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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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7] 칼리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Tough Choices
1. 저자에 대하여
‘Carly Fiorina 칼리 피오리나 • 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지음 ‖ 공경희 옮김... 출판사도 ‘해냄’이다
책을 읽던 중간중간 나는 표지를 봤다. 그의 사진, 그의 이름 그리고 그의 삶
금발이 섞인 짧은 갈색머리, 잘 다듬어진 눈썹, 진하지 않은 화장에 마스카라, 나처럼 왼쪽 눈이 좀 커 보인다. 눈동자가 갈색이다. 이마부터 세워 내려온 코, 크지 않은 콧볼, 빨간 립스틱에 야물게 다물어진 입술, 볼가로 잡힌 한 줄기 주름과 입 꼬리 끝에 잡힌 여유있는 미소 그리고 모나지 않은 턱. 작은 귀고리와 제법 크게 보이는 귀. 곱다. 천상 봐도 예쁘고 호감가는 얼굴이지만 그는 세상에 여자로 보여지기를 거부했다. 그는 한 인간으로 세상에 당당해지를 원했다.
그의 얼굴 어디에 그 고집스러움과 그 강인함이 숨어 있는 것일까.
대문만한 자신의 얼굴과 자신의 이름, 그리고 ‘힘든 선택들’이라는 말로 자신의 삶을 암축했다.
나는 미옥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박미옥, 소설같은 삶을 살다’
나는 선형이의 모습을 찾아본다. ‘다 퍼주고도 모자란 사랑, 이선형’
그리고 그녀들이 아닌 또 다른 ‘그’의 모습들을 차례차례 비춰본다.
선생님은 왜 ‘칼리 피오리나’를 만나도록 추천하셨을까.
GE의 잭 웰치, 안철수, 아니타 로딕, 스티브 잡스, 피터 트러커.. 좀 더 거슬러 조셉 캠벨부터 시작된 수 많은 영웅들을 이름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며, 선생님이 칼리를 소개한 이유를 묻는다. 여자지만, 아니타 로딕과는 또 다른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CEO. 잭 웰치같은 밀고나가는 강한 리더십이 아닌 버티고, 챙기고, 끈질지게 고집스러운 리더십 그리고 돌아서서 외롭고 힘들었으면서도 차마 어머니에게 마저 투정부려보지도 못한 딸. 자신의 능력과 성공에 질투와 시기로 얼룩진 사랑, 배신, 상처를 가진 이혼녀. 그리고 다시 선택한 사랑과 배 아프지 않고 이룬 두 딸과 가족. 남성사회 속에서 여성, HP의 서부사람들 속에 낯선 동부사람, 엔지니어들 속에 별종 같은 인문학도. 늘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부르며 그녀는 무엇으로 그 힘든 삶을 보상받았을까. 돈과 명예도 흔히 말하는 세상도 그녀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열정이 그렇게 살아 오도록 했다. 다만 책을 통해 만난 그녀의 삶은 그 열정의 부름을 거부하지 않았고, 그래서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녀는 주변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었다.
내게 그녀의 자서전이 교과서가 되고 있듯이.. 그녀는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배웠던 사람이었다. 사람 욕심이 많은 그녀였다. 두려움도 많은 그녀였다. 여자로 사랑받고 싶었지만, 인간으로 존중받기를 더 원했다. 세상이 그녀를 키웠고, 고난들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삶이 또 다른 ‘그녀’들의 삶에 가능성이 되고 있다.
