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 조회 수 2703
- 댓글 수 5
- 추천 수 0
Ⅰ. 저자 소개
(무릎팍 도사 버전입니다.)
성명 안! 철! 수!
1962년 2월 26일 항도 부산 출신. 문딩이 갈매기였네.
한 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벤처 사업가로 불렸으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인 V3 제품군의 개발자로 유명하다. 안철수 연구소의 대표이사로 2005년까지 활동했으며 2010년 현재는 카이스트 석좌교수이자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어려서는 프라모델 조립이나 책 읽기 등을 즐겼다. 한마디로 혼자 놀았다는 얘기~. 그래도 아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버르장머리 없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달리던 그가 의대 진학을 결심하고는 ‘엄친아’로 돌변한다. 고2 때까지 1등 한번 해 본 적 없던 그가 고 3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한다. 공부에 맛을 들인 그는 서울대 의대에 당당히 합격(남들 같으면 그 정도로 만족하겠구만), 노벨 생리학상 수상이라는 만행을 꿈꾸며 범생이 의사생활을 보낸다.
닥터 안철수를 컴퓨터 전문 주치의로 방향을 틀게 한 건 자신의 컴퓨터에 감염된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C)Brain을 만나고 나서. 결정적인 순간에 남의 인생을 훼방 놓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Vaccine’이란 이름의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1995년에는 벤처 기업 안철수 연구소를 차려 전국민을 상대로 한 컴퓨터 바이러스 주치의로 멍석을 깐다. 안철수 연구소는 백신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로서 시작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최초, 최고의 정보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성장했다.
1988년 경쟁사인 맥아피에 앞서 안티바이러스 솔루션 V3를 개발했고, 설립 이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여 99년 보안 업체 최초로 100억 원을 돌파하였고 이후 줄곧 국내 보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IMF 후 어려운 기업환경에서 맥아피로부터 1,000만 달러의 M&A 제의를 받았지만 국민들의 백신 프로그램 구입비가 올라갈 것을 염려하여 당차게 이를 거부했다. 원칙과 기본, 구성원과의 신뢰와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일궈 이 시대 최고의 CEO로 존경 받고 있다. 쩨쩨한 스타일이라는 근거없는 소문도 있지만,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고,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으며,
제도 속에 스며든 핵심가치를 지닌,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안철수 연구소를 키웠다. 이런 평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토를 달 인간들은 없을 것이다.
그는 경영자로서의 부족함을 느끼고 40줄이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와튼 스쿨 MBA와 스탠퍼드 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가 미국으로 가기 전 그의 아내가 먼저 의사의 신분으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한다. 이 모든 것이 미래는 멀티역량을 보유한 인재의 시대임을 통찰한 부부의 결정이었다니, 다들 왜 이리 잘 난거야.
사업이면 사업, 철학이면 철학, 인간성이면 인간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당신. 몹쓸 바이러스를 발판 삼아 사회적 기업의 미래를 실현하고 있는 당신은 의식의 혁명가, 우리사회의 진정한 엄친아. 당신의 철저함에 반한 몰지각한 아줌마들 때문에 공처가 남편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그대는 구두쇠 미운 오리털 욕심쟁이 후후후.
