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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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3] 미래의 물결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출생.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Polytechnique), 파리고등정치학교(Science Po), 국립행정학교(ENA)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1981~1989)을 거쳐, 유럽발전은행(BERD)을 설립하여 총재직(1990~1993)을 맡았으며, 1998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소액대출 전문가를 양성하고 소상공인들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기관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40여 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합리적인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전기』 『미테랑 평전』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자크 아탈리는 인문학, 경제학, 정치학, 문학, 철학, 공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과 깊고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해 왔다. 특히 그는 국제 사회를 전망하는 담론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이전부터 세계의 지정학적 중심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으며, 기상 이변, 금융 거품 현상,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노마디즘의 부상, 휴대폰과 인터넷을 비롯한 유목민적 상품object namade의 만능 시대 등을 예고했다.
전 방위적인 지적 데이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의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는 자크 아탈리의 이름에는 항상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리고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크 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1980년부터 국제 사회의 권력 이동 경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등 국제 정세에 대한 미래 전망뿐만 아니라, 기후의 이상변동과 금융 거품 현상, 휴대폰과 인터넷 만능 시대 등 사회 전 방위에 걸쳐 미래 사회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해 왔다. 그는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시절 언론으로부터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갖춘, 세계 상위 0.0001%에 드는 초특급 지식인이다.
자크 아탈리는 지금까지 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미래학 분야에 걸쳐 40여 권의 책을 펴냈다. 그가 펴낸 최초의 미래서라고 할 수 있는 《21세기의 승자》(1995, 다섯수레)에서부터 자크 아탈리는 유목민 상품의 급부상과 지식 사회의 도래, 국제 사회의 패권 이동에 관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후로 그가 펴낸 미래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서로는 《21세기 사전》《인간적인 길》《합리적인 미치광이》《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자크 아탈리는 자신의 모든 지식과 정보, 고뇌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한 권의 책, 《미래의 물결(원제 Une breve histoire de l’avenir)》을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미래의 물결》은 자크 아탈리가 지금까지 천착해 온 세계와 역사의 방향성에 대한 사고에 마침표를 찍은 엄청난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아탈리의 머릿속에 허구로 존재하던 미래를 향한 개념들은 이 책을 통해 명확한 형상을 갖추게 되었으며, 비로소 보다 구체적인 현실성을 획득했다.
"지금이라도 우리들을 이와 같은 참담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은행가들에게 보너스를 지불하기 위해서 또 다시 우리의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무계획적이고 소모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의 위험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이번 위기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기회임을 깨달아야 할 때다."
2. 가슴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문필가들은 훌륭한 글을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
서문_미래는 예측 가능하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시장의 힘이 전 지구를 휘어잡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개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돈이 최근 역사에 가장 커다란 굴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돈이 역사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거부하며 지배한다. 이 같은 흐름이 종착역에 이르게 될 때, 돈은 국가를 포함하여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와해시킬 것이며 심지어 미국까지도 조금씩 파괴할 것이다. p7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구적이며, 상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 낼 ‘하이퍼 제국’을 형성할 것이다. p7
