것을 아쉬워 할 것 없다. 눈에 보이는 어느 것 하나도 방금 전과 같은 것이 없으니. 내가 죽고 나서, 생전에 가장 사랑한 사람이 되어 다음 생애를 살게 된다면. 그 사랑을 기억한다면, 나는 함부로 살게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하라.

 

3편 생명을 북돋는 데 중요한 일들(養生主)

 

삶에는 끝이

141. 2. 착하다는 일 하더라도

이름이 날 정도로는 하지 말고,

나쁘다는 일 하더라도

벌받을 정도로는 하지 마십시오.

오직 중도를 따라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그러면 몸을 보전할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어버이를 공양할 수 있고,

주어진 나이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착하고 나쁨이라기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것이라고 짚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논쟁이 많이 되고 있는 구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삶의 완성을 목표로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그 완성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자신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기준이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기준을 세울 때 중요한 것은 착한 일은 이름이 나지 않는 선에서, 나쁜일도 벌받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자기의 것을 찾아보라는 것이 아닐는지?

 

 

포정의 소 각뜨기

148. 시선은 하는 일에만 멈추고, 움직임은 느려집니다. 칼을 극히 미묘하게 놀리면 뼈와 살이 툭 하고 갈라지는데 그 소리가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같습니다. 칼을 들고 일어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흐뭇한 마음으로 칼을 닦아 갈무리를 합니다.

>>몰입의 순간을 잘 포착해 낸 표현이라 잡아보았다.

152. 운동 선수들은 이렁 경지에 이른 것을 zone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 아마 그렇겠지? 스포츠 장르에 이런 체험이 많이 발생할 것 같다. 조셉 캠벨의 육상 경험도 그랬고.

 

 

4편 사람 사는 세상(人間世)

167.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은 마음을 굶기는 것(심재)

>>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겠지. 도를 받아들이려면 자기가 비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상 해보면 어려운 일이다.

 

참된 준비 ㅡ 마음 굶김

180. 기는 텅 비어서 무엇이든 받아들이려 기다린다. 도는 오로지 빈 곳에만 있는 것. 이렇게 비움이 곧 마음의 재(비움)니라.

>> 마음이 비어있는 상태란 어떤 것일까. 걸리는 것도 없고, 들킬까 겁나는 부분도 없다.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현실 그대로 나를 드러낼 수 있다. 모든 것이 진실이며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다 평화로운 고요 속에 나는 서 있다. 나를 부러뜨리려는 시도조차 받아주마. 그러나 결국 누구도 이긴 것은 아닐 것이다.

 

심재할 때

184. 저 빈 것을 보라.

텅 빈 방이 뿜어내는 흰 빛.

행복은 고요함에 머무르는 것.

머무르지 못하면

이를 일러 앉아서 달림이라 하느니. (좌치)

15. 귀와 눈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이나 앎을 밖으로 하라. 그러면 비상한 힘도 들어와 머물 것이니,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이야 말할 나위도 없지.

>> 내 인생에 많은 것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시크릿처럼 마법 같은 이야기책에서 말하는 것과도 닮아 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오래 전에 바라고 기원했던 것이 내 것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었는데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나는 성공경험을 통해 지금의 내가 바라는 것들이 나의 미래에 언젠가는 이루어지게 될 거라는 낙관적인 예감을 갖게 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안개 너머에 있는 그 목표와 내가 가늘고 질긴 와이어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한치의 의문도 없이 나는 내가 바라는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완전히 조용해져서, 내 목소리며 숨쉬는 소리를 더 잘 듣게 되었을 때 보이게 되었다. 눈과 귀가 안을 통하게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마음이나 앎은 밖을 향하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조언

192. 자녀는 언제 어디서나 부모를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의 극치요, 신하는 언제 어디서나 임금을 편안하게 섬기는 것이 충의 완성입니다. 자기 마음을 섬길 때 슬픔과 기쁨이 눈 앞에 엇갈리어 나타나게 하지 말고, 불가능한 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운명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덕의 극치입니다.