그녀의 삶이 드라마 같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HP의 CEO였으며,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HP에 부임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AT&T와 루슨트테크놀러지에서 일하면서 고위직 임원의 자리에 올랐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MIT의 슬론 경영대학에서 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레볼루션 헬스케어 그룹,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 가슴에 무찔러 드는 글귀들
프롤로그|내 영혼은 나의 것이다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전에도 알았다. 강한 사람들과 어마어마한 이해관계를 놓고 큰돈이 걸린 승부를 벌이던 참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끝날 줄은 미처 몰랐다. p14
이 모든 것을 느꼈지만, 두려움에 젖어 평생을 살아온 터라 두렵지 않았다. 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내가 믿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내 것이었다. p15
1. 부모님께 받은 선물
결국 의사들은 격심한 신체 활동은 피해야 하며, 풋볼은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사스의 젊은이들에게 풋볼은 통과의례 같아서, 아버지는 신중히 적응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대단한 의지력으로 고교팀에서 뛰어난 선수가 되었다. 필드에서의 격렬함은 전설적이어서, 신체적인 결함마저 무마시켰다. 하지만 아버지는 머리를 쓰는 일에 장래가 걸려 있으며, 캘버트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p21
부모님은 모두 증명할 것과 피해야 될 것이 있다고 느끼면서 성장했다. 그들은 강하도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몹시 불안정했다. 그들은 자신과 자식을 위해 더 나은 삶을 꾸리겠다고 결심했다. p21
아버지가 본인의 커리어로 자신의 성공을 판단한 반면, 어머니는 자녀들로 자신의 성공을 판가름했다. p22
가운데 아이인 나는 친할머니 ‘카라 칼튼’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특별히 똑똑하거나 창의적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네 모습은 하느님이 네게 주신 선물’이라고 적힌 작은 컵받침을 받았다. 나는 일찌감치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나는 부모님을 이상화하고 우상화했다. p24
어머니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늘 손님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가 자신에 대해 물어보면 좋아한다. 쏟아지는 관심에 흐뭇해하고, 누군가 귀담아 들어주면 기분 좋아한다. p26
우리는 교칙을 위반하려고 애쓰는 데 시간을 워낙 소비했기 때문에, 정작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규칙을 위반해서 치마를 걷어 입는 법이며, 쉬는 시간에 밖에 있어야 할 때 뒤쪽 계단으로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교실에 숨는 법을 배웠다. 하나같이 해롭지 않았고 웃긴 행동이었지만, 우리는 못되게 구는 게 좋았다. p26
아프리카에서는 반에서 유일한 백인이었다. 이로 인해 고향에 살고 있는 소수의 흑인들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보곤 했다. .. 처음으로 이슬람교도들의 기도를 들은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자, 두렵고 낯선 기도 소리가 평온하게 들렸다. ... 아침에 독실한 신자가 내 방 창문 밑에서 기도하는 소리에 잠을 깨는 게 점점 좋아졌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사는 간격을 메웠다 p27
어릴 때 나는 재능을 선물 받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부모님이었음을 이제야 느낀다. p29
2. 이방인
나는 최대한 여러 철학 과목을 수강하기로 작정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철학자들을 공부하고 싶었다. 세계를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상의 힘, 한 세기의 사상이 수세기 후의 사람들과 사상에 미치는 영향, 개인이 아닌 인류가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짜릿했다. p31
정반합의 철학, 즉 맞선 것처럼 보이는 사상끼리 화해할 가능성은 탁월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비즈니스에서 이것을 정신적 모델로 사용했다. p31
역사란 사람들에 대한 것이고, 변화를 이루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부유하고 권력있는 자들이 역사를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영감을 받아서 새 길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를 이끄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귀중한 수강 과목은 ‘기독교와 이슬람과 유대교의 중세 철학’이라는 대학원 세미나였다. p32
나는 우선 20쪽 분량의 글을 쓰는 데서 시작했다. 그런 다음 10쪽으로, 그 다음에는 5쪽으로 줄이고, 맨 마지막으로 2쪽으로 요약했다. 2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단순하게 요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의 실체에서 중요한 사안을 빼내 그 의미의 진수를 걸러내려 했다. p33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 배운 것은, 열심히 핵심을 추출하는 과정과 머릿속에서 정제하는 훈련, 20쪽짜리 내용을 2쪽 분량으로 확실하게 말하는 능력이었다. p33
그때까지는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 데만 급급하며 살았다. 그것에는 확실히 성공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목적이나 방향이 없었다. p34
