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 조회 수 285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1부 저자에 대하여
1 나치 수용소 생존자로서의 마르틴
그 때 그의 나이 겨우 열 일곱 살 이었다. 내 나이 열 일곱 살이 떠올랐다. 나라면 과연 그처럼 그 지옥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고 가정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음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마르틴이라는 한 소년이 “운이 좋아서” 나치 수용서에서 살아 남았는데 “운이 나빠” 미국에서 모든 것을 잃은 이야기 정도 인 줄 알았다. 착각도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
어린 마르틴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밀수꾼이 된다. 잡히면 뇌물을 쓰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출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며 또 다시 목숨을 걸고… 왜? 생존하기 위해 목숨 걸고 일 한다는 거 어딘지 모순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나 자체가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아직도 생명의 경건함을 뼈 속 깊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 반대 입장이 되어: 러시아 군인이 된 마르틴
나라면 어땠을까? 폴란드 경찰이 되었을 때, 독일을 물리친 러시아 군대의 군인이 되었을 때 응당 복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진정 그러했을 것 같다. 나치 수용서에서 살아남은 것도 평범한 사람으로선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생존자들 중 대개 사람들은 이쯤에서 안주했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 삶은 결코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 정도를 위해 그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낸 것이 결코 아니었다.
3 또 하나의 반전: 자본주의 국가의 일원이 된 마르틴
승자의 위치에서 마음껏 복수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그 때, 그는 미련 없이 그 위치를 던져버린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복수는 살아남아서, 죽은 이들의 몫까지 생명을 연장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또 한번 장애물을 뛰어 넘어 러시아 군인의 위치에서 맨 손으로 미국에 입성한다. 모든 것을 무에서 다시 시작했다…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결국 그는 해냈다. 빈 손으로 시작해 호텔 총지배인의 위치에까지 오르고 경영진에 참여하라는 제안까지 받는다. 역시 대개 사람들은 이쯤에서 또 한번 안정된 삶과 타협할 것이다. 호텔 경영진이다. 그리 부족할 것 없는 삶이다. 하지만 그는 또 한번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다. 그는 진정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고 싶었다.
4 그리고 도약: 자유와 독립을 거머쥔 마르틴
꿈벗에서 사부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천직의 3가지 조건으로 “죽을 때까지 현업이어야 하고, 독립적이어야 하고 그리고 가격 결정권을 내가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마 그 때였던 것 같다. 사부님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내 안에 심어진 것이.
책으로 만난 사부님께서는 경영학과 인문학을 접목하신 분으로 당신 스스로 변화를 일구고 그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으로 다가왔다. 반면 처음 사부님을 뵈었을 때, 위의 얘기를 들으며 ‘이 분은 정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절묘한 조화를 찾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다가왔다.
마르틴 역시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가 호텔 총지배인이라는, 호텔 경영진이라는 안정된 삶을 아무 고민 없이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어 살고자 함이었다.
5 또 다른 극을 향해: 행복을 거머쥔 마르틴
하지만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아직 얻지 못했다. 그가 그토록 처절히 나치 수용서에서 살아남았던 이유. 러시아 군인이라는 위치를 단숨에 버린 이유. 호텔 경영자의 위치를 버리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이유. 바로 자신의 요새를 짓는 것이었는데, 그 곳에 함께 하며 삶과 생명을 나눌 이를 만나지 못한 체 공허하고 외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절망의 끝에서 디나를 만나고, 그의 삶은 또 한번 철저히 변화한다. 마침내 그도 전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게 되었다.
나는 이 부분에 이르러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악에 대해, 운명의 가혹함에 대해 진정한 그의 승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6 다시 나락으로: 또다시 가족을 잃은 마르틴
하지만 운명은 그를 그쯤에서 내버려 두지 않았다. 또 한 번 그의 불굴의 의지와 생명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니, 다시 한 번 그의 전 가족을 잃게 된다. 그만 책을 덮고 싶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한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도 모질 수가 있을까? 도대체 그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는 정말 불사조라도 되는 걸까?