>> 나는 권력에 굴복하거나 아부하는 사람들을 미워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속해있는 조직의 외부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생기는 의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사도 사람이다. 그들도 마음 편하고, 신뢰가 생긴 조직원들과 일해야 일할 수 있다. 나는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를 조금씩 단련하고 있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조금 더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나는 오히려 그러지 못했던 역사와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힘들지만 조금씩 노력하고 있고, 가끔은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195. 주어진 명령을 고치거나 꼭 이루려 너무 애쓰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 주어진 명령을 하는 것은 좋은데,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점에 꼭 맞게 해치우려고 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파이프라는 글씨는 파이프가 아니다. 업무라는 글씨도 업무가 아닐 수 있다. 그 결과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인 것 같다.

 

거백옥의 충고

199. 태자가 어린애가 되거든 당신도 어린애가 되고, 멋대로 행동하거든 당신도 멋대로 행동하십시오. 엉터리같이 굴거든 당신도 함께 엉터리같이 구십시오. 그 사람을 잘 인도해서 흠 잡을 데 없는 경지로 들어가야 합니다.

>> 지난 천안 수업 때 연극치료 수업 중에 힘빼고 다른 사람이 이끄는대로 춤추기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이미 수차례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 경험은 너무 황홀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때의 생각이 든다. 상대에게 맞춰야지만 인도할 수 있다.

 

 

세 가지 비유

204. 호랑이 길들이기: 성질이 사나운 사람도 상대방의 성질을 맞추어 주되,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 등을 잘 알아 구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사랑한 사람 이야기 : 사소하고 엉뚱한 실수 하나로 자기의 의도와 달리 그 동안 해준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갈 뿐 아니라 말에게 해를 입을 수도 있다.

타이밍, 희랍어로 카이로스 (Kairos)의 중요성을 뜻한다.

>> 이럴 때 보면 공자보다 노장사상이 더 처세에 강한 것 같다. 현대의 많은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엄격함을 완화시켜주는 유머와 외적 자유로움, 관대함에 대한 코드를 장자에서 찾아본다.

 

장석과 사당 나무

206. 31.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쓸모 없기를 바랐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야 완전히 그리 되었으니, 그것이 나의 큰 쓸모일세.

>> 한번은 내가 팀장의 선호순위가 가장 낮았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부서로 배치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운 팀에서의 경험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되고 시간이 지나면 훨씬 가치있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상심할 것 없다. 모든 일은 다 자기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순리대로.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거다.

 

거목과 신인

211. 쓸모없음이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장자에 유독 쓸모없음에 대한 긍정이 많이 나오는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 사람은, 쓸모없어지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쓸모없어져도 괜찮아. 아프니까 사람이지. 흔들려도 괜찮다. 이렇게 말해주는 것인가. 후자면 별 차별화가 안될 것 같은데전자인 것인가? 그렇게 완벽하게 쓸모없어질수도 있는 건가사람이?

 

미친 사람 접여의 노래

36.사람들 모두 쓸모있음의 쓸모는 알고 있어도

쓸모 없음의 쓸모는 모르고 있구나.

>> 장자 사상은 늘 대극의 합일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전혀 상반된 상극의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질 때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와 존재 이유에 대한 뿌리깊은 받아들임이 있어야 한다. 유용의 저 건너편에는 무용이 서있다. 쓸모없음은 유용의 상대로서만 의미를 갖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을 빛내주는 아름다움의 시녀인가? 아니다. 어둠은 밝음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가? 아니다. 그 둘은 동등하다. 장자와 현대는 이 그림자 속으로 손을 내민다. 그 안에 억눌러진, 밝고 빛나고 힘차고 아름다운 것들에 눌려있던 추하고 시끄럽고, 질서정연하지 않은 본연의 것을 올려준다. 나는 그것이 이 사상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중세를 벗어나면서 우리의 의식도 신 중심의 사고를 졸업했다고 한다. 르네상스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인간의 불완전함 너머의 삶에 대한 에너지를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것들이 뜯겨 나가 버린 현대에서 우리가 다시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이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 직선적 세계관이 아니라, 순환적 세계관을 통해 우리는 더 큰 에너지로 들어간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활용해야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 삶은 밝음으로만 정복될 수 없다. 무의식에 갇혀있던 연약하고 어리고 정돈되지 못한 것들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이 인간을 온전하게 해주며, 우리를 구원하게 해주고, 우리를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니, 우리는 괜찮다. 우리에게 어둠이 있기 때문에.

 

 

5편 덕이 가득함의 표시(德充符)

왕태와 공자

227. 4. 고요함만이 고요함을 찾는 뭇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다.