인류가 이전 시대의 소외현상들로부터 채 벗어나기도 전에 미래 앞에서 주저앉거나 세계화의 흐름을 폭력으로 끊어 버린다면, 우리는 퇴행적 야만과 파괴적 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그때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기들이 동원된 가운데 국가나 종교단체, 테러집단, 해적들이 서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 ‘하이퍼 분쟁’이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이 하이퍼 분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p7
마지막으로, 세계화가 완전히 거부당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절제되고, 시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며,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하나의 제국에 의해 통치되는 일이 멈춘다면, 그때는 자유와 책임, 존엄성, 극기, 타인 존중 등의 새로운 무한성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이고자 하는 국면이다. p8
필연적으로 이 세 가지 미래의 흐름은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도 이 세 물결은 서로 엮여 있다. 하지만 나는 2060년경 인류의 우월한 조직 양식이자 역사의 궁극적 원동력인 하이퍼 민주주의가 결국 승리하리라고 믿는다. 자유가 승리하리라는 뜻이다. p8
16세기말, 분리 가능한 금속활자가 출현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당시 권력을 쥐고 있었던 두 집단인 교회와 제국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 18세기 말, 대다수이 분석가들은 증기기관의 발명이 농업경제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 19세기 말에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에도 대부분의 식자들은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밤거리를 밝힐 수 있겠다는 오직 한 가지 용도만을 생각해냈을 뿐이었다. 20세기 초, 잠수함이나 비행기, 영화, 라디오, TV 등이 출현하리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심지어 쥘 베른조차도) 이러한 발명품들이 당시 대영제국이 좌지우지하던 세계의 지정학적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p11
미래에 관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에 이미 진행 중인 경향들을 극단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현대와는 다른 수치를 제시하거나 분기점, 전환점,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예측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p11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에 놓는 흐름을 만들어 냈다. 인류는 기술의 진보를 이루고 억압적인 풍습, 정치체제, 예술, 이념들로부터 해방된 덕분에 노고를 덜 수 있게 되자 점차적으로 모든 형태의 예속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p13
이와 아울러 시장민주주의가 점유하는 지리적인 영역 또한 점진적으로 넓어져 갔다. 그에 따라 이 같은 민주주의 세력의 중심은 점차 서쪽으로 옮겨 갔다. 12세기에는 중동 지역에서 지중해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이어서 북해와 대서양 지역으로 옮겨 가다가 오늘날에는 태평양 지역에 이르렀다. 브루게, 베네치아,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이렇게 아홉 개의 ‘거점’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p14
이 책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미래상을 보여 주는 데 있지 않다. 나는 미래가,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멋진 잠재적 가능성들이 충분히 발현되어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해서 이 책을 쓴다. p19
미래에 관한 모든 예언이란 것이 무엇보다도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듯이 이 책 또한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 p20
1. 아주 긴 이야기
노마디즘, 식인 풍습, 성생활
이들은 자기들이 지닌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습성이었다. p31
70만 년 전 무렵, 중국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번개의 이치를 깨달아 불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야채를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뇌의 영양 섭취를 돕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은 세계에 존재하는 힘의 일부를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p31
식인 풍습은 야만적 폭력 행위라기보다 죽은 자들의 힘을 산 자들이 전수받기 위한 일종의 제례의식이었다고 보인다. 오늘날에도 인간의 소비행태 속에는 식인 풍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p31
호모 사피엔스는 출산이 성행위의 결과이며, 남녀 두 존재가 각각 맡은 역할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로써 성에 따른 지위가 한층 뚜렷하게 구별되기 시작했다. .. 성생활과 번식은 구별되기 시작했다. p32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자연이나 사물 모두가 살아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며, 죽은 자는 매장했다. 식인 풍습은 이때까지도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은 25세를 넘지 않았다. p32