저서
- 《행복 바이러스 안철수 : 안철수 박사가 쓴 안철수 이야기 》(2009년, 리젬 刊)
-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그 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2007년, IMAGE Box 刊)
- 《나의 선택》 (2005년, 공저, 정음 刊)
-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2005년, 김영사 刊)
-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2001년, 김영사 刊)
- 《안철수의 인터넷 지름길》(2000년, 북마크 刊)
- 《안철수의 한글 윈도우98 지름길》(2000년, 북마크 刊)
- 《안철수와 한글 윈도우98》(1998년, 정보시대 刊)
- 《(안철수의) 바이러스 예방과 치료》(1997년, 정보시대 刊)
- 《컴퓨터, 참 쉽네요!》(1995년, 영진 출판사 刊)
- 《바이러스 분석과 백신 제작》(1995년, 정보시대 刊)
-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1995년, 비전 刊)
Ⅱ.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1.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시작이다
테크노 MBA, 의학에서 경영학으로
나는 스스로 포기하거나 체념한 것은 잘 잊는 편이다. 그래서 비록 자의 반 타의 반이긴 했지만 지금도 의학을 그만둔 것에 전혀 미련이 없다. 때로 의학 분야의 박사학위나 교수 경력이 오히려 짐처럼 느껴진다. 경영자로서 나의 미래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내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장애물로 인식되는 것이다. 25
사실 웬만큼 공부를 했더라도 학위는 충분히 받고 귀국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선택한 것에 대해서 병적일 정도로 대충대충 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이었다. 그래서 숙제도 꼬박꼬박 했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리포트를 작성하려고 자주 밤을 새웠다. 27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
우리 회사는 현재도 월말도 결재하는 식의 외상거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입금은 없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탓도 있지만, 사업 초창기의 경험을 통해 차입하지 않는 것을 경영의 한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을 통해 회사라는 건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장부상으로는 흑자인데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며, 그러므로 늘 자금관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경영자에게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나로서는 그 전에는 몰랐던 내용이다. 30
병원에서 맞은 새해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41
작아도 앞서갈 수 있다
당시는 인터넷이 활발하게 보급되고 네트워크가 구축됨에 따라 관리비용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었다. 컴퓨터를 설치한 후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관리비용이 자꾸 증가하니까 관리비용 절감이 이슈로 등장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네트워크 컴퓨터가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좀더 문제를 짚어보니 그것은 컴퓨터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IT산업 전반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48
CIH바이러스 대란
회사 존립 문제에 있어 바이러스 대란은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였다. 마케팅 이론에서 20~30% 성장하는 시장에선 1,2위가 바뀌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1999년의 경우 시장이 4배나 커졌다. 물론 당시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 부족과 불법복제 때문에 우리나라 백신 시장이 IT산업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작았고, 바이러스 대란을 계기로 적정 규모로 성장한 면도 있다. 시장의 급속한 정상화였던 것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시장확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전까지의 1등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결국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새로운 경쟁자에게 순식간에 1등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이 결과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제품 회사의 시스템이 다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는 이미 일반 PC용 제품뿐만 아니라, 파일 서버, 그룹웨어 서버 등을 포괄할 수 잇는 토털 안티바이러스 솔루션과 급증한 고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결국 바이러스 대란 이후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었다. 56~57
2. 변화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
인접영역과 유관영역
1999년이 우리 회사의 발전기가 된 것은 시장 규모나 매출의 증대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하여 우리의 사업영역이 전략적으로 넓어졌다는 점에서도 성장기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인접영역과 유관영역이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인접영역과 유관영역으로의 접근은 회사가 새 패러다임에서 생존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인접영역으로의 진출은 보안솔루션 개발과 관련이 있다. 앤디를 시작으로 하는 보안영역은, 우리의 기존 핵심역량이 분산되지 않는 선에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간 첫 시도였다. 62
연구소를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 때부터 견지해온 원칙인데,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대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더 잘 되겠지’라는 판단기준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마인드로 제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모든 결정에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였다. PC보안이라는 인접 영역 진출도 마찬가지였다. 62
유관영역은,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잇는 핵심역량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도 다른 영역이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 회사의 존립에 심각한 장애요소가 될 수 있는 영역들이다. 절대로 방치할 수 없는 그 영역에 대해서 우리는 조인트 벤처 합작회사 형태로 진출하기로 했다. 63
우리에게 최초로 발견된 유관영역은 보안서비스분야였다. 그래서 1999년9월 데이콤 인터내셔널, 펜타시큐리티와 함께 보안호스팅서비스 전문업체인 코코넛을 출범시켰다. 우리의 솔루션 기술, 데이콤 인터내셔널이라는 시장 제공자, 펜타시큐리티의 보안회사가 묶여져 상호발전을 기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완성한 것이다. 64
조인트 벤처에서는 파트너간의 신뢰와 역할분담이 핵심인데, 서로간의 신뢰에 금이 간 어정쩡한 상태에서 그 회사를 끌고 가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큰 위험을 방치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들끼리 아델 리눅스란 업체를 새로 설립했다. 실패를 하긴 했지만 이 사건은 조인트 벤처 추진 과정에서 서로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65