>> 원하는 곳에 머무르는 것이 사람일 터이니. 나는 나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고요함을 길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안다.

 

추남 애태타

247. 근본적인 것, 본래의 재질, 본바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함을 강조했다.

>>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를 해치지 않고 나를 자라게 하는 방향을 찾아라. 나의 행복이 나를 밀고가게 하라.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로서 괜찮다.

248. 16. 평평한 것은 물이 완전히 고요해진 상태입니다. 이것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음은 안에 고요를 간직하고 밖으로는 출렁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을 이룬 사람은 조화를 이룬 사람으로,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서 떠나지 못합니다.

248. 본바탕을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의 마음이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인간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하여 본마음을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다.

 

잊어야할 것과 잊지 말아야할 것

252. 덕이 뛰어나면 외형은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안 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습니다. 이런 것을 정말로 잊어버림이라 합니다.

>> 유가의 가르침을 읽어보면 개인은 사라지고 인이 남는다. 노장사상의 핵심은 사람과 만나보면 느낀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즐거운 잔상들.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마음으로부터 기뻐지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장자의 행간에서 읽는다. 수많은 접촉과 같이 보낸 시간과 함께 이야기했던 것들, 그 위에 남은 인간적 유대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도가 사상이 훨씬 현대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경직되게 내버려두지 마라. 다만 덕으로 행하라.

 

무정과 유정

257.22. 내가 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하는 일이 없다는 것. 언제나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삶에다 억지로 군더더기를 덧붙이려 하지 않는 것을 이름일세.

>> 유정한 사람이라, 무정함이 고맙다 참. 예전에 직장생활을 어떻게 잘하면 좋을지에 대해 상담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상사를 좋아해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자문해보니, 나는 나의 동료들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이 무얼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도 모르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도 모른다. 낚지 못하는 어부와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바뀌어 보기로 했다. 마음이 바뀐 것만으로도 벌써 많은 것이 바뀐 것 같다.

 

259. 애증과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활달하고 트인 마음, 빈 마음에서 작용하는 티 없는 감정의 흐름. …

 … 일상적인 분별심,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의식에 매달려 안달복달, 시비곡직, 좋고 나쁨을 캐고 앉아 있으면 결국 혜자처럼 나무에 기대어 신음하고 책상에 엎드려 졸기나 하는 창백한 지성, 활기 잃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속에 있는 신을 밖으로 내쫓는 일이다. 베르그송이 말하는 알랑 비탈, 우리 속에 잠재한 생명력, 그 활기를 잃어버린다는 뜻인가?

>> 생기에의 집착. 나는 사람을 움직이는 여러 동기 중 생기가 가장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행복해지자. 행복해져라. 나 자신으로.

 

 

6편 큰 스승(大宗師)

진정한 앎

262. 1. 하늘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하늘과 함께 살아가고,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그의 앎이 아는 것으로 그의 알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완합니다. 이리하여 하늘이 내린 수명을 다하여 중도에서 죽는 일이 없는 것. 이것이 앎의 완성입니다.

>> 자신보다 더 큰 것에 자신을 바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자기다움을 최대로 발현해 자기만의 세상 하나 만들어 놓고 가는 것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나는 보았다.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 듯, 나 또한 그 안에서 오래도록 살았다. 나는 그 따끈한 봄날 같은 편안함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곳은 내가 그리워하는 곳이며, 내가 계속 살고 싶은 곳이다.

 

진인

265. 5. 옛날의 진인은 삶을 즐겁다 할 줄도 모르고 죽음을 싫다할 줄도 몰랐습니다.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거역하지도 않았습니다. 의연히 갔다가 의연히 돌아올 뿐입니다. 그 시원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 끝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삶을 그대로 받아들여 살다가, 잊어버린 채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를 일러 마음으로 도를 해치는 일이 없고, 사람의 일로 하늘이 하는 일에 간섭하려 하지 않음이라 합니다.

>> 내가 비어 도로 가득 차 있게 되면 나는 그저 나로 있고, 나를 스쳐 흘러가는 사건들도 모두 아득히 멀어져 나는 나로서 있게 된다. 나의 시선과 생각이 어디에 사로잡히지 않고, 머물지 않게 되어 외부의 사건으로부터 눈물을 흘리고 크게 웃더라도 그 뿐. 나는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떠나간다.

