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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9일 10시 32분 등록

Book Review

삶의 정도

20141228

 

  1. 저자소개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윤석철은 1940 5 9일 충청남도 공주 출생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여 1958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한국의 국민소득은 1인당 80달러 수준인데 반해 독일은 라인 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있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독일을 한국 발전의 모델로 삼겠다는 뜻을 품고 독일의 문학, 철학,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이 후진국적인 상황에서 탈피하려면 과학과 기술 발전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물리학과로 진로를 바꿔 물리, 화학, 수학을 공부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유학하여 전기공학, 경영학, OR(Operation Research)을 공부한 후 귀국해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2005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으로 강의와 연구에 힘써온 결과, 그의 강의는 2002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생들이 뽑은 최우수 강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독문학과에서 시작한 인문학, 물리학과에서 배운 자연과학 그리고 경영학과에서 연구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가지고 인간과 조직을 다양한 각도로 조망하고 해석해내는 우리나라 경영학계에서 독보적인 존재 중 한 명이다. 『경영학적 사고
思考의 틀』(1981), 『프린시피아 메네지멘타 (Principia Managementa)(1991), 『경영학의 진리체계』(2001) 등의 저서가 한국 경제발전에 끼친 공적을 인정받아 2003정진기 언론문화상(경제경영도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가장 최근작인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의 경우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가만의 특유한 인문학, 자연과학, 경영학이 어우러진 방법론으로 인간과 조직을 다양하게 조망하고 해석해내고 있다.

 

  1.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

 

서문 삶의 간결화를 위한 노력

 

‘사람은 나이가 들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필자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삶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첫 마디는 ‘복잡함’을 떠나 ‘간결함’을 추구하라는 부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헤밍웨이에게 1954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여할 때, <노인과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간결한 문체’를 만들어 낸 공로를 치하했다. 그 후 헤밍웨이는 간결화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서 “필요한 말을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넣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필요한 것을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넣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두 개념으로 인간 삶의 정도를 탐구하여 이 책에 발표한다.

 

17. 가난의 마음을 알게 된 소년의 마음속에는 슬픔의 정서가 깃들어 갔다. 이 정서는 소년이 그 나이에 좋아할 만한 모든 놀이를 접어버리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는 습관을 만들어냈다.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커서 가난을 물리칠 능력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25. 도구의 수준이 처음에는 물질적 차원이었지만, 지식과 지혜 같은 정신적 차원, 그리고 신뢰성과 인간적 매력 같은 사회적 차원으로까지 발전하면서 그에 대한 용어는 ‘도구’라는 표현을 넘어 ‘수단매체’라는 표현으로 격상되어야 할 것 같다.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후진국, 경쟁력이 있는 우량 기업과 그렇지 못한 부실기업, 풍족하게 잘사는 사람과 가난으로 고생하는 사람 등 양극화 현상은 어디서 오는가?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그 노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면 인간 능력의 한계를 극복해 줄 수 있는 수단매체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32. 가정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사회적 도구는 ‘신뢰’이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더 있다. 자기희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이 그것이다. 자기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자를 보호하고, 가지지 못한 자를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양보 혹은 희생 할 수 있는 이런 자질을 자기희생이라 부르자. 이것은 사회의 지도자가 될 사람에게 특히 필요한 자질이다. 이렇게 볼 때 신뢰성, 투명성, 자기희생 능력 이 3가지 개념은 한 시대가 건강하게 단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적 수단매체가 된다.

 

37. 파리의 한계,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 일지를 생각하던 비트겐슈타인은 1917년 오스트리아군에 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참호 속에서도 파리의 한계와 인간의 한계에 관한 사색을 계속하던 비트겐슈타인은 1918년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수용소에서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원고로 옮기고자 수용소 당국에 공책과 연필을 요청했다. 수용소는 이를 허락했고 1919년 종전이 되자 그는 비엔나에 돌아와 그 원고를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이 불후의 명저 <논리철학 논고>이다.

 

40.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하면 내 세계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41.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모국어 속에서 가장 넓고 깊은 문화적 정서적 심리적 감각의 세계를 보유할 것이며 따라서 모국어를 사용할 때 인간이 가장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이 주장은 학회에 참석했던 모든 언어학자의 공감을 얻었다.

