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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2일 07시 45분 등록

손병목 독서 노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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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니티(Coreanity) 경영》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의 열한 번째 작품입니다. (비록 사적 연결 고리는 없어도 제 삶의 양식에 크게 영향을 주신 분이라 '님'자를 붙이는 것이 편하지만,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을 위해 존칭은 생략합니다.)

'코리아니티(Coreanity)'는 영어 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저자인 구소장이 만든 신조어로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을 뜻합니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국인 대다수의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일상적 취향'입니다. 일상에서 지키면 편안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게 되는 가치체계와 공유의식 - 이 복잡한 덩어리, 한국인의 문화적 DNA - 이것을 '코리아니티'라 합니다. 번역하자면 '한국성(韓國性)'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리아의 첫 자를 K가 아닌 C를 쓴 것은, 과거의 한국성이 아니라 미래의 한국성을 표시하는 새로운 문화 기호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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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코리아니티 경영
지은이 : 구본형
펴낸곳 : 휴머니스트 (초판 출간일 2005.12.5)/초판 1쇄를 읽음/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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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구소장의 책은 나오자마자 일단 사고 봅니다. 이번 책도 출간되자마자 샀는데, 앞부분만 읽다가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부분만 서너 번 읽게 됐습니다.
처음엔 매우 평이한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입부는 마치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나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는 듯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 특히 미국와 프랑스, 일본과 한국의 비교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다시 읽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구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지...그럴 수도 있지...'에서 '맞아! 바로 이거야!' 이런 느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책은 읽는 순간의 마음가짐이 소화력의 9할은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적합한 사람'의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이 바로 '나'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배가 고파야 밥맛이 좋듯, 현실적인 고민과 일치하는 주제를 만나니 쉽게 빠져들었습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한국은 지금 추종자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모방에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역할모델이 되는 것만이 리더십을 쥐고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길이다. 마치 세계인이면서 누가 봐도 가장 한국인이었던 백남준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열쇠는 바로 '코리아니티'에 있다. 우리의 정신 유산인 '코리아니티'를 십분 활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책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곱씹어보고 싶지만, 남아있는 아침 시간이 그리 길지 않네요.
이런 저런 얘기들 모두 차치하고, 저는 "사람에게 공들여라, 그것이 핵심이다"는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여느 경영서에서 한결같이 하는 말이지만,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이 다름을, 이번에 또 실감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의 것이다. 그 점에서 아이디어는 범세계적이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실천에는 국경이 있다. (......)
전략도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국경이 없으나 실천에는 국경이 있다는 점이다. 전략은 소수 창의적 엘리트들의 작품이지만, 그 실천은 구성원 다수의 문화적 특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잭 웰치는 전략을 단순한 것으로 이해한다. (......)
현실에서 통하는 전략이란 단순 명료한 것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필사적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론은 흥미롭고 차트나 그래프는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략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대해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p.220~p.222)
문제는 실천입니다. '필사적으로 실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사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누구입니까. 바로 사람입니다. 그런데 웬만해서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바로 기업의 명운을 달리 만들 수 있습니다.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얻고 사람을 남기려면, 실제로 사람에게 공을 들여야 합니다. 구소장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비즈니스가 정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경영자는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는 여러분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서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기를 떠나라. 회사는 여러분의 성장과 번영을 원한다. 회사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 이곳에 남아라." 잭 웰치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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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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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제가 글을 시작하면서 굳이 '님'자를 붙이지 아니하고 뗀 이유를 설명하는 것 역시 '코리아니티'와 관련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동질성'을 의미하는 것이 '코리아니티'라고 정의한다면, 언어에서 유독 높임법에 민감한 것 또한 우리의 공통된 성질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의 높임법은 원래 청자를 고려하는 청자 중심주의였지만 요즘은 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높임법을 따르면, 할아버지께 "아버지가 없습니다"라고 해야지 "아버지께서 안 계십니다"라고 하면 안 됩니다. 듣고 있는 사람이 말 속의 주체보다 높기 때문에, 말 속의 주체에 대한 높임이 억제됩니다. 이를 문법에서는 압존법이라 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실생활에서는 어색합니다. 화자인 나에게는 아버지는 반드시 높여야 할 대상이니 "아버지께서 안 계십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니까요.
말 속의 사람이든, 눈 앞에서 듣고 있는 사람이든, 누구든지 나와의 관계 속에서 높고 낮음을 고려 또는 배려하는 것, 이것도 코리아니티의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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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보다는 원전의 어떤 문장을 매우 적절히 인용한 다른 책을 통해 원문의 가치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참고 서적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맹자》의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을 다시 만난 것도 큰 기쁨입니다.
'과'는 구덩이를 뜻합니다. 구덩이가 차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는 말이니, 곧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앞으로 흘러간다.는 뜻입니다. 지름길에 연연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고집을 말하는데, 구소장은 이것이 바로 훌륭한 전문가에 이르는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적합한 직원'이며, 가장 큰 손실은 '부적합한 직원'이다. (p.249)

《Built to Last》인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데, 이 책의 문맥을 통해 더 실감나게 받아들였습니다.

손병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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