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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8일 20시 32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마르틴 그레이

1922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태인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커다란 공장의 동업자였으며 폴란드 전역과 해외에 스타킹과 장갑을 팔았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하였던 그는 1939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후 독일이 폴란드

를 침공하면서 역경과 고난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나이 14살 평안했던 가정이 깨지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그는 유대인 말살정책 홀로코스트를 겪으면서 일가친척 110명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그는 빵 한가족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으며, 폴란드인들의 독기 어린 눈총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고, 유대인들끼리 밀고하는 처절한 삶을 경험하게 된다.

그와 함께 유대인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유대인은 유대인을 고발했고, 유대인 스스로 유대인이 아닌 것이 되어야 하는 무서운 현실속에서 그는 아버지의 당부대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는 전차를 타고 유대인 거주지-게토를 벗어나 목숨을 걸고 식량을 구해오기도 하였고,

그의 물건을 약탈한 약탈자들과 협약을 맺어 그들로 부터 안정을 보장받기도 하였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성격을 바꾸고 언어까지 바꾸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던 그도 트레블린카를 피할 순 없었다.

그는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트레블린카로 끌려가게 된다.

거기서 모든 유태인은 개만도, 흙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하였다.

여기에서 모든 유태인들은 쓰레기였다. 단지 소각되기 전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운명들이었다. 그 안에서도 그는 살아야 한다는 강한 일념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바르샤바로 돌아와 게토 봉기에 참여하여 독일에 대항하여 투쟁하고, 복수를 위해 러시아-폴란드 지하 저항단체에 합류해서 파르티잔으로 싸운다.

전세가 역전되어 점점 약해지는 독일을 향해 움직이는 붉은 군대와 함께 그는 경찰이 되어 베를린으로 진격한다. 그는 후에 나치 당원들을 축출하는 일을 맡기도 하였고, 통역 역할을 맡기도 하였으나 그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못하였다.

그는 가족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1947년에 그는 미국에 계신 외할머님을 찾아 미국으로 망명, 맨손으로 골동품 도매 무역회사를 세워 성공을 이룬다. 그는 부자였고 미국 시민이었으며 수입업자인데다 제조업자이기도 하였다. 건물은 여러 채였고, 주식과 채권도 있었으나 그는 혼자였다.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그는 외로움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에겐 가족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는 디나라는 여인과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가족이 생겼고, 아이들이 생겼으며 아름다운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만의 요새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1970년 전 그의 가족의 죽음을 맞게 된다.

산불로 인해 그의 가족과 집이 모두 불타버린 것이다.

그의 세계는 다시 한 번 산산조각이 난다. 그러나 그는 자살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인권·환경·문화 관련 운동과 저술 작업에 전념한다.

 

마르틴 그레이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공로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유러피언 메리트(유러피언 메리트 재단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파리의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영향력 있고 고무적인 저술 활동과 디나 그레이 재단의 사업성과를 인정한다.”는 표시로 명예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 다그 함마르셸드(2대 유엔사무총장을 역임, 사후 노벨평화상 수상)상을 수상했다.

 

 

내가 저자라면

 

세상의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살아있는 것 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마르틴 그레이의 삶을 접하게 되면 그의 삶은 죽음의 연속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에게 생존의 의지를 키워주기도 하였다.

정말 처절하다. 이 책속에서 삶은 지옥이며,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온 생존자와의 체험일지이다. 글을 읽다 보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그가 가장 빠르게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길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살아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낸 영웅담으로는 이 책을 말해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겐 너무나도 많은 죽음의 고비가 있었으며, 그 죽음의 고비 끝에 희망이 있었고, 그 희망의 끝에 행복이 있었기에 그는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는 10대에 접한 전쟁의 참혹함과 비열함들을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비열함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닐 수 있음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우리의 이웃이 변할 수 있고 나의 가족이 변할 수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빵 한조각의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빵 한조각을 얻기 위해 우리는 이웃을 고발할 수도 있으며 누명을 씌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자서전 속에서 그는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대의적 명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치열하게 살아남아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의욕과 후대에 이런 처참한 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그를 살아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그는 유태인의 영웅이 되었을지언정 우리 모두의 영웅은 아닐 것이다.

그는 폴란드인에게 때론 독인군인들에게 받았던 무자비함을 전쟁의 승자로서 복수하려 했으나 복수마저도 광기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를 전쟁에서 위기때마다 도움을 준 선량한 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지옥 같은 곳에서도 꽃은 항상 존재하나 보다.

 

그는 그가 받은 아픔을 되 갚지 않았다. 그도 똑같이 광기의 역사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복수에 대한 갈망이 아닌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여기서 이 책은 값어치가 더해진다.

그가 잡은 총이 꽃으로 변한다. 그는 스스로 자유를 선택했고, 행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래서 그는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위대하다고 한다.