 

265. 6. 이런 사람은 마음이 비고, 모습이 잔잔하고, 이마가 넓었습니다. 그 시원하기가 가을 같고, 훈훈하기가 봄 같았습니다. 기쁨과 노여움이 계절의 흐름같이 자연스럽고, 모든 사물과 어울리므로 그 끝을 알 수 없었습니다.

>> 고요한 귀여움. 마음에 꼭 들어오는 편안한 인품에 끌려가게 된다. 모든 것에 호기심이 있다기 보다는, 비어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백지이기 때문에 변할 여지가 있는, 그런 사람에게 끌려가는 것 같다.

 

옛날의 진인은

269. 8. 옛날의 진인은

그 모습 우뚝하나 무너지는 일이 없고,

뭔가 모자라는 듯하나 받는 일이 없고,

한가로이 홀로 서 있으나 고집스럽지 않고,

넓게 비어 있으나 겉치레가 없었습니다.

엷은 웃음 기쁜 듯하고,

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뿐,

빛나느니 그 얼굴빛.

한가로이 덕에 머물고, 넓으니 큰 듯하고

초연하였으니 얽매임이 없고,

깊으니 입 다물기 좋아하는 것 같고,

멍하니 할말을 잊은 듯했습니다.

>> 캬 진인 나오는 부분은 마치 라마단이 끝나고 저녁을 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너무 훌륭한 진수성찬과 잘 어울리는 술을 먹는 것 같은 정신적 만족감이 있다. 훌륭하다.

271. 10. 좋아하는 것과도 하나요, 좋아하지 않는 것과도 하나였습니다. 하나인 것과도 하나요, 하나 아닌 것과도 하나였습니다.

>> 이것도 잘 유념해두어야 할 구절이다. 좋아하지 않는 것과도 하나요. 좋아한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정말 쉽게 바뀌기도 하고, 절대적인 것도 아닌 것 같다.

 

죽고 사는 것

272.11. 죽고 사는 것은 운명입니다. 밤낮이 변함없이 이어지는 모든 것과 같은 하늘의 이치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모든 사물의 참모습입니다.

>> 상주로서 살고 나면, 언젠가 내 차례가 올거라는 두려움이 짐처럼 남는다. 마치 사고후 스트레스가 생기듯이. 장례를 치르기 전처럼 죽음을 몰랐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말로 조금은 나를 편안하게 놔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홀연히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 오겠지.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277. 천하를 천하에 감추면 새어 나갈 자리가 있을 수 없습니다.

>> 도 안에 있는 자에게는 죽음이 있을 수 없다. 그리하여 거리낄 것이 없게 된다. 죽음이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느 ㄴ어깨가 조금 가벼워짐을 느꼈다.

 

큰 스승

278. 15. 사람의 모양이 한없이 바뀔 수 있다면 그 기쁨을 어찌 다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인은 사물들이 새어 나갈 수 없어서 언제나 머물러 있는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닙니다. 일찍 죽어도 좋고, 늙어 죽어도 좋고, 태어나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본받으려 하는데, 하물며 모든 것의 뿌리요, 모든 변화의 근원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물고기와 대붕의 이야기를 상기해본다. 이제야 알 것 같다. 형태가 완전히 변함. 큰 것에 내 몸을 싣는 것. 강한 것이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 강한 것이다. 종국에는 견딜필요조차 없어진다.

 

여우가 가르치는 득도의 단계

284. 19. 성인의 재질이 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이 역시 더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신중하게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그는 세상을 잊었습니다. 세상을 잊었기에 다시 잘 지켜보았더니 이레가 지나자 사물을 잊읍디다. 사물을 잊었기에 다시 잘 지켜보았더니 아흐레가 지나자 삶을 잊게 되었습니다. 삶을 잊게 되자 그는 아침 햇살 같은 밝음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하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걸 보게 되자 과거와 현재가 없어졌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없어지자 죽음도 없고 삶도 없는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득도의 일곱 단계 >1) 외천하 2) 외물 3) 외생 4) 조철 5) 견독 6)무고금, 무시간 7)불사불생

 

288.20. 삶을 죽이는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삶을 살리는 사람은 살지 못합니다. 사물을 대할 때, 보내지 않는 것이 없고, 맞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으며, 허물어뜨리지 않는 것이 없고, 이루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 우주적 의식. 삶을 잊은 몰입을 의미하는 것.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297. 26. 음양이 나를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하는데 듣지 않는다면, 나는 고집스런 자식. 음양에 무슨 죄가 있나. 대저 대지는 내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니 삶이 좋으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밖에.