큰 열의 없이 UCLA 로스쿨에 진학했고, 첫날부터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법학이 전례에 초점을 두는 학문임을 알게 되었다. ... 뛰어나다고 칭송받은 결정들이, 내 사고방식으로는 정의와는 무관하고 다른 판례에 의해 정해진 법적인 제약과 관계가 있었다. 법을 존중할 수는 있어도 열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 아버지는 걱정했지만, 내가 포기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포기는 실패였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버텨야 했다. 그래서 원래는 로스쿨을 그만두겠다고 말할 계획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을 버텼다. p35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p35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두려웠지만 행복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 p36
3. 다음 직장을 생각지 말라
무슨 이유인지 나는 스파이 세계를 좋아했고(단짝 친구와 나는 CIA 요원인 척하며 놀곤 했다), <U.N.C.L.E>과 <미션 임파서블>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p38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돈을 벌러 나갔다. 스탠퍼드 시절, 방세와 식비를 감당해야 했기에 ‘DJ 헤어 디자인’에 나가서 장부 정리를 하고 전화를 받고 예약을 받았다. p38
오히려 고객과 그들의 행동, 미용사와 그들의 어려운 점에 매혹되었다. 사람들이 힘이 없다고 보는 이들을 다루는 방식(이 경우 나는 어떤 여자와 미용사 사이에 낀 힘없는 안내원이었다)에 대해 많이 배웠다. p38
내가 어떤 태도로 전화를 받는가 하는 간단한 일이 고객들이 우리 회사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p40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들을 찾으라. p41
그들은 내게 귀중한 경영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상사의 신뢰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게서 잠재력을 보았기에, 나도 내 안에서 잠재력을 찾기 시작했다. p41
4. 새로운 두려움
다시 한 번 누군가 날 믿어주었고, 그것이 스스로를 믿도록 해주었다. 조교가 되었을 때, 사람들을 위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p44
라몬 교수는 같이 일하면서 그에게 배울 기회를 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나를 진지하게 봐주었다는 점이었다. 교수는 나를 성인으로 동료로 대접해 주었다. 내게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어했다. ... 그는 단순한 일을 했지만, 내게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 p45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손자병법) p46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일에서도 같은 유형을 보게 되었다. 두려워하는 이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역할 놀이에서의 나처럼, 새롭고 낯선 일에 당면하면 (상당히 간단하고 무의미한 일인데도)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기 일쑤이다. 회의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관리자가 할 일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할 일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p48
5. 숙녀가 일어날 때까지는
다음 날이 되었고 나는 겁이 나서 죽을 것 같았다. 그날 아침에는 특별히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가장 보수적인 정장을 차려입고, 서류 가방을 방패처럼 들었다. 나 자신에게 “난 커리어우면이야”라고 속삭였다. p53
반드시 넘어야 되는 장애를 항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장애를 어떻게 넘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p54
고객과 술집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비드가 술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고객 중에는 느긋한 분위기에서 서로 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거래의 내용뿐 아니라, 거래를 하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p55
지금부터는 내가 진토닉을 주문하면, 그냥 토닉만 따라 주세요.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아무도 내가 토닉만 마셨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분위기에서 비즈니스를 할지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내가 그들을 존중한다는 마음의 표시였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p55
그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것을 믿어야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의 도전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리고 프랭크를 만났다. p58
6. 마음이 한 선택들
이 때 처음으로 남자들이 유능하고 성공한 여자에게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해봤지만, 결혼생활에서 현실로 드러나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나는 ‘지금의 나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라고 믿으며 성장한 사람이다. ..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이 어떻게 내 재능에 분개할 수 있을까? p60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프랭크 역시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둘 다 다시는 누구도 믿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몇 번이나 서로를 외면했다. p61
해마다 부활 주일에 나는 나를 ‘부활’시킴에 감사드리며 특별한 감사 기도를 올린다. p62
7. 얼굴 마담