 

42. 1924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좋아함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43. 한국어는 ‘사랑 받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좋아함을 받는 것’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상대방에 ‘좋아함’을 받으려면 나의 교양 수준을 높이고 인격을 도야하며 높은 도덕성과 고결한 가치관으로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높여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계속 좋아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 즉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키우지 못한 것은 자기 책임이기 때문이다. OECD국가 중 한국의 이혼율과 자살률이 유독 높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55. 자기가 소유했던 농토를 농노들에게 배분하였고 농노들을 해방시켰다. 햄릿처럼 방황하고 돈키호테처럼 행동한 톨스토이의 결단에 의해 톨스토이 가족은 하루아침에 가산을 상실했다.

 

56. 혁명이 성공한 지 90년이 넘어 오늘에 이르도록 러시아는 여전히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서유럽 나라들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지 못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회주의 혁명은 수단매체의 수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수단매체의 주인들만 바꾸는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60. 영국의 시인 쉘리는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을 예찬하면서 낭만주의 시대의 문을 열었다.

 

62.

이 일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조선소를 건설할 허허벌판을 찍어놓은 사진과 사업계획서만 가지고 배를 미리 사줄 선주를 설득하여 유조선 두 척을 수주하고, 그 수주 계약서로 영국 수출보험공사 ECGD의 승인을 얻고, 이 승인으로 바클레이즈 은행의 차관을 얻어, 조선소 도크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유조선 두 척을 건조하여 납기 내에 선주에게 인도한 것이다.

 

이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만든 제1차적 필요조건은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의 열정 바로 그것이었다. 조선업은 현대건설이 더욱 부가가치 높은 사업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수단매체였다. ‘우리가 어떻게 배를 만들겠어! 송충이는 솔잎이나 먹어야지!’하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고전주의적 냉철한 이성이다. 이러한 이성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매체의 고도화는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 대감댁 새색시를 동경하는 벙어리 삼룡이와 같은 낭만주의적 열정을 필요로 한다.

 

63. 19839 12일은 ‘암울한 날’로 기록되어 있다. 그날은 기흥에 있는 삼성반도체의 첫 생산라인을 기공하는 날이었다. 당시 선진국과 10년 이상 기술격차가 나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삼성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병희 회장을 제외한 임직원 모두가 암울해하고 있었다.

 

반도체를 동경하던 그 불나방 역시 삼성을 세계 정상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고 한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64. 소극적 기다림이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을 기다리는 경우를 말하고 적극적 기다림이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하면서 그 결실을 기다리는 경우에 해당한다.

 

 

82. 모두 결합의 신비에서 기원한다. 인간도 자연에서 왔으며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인간도 순수 구리나 순수 철처럼 혼자 독불장군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누구와 결합할 때 강하고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암시는 자연에서 배울만한 지혜일 것이다.

 

83. 예를 들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는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부정한 돈은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현대 사회의 가치관 혼란은 상반되는 가치 모두를 가지려는 인간의 무모함에 그 근원이 있다.

 

84.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겉으로는 복잡다기해 보이지만 그 속을 파고들어가면 이들 모든 현상이 3가지 힘의 지배 속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 필요한 물적 지적 수단매체가 모두 이 3가지의 힘으로 구성된 자연의 법질서 속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자연을 지배하는 3가지 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포함하여 대자연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힘으로 물질 세계를 지배하는 중력, 음양의 세계를 지배하는 전자기력, 원자력의 세계를 지배하는 핵력을 들고 있다.

 

3가지 기본적인 힘에 관한 지식, 즉 정신적 수단매체의 발전과 그것이 물질적 수단매체의 개발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98. 인간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소망을 가진다. 이런 소망의 달성은 그에 필요한 수단매체의 한계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수단매체의 한계에 의해 인간의 소망은 그 달성 수준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그 달성의 수준이 상수가 아니고, 변수가 되는 소망을 ‘목적함수’라고 부른다. 결국 인간의 삶은 목적함수와 제약 조건으로 양분되는 이분법적 세계가 된다.

 

100. 일반적으로 인간의 소망은 ‘좀 더 만족스러운’ 혹은 ‘좀 더 고급스러운’ 등 그 수준의 계량화가 가능하다. 계량화가 가능한 소망을 우리는 ‘목적함수’라고 부른다.

