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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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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7일 20시 32분 등록

풀뿌리가 희망이다, 도시 속 희망공동체 11곳
KYC<한국청년연합회>, 시민의 신문 엮음





- 시작하는 말


지난 번에 서울에 갔을 때, 여기저기에서 고속철도 여승무원들의 집회가 한창이었다. 그들이 붙여놓은 것으로 보이는 악덕기업주들의 사진이 실린 포스터를 보며, 나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이 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삼선개헌반대 전국학생 대표위원, 특히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김지하 등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영광입니다”라는 소회를 밝힌 운동권의 전설. 수배중이던 그가 고등학생 교련복을 입은 채 검거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우재 한국마사회 회장
크리스탄아카데미 활동, 오랜 농민운동경력, 80년대에 어느 사회교육을 가든지 그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재야의 양심을 대표하던 그들이 이제 악덕기업주라는 이름으로, 지하철 바닥에 붙여진 채 만인의 발에 밟히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인생이 길다고 해야 하나, 나는 격세지감을 느끼며 포스터를 한참 내려다 보았던 것이다.


7,80년대엔 대학가의 분위기가 상당히 참여적이었다. 분위기에 편승했다기 보다는, 나의 기질상 농촌활동에 몰입했던 나로서는 이제 한 세월을 돌고돌아, 다시 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셈이다. 그것은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하는 실존적인 질문이기도 하고, 자의식 강한 시니어 시티즌으로서의 삶을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가족 단위 생활을 뛰어넘는 ‘공동체’에 대해 실낱같은 관심이나마 꾸준히 갖고 있었던 셈이다. 검색해 놓은 ‘공동체’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의 대부분이 교회공동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의 의도에 적합한 책을 겨우 한 권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 주민들끼리 연대하여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 11가지를 만날 수 있었다.



- 책을 읽고나서


11가지 공동체 사례를 크게 나누어 보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교육분야-공동육아, 방과 후 학교, 도서관
둘째 생협분야-먹거리, 녹색가게
셋째 전문분야-의료생협, 차병원, 지역통화운동


첫째, 둘째 분야는 우리 생활의 근간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생활협동조합 분야에서도 그 중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그럼에도 뭐 하나 자동적으로 풀려나간다기 보다, 하나하나 토의와 협동을 거쳐 몸을 써야만 되는 분야일 것이다. 생활이 달라지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듯, 일상생활에서 변화와 혁명을 시도하는 종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는 이 중에서 생활협동의 경계를 넓히며, 주부에 한정되지 않고 ‘아빠’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전문분야의 확충이 반가웠다. 성미산 차병원은 생협방식의 카센터이다. 자기 차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경정비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며, 자동차를 매개로 한 건강한 지역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는 시도가 참 신선했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법이나, 예방의학, 자연스럽게 생로병사를 맞이하는 지혜를 배우기 어렵다. 전국민의 의료보험 시대인데도 여전히 문턱이 높게 여겨지는 병원을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의 ‘주치의’를 둔 듯 뿌듯한 심정이 들 것 같다. 현재 의료생협이 만들어진 곳은 94년 안성을 시작으로 안산, 인천, 서울, 원주, 전북, 청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역공동체 활동의 중심에 ‘지역통화’가 있다.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의 약자로 LETS라 불리우는데, 지역 공동체 내에서만 유통되는 유,무형의 지불수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초등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받은 LETS를 가지고, 자기가 제공받고 싶은 분야 - 가령 재즈댄스를 배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역통화운동은 우리네 시장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으로 보인다. 살아가면서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품앗이로 해결할 수 있다면, 돈을 벌기 위해 하기싫은 일을 한다거나, 긴 세월을 허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축적이나 과시 심지어 승계가 아닌 사용가치라는 ‘화폐’의 본래의미로 돌아가는 일. ‘관계’라는 삶의 기본 목표로 돌아가게 하는 일.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제공할 것’과 ‘제공받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늦기 전에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의미가 좋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관념이나 선언,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있다. LETS는 그 성격상 더욱 그러하다. 보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연구되고 시도되며,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위하여, LETS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 글을 맺으며

다분히 관념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나는, 기질은 분명한데 생활 속에서 얽히는 것을 잘 못한다. 정기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면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이 측면도 소중한 나의 일면이다. 나의 기질에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으면서 기꺼이 행복한 일을 찾아 전력투구해 볼 참이다. 원없이 읽고 쓰고 모색해 볼 참인데, 의외로 책과 인터넷말고는 검색 통로가 없다. 내게 도움이 될만한 책, 사이트, 실험 등에 대해 부담없이 귀뜸해 주면 고마운 마음으로 참고하고자 한다. 

IP *.81.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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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8.27 22:27:38 *.145.125.146
한선생님 글에 변화가 생긴것 같군요!
담긴 뜻은 변함이 없으나 많이 간결해지셨네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시도되는 사회,
대 환영입니다. 저도 여기에 일조하게 될수 있길 바랍니다.

질문! 도움될만한 것을 소개해달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것에 도움이 되는걸 말씀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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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6.08.28 07:43:51 *.252.184.251
수유+너머 가 준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않은 채로 올 여름 저는
부산 근교에서 또 하나의 수유너머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양산 천성산 자락에서 방과후 학교를 꾸려 가고 있는 교사들입니다. 이박삼일동안 아이들과 함께 캠프에서 지냈습니다.

늘 "공동체" 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 ,저역시 다분히 개인적이고 관념적인데다
몸을 부대껴 노는 일에 영 자신이 없어
생활속에 서 얽히는 걸 잘 못하고....

저도 지금 열심히 찾고 있는 중입니다
요즈음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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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8.29 08:54:40 *.81.17.179
귀자씨, 나는 내 글에 '나'가 너무 드러나서 민망해하고 있었답니다.

나경씨, 하던 일도 비슷하고 관심분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본격적인 글로 만나고 싶군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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