3만 년 전, 거의 모든 영장류들(네안데르탈인까지 포함하여)이 갑작스럽게 사라져 버렸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예외적으로 살아남았다. p34
제례의식과 정착
뿐만 아니라 아주 강력한 힘과 생명의 힘, 유일한 어떤 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도 싹텃을 것이다. 식인 풍습은 점차 종교적 제례의식으로 정형화되어 갔다. 신에게로 보내지는 인간의 몸을 먹는 행위는 곧 신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 행위라고 여겼던 것이다. p35
평균수명이 30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인간은 이제 자기가 아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줄 시간적 여유를 어느 정도 갖게 된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구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확실하게 차별시켜주는 중요한 특성이다. 인간은 차츰 불이나 바람, 대지, 비 등 자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양상에 따라 신을 여러 범주로 나누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듯 다신교는 원시적인 형태의 일신교에서 파생되었다. 또한 성스러움은 정치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제례체제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p36
각각의 집단이나 부족내부에서는 대체로 사제와 치료사를 겸하는 우두머리가 구성원 각자에게 신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위치를 부여함으로써 폭력이 난무하는 것을 통제했다. 각 집단의 우두머리는 금지사항이나 생활 일정, 사냥 등 모든 것을 결정했다. p36
우주진화론에는 언제나 희생양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내세와 이승을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노래와 피리는 이 같은 중재자들에 도달하는 수단이었다. 미로는 이 같은 여행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 방식이었다. p36
1만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 살던 이들은 그때까지도 유목 생활을 지속했지만 우물을 팠으며, 야생동물을 포획하면서도 아직 가축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손을 점점 더 소중하게 여겼으며, 신의 현현인 자연을 어느 정도 통제하기 시작했다. p37
1만 년 전, ... 이들은 대지에 인공적으로 물을 뿌렸고, 포획한 동물들에게 새끼를 낳게 했으며, 곡식 알갱이를 다시 뿌릴 줄 알았고, 남은 곡식들을 창고에 저장할 줄도 알았다. 이렇게 되자 이들은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 평균 수명 또한 늘어났다. 대지와 농업이 점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유목 생활을 관장하던 신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p38
그로부터 1천 년 후(지금으로부터 9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간들이 정착해서 살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발전이 뒤따랐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부족들(오늘날엔 이들을 몽골족, 인도유럽족, 투르크족이라고 부른다)이 말과 순록, 낙타 등의 짐승에 올라타는 방법을 익혔다. 또 머지않아 바퀴라는 것을 발명해냄으로써 운송과 전쟁 문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으며, 이에 따라 메소포타미아나 인도, 중국 등 기후가 보다 온화한 지역을 정벌하고자 원정길에 올랐다. p39
기원전 5000년경, .. 문자의 시초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또한 문자를 사용하면서 선사시대라는 무로부터 부족들의 모험담과 무용담이 생겨났으며, 왕자들의 이름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회계장부와 최초의 자격증도 출현했다. p40
제국 시대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었다. 각 왕국과 제국의 우두머리에게는 왕자이면서 동시에 사제, 전쟁 지휘자, 시간과 힘이 될 자격, 요컨대 신격이 부여되었다. 오직 우두머리만이 유일하게 식별 가능한 무덤을 세움으로써 죽은 후에도 자신의 자취를 남길 권리를 남길 권리를 지니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명 상태에서 죽어갔다. 그러므로 개인이라는 개념은 왕자들과 더불어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 ... 모름지기 제국이란 스스로를 방어하고 남을 공격할 만큼의 잉여생산이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전략적인 통로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잉여분을 축적하지 못했을 때 막을 내린다. p41
쐐기문자의 출현은 인근 지역에서 탄생한 경전들 대다수의 모태가 된 길가메시 신화가 기록된 것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시기, 인도에서는 새로운 부류의 세계관과 욕망을 거부하는 새로운 윤리관을 기록한 위대한 문학작품 ‘우파니샤드’가 씌었다. 이처럼 현대 세계를 상징하는 두 개의 대표적인 세계관이 이미 이 시대에 선을 보인 것이다. p42
인도유럽족(토카리안tokharien)은 중국에 수레를 전파했고, 그 덕분에 중국은 중앙아시아 전역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바퀴와 말을 이용할 줄 몰랐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수많은 문명들이 천연자원의 고갈과 더불어 멸망했다. p43