 

104. 최귀동 씨는 1990년 영면하여 충청북도 음성의 꽃동네 입구에 묻혔고, 사회 각계에서 들어온 조의금으로 비석과 동상도 세워졌다. 그는 무극천 다리 밑에서 만날 걸인들의 하소연을 무시해버리지 않고 받아들여서 삶의 목적함수를 정립한 이후 거룩한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함수의 유무 여하가 이처럼 삶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115. 영화 제작진은 ‘이 영화의 목표는 의지와 욕망이 좌절되어 흐느끼는 여성을 묘사하는 데 있다.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영화 제작진은 시대정신에 맞는 목적함수를 정립하고 그 목적함수를 최대한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매체를 찾아내면서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128. 일반적으로 인간은 먼 훗날까지 생각하는 관점에서 최적인 해보다, 현재 당장을 위해서 최적의 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145. 이런 비리들은 이익최대화 목적함수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등 저서를 통해서 인간의 이성을 비판했다. 이성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속성의 하나이지만,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150. 정의 개념은 자비나 자선, 연민, 관용, 동정 같은 개념과는 별개의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불의를 처단하는 칼은 쇠붙이이므로 정의의 개념이 자비와 관계가 없다는 사상은 동서양이 같다.

 

157. 자유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도 자기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타나면 패자가 되어 도태된다. 이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의 하나이다. 실존주의 작가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을 말한다. 이런 비합리성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하이데거는 “세계는 고뇌하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했으며, 키르케고르는 “지성인은 패배 속에서 승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성인의 패배, 지성의 희생은 신이 가장 기뻐하는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했다.

 

162. ‘너 살고, 나 살기’ 모형

 

이는 공자가 제시한 ‘인’의 모형에 가깝다. 오행 중 생명을 가진 것은 목이고, 목은 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은 생명중시 사상이 되므로, 인자는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약육강식을 할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과제는 ‘너 살고, 나 살고’ 모형, 즉 최근에 유행하는 상생의 실천적 방법론을 찾는데 있을 것이다.

 

163. ‘너 살고 나 살기’의 기본은 ‘주고 받음’

 

태초의 인간은 먹이가 되어주는 동식물을 양육하거나 경작하지 않고, ‘너 죽고 나 살기’ 식으로 일방적 수렵과 채취만 일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약 1만년 전부터 인간은 먹이가 되어주는 식물 혹은 동물을 경작 혹은 사육함으로써 그들과 ‘주고 받음’의 관계를 창조한 종으로 발전했다.

 

183. 노자가 남긴 가르침 중에는 “그릇이 가득 차면 더 이상 그릇 노릇을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릇에 아직 더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그 여유를 노자는 ‘허’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더 이상 큰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다 소진되었을 때 즉 ‘허’기 없어졌을 때 승진을 멈추게 된다.

 

이런 사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로렌스 피터 박사가 1968년에 펴낸 <피터 프린시플>이며, “위계 조직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능의 수준까지 승진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3. 북해정 주인이 세 모자의 사정을 딱히 여겨 우동을 3인분 내주었다면, 분명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호의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삶에서 부부 사이, 친구 사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가 어찌 보면 모두 고객 관계이다. 고객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수동적 차원의 감수성이다.

 

213. 인간은 창조하고 발견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모든 창조와 발전에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지적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218. 허구적 상상력은 거짓의 세계에 속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상상력은 진실의 세계에 속한다. 이처럼 인간의 육감이나 경험을 초월하지만 진실의 세계에 속하는 상상력을 ‘초월적 상상력’이라고 정의하자. 인간이 육감이나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세계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육감과 경험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진리의 세계를 탐구하려면 초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222.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창조에 이르는 결정적인 상상력은 어떤 특정의 순간에 나타난다. 이 순간에 관하여 <창조적 행동>의 저자인 심리학자 아서 케스틀러는 ‘이연 연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창조자들은 해결하고 싶은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모든 열정과 정열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열정과 정열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이 여의치 않아 지적 좌절과 정서적 곤란에 빠지면 그들은 방황하고 고민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떤 경험과 자신의 목표 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관계 형성을 커스틀러는 이연 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 연상으로 인하여 그 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의 형태로 창조자의 머릿속에 번쩍이게 된다고 한다.

 

251. 자연과학에서는 실험에 의해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별할 수 있으나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역사의 기록이 있고 역사는 자연과학의 실험실 데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구한 시간의 흐름 위에 형성된 결과는 그것을 그렇게 만든 인과법칙이 있다고 보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통설이다.