7 거듭 태어나다: 작가와 인권 운동가가 된 마르틴
그라고 해서 자살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삶의 의욕을 다 잃어버리고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섰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죽은 이들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을 헛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그는 다시 한 번 일어섰고, 그가 옳았음을 나를 포함한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3부 내가 저자라면
전쟁 상황에서 마르틴의 생존 전략
1. 철저한 현실 상황 파악과 대처 능력 개발: 전쟁 중에도 그의 상황은 밀수꾼에서, 지붕 위의 투쟁으로, 수용소에서의 탈출자로, 다시 지하 세계의 투쟁 등으로 끊임없이 변한다. 그 때마다 그는 마치 ‘변신의 귀재’인 양 자신의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적응해 나간다. 일단 내가 처한 현실과 나의 현 수준을 파악하자.
2. 자신만의 무기 개발: 이제 현실 파악이 끝났으면 나만의 전략을 전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에게 있어 최대 무기는 황금이었다. 전쟁 중에서 그의 목숨을 살려 줄 수 있는 건 다름아닌 황금이었다. 인간에게 있어 돈이란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할 수 밖에 본성을 지녔음이라. 돈을 추종하느라 노예가 되지도 말자. 그러나 돈이 없어 노예가 되어서도 안되겠다.
3. 미래 준비 능력: 하루하루, 아니 일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다음”을 준비한다. 절대 어느 한 순간도 수동적으로 운명에 이끌리거나 운명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늘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끊임없이 다음 순간을 준비하는 자의 미래는 다를 수 밖에 없음이다.
4.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불굴의 의지와 노력: 할 말이 없는 부분이다. 전쟁 속에서는 오직 한 번의 기회가 있을 뿐이고,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는 기회와 운조차도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믿는 만큼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간다. 아마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진정한 영웅이라 말하고 싶다.
5. 그를 생존케 했던 가치관, 생명 존중: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만약 그가 눈에는 눈 식의 복수심만 꾹꾹 눌러 담았다면 어쩐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다행히 그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우주가 자신에게 드리운 삶의 목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니 살아 남아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음이다.
미국에서 마르틴의 성공 전략
1 시장 파악: 전쟁 중과 마찬가지로 마르틴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도 시장파악부터 나선다. 자신의 무대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 가장 첫 걸음이 될 것이다.
2 차별화 전략 개발: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보따리 장수’가 그의 첫 걸음이었다. 그 때를 시작으로 호텔에서 첫 판매를 이루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어서도 그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모색한다. 경쟁자와 같아서는 결코 앞서갈 수 없음이다.
3 전문성 개발: 그는 어떻게 1주일 만에 수석 웨이터가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가장 뛰어난 웨이터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던지 그 분야에서 반드시 최고가 되고야 마는 그의 전문성은 그를 정상에 올려 놓은 또 하나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4 다양한 수익 모델 개발: 그런가 하면 동시에 그는 다양한 수익 모델 개발에도 소홀함이 없다. 스카프를 파는가 하면 만년필을 팔고, 제품을 수입하는가 하면 생산하기도 한다. 시장이란 것은 늘 나의 컨트롤을 벗어나 수많은 외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곳이다. 늘 깨어서 준비하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소리 없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5 미래 준비: 그래서인지, 언제나 도약의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변화해야 할 시점도 놓치지 않는다. 아마 그가 호텔 지배인으로 안주했다면 안정된 생활은 할 수 있을지언정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KPM 도자기만 믿고 늑장을 부렸다면 고객을 다 놓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업가로서도 늘 깨어 있는 그였다.
6 꾸준한 노력: 사실 노력이란 단어도 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삶이 곧 투쟁이고 하루하루가 전쟁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이었다. 그러나 그런 만큼 허무함이나 외로움 등과 같은 인간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생각할 때 사업적으로는 견고한 성공을 이루었다.
구성
그의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미국에서의 삶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원서를 찾아보았는데, 목차로 보아 원서 역시 동일한 것 같았다 (간혹 한국 독자 혹은 시장 상황에 맞춰 원서가 너무 길다고 판단되면 재편집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 책 같은 경우, 그가 처한 상황을 재구성하면 “마르틴에게서 배우는 자기계발 전략”이 거뜬히 나올 정도이기에 (위의 두 가지 생존 전략과 성공 전략에도 충분히 공통점이 있다), 차라리 상하 혹은 1, 2권으로 기획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생각거리: 시간 & 자살
생존이라는 거대함 속에 묻혀 있는 두 가지 생각거리가 다름아닌 시간과 자살이라는 이슈였다.