 

그는 4번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머님과 동생들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할머니의 죽음

가족의 죽음

 

이 죽음은 그의 죽음과 같다. 모두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가면서 마지막 희망이었던 가족의 죽음은 그가 삶의 끈을 놓기에 충분했지만, 그는 다시 살아있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을 향한다.

자신의 삶이 죽음으로 덫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지금 살아있는 우리들이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끝은 더욱 희망적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처절한 전쟁터의 삶과 지금의 우리들의 삶을 비교하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지금의 우리들 개개인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느껴지게 한다.

또한 10대부터 겪게 되는 전쟁의 참혹함을 그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비춰주어, 긴박한 마음으로 전쟁터의 상황에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또한 4개의 개인적인 죽음을 겪게 되면서 거치는 마르틴의 심리변화를 통해 악조건에서의

인간들의 내면적 상황들을 드려다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지금의 나를 비판해 볼 수 있어

서 좋았다.

 

후에 자식이 이 책을 읽고 독일놈들은 아직도 이렇게 나쁜짓을 해!라고 말한다면 이 책을

더 잘 읽어봐~! 그 안에서 좋은 독일인도 있었쟎니!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우리도 전쟁터에서 그렇게 될 수도 있음을 얘기할 수 있어서, 그래서 인간들을 참혹

하게 만드는 전쟁은 더더욱 피해야 함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역사적인 맥락을 벗어나서, 어려운 역경을 희망과 용기로 이겨낸 마르틴의 살

아 있는 경험처럼 우리모두 열심히 살자!라고 희망차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나는 전쟁에서 태어났다. 1939 9(하인리히 히믈러가 폴란드를 침공했다)은 내가 진정 하나의 인간으로 태어난 때이다.[21]

 

그 이전까지 살았던 14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다.[21]

 

아버지는 커다란 공장의 동업자였으며 폴란드 전역과 해외에 스타킹과 장갑을 팔았다.

미국에도 친척이 있었다. 외할머니 한분이 미국에 살고 있다고 했다.[22]

 

나는 빵과 수프를 받은 후 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갔다. 어디서나 사람들은 서로를 고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기들과 같ㅌ츤 사람들을 유대인이라고 부르면서 줄 밖으로 쫓아내고 있는 남녀의 얼굴들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려고 애썼다.[32]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34]

 

아버진 꼭 나치 같아 보여요, 나는 소리내 웃었다.

나를 따라 해라. 그들을 속여. 그리고 살아남아라.”[35]

 

11월 말에는 유대인들은 적어도 2,3센티미터 크기로 푸른색 다윗의 별이 그려진 완장을 오른팔 아래쪽에 차도록 돼 있었다. 그 완장은 이 자는 당신이 약탈하고 때리고 죽여도 되는 사람이다라는 걸 의미했다.[36]

 

인생이란 장애물 경기다. 처음 장애물을 뛰어넘었더라도 그 너머에는 더 높은 장애물이 또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더 가깝고, 더 어려운 장애물이 또 다가온다. 숨을 돌릴 짬도 없다.[50]

 

주변의 폴란드인들이 체포되고 그들을 실은 트럭이 달려가자 그 벌거벗은 유대인이 천천히 옷을 입는 것이 보였다. 그는 미끼 역할일 뿐이었다. 그 날 나치들은 폴란드인들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59]

 

폴란드인이건 유대인이건 우리 모두는 운명과 기회의 지배를 받는 피조물일 뿐이다.[67]

 

브로니아 가에서는 눈이 초롱초롱한 한 유대인 아이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독일인에요, 나는 독일인이라고요!”[67]

 

나는 전차를 타는 도박을 했고 독일군과 풀란드 경찰에게 도박을 했으며 내 인생까지 걸고 도박을 했는데도 모두 이겼다. 이 돈은 내가 받은 상품이었다. 나는 소리내 웃었다.[77]

 

나는 도박을 했고 한 번뿐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77]

 

난 누가 내 목을 조르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에요, 아버지, 난 빵을가져올 거에요. 우리는 그냥 앉아서 굶어죽진 않을 거예요.”[79]

 

내가 가족들을, 아버지를, 내 동족을, 게토 전체를 모두 구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79]

 

하루에 몇번이고 내 생명을 걸고 도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 기분이었고 자유로웠다. 매번 나들이를 할 때마다 일하는 방법이 더욱 완벽해졌고 새로운 계획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면 두뇌가 더 빨리 작동하는 법이다. 이제는 연줄도 생겼고 거래처도 생겼으며, 바르샤바의 아리안 구역에서 정식으로 물건을 공급해주는 사람과 단골도 생겼다. 위조문서들도 만들었다. 위조한 통행증 덕분에 무사했떤 적도 벌써 서너 번이다 됐다.[80]

 

내가 점점 이기적으로 변했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멈추지도 않고 길을 계속 갔다는 말은 사실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나는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피려고 멈춰 서지 말아야 했다.[83]

 