초심 지켜가기
당시 회사는 사람이 급속하게 충원되면서 기업문화가 흐트러질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각각 다른 환경에서 일해온 사람들이 섞이게 되면서 부분적으로 불협화음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2000년 중반부터 핵심가치와 비전만들기라는 또 다른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68
우리가 추구한 변화의 가장 큰 줄기는 종합보안기업으로서의 새로운 포지셔닝이었다. 이를 위해 CI(Coporate Identity) 작업도 벌였다. CI작업에서 가장 큰 논란이 벌어진 것은 ‘
수평적 네트워크 모델
현재 우리 회사의 포지셔닝은 독특하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보안, 인터넷서비스, 이 세 개의 영역이 겹쳐지는 중앙 접점에 우리 회사가 존재한다. 보통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한 개 혹은 두 개 영역에 걸쳐 있다. 벤처기업 중에 우리와 같은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77
우리의 구도는 우리에게 시장 선점의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는 발전적인 포지셔닝인데, 문제는 동시에 경쟁자들이 들어올 영역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생각한 것이 수평적 네트워크 모델이다. 경쟁자가 진입할 틈이 될 수 있는 유관분야를, 조인트 벤처형식을 통해 막는 것이다. 그래서 보안영역에는 코코넛과 IA시큐리티, 패키지 쪽에서는 아델리눅스, 인터넷은 우리가 직접 내부에 독립적인 사업부문을 가지는 것으로 진용을 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관분야에 몇 회사가 더 추가되었다. 78
수평적 협력 모델이 벤처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이 모델로 성공한다면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 중 하나를 제시해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벤처기업의 본질인 다양성에 공헌할 수 있다면 좋겠다. 80
3부.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
Built to Last
저자들은 오랜 연구를 토대로 영속하는 기업에는 핵심가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너무나 확고해서 시장상황에 큰 변화가 있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는 가치이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할 바에는 차라리 회사 문을 닫는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대신 그런 회사들은 핵심가치를 제외한 모든 것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과 생각의 판단 근거는 알게 모르게 회사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핵심가치에 놓여 있다. 85
핵심가치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사례 중의 하나는 존슨앤존슨이다. 미국에서 누군가가 존슨앤존슨의 제품인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넣는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는 즉각 비상회의를 소집했고, 5분 만에 미국 전역에 배포한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존슨앤존슨은 약 1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존슨앤존슨에 대해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존슨앤존슨이 그렇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재빠른 의사결정을 했던 것은 그들에게 1억 달러의 손실과 기꺼이 맞바꿀 수 있는 핵심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자’였다. 86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희미하지만 우리 회사도 그러한 가치는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직과 성실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합작회사를 만들면서 신뢰와 상호발전을 도모한 것, 1999년 말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였을 때 그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한 것 등등. 하지만 나는 《Built to Last》에서 언급하는 수준의 핵심가치를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고 전 사원이 내재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88
핵심가치와 비전
포라스는 ‘영속하는 성공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핵심가치에 근거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영속하는 성공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핵심가치와 비전 만들기를 권장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나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영속하는 성공기업은 결과여야 하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활동의 결과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전후가 뒤바뀐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다. 89
처음에는 ‘영속하는 기업 만들기’를 목적으로 설정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나는 핵심가치를 찾는(‘정하는’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목적을 ‘영속하는 성공기업 만들기’에서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로 바꾸었다. 90
기업은 사람과 같이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사람이 나름대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기업도 하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명을 이어간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존재의 의미에 충실할 수 있듯이 기업도 그러한 가치관이 있어야 그 기업의 존재의미에 충실할 수 있다.
이 가치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과 영혼이 없는 기업으로 나누어진다. 영혼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 사람들에게 단지 개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영혼이 있는 기업에서는 전 사원들이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기업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간다. 그런 가운데 기업은 영속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다. 91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위한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잘 유지될 수 있다.
1.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2. 일관성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3. 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92
우리의 존재의미와 나아갈 길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도록 노력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발전하는 개인은 자신감을 가진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겸손함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표현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퇴보의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계해야 한다.