이들 제국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아시아로부터 건너온 몇몇 부족들이 지중해 연안과 섬에 정착했다. 이들보다 앞서서 이 지역에 정착한 다른 부족들(요새에서 나오지 않으며 농업에만 전념)과는 달리 이들(마케도니아인, 페니키아인, 히브리인)은 변화를 좋아했으며, 이런저런 의미에서 변화를 ‘진보’라고 불렀다. .. 이들은 산 사람들의 권리(정치적, 경제적 권리)만을 중요시한다는 저에서 다른 부족들과 달랐다. 상업과 돈은 이들에게 가장 유효적절한 무기였고, 바다와 항구는 이들의 소중한 사냥터였다. p44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가 제국적 체제 속에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야말로 자유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원조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시장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상업적 체제는 이들로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p44
2.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
오늘날까지도 역사서들은 여전히 상인들보다는 왕들에게 훨씬 관심이 많고, 수천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제국의 흥망이 아닌 다른 곳, 즉 개인적이 체제, 인권을 절대적인 이상향으로 삼는 체제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체제는 앞서 존재한 다른 어느 체제보다도 확실하게, 스스로 세운 이상향을 쉴 새 없이 바꾸어 가면서 지속적으로 부를 생산할 것이다. p47
그리스-히브리적 이상_새로움과 아름다움
기원전 1300년경, 세계를 주기로서 이해하던 당시의 지배적인 사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창조적인 지중해 지역의 몇몇 주민들(그리스인, 페니키아인, 히브리인)에 의해 크게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진보와 형이상학, 행동, 새로움, 아름다움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 이 세 부족들은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은 노예와 이방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서로 동등하다고 믿었으며, 가난은 일종의 저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이 세상은 구세주가 나타나 세상의 법칙을 바꾸기를 기다리는 동안 길들이고 향상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역사상 최초로 이들은 지상에서의 인간 미래가 과거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아니 나아져야만 한다고 믿었다. p48
펠로폰네소스 지방에서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또 다른 두 부족인 도리아인과 이오니아인이 스파르타(많은 외국인 노예를 부리는 농업 중심 도시)와 아테네(대양을 향해 열린 작은 무역항)를 포함하여 몇몇 도시를 건설했다. 스파르타인들은 주로 정착하여 농사를 짓는 사람들로, 노예들의 반란을 두려워한 나머지 군사체제를 강화시켰다. 시민 대부분이 상인, 문인, 뱃사람이었던 아테네는 이러한 이웃에 대항하기 위해 강력한 함단을 키웠다. p49
민주주의로 인하여 왕조 위주의 제국은 종말을 곻게 되며, 화폐를 발명한 덕분에 똑같은 기준에 의거해서 모든 물건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민주주의 화폐, 이 두가지는 성직자와 군인에게 편중되어 있던 권력이 상인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p50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이제 좀 더 명확해진다.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부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며,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었다. 개인의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p51
기원 722년, 사라곤의 아시리아인들은 사마리아를 정복한 다음 유대인들을 아시라아로 추방했으나, 기원전 630년에 이들 역시 메데스인들에 의해 다른 곳으로 추방당했다. 메데스인들은 유대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p51
아시아에서는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구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고 부추긴다. 한쪽은 세계를 일종의 환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세계만이 유일한 행동의 장이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은 영혼의 윤회를 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 한다. p53
1. 초 강대 세력이 경쟁자의 공격을 받으면 제삼자가 어부지리를 얻는다
2. 승자는 일반적으로 패자의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3.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은 계속 서쪽으로 이동한다. 비록 부의 대부분이 동쪽에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p54
로마는 그리스와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치르지 않고 그리스의 후계자가 되었다. 로마는 서구에 중심을 둔 최초의 제국을 세웠다. 그리스-히브리의 가치관을 계승한 로마는 이 가치관을 조금 더 발전시켜 나갔으며, 스스로를 아테네의 후계자로서 종교의 신을 모신 만신전에서부터 정치체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아테네를 좀 더 크게 발전시킨 제국이라고 자부했다. p55