내게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늙었건 젊었건, 어떤 옷을 입었건 상관없이 그들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나는 알았다.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그 점을 지적하면 그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행동을 했다. 오로지 그들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그들보다 먼저, 그들을 위해 결심만 하면 되었다.[85]

 

나는 그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게 나의 힘이었다.[100]

 

이 사람들이 나에게 충성하기 하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했고 그들이 나를 존경 해야 했다.[102]

 

브리깃키는 모토코프의 두번째 제자였다. 그는 허약하고 자그마한 남자로 손이 길고 손가락이 뽀족했다. 거인 미에테크와 톱날 필라 옆에 있으면 그는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그는 르보프 감옥을 탈옥한 사람이었다. 며칠 뒤 나는 그의 능력과 연줄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다. 그의 도움으로 나는 거액을 들여서 모든 종류의 서류와 완장을 다 갖게 됐다. 미국 여권, 라틴 아메리카 여권도 갖게 됐고 내가 폴란드계 아리아임을 증명하는 서류도 갖게 됐다. 브리깃키는 구외 거주 독일인 완자오가 내가 클라우스 슈미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가져다 주는 큰 성과도 올렸다. 나는 이제 자유자재로 다른 사람으로 가장하는 요술쟁이가 되었다.[106]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성격을 바꾸고 언어까지 바꾸었지만, 국외 거주 독일인이나 불량배 노릇을 할 때면 스스로를 관찰하며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적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 적들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거울 앞에서 연기하는 나를 보듯 두 개, 심지어 세 개의 인격을 가지는 법을 익혔다. 나는 혼자서 말하고 들었다.[107]

 

핀케르트 장의사 쪽 사람들과 결탁해서 관에다 식품을 넣었다. 시신들을 실은 마차에 밀가루 포대를 싣고 밀수한 것이다. 독일인들은 티푸스를 겁내서 검문을 설렁설렁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신들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묘지 주위에 벽돌로 담을 쌓아 버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방법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쓰레기 수거하러 게토 정문을 가끔씩 통과하는 마차들을 이용했다.[131]

 

나는 무덤 모코포트와 거인 미에트크가 트럭을 습격하기 바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외로움이 실은 가장 마음 아팠다. 살육자들은 내 양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담뱃불로 엄지손가락 두 개의 뿌리쪽을 지지고는 치료한답시고 그 상처에 따가운 산성 물질을 발랐다. 그러고는 정육점의 진열장에 있는 동물처럼 나를 거꾸로 매달았다. 그들은 백정들 이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고문을 계속 받다가는 내 뜻과는 달리 자백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심을 해야 했다. 자살을 할까 신중히 생각해봤지만 나는 겨우 열일곱 살이었고 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상대로 다른 도박을 해서 약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또 운을 믿고 덤벼든 것이었다.[138]

 

당신이 나를 죽이면 아무것도 얻는게 없어요.” 나는 침을 뱉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연발 권총을 든 채 일어섰다. 그는 머뭇거렸다.내가 그렇게도 자주 시험했던 내 행운이 올지 말지 모르는 상황이었다.[139]

 

너는 그리 건강이 나쁘지 않아. 하지만 무덤과 거인은 네가 티푸스에 걸리는 게 제일 낫겠다고 생각하더군. 나도 그들과 의견이 같아.” 행복함,햇칩,생명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가 내 손을 꽉 쥐어주더니 윙크를 했다. 그러고는 내게 주사를 놓아주었다. 두 시간 후 나는 열이 나고 헛소리를 했다. 나는 파비아크 감옥에서 쫓겨났다.[140]

 

내가 벽 쪽으로 비스듬히 조심스럽게 다가갈 때 유리로 된 부채꼴 채광창이 보였다. 지층으로 나 있는 지하실의 창문이었다. 나는 그쪽으로 조금씩 다가갔다.’마르틴, 첫 번째 기회를 잡아야 해. 항상 첫 기회를 잡아야 한다. 두 번째 기회란 건 결코 없어.’아버지의 말이 기억났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유리창으로 몸을 날려 깜깜한 지하실에 있는 나무 상자 속으로 떨어졌다. 곧 총소리가 나고 익숙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142]

 

살육자들이 말했다. 게코의 유대인 일부는 야만적인 짐승들처럼 변했고 일부는 미쳐버렸으며 대다수는 순한 양들처럼 살육자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149]

 

경찰들은 할방된 수를 채울 머리들이 필요했다. 수를 채우지 못하면 살육자들이 바로 자기들 경찰을 그날 저녁 가축운반용 화물차에 태워 보낼지도 몰랐다. 모두가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데 혈만이 됐다. 내 목숨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때였다.[149]

 

이웃이나 아는 사람들의 밀고를 받고 은신처를 찾아내 사람들을 끌어냈다.[149]

 

나는 거리에서 잡혔다. 다른 수천 명과 같은 운명이었다. 우리는 이주의 광장을 향해 줄을 서서 병원 안으로 몰아넣어졌다. 짐승 우리와도 같은 그곳에서 우리는 차에 실리기를 기다렸다. 사람이 어떤 존재로든 변할 수 있다는 것 배운 게 그때였다.[150]