>> 아직 달려가야 할 사람을 쉬게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늙음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사람을 쉬게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아 모르겠다. 헷갈린다. 그게 순리라는 것인가?

 

297.27. 하늘과 땅이 큰 용광로이고 조화가 큰 대장장이라면, 무엇이 되든 좋은 것 아니겠는가? 조용히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

>> 두툼하고 뭉뚝하면서 따뜻한 손을 다시는 잡을 수 없다는 것, 동그란 이마를 다시 쓰다듬을 수 없다는 것, 다시는 위로 받을 수 없다는 것. 그 총명하고 깊은 눈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 그래도 이제는 괜찮다.

299. 장자에서는 인간이 행한 행위에 따라 내세가 결정된다는 인과응보라든가 업보 같은 사상이 없다. 모두 자연이 그 순리에 따라 적절한 길로 만물을 변화시킬 따름이라는 것이다.

>> 대장장이가 만들어준 자기 본래 모습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은 대들보만 찾는다. 모든 사람이 서까래와 대들보만 되기를 원하는 사회. 확실히 어딘가 이상하다.

 

세상 밖에서 노니는 세벗

301. 28.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셋이 모여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사귐이 없는 데서 사귈 수 있고, 서로에게 하지 않는데서 함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을 노닐고, 무극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서로 삼ㄹ을 잊어버리고 끝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9. 얼마 동안아무일 없이 지내다가 자상호가 죽었습니다. 아직 장례를 치르기 전에 공자가 이 말을 듣고 제자 자공을 보내 일을 돕도록 했습니다 자공이 가보니 한 사람은 노래를 짓고 또 한 사람은 거문고를 타면서, 목소리를 합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 상호여, 아 상호여,

그대 이제 참됨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 사람으로 있구나. .”

자공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습니다. “감히 물어보겠습니다. 주검을 앞에 놓고 이렇게 노래 부르는 것이 예입니까?”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이 이가 어찌 예의 뜻을 안단 말인가?”

>>나는 죽음과 슬픔이 연관지어지지 않길 바란다. 슬퍼할 자유를 앗아가는 것 같아 장례때는 슬펐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나에게 주어진 순리대로 살게 될 테니. 손과 발이 움직이는대로 춤추듯, 내 삶도 빛을 내며 타오르다 에너지가 다 되면 꺼지는 것일 테니.

나는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춤추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렇게 죽고 싶다. 조금 모자란듯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고 왁자지껄하게 한 잔하며 살다가 죽고 싶다. 장례식은 또 하나의 훌륭한 축제가 될 것이다.

 

맹손재

308. 그 사람은 변화 과정에서 한 사물처럼 되어, 알지 못하는 다른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또 그가 변화하려 한다면 그가 아직 변화하지 않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변화하지 않는 다면 그가 이미 변화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35. 더욱이 맹손씨의 몸에는 변화가 있지만 마음은 상처를 입지 않는다. 집은 바꾸지만, 죽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웃는 것이 낫고, 웃음을 즐기는 것보다는 사물과 어울리는 것이 더 나으니, 사물과 편안히 어울려 변화를 잊은 채 텅 빈 하늘로 들어가도록 하라.

>> 싫어하지 말자. 다들 순리대로 살고 있는 것이니.

네가 너일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나일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는 다들 한 가닥씩 마음에 품고 있으니. 이해하고 인정해주자.

 

!내 스승

311. 37. 내 스승, , 내 스승. 스승은 만물을 이루어놓지만 스스로 의롭다 하지 않고, 만세에 헤택을 베풀지만 특별히 편애하는 일이 없고, 옛날보다 오래되었으나 늙지 않고, 하늘을 덮고 땅을 받들고, 여러 가지 모양을 깎아 내지만 재주를 부리지 않네. 여기가 바로 자네가 노닐어야 할 곳일세.

>> 도는 스스로 의롭다 하지도 않고, 편애하지도 않고 잔재주도 부리지 않는다. 자만이나 집착 같은 자의식이 없는 상태, 완전히 자기를 비운 상태에 도가 들어오고 이렇게 하여 얻은 도가 우리가 노닐 곳이라고 했다. 나도 사람이 많이 커서 이렇게 살수 있으면 좋겠다만, 엄청 간장종지 같아서 그래도 두 김 정도 식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늘 타이밍을 못 맞추고 한탄이나 한다. 심히 걱정된다만,… 나아지지 않을까?

