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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31일 23시 35분 등록

 

1부 저자에 대하여

충무공 이순신 (1545~1598):

본관은 덕수이고, 자는 여해. 시호는 충무이다.

 

한국인치고 이 순신 장군의 생애에 대해 모르는 이 있을까 싶다.

사실 그이 생애나 업적은 한반도를 넘어 해외에 있는 한인 교포 3 & 4세대나 외국인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할 만큼 이 땅의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만큼 오늘 이 지면에 공이 생애를 적기보다는 이번 주에 읽은 <난중일기>에 더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난중일기>는 그야말로 전쟁 중의 일기이다. 사실 일기에도 나오듯이 아침 먹고 누군가를 처형하기도 하고 점심 먹고 전쟁을 치르고 비가 오는 밤이면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로 흩어지는 날들 속에서 장군께서 남기신 일기이다.

 

이 사료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역사적 가치를 가져다 주는지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논할 필요 없이 수 많은 역사학자들이 설파하는 만큼, 내가 느끼고 공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투기>를 남겼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남겼다. 하지만 동서고금 전쟁 터에서 일상의 소소한 일까지 기록한 <난중일기>를 남긴 장군은 내 짧은 지식으로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철저한 전투일지는 아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감정이나 날씨, 가족 걱정 등 공의 사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 있다.

 

<난중일기>를 공께서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매일매일 자기와의 싸움의 흔적이라 생각된다.

 

삼도수군 최고 책임자로서, 수하에 유능한 장수를 거느리긴 했겠지만 그래도 모든 최종 결정은 공께서 하셔야 했다. 하지만 인간이었다. 노모가 걱정되고 아들이 죽었을 때는 비통함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며칠이 멀다 하고 육신이 아픈 하나의 인간이셨다.

 

그러나 그런 그 한 분에게 조선의 역사가 걸려 있었다. 붓을 쥐고 일기를 기록해나가는 공의 심정은 붓이 칼과 다를 바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 여겨지지 않는 우리의 위대한 성웅 이 순신.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난중일기>. 이제 그 세계에 한 걸음 더 걸어 들어가고자 한다.


3
부 내가 저자라면


3-1.
전체 뼈대 (주제 및 구성)

주제

저자가 그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갖고 저술한 책이 아닌 만큼 주제를 논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이 책의 주제가 어떻고 하는 식은 전적으로 후대 사람들의 제각각 관점에서 풀이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으로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주제는 일단 생략하도록 한다.

 

구성

구성 역시 통사체의 기록인 만큼 연대별 기록 외에는 그 어떤 구분도 어렵다.

 

다만 역사적 전환점을 굳이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임진년부터 병신년에 이르는 (1592~ 1596) 기간이 바로 투옥되기 전이고, 정유년과 무술년 (1597~1598) 두 해가 옥문을 나선 이후부터 전사 이틀 전까지의 기록이다.

 

가만히 귀 기울여 공의 말씀을 듣노라면, 옥에서 나온 이후 말씀은 조금 빨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국문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당하셨음에도 육신의 아픔이나 정신적 고뇌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고 상황에 대한 말씀이 더 많으시다. 그만큼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더 어려워졌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무튼, 전사 이틀 전까지도 자신을 다잡으며 기록을 남긴 공의 정신 앞에 옷깃을 여미고 예를 올리며 조금 더 나아보고자 한다.

 

3-2 감동적 장/절들

충무공 이순신의 삶 그 자체가 우리에겐 감동이요 먹먹함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공의 업적만 알고 느꼈던 마음이라면 이번에 <난중일기>를 직접 읽으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부분이 내 안을 휘어 감았다.

 

그 분도 결국 한 인간이셨다

아마 <난중일기>를 읽는 모든 이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육신의 아픔, 가족에 대한 걱정, 정황에 대한 걱정 등으로 말미암아 홀로 있는 시간에는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그가 아니었으면 조선 그리고 한민족의 역사가 16세기에 바뀌었을거라 하는 그 위대한 장군이 비가 내리면 더욱 못견뎌하고 달빛이 드리우면 고독감을 감추지 못한다.

 

놀라웠다. 그리고 아팠다.

 

그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어떻게 그렇게도 큰 흔적을 남기실 수 있었던 건지 만 분의 일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저 먼 남해 바다에 홀로 앉아 온 나라의 운명을 거머 쥔 체로 꽃비가 내렸다고 하고, 달빛에 젓대를 듣던 이 순신. 우리 역사에 그리고 세계 해전 역사에서도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인 그 분은 그러나 우리네와 똑 같은 인간적 고뇌도 함께 짊어진 진정한 우리의 영웅이셨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영웅으로 만든 것일까?

지난 달 까지 우리는 수많은 역사 속의 영웅들을 만나 왔다. 그러면서 그들의 영웅적 면도 보아 왔고, 한편으로는 우리들과 똑 같은 인간적인 면도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역사에 길이 남아 후대의 삶에 반짝이는 별과 같은 영웅들은 과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평범한 이들 Vs 영웅 그리고 영웅 Vs 단순 승리자,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평범한 이들 Vs 영웅

지난 주까지 내가 내린 천재 혹은 영웅이 일반인들과 다른 점은 1)투철한 신념 2) 자기 분야에 몰입하는 능력 혹은 창의력 및 3) 꾸준한 혹은 성실한 노력이었다.