 

나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강간당하고 살해된 여자의 시체를 밀어젖혀야 할 때도 있었따. 아기가 방안에 혼자 남겨져 울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탓이다.[151]

 

7월말 그들은 담에다 공고문을 붙였다. 자발적으로 이주의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빵3킬로그램과 잼1킬로그램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동부에 가도 가족들을 분산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정말로 굶주렸기에 빵과 잼을 목숨보다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주의 광장으로 몰려갔다.[152]

 

나는 그들을 보았다. 하임,얀클, 그리고 트리스크 였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자멘호파 가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들 역시이주의 광장으로 가고 있는 거였다. 나는 그들 옆에서 마차를 자고 매달렸다.

트리스크, 얀클, 너희들 미쳤냐?”

그들이 웃어댔다.

어쨌든 우리는 안전할 거야. 음식도 있꼬 일도 있다니까.”

너는 뭘 기다리는 거니, 미에테크? 얀클래가 물었다. “동부로 가는건 선착순이야.”

미에테크, 마음먹기 달렸어. 이리 와. 네 자리를 만들어 줄께.”

원숭이 하임이 늘 그렇듯 얼굴을 찡그리더니 열심히 팔을 흔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리라고, 생각을 하라고, 기다리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내 말을 반박하는 내용뿐이었다.[153]

 

나는 자신이 있었다. 매번 탈출할 때마다 나는 힘을 얻었고 내가 살아남을 것이며,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운명을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158]

 

이미 나는 거리 구석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나는 전차 속도가 어떻든 뛰어올라 탈 수 있었고 폴란드 경찰의 겉모습만 보고도 협력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지붕 위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을 익히고 있었다. 발에 닿는 감각으로 양철지붕, 나무, 기와의 강도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민첩하게 지붕을 뛰어넘어 굴뚝 뒤에 숨거나 경사지붕 위에 눕거나 두발 로 버티면서 아래쪽에서 우크라이나인과 나치 친듸대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164]

 

그 기차는 울부짖고 있었다.

거의 150명 정도가 빽빽이 타고 있는 가축용 화물칸에 갇힌 우리는 그 끝없는 폴란드의 여름 더위 속에서 옴짝도 못하며 공포에 질린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내 곁에 있던 남자는 기도를 하고 있었고, 내 어깨 너머에 있는 누군가는 그 남자에게 욕을 하며 때리려 했다.

가끔씩 기도와 욕설이 끊길 때면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머니와 리브카의 어깨를 꽉 잡고 있었고 동생들은 나에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내 부드러움과 내 모든 힘을 그들도 느낄 수 있도록 내 팔을 통해 전해주려 애썼다. 그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목이 말랐다. 남자들은 쇠창살이 쳐진 채광장으로 가까이 가려고 서로 다퉜다. 한 모금의 신선한 공기를 위해서는 살인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180]

 

트레블란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 다른 언어들이 필요하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사라진 수천명의 삶을 추모해야 하며, 그 삶과 함께 사라진 기쯤과 인생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기려야 한다. 나는 어떻게든 어머니의 표정과 나를 붙잡고 있던 동생들의 손가락, 기차에서 내리면서 구타당하는 와중에 여자와 아이들의 긴 행렬에 섞여 멀리 떠나가던 리브카의 머릿결을 되살려내야 한다. 그 행렬 속에 내 어머니와 동생들과 리브카가 있었다. 잘 가라 내 식구들.[180]

 

나는 식구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며, 더 이상 내가 식구들을 죽음에서 벗어나게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목이 메어왔다. 죽음이 그들을 데려갈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도 이곳에 왔는지도 몰랐다.[181]

 

나는 생명을 스스로 끊지 말고, 비겁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말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184]

 

우리는 연병장에 줄을 서 있었고 랄카라는 이름의 꼭두각시인 나치 취위대원이 우리에게 열변을 토했다. 우리는 하찮은 존재였다. 개만도 못했고 그들이 우리를 묻는 땅의 흙보다도 값어치가 없었다. 우리는 해충이었고 그는 왕들의 종족이었다.[185]

 

입술이나 턱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격리병동에서 죽음을 당하거나, 목 뒤에 총알이 박히거나 총 개머판 아니면 채찍을 맞고 죽었다.[186]

 

일을 느리게 하면 죽음, 너무 가벼운 짐을 옮겨도 죽음, 음식을 조금 씹어도 죽음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공포에 질려있기를 원했다. 우리는 그들의 힘이 불가사의한 신들에게서 오는 듯 우리를 압도하는 걸 느꼈다. 그들은 우리의 운명이었다. 나는 막사에서 녹초가 되고 숨이 차는데다 아무런 생각도 못할 지경이어서 탈풀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데만 정신을 빼앗겼던 탓이다.[186]