1982년 처음으로 관리자가 되었다. 상사 노릇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상사가 되는 연수 과정 같은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내 상사였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생각해 봤다. p63
내가 작성한 설문지를 내밀었다. 내가 무엇을 잘 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했다. 그들은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심사숙고해서 대답했다. p66
어떤 직위에 앉아 있든, 사람은 사람이기 마련이다. 그런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나는 이 사실을 깨닫고 상당히 놀랐다. 상사가 언제나 가장 잘 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 내가 자라면서 배운 것, 즉 ‘사람의 가치는 직위나 직책이 아니라 됨됨이와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p69
8. ‘할 수 있다’와 ‘하겠다’
팀원들과 한 번씩 면담을 마치고 보니, 분명히 알 것 같았다. ... 나는 그들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업무를 어떻게 해나가는 지 알아야 하긴 했지만, 변화를 일으키려면 다른 사람이 할 필요을 느끼지 않았던 일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p78
그는 검산을 마친 후, 환한 미소를 띠고 내게 왔다. 짐은 내가 찾은 것보다 많은 착오를 찾아냈다. “칼리, 이거 대단하네요! 우리가 회사 돈을 많이 아껴줄 수 있겠어요!” p80
곧 사람들이 내게 시비를 걸었다. ...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는 깊은 의심이 깔려 있었지만, 한편 다른 면도 있었다. 그들이 모르는 것을 내가 찾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 나는 척척 대답했다. 나는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누구도 손대지 않은 부분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회의가 계속되면서, 이 주제에 대해서는 그곳에 있는 누구보다도 내가 많이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p82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그가 더 출중해서가 아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상사가 책임을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도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 p85
난 그때까지 사랑을 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특히 여성들은 상대에게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그날 나는 가끔은 사랑받는 것보다 존중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난 정말 화가 나면 목소리가 아주 낮고 대담해진다. 소리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낮아진다. 그와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없으니, 그가 이해하는 언어로 대화해야 했다. 힘의 언어로, 나는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p86
뒷감당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으름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일은 협박이라도 해서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말버릇이 험한 사람은 아주 많다. 비즈니스계에서 그런 사람들이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 p86
우리가 시작한 일이 더 이상 우리 차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완전히 기가 꺾였다. ... 그래도 이 업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우리 손에서 놔버리는 것은 어려웠다. 우리는 성공에 집착하게 되었다. p87
그런데 이제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다른 지역들과 경쟁해서 미국 전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우수 ACMC팀이 되기로 결심했다. p88
“캐럴, 영혼을 팔 수는 없어요. 압박감 때문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말아요. 당신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질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요. 당신이 영혼을 팔면 누구도 보답해 줄 수가 없어요.” p89
9. 눈물을 아껴요
그는 차지하고 싶은 자리를 놓친 경험이 있어서 방어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를 꽉 쥐고서, 사람들이 그를 통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권력을 쌓기로 작정했으리라. 정보는 힘이니까. 요즘은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에단의 게임 같은 것은 먹혀들기 어렵지만, 여전히 그런 식으로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p95
에단과 나는 몇 주에 걸쳐 여러 차례 똑같은 대화를 했다. 매번 그는 다 알고 있다며 태도를 고치겠다고 나를 안심시키곤 했다. 하지만 변한 게 없었다. 실망스럽고 염려스럽긴 했지만 결국 적합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에단이 변하려 하지 않거나 변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사실 내가 그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직원을 해고 해야 했던 상황은 한 번도 당해 본 적이 없던 터라서 염려스러웠다. p96
“그 쿼터백은 당신이 아니라 발 나죠. 당신은 그 반대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그렇지 않아요. 내가 쿼터백이에요. 그러니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팀에서 물어나야겠지요.” p98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p106
1986년 이후 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눈물을 아꼈다. 가족, 아름다운 자연, 베토벤, 사랑하는 친구, 사람들의 선의, 그들의 지혜, 그들의 슬픔과 승리, 그런 것들을 위해서. p106
