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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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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3일 22시 43분 등록
마르코 폴로 (김호동 역), 사계절, 2000, 581p


1. 내 안에 재 창조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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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유럽인들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조차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유럽 이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주 적은 지식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마르코 폴로가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새로운 것들을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서문 중에서>

세상이 그 모습을 완전하게 드러내기 전의 시대. 폭풍우를 무서워 하고 수평선 끝으로 나아가기 주저했던 시대. 비행기가 없었고 인공위성이 없었던 시대. 이 때에 태어 났다면 참 재밌었을 것 같다.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 닿지 않은 곳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된다는 것, 이것만큼 설레는 일이 어디 있는가? 그땐 국경 밖이 모두 블루오션이었고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구나. 간 길을 따라가는 평이함은 있다만 나의 길이라 생각되어짐은 별로 없구나. 내가 첫 번째 발자국을 남길 만한 곳은 정말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아직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곳, 오직 나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권한이 부여된 곳이 있다. 바로 나의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나 역시도 아직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 곳, 나의 내면을 주목하기 바란다.

‘나’란 존재는 여지껏 한번도 생겨난 적이 없었던 유일무이한 존재다. 고로 나를 찾아 가는 여행 역시 세상에서 처음 행해지는 여행이다. 그 여행을 통해 ‘나’를 한번 샅샅이 뒤져 보라. 누구의 뱃속에서 태어났는지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잘했는지 또 무엇을 싫어하고 못했는지 돌이켜 보라. 그리고 나서 내가 남들과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라. 남들보다 무엇을 더 잘했는지 좋아했는지 비교해 보라.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면 가지고 나오라.

‘나’에게로의 여행에서 진기한 ‘보물’을 가지고 나왔다면 성공이다. 설령 아직 그것을 찾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 해도, 그들은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를 전해 듣듯이 혀를 차며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보았다. 그리고 찾아왔다. 설사 남들이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당신 스스로 찾아온 보물들을 믿고 사랑하라. 그리고 그것들이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 이제부터 고민하라. 그 고민의 하나 하나가 당신이 새로 쓰는 지도가 될 것이며, 그 지도가 넓어질수록 당신 만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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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여행기록이다. 17년간의 여행기록을 샅샅이 적어오지 않고서는 이런 자료를 남길 수 없을 것이다. 구술된 책이라고는 하나 마르코 폴로의 기억에서만 이 사료들을 추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한 것이야 어쨌든 간에 이 책은 형식을 떠나, 내용이 담고 있는 막대한 양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록 만으로도 재밌다. 13세기의 세계가 어떠했는가를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 그 자체다. 현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여러 문물들의 뿌리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고 과거를 그리 낯설지 않게 만들어 주는 기능도 해주었다.

기독교와 사라센의 뿌리깊은 불화, 석탄과 석유에 대한 순진한 묘사, 대몽골 울루스의 장대함 (그로 인한 동양의 자부심), 중국대륙의 풍성함, 제사/택일/달력/점성술,/굿판/연날리기 등의 옛 모습. 700여년 뒤에 내가 봐도 이렇게 신기한 내용들이 많은데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아마 이 책을 읽고 짐을 꾸린 이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책을 보며 마르코 폴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같이 찾아보고 싶었으나 이 글 속에는 마르코 폴로가 별로 없었다. 기억력이 좋았거나 기록습관이 좋았다는 것, 사라센인들을 아주 싫어했다는 것만 빼고는 그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사실만을 적기도 차고 넘쳤을 테니 스스로가 들어갈 부분이 없었을 것이다.


2. 나에게 들어온 글들

<14>
오히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유럽인들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조차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유럽 이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주 적은 지식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마르코 폴로가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새로운 것들을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36>
모든 사람이 숭배하고 존경하는 네 명의 예언자가 있다. 기독교도들은 자기네 신이 예수 그리스도라 하고, 사라센은 마호메트라 하고, 유대인은 모세라고 하고, 우상숭배자들은 여러 우상들 가운데 최초의 신인 사가모니 부르칸 이라고 한다.

<101>
옛날에는 남자들이 용감했고 무기를 다루는 데에도 능숙했으나, 지금은 말라빠지고 천박하며 호주가일 뿐 아무런 미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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