 

 

운명일 따름이겠지

317. 39. “아버님이실까 어머님이실까. 하늘이실까 사람들일까.”

힘에 겨워 목소리가 겨우 나오고, 가사도 곡에 맞지 않게 나왔습니다.

자여가 들어가 물었습니다. “자네 노래가 어찌 그런가?”

자상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나를 이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온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아직 알 수가 없네. 부모님이 어찌 내가 이렇게 가난하길 바라셨겠는가? 하늘은 사심 없이 모두를 다 같이 덮어주고, 땅은 사심없이 모두를 다 같이 떠받아 주고 있으니 어찌 하늘과 땅이 사사롭게 나만을 가난하게 하였겠는가? 도대체 누구일까 알아보는데 알 길이 없네. 그런데도 내가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으니, 운명일 따름이겠지.”

>> 원망하지 않으므로 그는 운명론자가 아니다. 그런데, 참 자여의 답이. 운명일 따름이겠지. 받아들여야지.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나는 끼여버린 것이겠지. 그러나 누굴까 그것이. 나의 절망을 바라는 사람들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인생에. 내 뜻대로 잘 안풀릴 때도 있구나.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과는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내가 가장 바라는 것에 나를 걸기로 했다.

 

부록| 외면·잡편에서 중요한 구절들

 

오리 다리, 학의 다리

354. 그러므로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늘여 주어도 괴로움이 따르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 주어도 아픔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본래 긴 것은 자를 것이 아니며, 본래 짧은 것은 늘일 것이 아닙니다.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인의가 사람들의 본래적 특성일 수 있겠습니까? 저 인을 갖춘 사람들, 괴로움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변무 8:3)

>> 유학을 읽다보면 개인은 사라지고 인이 남는다. 장자는 개인의 부활을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우리는 각자 서로의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날려버리는 것은 매우 미안한 일이다.

 

바다새의 행.불행

373. 너는 들어보지 못했느냐? 옛날 바다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후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해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만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지락, 18:8)

>>그래, 괴로웠겠다. 좋은 대접 받아봐야 내 것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은 외로우면 살 수 없다. 자신을 자신으로 살 수 없으면 죽어버리고 만다. 나는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안전한 곳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나는 마치 대양을 가로지르는 돌고래, 범고래, 날치, 멸치가 되어 행복하살고 있다. 친구 중에 참치도 있다. 행복하다. 그 어떤 순간보다 나로 살아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싸움 닭 기르기

379. 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길렀습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습니다. “닭이 되었느냐?”

아직 안되었습니다. 지금은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고 자기 힘만 믿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아직 안되었습니다. 다른 닭의 소리나 모습만 보아도 덤벼듭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아직 안되었습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고, 혈기 왕성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상대가 울음소리를 내어도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같습니다. 그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이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돌아서 달아나 버립니다.

>> 언제쯤 고수가 될려나! 나는! 그래도 많이 유해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스펙에 기죽지 않고 내 원하는 바를 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을 더 많이 마음에 껴안을 수 있게 되어간다.

 

신과 허리띠

383.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고,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고, 마음이 시비를 잊는 것은 마음이 꼭 맞기 때문입니다.

>>참 괜찮지 않은가? 내가 평온한 상태에 있으면 시비가 붙지 않는다. 그저 아, 미안해요. 라고 하고 지나가면 될 일이다. 가끔 내가 불쌍해진다. 자기 전에 화가 나는 일들이 막 떠오를 때말이다. 아까 지나간 일이건만, 아직도 그 때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구나. 그래도 한 숨자고 나면 지워진다. 누우면 바로 잠자는 능력. 그게 나의 천진함의 비결이 아니려나?

 

빈 배

389.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하겠습니까?

>> 장자를 읽고 나서는 조심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작정 양보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 안된다. 내가 마음 편한 상태를 찾아야 한다. 거기에 부족함이 없게 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송아지 같이

396. 셜결이 피의에게 도에 대하여 물어 피의가 대답했습니다.

 

너는 네 모습을 바르게 하고,

눈길을 하나로 모으라.