 

그는 나를 밀쳤다.나는 제자리로 가서 드러누운 채 또다시 상자가 뒤집히고 몸이 흔들리는 소리, 숨이 끊기는 끔직한 소리를 들었다. 침묵이 찾아왔다. 자살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반항이었다. 미에테크,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187]

 

트레블란카에서 살면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트레블린카는 다른 종류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시계는 없었지만 화물기차가 도착하는 것, 집합하는 일, 아래쪽 수용소에서 엔진이 진동한는데 따라 시간이 표시됐다.[188]

 

나는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려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나느 ㄴ그 절망적인 흐름에 맞서 싸웠다. 내가 의지할 건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188]

 

살아서, 탈출하고 사실을 밝히고 복수라히라. 그 되툴이되는 말들은 돌무더기처럼 쌓여 공포와 절망, 포기에 맞서는 장벽이 돼 주었다.[188]

 

그들이 공포와 폭력으로 만든 덫과 피로 때문에 빨리 판단하지 못했다. 나느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를 놓쳐버렸다. ‘아버지 같으면 그 기회를 잡으셨겠죠. 나는 아버지보다 못해요. 아버지라면 그 기뢰를 잡았겠지요.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절망에 빠져 아버지가 탈출했으며 계속 싸우고 있고, 트레블란카에서 떠나는 기차에 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꾸러미를 싣는 일이 내 유일한 관심사가 됐다. 화물칸의 구석에 꾸러미들을 쌓는 방법과 숨어 있을 곳을 가리도록 벽 같은 방어물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다. 되도록 문에서 머릴 떨어진 곳에 숨을 곳을 마련해야 했다.[191]

 

그는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였다. 그래서 나는 그가 내 올굴을 후려쳐 클렙수드라가 되지 않도록, “너 무덤으로 내려가!”라는 명령을 듣지 않도록 미리미리 제일 무거운 시체를 들 것에 올려 날랐다. 때로는 두 구씩 실어 날랐다. 이반은 총을 쏘기 전에 자기 눈 밖에 난 사람을 구덩이 안, 우리가 방금 던져 넣은 온기가 남아있는 시체들 위에 누우라고 명령하곤 했다. 우리는 달려야 했다. 계속 뛰어다녀야 했다. 우리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허기에 시달렸다. 나는 작업을 빨리하는 치과의사를 골랐다. 치과의사란 금니 등을 집게로 빼내는 사람을 말했는데 나는 시체의 입속을 1분안에 검사하고 처리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 시체들은 30분 전만 해도 온갖 추억을 머릿속에 담은 채 살아 있던 사람, 부유한 생애의 추억이 가득 채워져 있떤 살아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 시체의 입속을 손가락이 헤집고 집게로 금니를 뽑아냈다.’치과의사가 그 일을 하는 동안 시체를 붙잡고 있는 일은 피곤에 절어 있는 상태에서는 끔찍한 시련이었기에 솜씨가 빠른 의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지친 사람은 죽기 마련이었기에.[197]

 

저녁이면 너무 피곤해서 막사 가운데나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을 힘도 없는 수감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죽기로 자원한 거나 마찬가지 였다.[199]

 

나는 계속 달리고 던져 넣고, 동료를 부축하기까지 하면서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나를 감시했다. 내가 긴장을 늦추면 끝장이었다. 의심하는 잔인한 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는 제일 무거운 시체들을 골라 들것에 실었다.’이건 곡식자루야, 마르킨 , 힘내, 마르킨. 계속 움직여.살아남아,’ 허리에 영차 힘을 주며 나는 들것을 들어올리고 치과의사에게 달려갔다. 달린다는 건 산다는 의미였다.[200]

 

구덩이 안에서 일하던 수감자들 중에서는 미쳐버리는 사람들도 더러있었다.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게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내 생명이 끝나가고 있었다. 살육자들은 이미 나를 눈여겨 보고 있다. 나는 수감자치고는 너무 오래 살아남아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 때문에 죽게 될 터였다. 나는 막사에 앉아 있었다. 그저 살아남으려고 싸워왔지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기본적인 여건으로 보면 나는 지게 돼 있었다. 옷 꾸러미를 실은 기차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놓쳐버린 첫 번째 기회가 아쉬웠다. 이제 나는 거의 막판에 몰려 있었다. 아마 며칠 더 견딜지도 몰랐고 아니면 몇시간 정도만 남은지도 몰랐다. 내가 했던 모든 일들, 내 모든 힘, 분노, 복수심들은 내가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모두 허사가 될 터였다. 살육자들이 승리할 것이다. 파비아크나 게토에서그들을 이겼던 과거는 헛된 일이 되고 말것이다. 무의미함…, 수십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무의미하게 죽었다.[205]

 