기원후 48년에 예루살렘에서 열린 최초의 종교회의에서 크리스트교는 이교도들에게 변형된 유대교 메시지를 전했다. 즉, 모든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들의 가르침이었다. 기다리던 메시아가 왔으니 유대교는 더 이상 존재할 명분이 없고, 따라서 유대민족들은 개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새로 선택받은 민족은 이제 크리스트교 교회였다. 청렴과 비폭력만이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유일한 길이며, 사랑은 영생을 얻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이었다. 부의 창조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며, 진보는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한다.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이제 상당 부분 변질되었다. 이렇듯 크리스트교 사상, 로마사상, 그리스 사상, 유대 사상이 혼합되었다. 가장 소중한 가치는 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오직 교회만이 부를 축적할 수 있고, 이렇게 축적된 부는 각자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사용되어야 했다. p56-57
크리스트교는 스스로 전파한 교리와 철학에 힘입어 로마인들 사이에 점점 더 확산되어 갔다. ... 자유와 개인주의가 후퇴하고 그 대신 박애와 평등, 비폭력, 검소, 겸손 등이 지배적인 가치관으로 부상했어야 옳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그 어떤 힘도, 종교적인 힘이건 세속적인 힘이건 자유를 구속하는 데 성공한 예는 없다. p57
종교적 교리가 제 아무리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개인적인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늦추지는 못한다. p57
인도유럽족에 속하는 많은 부족드른 이제 서로마 제국의 잔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 침략자들에게는 로마인(크리스트교이면서 그리스-히브리인)이 되겠다는 야심, 다시 말해서 문화와 생활방식을 통해 로마인처럼 살고 싶다는 욕구만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p59
이슬람 세력은 무력을 동원해서 유일신의 이름으로 수천 년 된 제국들을 정복해 나갔다. 그 결과 예언자의 후계자들은 한 세기가 채 못 되어 새로운 제국, 거의 유목 제국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조직으로 구성된 제국을 건설했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최초의 칼리프들은 처음엔 다마스쿠스, 그 후엔 바그다드에 앉아서 이른바 은행가들을 조종했다. 이 무렵 탄생한 최초의 은행가들은 모두 유대인이었다. 이는 유대교만이 유일하게 돈놀이를 허용하는 종교였기 때문이었다. p60
시장, 도시, 국가
12세기 중엽, ... 지중해에서는 이슬람 함대와 지상군들이 크리스트교 세력하에서 새로이 성장하여 거룩한 성지를 되찾고 아시아와의 교역로를 열고 싶어 십자군 원정길에 오른 제후들과 무력으로 맞섰다. p63
1148년 코르도바에 모로코 남부 출신 신학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알모하드 왕조가 들어서서 이슬람 교도들에게 그리스 사상 공부를 금지할 것으로 명하고 유대인과 크리스트교도들을 추방할 때까지는 그랬다. 이 무렵 지중해 반대편에서는 다른 이슬람 지도자들이 십자군에게 점령당한 거룩한 성지를 탈환하기 위해 원정길에 올랐다. p63
과학을 외면하면서부터 이슬람은 상업적 체제의 지도자적 위치에 설 수 있는 발판을 잃었고, 따라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p64
상인들로 이루어진 이 엘리트 계급은 이동과 창조의 자유, 지식을 배우고 지식을 전달할 자유, 재산을 불릴 자유를 확보함으로써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이들은 가난을 미덕으로 삼는 크리스트교 정신을 우회하며, 자신들의 작업장이나 창고, 자신들이 소유한 선박이나 은행에서 노예 생활이나 농노 상태보다는 약간 자유스러운 체제, 즉 봉급생활자 체계를 구축한다. .. 시장은 소유권의 정착과 보존을 위해 강력한 국가를 필요로 한다. 용병들은 상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한다. ... 엘리트 계급은 자신들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대표자를 두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일부는 법률 제정을 맡고, 일부는 제정된 법의 시행을 맡는 식이다. 때때로 각각의 그룹이 서로 다른 그룹을 통제하는 경우도 생긴다. p66
한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브루게-상업적 체제의 전조, 1200~1350
베네치아-동방 정복, 1350~1500
앤트워프-인쇄술 전성시대, 1500~1560
제노아-투기의 기술, 1560~1620
암스테르담-보급품 수송함 제조 기술, 1620~1788
런던-증기기관의 위력, 1788~1890
보스턴-기계의 홍수, 1890~1929
뉴욕-전자산업의 승리, 1929~1980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 식 노마디즘, 1980~?
마지막의 시작
3.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
아직도 오래도록 번성할 아홉 번째 형태
시간의 상품화
유비쿼터스적 유목
노화하는 세계
내일이면 모두가 도시인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희귀성
지지부진한 기술
유일한 희귀재로서의 시간
아홉 번째 형태의 상업적 체제 몰락
열 번째 형태의 상업적 체제는 가능한가?
4. 미래의 첫 번째 물결: 하이퍼 제국
시장민주주의의 확산-다중심적 세계
국가의 대체물-하이퍼 감시로부터 자율 감시로
국가의 해체
확실하게 상품화된 시간
유목 기업
하이퍼 제국의 세력자, 하이퍼 유목민
가상 유목민-스포츠로부터 공연 예술로
하이퍼 제국의 희생자들-하위 유목민
하이퍼 제국의 판관
자유를 위하여, 자유에 종말을 고하다
5. 미래의 두 번째 물결: 하이퍼 분쟁
지역적 야심
해적과 용병
종교인이 아닌 세속인들의 분노
종교인들의 분노
하이퍼 분쟁의 무기
신무기로 무장하고 남과 연합하라
협상하고 서로 도우라
공격적인 자세를 고수하면 아무런 이득도 없음을 설득하라
예방을 위해 선제공격하라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석유와 물
국경 분쟁-중동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영향력 확대 분쟁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하이퍼 분쟁
6. 미래의 세 번째 물결: 하이퍼 민주주의
칼마르크스는 1875년에 출판된 자신의 마지막 저서 <고타 강령 비판>에 다음과 같이 신비로운 라틴어 문장을 적어 놓았다.