마르틴은 절대 주어진 혹은 정해진 시간에 결코 얽매이지 않는다. 그에게 2007년, 2008년 혹은 1월, 2월 이런 식의 관습적 시간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 몇 분도 영원처럼 소중히 여기는가 하면, 도약을 위해서는 한없이 몸을 낮추고 기다리기도 한다. 사람들의 커다란 제약 조건의 하나인 시간을 넘나드는 한 사람의 삶을 엿보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얼마나 시간에 메여서 살고 있을까? 연구원 레이스 때 언급했던 시간이란 수갑에서 과연 나는 풀려났을까? 요즘을 묘사해보라 한다면 나는 “변경영 시간”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겠다. 예전과는 달리 내게 한 주일은 화요일부터 일요일의 순환기이다. 북리뷰를 올린 월요일은 절대 책을 잡지 않는다. 결국 금요일과 토요일 혹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밤을 세우는 한이 있어도 하루쯤은 내 안의 긴장이 풀려나갈 시간을 내게 허용한다. 서서히 내 인생에서 내가 시간을 재구성하기 시작했음이다..
한편 자살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어느 새 우리 사회도 선진국형 사망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참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왜 그럴까?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다경쟁에서 오는 무기력감 혹은 성공하지 못한 패자의 선택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면 거기에는 어떤 원인이 자리잡고 있는 걸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에 몰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때 인간은 누구라도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 때 삶에 대한 동기나 생명력이 넘치게 되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마르틴의 경우 이보다 더 원대한 목표가 있었지만, 그 당시조차도 자살하는 이들은 운명을 개척할 의지가 부족한, 즉 수동적으로 삶을 대하는 자들이었음은 확실하다.
그의 작가론
누구나 다 알다시피 그는 전문 작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가론은 사실 모든 전문 작가들조차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는 책이 몇 부 팔렸는지가 성공의 척도가 아니고 그의 메시지를 전해 받고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삶이 달라졌는지에 책의 성공이 달려있다고 한다. 특히나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 말이 아닌, 언어가 단순히 언어가 아닌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진정한 목소리를 낼 때, 그 때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작가조차 뛰어넘는다고 한다. 깊이 귀 기울여 마음에 새길 부분이었다.
그래서 난 그에게서 무엇을 배웠나? 무엇을 느꼈나?
1 살고 싶다. 간절히: 이제 난 한 순간도 더욱 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온 마음을 다해, 온 의지를 다해,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사실 유대민족만이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역시 불과 수십 년 전에 식민지의 고난을 겪은 민족이고 동족끼리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마르틴이 죽은 이들에 대한 책임으로 강한 생명력을 마음에 새겼다면 비록 내 자신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한민족으로서 나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음이다. 온 마음을 다해 순간들을 이어나가고 싶다.
2 그럼 나 또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지금까진 운명이 날 짓누르게 방관했었다. 기회를 만들기는커녕, 눈 앞에 다가온 기회도 스쳐지나가게 방관했었다. 지금부턴 결코 그런 삶을 이어가지 않은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우주와 합일을 이룰 수 있는 나의 소명을 찾아 매 순간 전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3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내 안에 불성 혹은 신성이 있는가 하면 나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인이 될 요인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이다. 그래서 더욱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삶을 살펴보아야 한다. 마르틴이 훗날 러시아 군인이 되었을 때 그는 독일장교를 즉결 처분에서 구해준다. 그 옛날 자신이 독일 장교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삶은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이어가고 있다. 나에게로 시작되는 고리는 결코 악순환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 내가 품고 싶은 내 삶의 목표이다.
4 동료들과의 관계부터 시작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준 만큼 받고 싶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동료들에게 받은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내게 주는 따듯한 배려는 바위에 새기고, 내가 전해주는 작은 사랑은 물결에 흘려 보내자는 다짐이다. 늘 미소짓는 따듯한 사랑을 품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와 같은 울림을 내년부터 선후배까지 조금씩 퍼져나가기 소망한다.
5 나만의 세계 구축: 참 즐거운 일이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난 가장 기초가 되는 주춧돌을 쌓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내 땀방울이, 내 열정이 베어 있는 돌 하나하나를 쌓을 때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러한 책을 읽으며 배움을 얻고 있는 요즘의 날들이 진정 감사하고 기쁜 날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