2.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모든 부서는 회사에 꼭 필요하고 그래서 똑같이 소중하며 평등한 관계이다. 우리는 한 목표를 향해 합심해서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이다.
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우리 회사는 고객의 요구로 탄생되었다. 우리는 고객의 관심과 격려를 기반으로 설립되었고, 현재와 미래 성장의 가장 큰 힘이 고객임을 잊지 않는다. 우리 제품 사용자뿐만 아니라 직원과 주주도 모두 고객이다. 우리는 질책과 격려를 보내는 소수 고객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또한 말없이 지켜보는 대다수 고객의 소리 없는 의견도 항상 염두에 둔다. 우리는 고객에게 정직하고, 크든 작든 고객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우리의 의사 결정의 기준은 고객이다. 100
4부. 긴 호흡과 엄정한 자기 기준
고객에게 정직해지는 법
CEO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를 둘러싼 만족의 소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불만족의 침묵’이다. 이것은 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예민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나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도해도 모자란다는 생각을 한다. 129
인간 우위의 요소들
인간 우위의 회사가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인간우위의 회사인지에 대해서도 자신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 회사가 그 쪽에 가까운 회사라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들 때문일 것이다.
먼저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이다. 강제와 통제만이 능률을 올리는 첩경이 아님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다.
둘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이다. 나도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없는데, 과정에 충실한다면 결과가 설령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남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서로의 발전을 생각하는 문화이다. 서로 존중하면서 발전하자는 마음가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핵심가치이다.우리는 서로가 직급에 관계없이 늘 존중되어야 하는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넷째는 동료의식이다. 나는 직원들을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이 없으며 회사 사람들도 아직은 나를 권위로 막힌 울타리 너머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136
긴 호흡의 장점
길게 생각하는 것은 경영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삶에도 미덕이다. 가치의 문제에서도 장기적인 가치는 단기적인 가치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하며, 그래서 장기적인 가치를 지키지 위해서 단기적인 손해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과 명예에 대한 단기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만 있다면 누구나 긴 호흡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43
5부. 신뢰 받는 동료로서의 CEO
리터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격적인 부분에서 발휘되는 리더십은 비중이 작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면과 그 사람의 능력이라는 내용도 들었다. 147
신뢰의 구성요소들
그럼 신뢰를 이루는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요소는 직원들을 이용하지 않는 마음이 직원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둘째는 직원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결과로서 약속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며, 또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는 리더가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넛째는 솔선수범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리더십 문화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이것이라고 지적하는데,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다섯째는 신뢰를 받기에 앞서 신뢰를 하는 태도이다. 아랫 사람을 믿고 합리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등의 태도가 그것이다. 152
한계의 인정
개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과정을 분석해 놓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경영(Bill Gates and the Management of Microsoft)>이라는 글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를 보면 빌 게이츠와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이 글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탁월한 사업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업 영역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인식해서 자기 대신에 그 일을 잘할 수 잇는 적절한 사람을 뽑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즉 빌 게이츠의 최대 장점은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잘 처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를 적절하게 바로잡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158
CEO가 자기 능력의 한계를 솔직히, 정확하게 인정하는 것, 이것은 이제 하나의 전략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160
바둑에서 배우다
내가 바둑에서 배운 경영원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부분적인 이익보다 전체 국면을 보는 태도이다.
둘째는 바둑을 배울 때 정석을 외운 뒤 몸으로 체화했는데, 그런 경험 때문인지 경영을 할 때도 이론을 체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점이다.
섯째는 요소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바둑에서 요소는 승부처이다. 급소를 차지하고 있으면 바둑이 편해진다. 이런 바둑의 원리는 상대방이 먼저 뛰어들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내가 선점해야 한다는 지혜를 주었다. 168~170
성장기의 자기 함정
내가 보기에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고집과 애착이다. 특히 회사가 순조로운 성장을 보일 때 이를 더 조심해야 하는데, 수시로 생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늘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75
둘째는, 감각적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 계속 성공하다 보면 과도한 자신감이 생겨나 어떤 사안이나 현상에 대해 속단을 하게 된다.
셋째, 자신에 대한 칭찬을 경계해야 한다.