Dixi et salvavi animam meam
나는 오로지 나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p346
시장 민주주의는 <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가 예견한 거의 모든 과정을 거쳐 왔으며, 사회주의 또한 그가 예측하고 경고했으며 비난했던 모든 시행착오를 낱낱이 경험했다. 이 시점에서, 자유롭고 행복하며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평등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 하지만 과연 그럴까? 1516년 토머스 모어가 자신이 생각한 상상의 도시 유토피아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을 뽑는 꿈을 꿀 때에만 해도, 그로부터 4세기 뒤 실제로 영국 국민 전체가 자기들을 이끌어 갈 장관들을 뽑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p347
주변 상황은 조만간 우리 앞에 매우 우울한 전쟁의 전초전이 발생할 거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도록 전개되고 있다. 가장 발전했다고 하는 나라들조차 야만스러운 행위에 폭력으로 대응하며, 두려움에는 이기주의로 맞서고, 공포에는 보복으로 반응하고 있는 현실이 그 좋은 예다. 그러므로 인간은 괴물이며, 그 인간들이 몸담고 있는 세계는 절대로 범지구적이고 관용적이며 평화를 사랑하고 단합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체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p348
시장과 전쟁의 시대가 가고 선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퀴리누스 신과 마르스 신이 지나가고 난 뒤에 신 중의 신 주피터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p348
벌써 적지 않은 세력들이 물밑에서 하이퍼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 후, 이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게 만드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p348
민주주의의 충격
다양한 세력들이 이미 얼마 전부터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살맛나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과학의 발견과 기술의 획기적인 진보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고, 풍요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보다 오래 살고 보다 잘사는 것이 모두에게 가능한 일임을 일깨워 준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선한 의도만으로 견고한 무엇인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선례가 없다. p349
재앙은 언제나 그렇듯이, 변화를 불러오는 가장 효과적인 변호인이 될 것이다. p350
이 새로운 세계란 처음에는 그저 시장과 민주주의가 범지구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를 일컫다가, 차츰 시장과 민주주의 양자 모두가 내가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 ... 트랜스휴먼trans human이라고 부르는 전위적 주역들이 나서서 관계 위주의 기업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p351
트랜스휴먼 각자는 이타적인 지구 시민이며, 유목민인 동시에 정착민이고,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자기 이웃과 동등하고, 세계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자기 아닌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p351
1848년 1월 카를 마르크스가 앞으로 실현될 부르주아지의 승리와 노동자 계급의 힘을 예견했을 때에도 부르주아지나 노동자 계급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p352
하이퍼 민주주의의 전위-트랜스휴먼과 관계 위주의 기업
역사는 오직 모험심 많고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쓰며,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수호하기 윟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중요성을 앞세울 때에만(이 일은 대체로 이들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든다) 방향을 튼다. p353
미래에 이 창조적 계급 가운데 미래의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개인들이 나타나, 자신의 행복이 결국 타인의 행복에 달려 있으며, 인간은 단결하여 평화를 사랑해야만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이타적이고 미래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며,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인들의 운명과 그 후손들의 운명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남을 돕고 이해하며, 자손들엑 보다 나은 세계를 물려주려고 애쓰는 트랜스휴먼들은...자신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며, 다만 세계의 용익권을 가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트랜스휴먼들은 정착민들의 덕목(민첩함, 친절, 장기적인 안목)과 유목민들의 덕목(끈기, 기억력, 직관력)을 두루 갖추고 있을 것이다. p353
트랜스휴먼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항하는 것이 삶의 규칙이고, 당돌한 낙천주의가 윤리이며, 형제애는 이들의 야심이 될 것이다. 트랜스휴먼은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데서 기쁨을 얻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의식을 느낄 것이다. 이들은 무언가를 전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고유한 자질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p354
트랜스휴먼들에 의해서 타인과의 경쟁을 종용하는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서로가 지닌 재능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대중을 위한 공공 서비스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타적인 경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관계의 경제라고 부르는 이 같은 형태의 경제는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가령 지식은 나누어 준다고 해서 그 지식을 주는 사람의 지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355
시장을 움직이는 주역들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천연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체를 만들었듯이, 트랜스휴먼들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 원료들을 이용하는 관계 위주의 기업을 이끌어 갈 것이다. p356
관계 위주 기업들의 생산은 이미 세계총생산의 1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 기업들은 이미 남의 일에 개입할 권리, 유소년기를 제대로 보낼 권리,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 등 미래의 가치를 예고하는 콘셉트를 제시했다. p357
새로운 형태의 관계 위주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며, 특히 도시경영, 교육, 의료, 빈곤퇴치, 환경 경영, 여성 보호, 공정 거래, 균형 잡힌 식생활, 무료 서비스의 중시, 마약 퇴치와 감시자들에 대한 감시 같은 분야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다. p358