나는 트럭 아래로 뛰어들었다. 차 밑의 굴대들과 울퉁불퉁한 표면을 찾아보고는 허리띠를 굴대 위 틈으로 넣어 걸고 몸 아래로 내려온 어리띠로 몸을 굴대에 묶어 고청시켰다. 그런 다음 쇳덩어리를 손으로 붙잡고 얼굴을 그 금속에 딱 붙인 후 내 모든 의미, 내 모든 생애를 걸고 거기서 매달렸다. 그 트럭은 나의 피부였으며 방패였고 어머니였다. 나는 거기 두 바퀴 사이, 죽음만이 나를 떼어낼 수 있는 자궁과도 같은 그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나느 내 몸이 두려웠다. 근육이 경련했고 허리띠가 목과 다리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굶주렸는데로 내 몸이 이렇게 무겁다니! 고통스러운 기다림이었다. 이윽고 웃음소리와 쇠외 나무로 된 바닥을 부츠가 밟는 소리가 들렸다.[208]

 

나는 사람을 믿는 일이 서툴렀다. 나는 창고를 살펴보고 숲 쪽을 향한 벽의 널빤지 몇 개에서 못을 빼낸 다음 다시 끼워 넣었다. 도망갈 일이 생길 때 널빤지를 몇 개에서 못을 빼낸 다음 다시 끼워 넣었다. 도망갈 일이 생길 때 널빤지를 밀기만 하면 출구가 되게 한 셈이다. 흐미엘니츠키는 점쟎아 보였지만 사람을 얼구롬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 동이 트자 나는 안개 냄새를 맡으며 탈곡장에서 바삐 움직이는 흐미엘니트키르 꼼꼼히 살펴보았다.[225]

 

그는 누가 자기 말을 들어주는 걸 좋아했기에 나는 그의 앞에서 기름 등잔의 노란 불빛을 받으며 평소보다 오래 앉아 있고 했다.[226]

 

유대인 돼지다! 블로흐에게 아무 말하지 마!

그의 부츠가 땅을 디디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배설물이 내 등에 떨어졌다. 그런 후 다른 군인이 뒤따라 판자에 올랐다.통이 더 떨어졌다.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미에테크,그들은 질거야. 나는 어떤 역경이든 살아남을 거다. 그리고 아무도 내가 탈출한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될 거다. 그들이 내가 탈출했다는 사실을 블로흐 사령관 앞에서 인정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네가 이겼다.[258]

 

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들도 만났지만 자기들이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게 빵을 주고 잠을 재워주고 눈비를 피하게 해준 사람들도 만났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희망을 계속 간직할 수 있었다.[261]

 

바르샤바 심장에 불을 댕겨서 그들 살육자들에게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유대인들이 학살당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게토로 돌아올 수밖에 없엇다. 사우고 또 사워야 했다. 나는 이 방법만이 우리가 생존할 유일한 길이고, 모래속에 묻힌 채 잊힌 우리 민족을 구할 길이라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굳게 확신했다. 그들을 다시 살려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272]

 

마르틴, 너는 투쟁해야 한다.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지.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죽을 거야. 너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라, 마르킨, 우리 모두를 위해 살아남아.[282]

 

게토 소개 작전에도 불구하고, 트레블린카에 대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이주의광장이 존재하는 데로 불구하고,1월 투쟁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도 살육자들에게 복종함으로써 전쟁이 끝날 때까지 견뎌낼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독일군에게서 번호를 받은 사람들 있었다.[282]

 

나는 내 동료들 모두에게, 내가 사는 한, 내가 생각할 힘이 남아 있는 한, 매일 아침마다, 그들의 생명을 다시 불러내겠다고 맹세했다.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나의 일부가 돼서 내 삶을 공유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폐허 속에서 나는 그렇게 맹세했다.[301]

 

미에테크, 잊어 버리지마. 여기 있다는 게 우리가 승리했다는 표시야. 아직도 우리가 여기서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 말이야.” 나는 보드카를 들이키며 어두운 기분을 떨어버렸다. 볼레크의 말이 옳았다. 산에 다시 나무가 울창하게 만들려면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충분했다.[329]

 

나는 고문받고 목을 매달렸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공포를 배워갔따. 나는 그들의 죄를 찾아내려 했지만 복수라는 행위 역시 하나의 광기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347]

 

내가 생각해본 적도 없건만 어디서 그런 말이 줄줄 나오는지, 마치 게토 시절부터 줄곧 숙고해 왔던 것처럼 멋진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16세 이상의 모든 독일민족은 외출 시 스바스티카가 표시된 완장을 오른 팔에 찰 것을 명한다. 이 완장 착용은 의무적이다.”[350]

 

내 목표는 일반인들과 싸우는게 아니라 살육자들과 싸우는 거였다. 전차 안에서 나를 깜싸주었던 나이든 독일 군인이 생각나고, 내 목숨을 구해준 후 나를 잠브로프로 데리고 갔던 통역 장교가 기억났다. 그 통역 장교는 내 손을 잡고는 도망가라고 낮게 말했었다. 나는 사람들 전체를 쫓는 게 아니라 살육자들만 쫓는거라고 다짐했다.[352]