 

252. 이때 재상 관중이 앞으로 나서며 “비록 협박에 의한 약속함이라도 그것을 지키면 환공은 제후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신뢰를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됩니다”라고 진언했다. 관중의 조언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환공은 조말과의 억울한 약속을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폐기할 수도 있었던 약속을 깨끗이 지킨 것이다.

 

254. 이진법이 없었으면 오늘의 디지털 문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숫자 체계 단순화의 위력인 것이다.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이 강하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단순화된 방법론은 무엇인가?

 

263.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눈에 보이는 직선 코스보다 목적함수를 빨리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목적함수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최단 경로를 버리고 더 효율적인 길을 가야 한다. 이런 길을 우리는 우회로라고 부르자. 그런데 이런 우회로에서 목적함수를 최단시간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수단매체를 측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을 ‘우회축적’이라고 정의하자.

 

270. 결론을 정의해보자. 동아건설 본사가 파산한 상태에서도 정부가 1,800억 원의 선급금까지 주면서 대형 공사를 의뢰한 이유, 이 어려운 공사를 본사의 지원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현지 팀이 완성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모두 18년 동안 형성된 우회축적에 있었던 것이다.

 

271. 지금까지 12개의 장에 걸쳐 논의한 이론을 정리해 보자.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다는 말은 인간을 격려하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 인간의 능력은 엄연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능력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런 도구를 ‘수단매체’라고 정의했다.

 

수단매체 중에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서는 물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나 지혜 같은 지적 수단매체, 그리고 주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일 같은 사회적 수단매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수단매체가 훌륭해도 그것을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삶의 정도이다.

 

273.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수단매체는 축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물적, 지적, 사회적 수단매체 모두 제1세대의 자기희생을 거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축적된다.

 

자기희생적 과정을 거쳐서 수단매체가 축적되는 과정을 필자는 ‘우회축적’이라는 이론으로 전개했다.

 

필자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아픈 부분을 생존경쟁으로 본다. 생존경쟁 속에서 인간은 아름다움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너 살고 나 살기’ 생존 모형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법론을 탐구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생존부등식’이다.

 

그러나 이제 필자의 나이가 70을 넘기면서 주기적으로 10년마다 출간하던 ‘10년 작’의 약속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약속은 인간을 구속하지만 약속을 할 수 없을 때 삶은 슬퍼진다.  

 

  1.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문학, 물리학, 수학, 전기공학, 경영학을 넘나드는 사유는 이런 것인가. 글쓰기는 또 이런 것인가. 이 책은 독특하다. 간결하고 명확하며 무뚝뚝하다. 이해할 수 있는 놈만 봐라식의 당당한 서술이다. 내용도 길게 이어지며 사유를 확장한다기 보다는 짧게 짧게 화두만 던지고 끊어버리는 식. 그러나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명확한 주제 하에 하나 하나가 맞물려가도록 주의 깊게 던진 질문들일 것이다. 내게는 낯설기도 하고, 자꾸 생각이 끊어져 몰입이 어려웠다. 이런 읽기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 내게는 참 불편했는데 말이다. 좀 멋있어 보이긴 한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내가 이 분의 나이쯤 이르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을 쓴다면 이런 가라가 나올까? 혹은 이렇게 쓰고 싶어질까? 여튼 함부로 도전할 구성과 쓰기는 아니다 싶다.      

목차

서문 삶의 간결화를 위한 노력

1
부수단매체의 세계
/ 1
/인간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난에서 시작된 나라 사랑

라인 강의 기적

수단매체의 정의

아르키메데스의 수단매체-지렛대

인간 능력의 한계

인간 판단력의 허점

수단매체의 발전

물질적 수단매체

정신적 수단매체-지식과 지혜

사회적 수단매체

사회적 수단매체를 완성하는 3가지 요소


/2
/수단매체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
수단매체의 원조, 언어
언어철학의 탄생

수학을 통한 언어 한계의 확장

인간은 모국어를 사용할 때 가장 창의적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

라과디아 판사의 언어 능력

수단매체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 결정

물질적 수단매체에 의한 한계

정신적 수단매체에 의한 한계-지식의 한계

정신적 수단매체에 의한 한계-지혜의 한계

사회적 수단매체에 의한 한계

국력의 한계와 톨스토이의 좌절


/3
/수단매체의 고도화
1의 필요조건-‘별을 동경하는 불나방’의 열정
2의 필요조건-투자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능력