관계 위주의 기업들은 함께 어울려 새로운 경제를 탄생시킬 것이다. 비록 이 새로운 경제가 현재로서는 18세기 초 자본주의가 아직 한없이 어설픈 대로 미래의 변화를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설프기 그지없을 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대단한 미래를 읽어야 할 것이다. p358
하이퍼 민주주의를 이끄는 기구
하이퍼 민주주의를 이끄는 기구들은 무수히 많은 지역별, 국가별, 대륙별 세계 기구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될 것이다. 그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가치를 가지며, 다른 사람과 똑같은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p359
국가는 시장의 공격에 저항하기 위하여 주권 관련 업무 몇 가지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 국경은 점차 소멸될 것이다. ... 유렵연합은 하이퍼 민주주의의 전위로서, 러시아와 터키까지도 포함하는, 이제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그러므로 하이퍼 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출발할 것이다. 새로운 기구들은 현재 존재하는 기구들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되, 세계적인 차원에서 구상되어야 하며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유엔이 그 기초가 될 것이다. p361
범지구적 의회는 지구 차원의 세금을 걷을 것이며, 세금의 액수는 각국의 총생산과 군사비 지출, 온실효과를 야기하는 가스 배출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는 일단 G8와 통합되면서 ‘일레븐’에 속하는 몇몇 나라, 가령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를 추가로 받아들여 확대 개편될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 각 대륙 연합 대표들만으로 구성될 것이다. p362
하이퍼 민주주의 세계에서 시장의 지위
세계화와 조정 과정을 거친 시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라는 성소를 감히 침범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장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도구들을 개발하고, 도시 인프라를 창조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해 방지 상품, 비만 방지 상품 개발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 소액대출이 은행 시스템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p365
관계의 경제와 시장경제는 각각 서로가 잘 운영되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관계를 정립하게 될 것이다. 즉, 관계의 경제는 시장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해야 유리하며, 이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효율성은 관계의 경제에서 비롯되는 사회분위기에 의해 확연하게 좌지우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의 주주들은 기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능력과 관계 위주의 활동을 홍보하는 능력을 통해 회사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p366
하이퍼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주역들이 집단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
-보편적 지능을 포함하는 공동의 재산
하이퍼 민주주의는 공동의 재산을 개발할 것이며, 이 공동의 재산 중에는 집단 지능intelligence collective도 포함된다. p366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 이 공동의 재산은 일종의 도서관 혹은 국립공원 같은 곳에서 귀하게 가꾸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하지 않고 살지게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전수해야 하는 값진 것이다. 나미비아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방식, 프랑스가 숲을 보호하는 방식, 또 다른 민족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는 방식 등 ... 공동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초국가적이어야 한다. p367
지적재산권이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이고 독점적일 수 없으며, 인류 전체와 공유해야 할 권리이며, 각자의 창의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권리로 변해 갈 것이다. 가령,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인류의 보편적 지능으로 편입될 것이다. p369
역사는 이처럼 집단적 지능을 보편적 지능으로 승격시키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역사는 또한 집단적 기억을 갖춤으로써 지식을 보존하고 축적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인류가 생존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p369
하이퍼 민주주의가 낳은 개별적 결과-‘좋은 시간’을 비롯한 본질적인 재산
좋은 시간이란 각자가 다른 사라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사는 시간을 말한다. p371
‘좋은 시간을 갖다’는 곧 자유롭게 사는 것과 자유롭고 젊게 사는 것을 의미하며, 상업적 체제하에서처럼 서둘러서 ‘이익을 내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p371
인류의 보편적 지능은 각자가 누리는 좋은 시간과 더불어 향상될 것이며, 역으로 보편적 지능은 각자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p371
인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삶을 행복하게 느낄 때 전체적으로 행복해진다. 이타심은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모름지기 트랜스휴먼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p372
하이퍼 민주주의의 유용
나는 21세기가 끝나기 전 언젠가, 많은 장애물이나 현기증 나는 절벽에 부딪치거나 희화된 고정관념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하이퍼 제국이 상당한 규모로 커져서, 인간의 정체성까지 파괴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세계의 단일성을 인식하게끔 되는 날이 오리라고 믿고 싶다. 나는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인류 자신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날 정도로 하이퍼 폭력hyper violence이 판을 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나는 트랜스휴먼들이 수적으로도 충분해지고 제법 잘 조직되어 미래의 첫 번째 물결을 무사히 통과하고 두 번째 물결은 파괴시킬 수 있으리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p374
문필가들은 훌륭한 글을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 p375
7. 한국의 가까운 미래
한국은 단 한 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 즉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다. .. 최소한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과거에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 이동성, 기술혁신, 운송 기술 등보다 농업과 식품산업, 지대와 그 지대에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해 왔다.