넷째, 성장의 속도에 정신이 팔려 직원들의 소외감을 잊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175~177
6부. 벤처, 희망이기 위한 조건
인수합병에 대한 편견과 오류
비즈니스 모델이 독립적인 회사는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지만,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으 가진 회사는 M&A를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큰 비즈니스 모델의 한 부분으로 포함될 때 더욱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187
업무 리스트를 짰을 때 10가지의 일이 있다면 그 10가지를 다 하려고 하니까 사람이 늘 모자란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업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 회사가 지금 적정인원인가 하는 의문은 풀기 힘든 숙제이다. 이 숙제를 풀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는 80:20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10개의 업무가 있다면 그 중에서 실제 회사 매출에 큰 공헌을 하거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2~3가지를 정한다. 이 일만 제대로 해도 회사는 돌아가게 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경우에 따라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207
패러다임 변화와 CEO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정확한 눈의 출발점은 자기가 하는 작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과 고민이 이어질 때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211
어떤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투자자들이 옥석을 가려서 투자하려면 다음 세 가지 정도는 꼭 점검해야 한다.
첫째는 경영자 및 경영진이다. 벤처기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패는 그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경영자의 도덕성, 성실성, 그리고 얼마나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한 전체 경영진을 평가하여 기술, 마케팅, 관리의 세 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면은 없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시장의 크기 및 비즈니스 모델이다.
셋째는 상대적인 절대우위 요소(unfair advantage)이다. 214~215
7부. 새로운 모험가를 위한 벤처 클리닉
아름다운 파트너십
파트너를 고를 때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상대의 가치관에서 나온다. 여기에는 돈에 대한 가치관, 기업활동을 하는 이유, 약속에 대한 책임감, 커뮤니케이션의 진실성 같은 것이 포함된다. 258
8부. 나의 작은 생각들
진정한 비교의 기준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양적인 면의 비교에는 거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도 지나치게 남과의 양적인 비교에 골몰하거나 민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심지어 군중심리나 유행현상의 부정적인 측면도 근본적으로는 타인과의 양적 비교에서 비롯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정말로 우리가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양적인 비교가 아닌 질적인 비교이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양적인 비교에 치중한다면 성공의 조건은 많은 돈을 버는 것,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 기준에서 이는 성공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그 보다는 신뢰를 주고 받는 관계, 훌륭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는 존중, 그리고 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런 것이 더 소중한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267
이것은 실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패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외형적인 실패이고 다른 하나는 질적인 실패이다. 어떤 사람들은 외형적인 실패에 민감하고 그것에 지나치게 좌절한다. 물론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의식해야 하는 것은 질적인 면에서의 실패이다. 질적인 실패는 타인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전혀 실패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나에게는 이런 실패의 경험이 무척 많다. 267
이런 맥락에서 경쟁에 있어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자신이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는 태도는 스스로를 경계하는 데서 나오게 되는데, 다른 회사와의 경쟁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또 스스로를 경계하고 가장 힘겨운 상태로 유지시켜 나간다면 외부와의 경쟁에서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268
칭찬과 비난도 마찬가지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내 스스로가 값지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칭찬과 비난을 특별히 의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사실에 근거한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문제는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는 것과 자기 기준에 부끄럽지 않도록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력하는 가운데 값진 성과를 거둔다면 그 자체로 다행스러운 일이지, 그 결과를 무엇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268
배려의 여러 모습들
이해하는 마음
남에게 피해 안 주기
다양성 인정하기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사심없이 대하기
문제를 해결하는 몇 가지 방법들
평생 공부
나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다. 자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경계하는 스타일인데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늘 공부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현업에서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또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278
꾸준히 발전하기
지금 생각해도 나는 CEO로서 재능이 많이 부족하다. 그런 내가 CEO가 된 것은 나에게 있는 단점을 하나하나 극복하는 가운데 천천히 스스로를 향상시켜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대로 하기(기본을 충실히 하기)