3의 필요조건-자연 탐구

결합의 신비


/4
/수단매체의 원천은 자연이다
도구 개발에서 탄생한 기술과 과학
서로 상반되는 가치를 탐하지 말라

수단매체는 자연에서 온다

중력의 세계

전자기력의 세계

핵력의 세계


2
부목적함수의 세계

/5
/인간의 소망, 목적함수의 세계

목적함수 부재(
不在)로 인한 불행
목적함수는 선택과 포기의 결과

목적함수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

자연도 목적함수를 가진다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6
/코스트 최소화 목적함수
문제-‘아사달 생수 회사’의 코스트 최소화
문제 해결에 필요한 패러다임

패러다임-최소 코스트를 최대한 활용하자

데카르트의 가르침

패러다임 전환

패러다임-기회 손실 코스트 개념의 도입

패러다임-모든 대안에 균등한 기회를 주는 시도


/7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 비판
예제-걸씨 집안의 수입 최대화

자원 배분의 정의

그림자 코스트

그림자 코스트에서 연원하는 부조리

생존경쟁, 어떻게 할 것인가
?
‘너 살고 나 살기’ 모형의 실천적 방법론은 무엇인가
?
‘너 살고 나 살기’의 기본은 ‘주고받음’


/8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의 대안, 생존부등식
‘주고받음’의 관계 창조를 위한 필요조건
생존부등식의 탄생
생존부등식의 우측 부등호만 이해한 포드

인간 이해가 부족했던 엔지니어링의 천재

테니슨 시의 ‘나력’

(V-P)>’는 노자의 허(
) 개념과 일치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와 생존부등식의 차이, 견제와 균형

생존부등식은 인생과 기업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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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단매체와 목적함수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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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매체 _감수성

필요 아픔 정서, 감수성
국가 정치 행정 차원의 감수성

박정희 대통령의 감수성

기업 경영 차원의 감수성

가정 차원의 감수성

인간은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나
?
감수성의 지각

왜 백남준은 죽을 때까지 돈 걱정을 했을까
?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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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매체 _상상력
육면체 수박을 만들어낸, 상상력
신제품 개발의 프로세스

감수성 다음 주자, 상상력

상상력의 유형

상상력은 외부 세계의 대상과 연관되어 있다

상상력, 어디에서 올까?-경험과 데이터의 축적 및 정리

상상력, 어디에서 올까?-열정과 몰두

상상력, 어디에서 올까?-자유로운 조직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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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매체_탐색시행
한국 선대 어머니들의 실험정신
상상력의 오류와 실험의 중요성

상상력이 아닌 근거에 의한 치료

실험의 유형

존재를 증명하는 실험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기 위한 실험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 탐색시행

노력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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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도(
正道)
관자의 지혜
관자의 목적함수와 수단매체-이진법적 세계관

파울 하이제의 ‘매의 이론’

생존을 위한 매의 노력

공중전에서 적기를 요격하는 방법

브라키스토 크로운 문제

수학적 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

왜 사이클로이드 곡선일 때 최단시간이 걸릴까
?
우회축적 전략

우회축적의 절차와 필요조건

우회축적은 ‘축적 후 발산’의 지혜


글을 마치며 약속은 인간을 구속하지만, 약속을 할 수 없을 때 삶은 슬퍼진다
부록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려는 시도이려나. 삶의 정도를 생존부등식,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공식 또는 이론으로 정리하려는 이런 시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해를 돕는 것? 작가가 말한 단순화의 힘? 그는 상황을 정리분석하여 결론 또는 가설을 도출하려는 학자의 자세에 충실하게 아래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 문구를 마지막으로 제시해주었다.

 

273.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삶의 정도이다.

 

삶의 정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축적하여 획득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얼마나 명확한가. 그러나 얼마나 앙상한가. , 의미 없다. 이것은 내가 나뭇잎 다 떨어진 겨울나무 같은 쉰이 더면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인려나? 내가 이 책에서 참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결론에 공감할 수 없는 이 책에서 나는 어떤 점을 활용할 것인가? 간결함의 힘? 나는 아직 그 길까지 가려면 너무 멀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단순화가 힘이라는 점. 단순화, 단순한 것의 힘. 복잡하고 길고 수식이 많은 것은 몸통이 보잘 것 없음에 의한 것이다.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앙상한 가지만 드러나더라도 나력으로 가는 것. 나력. 에 대해 생각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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