둘째,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 지극히 최근에 와서야 항구를 집중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으므로 외부 세계로의 개방이 그만큼 늦어졌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이들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이 같은 ‘창조적 계급’ 대신, 어떻게 해서든지 위험부담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론가나 관리계급, 다시 말해서 개개의 문제를 종합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달인들을 키워냈을 뿐이다. p379
서울은 북한과의 국경에서 겨우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기 때문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최근 40년 동안 이루어 놓은 성과가 하루 아침에 초토화될 위험이 크며, 북한 정권이 붕괴되어 북한 주민들이 대거 남쪽으로 넘어오는 경우 이들을 소화하고 국토를 재정비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p379
남한과 북한의 통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한국의 미래는, 지금까지는 한국이 그다지 개의치 않았던 미래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법칙, 이를테면 관계 위주의 환경을 조성하고, 운명 공동체에 스스로 편입되기를 욕망하며, 창조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거대한 항구, 대규모 금융시장을 건설하며, 공정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교육하고, 미래의 신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지정학적인 위치를 확립하고, 필요에 따라 동맹을 맺는 따위에 필요한 법칙에 순응하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p380
부산에서 시베리알ㄹ 횡단하여 헬싱키에 이르는 철도 노선 구축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p381
함께 운명을 짊어지겠다는 공동체 의식은 한국이 지닌 대단한 강점 중의 하나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도약은 반세기가량 이어진 일본의 강점, 동족끼리 총부리를 들이댄 전쟁의 비극에서 비롯된, 가난과 열강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집단적인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 불과 30여 년 만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세계 제12위 경제대국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p382
2004년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은 노동시장의 48.6%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의 2배에 이른다. ... OECD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 가서야 복지예산으로 GDP의 15.2%를 쓰는 수준, 즉 2001년 미국 복지예산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1.09명)과 더불어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로 말미암아 조만간 사회 비용 지출의 증가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p382
인구저하를 막기 위해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첫째, 가족정책의 개혁이다.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출산 후에도 어머니로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강제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사고방식에 깊이 뿌리 내린 가부장적 체제를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정책이 개혁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교육은 지나친 경쟁과 지나친 비용을 유발함으로써 출산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 한국 사람들은 GDP의 3%를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셋째, 이민정책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외국의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해야 할 것이다. p383-384
개방정책은 실질적인 ‘동북아시아의 관문’이 되기 위해서, ... 한국은 기술적인 면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일본과 자국 영토 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 없는 중국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은 오히려 한국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p384
이처럼 3국을 보다 밀접하게 묶으려는 시도는, 아시아에서의 리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는 시작되기 어렵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사이에 놓여 있는 과거 역사나 영토 문제로 인한 현안을 한국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경쟁 국가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깝게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나라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친관이나 이해관계에 있어서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은 이 같은 새로운 경제적, 지정학적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미래에 중심적인 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p385
옮긴이의 말
자유분방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무질서하게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도,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도도한 하나의 흐름, 하나의 분명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아탈리는 말한다. 개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일이야말로 장구한 인류 역사를 특징짓는 지향점이며 원동력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p386
그는 각종 NGO들의 활동에서 보듯이, 상업적인 이득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관계 위주의 단체들의 등장에서 새로운 또 하나의 물결, 즉 하이퍼 민주주의hyper democracy의 도래를 예고한다. p388
하지만 이 점만은 분명하다. 즉,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 아닌 남도 자유로워야 함을 인정하는 이타적이고 형제애적인 사회, 창의적 계급이 지닌 우수한 재능과 예술적 업적이 고무되고 존중되며 공유되는 미래의 사회를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p388
3. 내가 저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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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2 | 위대한 승리 - 잭 웰치, 수잔 웰치 지음/ 청림출판 [1] | 낭만연주 | 2010.09.05 | 25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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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0 | 북리뷰. <엔트로피> -Jeremy Rifkin | 낭만연주 | 2010.08.23 | 3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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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6 | 소유의 종말_발췌 | 맑은 김인건 | 2010.08.23 | 2743 |
2455 | 소유의 종말_저자, 구성 | 맑은 김인건 | 2010.08.23 | 25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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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3 | 북리뷰 22. 유러피언 드림_제러미 리프킨(민음사) [3] [2] | 박상현 | 2010.08.23 | 2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