 

패배를 모르는 거만한 살육자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보였다. 너무 늙거나 너무 젊었으며 벌써부터 희생자처럼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다. 그럼 승리를 거둘 때만 살육자가 된다는 말인가? 패배자가 되면 그렇게도 빨리 결백해진단 것인가? 나는 싸움이 계속됐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너무 간단했다. 이제 진실은 흐릿해졌다. 생명이 사라진 이 도시는 죽었다. 여자들은 말 한 마리의 주검을 둘러싸고 고기를 서로 뜯어내려고 다투고 있었다. 할머니들, 아이들, 불구가 된 사람들이 물을 얻으려고 펌프 주위에서 북적거렸다. 남자들이 몸을 굽히고 폐허에서 나뭇조각을 줍고 있었다. 소련 군인들은 사람들을 납포하게 떠밀고 자번거를 탄 사람을 장제로 내리게 하고는 자건저를 징발했다. 정찰병들은 행인들을 넘춰 세우고는 거리 청소를 시켰다. 그러한 장면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것 게토에서 본 것들과 똑 같았다. 이번에는 승자로서 그 광경을 본다는 게 달랐을 뿐이었다.[363]

 

나는 비에 젖은채 풀에 누워 있었다. 비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나는 내 길을 찾았다. 게토에서 나는 나만의 체계를 세워서 일했다. 트레블린카에서도 나는 아래쪽 수용소를 빠져나오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었다. 그리고 나는 내 가족, 내 아내, 아이들을 위한 요새를 지을 터였다. 뉴욕에는 내 숲을 이루어줄 나무 한 그루인 친척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나만의 요새를 건설하리라. 내 가족, 내 민족의 원수를 갚아준다는 건 또 다른 가족을 만들고 신선한 씨앗을 땅에 뿔니 후 키워가느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377]

 

나는 내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며 때를 기다렸다. 내가 장교들의 아내들을 위해 모피 코트나 조달하려고 게토와 드레블린카, 바르샤바 봉기 속에서 살아남았던가? ,미에테크, 그 위험 속에서 밀수해 온 곡식 자루를 던져댔던 내가? 내가 이렇게 보잘거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던가? 이건 미친 짓이었다. 겨우 이 꼴이 되려고 전쟁을 치뤘던가?[379]

 

나는 길게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들과 하늘을 가리며 우뚝 서 있는 건물벽들, 번쩍거리는 빛을 둘러보며 나를 향해 몰려오는 이 새로운 새상의 법칙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밀려드는 사람들, 거리들, 소음, 현란한 색깔들, 모든 것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듯했다. 여기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이해해야 했다. 이곳에도 남들이 이끄는 때로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자기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구자들도 있을 터였다. 게토에서처럼, 파비아크 감옥이나 트레블린카에서처럼 운명에 굴복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운명을 앞지르고 지배한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397]

 

내가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외삼촌에게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케오에서처럼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래서 주머니에 달러를 넣을 수 있는 수단을 얻을 때까지 미국을 알기 위해 이일, 저 일을 잠깐 씩 해보려는 이유를 말할 수 가 없었다. 돈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자유를 준다는 걸 나는 이미 게토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요새를 건설할 작정이었지 구매 대리인의 무뚝뚝한 지시를 들어며 일하려는 건 아니었다.[401]

 

나는 탐험되고 정복당하기를 원하는 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가 미에테크였다. 이곳에 내가 살아 있는 표시를 남길 것이다.[401]

 

지하철 승객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태도나 눈에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보았다. 그들은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남들이 자기들을 이끌도록 내버려두었으며 시간표와 장소에 얽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었다.[402]

 

나는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구속만을 받으며 자유로운 상태로만 살아갈 것이다.

절대로 굴복하지 마, 미에테크 [403]

 

나는 지지 않기 위해,기계에 묶이지 않기 위해 싸워야 했다.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그 음울한 작업장과 먼지 나는 창고에서 벗어나려면 싸워서 이겨야 했다. 운전사가 모자를 벗고 하는 인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 생명을 만들고 가족을 보호할 능력을 가지려면 빨리 갈 길을 정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405]

 

이제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배우는 시기는 끝나고 행동을 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405]

 

나는 수천 개도 넘는 계단을 오르며 수백 번 벨을 눌러댔다. 이틀 만에 사들였던 물건들을 전부 다 팔았다. 나는 온 몸이 먼지와 땀 투성이가 되고 손은 더러워진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408]

 

내 마음은 게토에서 지내던 때, 일에 몰두하고 물건을 파는 데 희열을 느끼던 때로 돌아가 있었다. 그 기쁨은 또한 내가 시작한 것을 내가 끝내고, 끝까지 해내는 데서 오는 거이기도 했다. 나는 벌써 수백만 달러를 모았다.[410]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412]

 