하늘의 화기가 이를 것이다.

네 앎을 없애고

네 의식을 하나로 모으라.

신이 찾아와 머물게 되고,

덕이 너를 아름답게 하고,

도가 네 안에 살리라.

너는 새로 난 송아지처럼 사물을 보고

그 이유를 묻지 않게 될 것이다.

>> 왜 그렇게 된건지 역사와 기술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여기서 묻지 않게 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도는 차갑지 않다. 그냥 딱 체온과 비슷하다. 인간적이다. 이런 마인드를 바탕으로 이유를 묻는 것은 그저 비난과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질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패는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질문은 상대를 살린다.

 

쓸모 있는 땅, 쓸모 없는 땅

411.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자네의 말은 쓸모가 없네.

장자가 말했습니다. 쓸모없음을 알아야 쓸모있음을 말할 수 있지. 땅은 한없이 넓지만 사람에게 쓸모 있는 땅은 발이 닿는 만큼 뿐일세. 그렇다고 발이 닿는 부분만 남겨 놓고 그 둘레를 모두 황천에 이르기까지 다 파없애면 그래도 정말 쓸모 있는 것일 수 있겠는가?

>> 나는 장자의 이 일화를 가장 좋아한다. 명쾌하고 직관적이다. 자연은 효율과 효과를 모른다. 비온뒤면 그저 물이 넘치고 그것이 장관을 이룰 뿐이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면서 발전해왔지만, 그 결과 스스로의 존속조차 보존하지 못하게 되어 많은 위기에 봉착해있다.

쓸모있음을 인간이 정하는 것. 그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통제하지 마라. 스스로 살게 되리니.

 

 

 

3. 내가 저자라면

(1)목차, 뼈대

독자들에게

『장자』를 읽기 전에

 

1편 자유롭게 노닐다(逍遙遊)

2편 사물을 고르게 하다 (齊物論)

3편 생명을 북돋는 데 중요한 일들(養生主)

4편 사람 사는 세상(人間世)

5편 덕이 가득함의 표시(德充符)

6편 큰 스승(大宗師)

7편 황제와 임금의 자격(應帝王)

 

부록| 외면·잡편에서 중요한 구절들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로마자 찾아보기

개인적으로 맨 처음 두 편 소요유와 제물론이 가장 뒤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자의 핵심이기에 우선순위에서는 1,2편을 차지하는 것이 맞지만, 장자를 던져버리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잡편에서부터 시작되어 7-6-5-4-3-2-1로 카운트다운하듯이 도를 넓혀가는 것이 더 그림이 아름다울 것 같다.

 

(2) 잘된 점

장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물음표로 남는다. 그러나 아주 편안하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좀 이해가 안되면 어떠한가? 약간 신비한 구석이 있는 친구처럼. 그냥 그런가보다 하게 되어버린다. 게다가 그렇게 악을 쓰고 알 필요도 없다. 자기에게 맞추라기 보다는 내게 맞춰주는 친구다. 그러니 뭐 어울리는데 어려울 건 없다. 다만 이걸 누구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에게 장자란 도대체 누구냐? 장자가 건네는 의미는 대체 뭐냐? 이런 과제는 남을 것 같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 형제자매들은 우애와 상관없이 서로 경쟁하고, 거기서 내면의 구멍을 찾아낸다. 부모가 편애하는 것과는 별개로. 회사에서도 경쟁은 계속된다. 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처음으로 아이스버캣을 끼얹은 것이 장자가 될 것이다. 뭐하러 그렇게 사는가? 나를 나로 만드는 여백, 공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소요하게 만드는 것. 그게 장자철학의 묘미라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살면서 자신만의 에어백이 필요하다. 생채기가 계속 남게 되는 인생, 나로서 괜찮다는, 나의 존재에 관한 무한 긍정. 필요한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철학으로도 그걸 남겨보자. 그게 장자가 몇천년을 살아남은 이유이지 않을까.

 

(3) 보완점

목차에서 이야기했듯이 순서다. 소요유와 제물론. 너무 방대하다. 작은 이야기로 되짚어 가기에는 여전히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작은 이야기들에서 시작하라. 사람들로 하여금 쓸모없는 땅과 바다새가 죽은 이유를 궁금해하게 하라. 도는 그 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게 자연스럽다.

 

(4) 키워드

순리, 적극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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