종종 사회생활은 교과서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찬성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교과서와 책은 지혜와 행동의 좋은 기준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기
어떤 상황에서건 자기에게 주어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바뀌더라도 결국은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어야 상황이 바뀌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으며, 상황이 좋아지면 훨씬 더 성공할 수 있는 거싱라고 생각한다. 279
목적의식
일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는 자세는 늘 나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는 회사의 성장과 나 자신의 내적인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80
새로움에 대한 적응
새로움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태도는 눈앞에 닥친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281
몰입
내가 보기에는 분명한 가치관과 목적의식만 있다면 누구나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의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282
원칙 중심의 판단과 선택
원칙에 입각해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질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좋은 태도이다. 283
나와의 만남, 나의 발견
누구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는 나와 같은 갈등과 자기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는데 자기 인식의 벽 때문에 자신감을 미리 꺾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런 분들께 감히 충고를 한다면, 자기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단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일단 시도한 것이라면 아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성공을 할 수도 있는데, 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가운데 자기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며, 이 자체만으로도 무척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86
변하지 않을 것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 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히로나카 헤이스케 ‘학문의 즐거움’) 291
Ⅲ. 내가 저자라면
안철수. 고유명사의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청렴, 도전, 원칙, 서번트 리더십의 아이콘이 된 인물. ‘안철수’라는 브랜드는 대표적인 벤처기업가의 이미지를 진작에 뛰어 넘어 21세기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가늠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행적에서 우러나온 여러 시사점 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혁명과 개혁’이다. 안철수는 혁명가인가? 개혁가인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두 단어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두 단어의 각이 각각 가리키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 어딘가에서 그를 이해할 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며 사회운동가도 아니다. 그는 ‘사회’라는 포대기에서 키워졌고, 포대기에서 풀려 나온 실을 한껏 쥐고 걸어가는 사회적 인간이다. 포대기의 실이 술술 풀려 결국 다하는 지점이 그가 다다를 최후의 경계일까. 그렇다면 그는 개혁가이다. 사회가 구축해 놓은 가치체계, 인식의 틀 안에서, 利害와 상대성의 벌판을 달리며 헐거워진 질서를 바로잡아 시대가 요구하는 청사진을 재구성해내는 게 개혁가의 사명이다. 지금까지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사명을 탁월하게 수행해 주었다. ‘개발 독재’의 모태에서 살과 뼈를 키워온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개인이 사회에 흡수되기는커녕 사회를 자신의 캐릭터에 동화시킨 예는 매우 드물다.
‘사회는 개인을 키우는 모태’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안철수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은 혁명가이다. 말로는 쉽게 脫 자본의 논리를 설파하지만 밥그릇 앞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2010년 우리에게 그는 존경 받아 마땅한 영웅이다.
나는 차려진 밥상을 쓸어버리고 새 상을 차리는 것을 혁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ㆍ사회적인 의미에서의 혁명이다. 정치ㆍ사회적인 혁명은 일반적으로 피를 필요로 한다. 피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데 도움을 주지만 我와 彼我의 대립을 종결 지을 수는 없다. 혁명은 다만 자유, 평등과 같은 인류의 가치를 결정화(crystallization)하여 우리의 손에 맡길 뿐이다.
그러나 결정화된 이념이 그에 합당한 행동을 유발할 만큼 사회구성원에게 내재화되려면 수 많은 실천사례가 누적되어 자기최면에 걸려야 한다. 안철수는 오도된 사회의 가치체계를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개혁가이며, 순리의 힘으로 계란이 바위를 극복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혁명가이다.
안철수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좀더 살맛 나는 세상으로 변화하는데 공헌했다. 그는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한 ‘사회적 기업’의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 내었다. 이제 기업이 사회에게 ‘영혼이 있는 사회’는 이런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할 때다. ‘자본주의 꽃’인 기업은 정부 이상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권력의 최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은 주도적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사회 구성체일 것이다. ‘악의 꽃’ 이 될 것이냐 ‘향기로운 꽃’이 될 것이냐는 기업의 철학에 달려 있다.
안철수는 맹수들이 판치는 자본의 밀림에서 살아 남아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몸소 보여주었다. 동물원 울타리를 벗어나면 바로 세상이다. 안철수에게 감염된 ‘영혼의 박쥐들’이 울타리를 뛰쳐나가 순전한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흩뿌리고 다닐 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