몇 달러를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어야 할 요새가 있었고, 그것도 빨리 지어야 했다. 내가 몇 년이고 평화로운 생활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서두르며 살아야 하는 팔자였다.[417]

 

나도 인생을 쉽게 받아들이고 무더운 여름날, 손님들이 카드놀이를 할 때 숲 속을 거닐고도 싶었다. 또는 내게 미소를 지어주던 검은 머리 여학생인 마거릿과 산책을 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시간이 없었다. 나는 뉴욕으로 돌아가 남은 손수건,스카프,불라우스를 차에 싣고 와서 프리미어 호텔 로비에서 팔았다. 그러다가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다시 웨이터 일을 했다. 저녁에는 손님들의 옷가방을 들어주려고 다가서는 벨보이 노릇을 했다. 그러다가 도박 허가증을 사서 카드를 대여해주고 주전부리와 소소하고 잡다한 물건들을 팔았다.[417]

 

이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주위에 늘어나서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윙크를 할 정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고 물건을 건네줄 때는 마치 공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우정이 싹트기도 했다.[418]

 

인생은 달리기 경주다. 미에테크, 너는 달려야 해. 나는 더 열심히 일했다. 카드 게임, 판매일, 쇼등 가릴 것 없이 뭐든 열심히 하면서 돈을 갈퀴로 긁어 모았다. 지쳐서 오로지 잠만 자고 싶었다. 몸이 녹초가 돼 잠에 빠지면 악몽도 찾아오지 않았다.[420]

 

그는 내게 이미 준비된 요새와 아내를 제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돌 하나 하나를 쌓으며 직접 요새를 건설해야 했고 내 편이 돼 줄 여자를 찾아야 했다. 오직 내 손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손을 가진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만났던 조피아나 리브카 같은 여자 말이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423]

 

첫 기회를 잡으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는 꼭 잡아야 하는 법이다. 아이디어는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424]

 

나는 도자기에 관한 책을 깡그리 외웠다. 그리고는 가지고 있던 돈을 세고 또 세어보았다. 몇 천 달러는 됐다. 내가 물건 판매를 계속 하면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니까 호텔주인 베르크 씨가 자기 호텔 경영에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나는 멋진 패를 들고 일을 벌려 보려는 참이었다.[424]

 

나는 마치 한 가지 밖에 모르는 듯 모든 일을 이렇게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모험을 감수하며 겪어냈다.[431]

 

프랑크부르트를 돌아다녀 봤지만 가게들마다 물건들이 빈약했다. 상품들은 모두 베를린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이틀 후 나는 비행기를 타고 템벨호프로 갔다. 물건을 구하려면 언제나 원산지로 가야 하는 법이다.[437]

 

나는 가격을 흥정해 보면서 골동품상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437]

 

너는 나치를 찾아다니든 잉크스텐드를 찾아다니든 언제나 똑같구나, 미에테크, 널 변화시킬 것은 아무것도 없어. 너는 뭐든 죽도록 열심히 하는구나.”[438]

 

사람들은 언제나 망설였다. 바르샤바의 게토나 잠브로프, 그리고 뉴욕에서까지, 나는 언제나 그들이 행동하도록 다그치는 사람이었다.[440]

 

빠른 속도가 힘이었고 시간은 곧 돈이었다.[442]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바르샤바에서도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매달려야 했을 때, 승강구에 있는 폴란드 경찰이 어떻게 행동할 지 몰랐을 때, 게토의 담을 한 번도 넘어보지 못했을 때, 그런 때가 가장 어려웠다.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느 모든 게 쉬어졌다.[447]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보면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잉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성취되는 건 아무거도 없다. 장벽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505]

 

나는 그들의 생명을 잃은 일이 경고가 되고 예방 수단이 되기를 원했다. 이것이 내가 벌이는 투쟁이다.[506]

 

나는 살아가고 일을 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507]

 

그 어떤 힘도, 어떤 정권도 인간의 행복에 대한 추구를 파괴해서는 안된다. 나는 파괴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반항한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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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6.28 23:08:36 *.168.110.219
내가 저자라면을 휴머니티하게 쓴내용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가 잡은 총이 꽃으로 변한다.
혁산님이 잡은 총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도구로 변한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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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11:38:46 *.12.130.121
그러치? 모든 독일인이 악인이 아니었다라는 사실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사람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도 있고 선인이 될 수도 있다라고 확대해석도 가능할 것 같아.

그대. 더 이상은 늦지 않겠다고 선언후에는 정말 늦지 않아.
늦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도 우리 중 누구보다 앞에서 힘을 내고 있어.
난 그대가 그럴거라 믿었어. 그런 멋진 부분이 있는 동료인 줄 알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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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6.30 14:58:22 *.216.130.188
오호라 누나 이러면서 좀더 열심히 하라고 자극하는것 같은데
난 누나의 이런 교묘한^^ 부추김에 놀래요.
아무튼 감사해요. 그래도 힘이 생기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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