 

이번 주 <난중일기>를 통해서 본 이순신 장군의 삶에서 내가 발췌한 것은 다름아닌 불굴의 의지력이다.

 

단 몇 달간의 투옥 후 자신이 몇 년 만에 걸쳐 이루어놓은 조선 수군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현실을 맞딱뜨렸을 때, 당신이라면 그리고 나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께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백의종군을 하면서 이미 민심을 수습하고 전략을 세우며 남해까지 내려가신 장군.

그 분의 능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지만, 그 분의 의지력은 만 분의 아니 백 만분이 일이라도 닮고 싶다

 

승자와 진정한 영웅의 차이

번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누구나 한 순간 승자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그를 오래도록 영웅으로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과연 이순신 장군이 한민족 역사를 통틀어 가장 추앙 받는 영웅이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세계 4대 해전에 손꼽히는 한산도대첩과 장군의 말처럼 하늘이 도운 거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명량해전 때문일까?

 

물론 그와 같은 공의 업적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 반열에 오르지 못하셨을테지만, 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순수한 도덕성이라고 손꼽는데 그다지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공이 <난중일기>에서 제 아무리 인간적인 고뇌를 품고 있음을 보여주고 계시지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웅으로 추앙 받는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말처럼 마음만 먹었다면그야말로 역적을 도모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군사력과 민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투옥과 고문이라는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 넘기셨다. 국문 전에도 참 많이 육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는데, 그와 같은 고통을 어떻게 감내했는지

 

그래도 때론 하늘에 매달리시며

명량해전 전날 신인이 꿈에 나타나 이렇게 싸우고, 이렇게는 싸우지 말라고 일러 주셨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막내 아들 면의 사망소식을 받던 날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기록해 놓고 있다.

 

꿈과 점괘 부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든 장군께서 직접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그건 이미 나의 관점이 스며든 이해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역시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었다는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면, 장군도 그만큼 하늘에 의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건 대개의 장군 괘나 꿈이 맞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심이 없다 보니까 통찰력도 발달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웃음 지었다. 

 

영웅이고 싶었던 슬픈 인간, 원 균

<난중일기>에 보면 원균이 참 자주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원균의 생애 말고 그냥 단순히 <난중일기>에만 기대어 그를 이해하자면 자신의 부족함을 술로 달래는 불쌍한 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어쩌면 현실에는 성웅 이순신보다 원균이 훨씬 더 많을 수도 있겠다. 남기신 업적만 비교하면 정말 그러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도덕성과 의지력 그리고 노력만이라도 닮도록 애써보면 어떨까?

 

공 스스로도 말씀하셨듯이 운명이란 그리고 업적이란 하늘의 뜻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내가 이러이러한 성공의 길을 가겠다고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과물은 인간의 손을 떠난 일이다.

 

그걸 미쳐 깨닫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는 참 많은 날들 나 역시 마음 졸이며 치열한 경쟁에 내 자신을 몰아 넣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젠 내 눈길을 잡아 끄는 꽃 한 송이, 낯선 이들에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조금쯤은 알 것 같기에 적어도 원균처럼 내 운명에 허락되지 않은 것을 탐하며 나 자신과 주변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일만큼은 삼가하고자 한다.

 

충무공의 의지력을 백 만분의 일도 따를 수 없다면, 적어도 원균 같은 인간이라도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 현실에선 그 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도 삶이고, 삶이 전쟁이었다.

<난중일기>를 결론지어보면 결국 전쟁이 삶이요, 삶이 전쟁인 16세기 우리네 조상들의 모습이 올곳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침 먹고 누군가를 처형하고 오후에는 메주 쑤고.

 

그 시간, 그 곳에도 멈추지 않는 생명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비가 오면 창 틈으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행여 그 비에 배 한 척이라도 어찌될까 노심초사하고.

 

이 순신이라는 거대한 그러나 지극히 인간적인 한 영웅과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 그것이 때론 아프게, 때론 착잡하게 그러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 장을 덮은 <난중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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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06.04 11:55:06 *.248.91.49
항해를 거꾸로 내려왓더니..
이제 수희향과 만나네.

그봐, 댓글다 다는데 한시간 너머 걸리잖아
그러니 어찌던둥 수희향이 우리기수의 영웅이야.

신념투철하지, 전문성있지 , 매우성실하지....영웅의 삼대원소...수희향이 정의한...
난 언제나 닮아가 보려나...

댓글 떼먹는다고, 나 미워하지마라,
댓글과 비댓글이 다 자연의 한조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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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4 15:27:42 *.204.150.181
마자용. 댓글 다는데 시간이 쪼가 걸리기는 해용~ ^^:::
샘 애쓰셨어요~ ㅎㅎㅎ

저야 댓글놀이 약속했으니까 그러치만
샘은 맛있는 커피도 타주시고 하니까 넘 무리하진 마시고용~

하모요, 하모요.
댓글을 다시던 안다시던
샘의 마음 늘 그곳에 있음을 느끼는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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