10. 성공의 본질
우리 팀은 8개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셈이었다. ... 나는 냉정을 잃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더 열심히 일했고, 더 오래 준비했고, 예상 가능한 모든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서 중요한 모든 사실을 파악해 냈다. 결국 여러 차례 나를 버티게 해준 것들에 의존해야 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나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팀원들, 우리가 당면한 현실, 모든 사건에 대비해서 부지런히 준비했다는 자신감, 누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끈기. p110
11. 목적지가 아닌 여정
MIT에는 수재들이 넘쳐난다. .. 하지만 그곳의 분위기가 독특한 것은 다들 머리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곳은 규율과 혹독한 연구가 의무인 학교이기도 하다. p122
이곳은 우리가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누구하고든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누구와 왜 보낼 것인가?’라는 놀이를 하는 장소가 되었다. p126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임을. 그 길을 따라서 옮기는 걸음걸음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p127
12. 정면충돌과 이해
내가 롱 라인스에 머물지 않는다면 여러 사람, 특히 루 골름이 실망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네트워크 시스템스가 훨씬 짜릿해 보였다. 회사의 윤곽이 뚜렷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무르익는 곳이었다. 도전적인 환경이었고, 내가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모든 장점과 단점을 따져본 다음 마음 가는대로 쫓아가라고.” p130
결국 조직도만으로는 영향력 있거나 특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조직은 언제나 서류에 계획된 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정규 조직이 의사 결정의 주체지만, 실제로는 조직 외부의 개인들이 결정을 내리거나 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p131
결국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었고, 그 결과는 큭게 상관없었다. 더 이상은 위축되지 않을 작정이었다. 어디선가 분노는 자제할 때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분노를 사용하라, 터뜨리지 말고.’ 그래서 분노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잭이 말을 하는 중간에 나는 손으로 탁자를 쾅 쳤다. “그만 됐어요, 잭! 그만하면 충분하다고요!”... 하지만 나는 잭에게 그가 알아듣는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거친 공장에서 오가는 언어였다. p136
나는 상사에게 전화해서 잭이 빌 막스에게 나를 해고시키라고 전화할 거라고 말했다. .. 내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날 존중하지 않았다. 또 자존감은 내게 어떤 경우라도 부적절한 언어폭력은 참지 말라고 요구했다. 해고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잭과 한판 붙은 덕분에 명성을 얻은 것이다. .. 학교에서 노는 애들이랑 맞붙어서 살아남는 것과 비슷했다. p137
그러다가 결국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생산적인 논의에 사적인 관계가 요구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시간이 걸렸고, 그런 관계는 한 상에서 먹고 마시면서 생겼다. 꽤 오래같이 지내면서 맛좋은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많이 먹고 마시며 우리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고 소유지분을 바꾸는 데 합의했다. p139
그의 첫 번째 실책은, .. 그에게 편리한 날짜를 선택한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날은 이탈리아의 국경일이었다. ... 이탈리아 사람들은 부사장을 존중하는 뜻으로 휴가를 취소했다. 부사장은 이탈리아 측에 미리 알리지 않은 직원 몇 명을 대동하고 로마에 도착했다. 이것이 그의 두 번째 실책이었다. ... 1시간이 지나자, 부사장은 회의가 끝났다고 간단히 말했다. 그는 STET 담당자들과 테라스에 나가 와인을 마시면서 로마와 바티칸의 풍경을 볼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마지막 실수가 안 그래도 엉망이 된 만남에 종지부를 찍었다. 문제는 그가 회의에서 말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가 말을 어떻게 했는지,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가 그들을 어떻게 대접했는지가 문제였다. p140
기업은 크고 추상적인 실체이다. 사람들은 기업과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기업을 대표하고 자원을 투입해서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사람들은 신뢰하고 존경하는 이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p141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신뢰를 쌓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뢰와 존경은 성공적인 협의의 토대이며, 합의하지 못하는 동안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한데 엮어주는 토대이다. p141
13. 힘의 결과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p147
다른 방향을 그려나갈 자신감은 성공한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개인이나 팀은 각자의 노력 속에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조직 전체는 구성원들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것으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성공담을 서로 알리고 축하하는 일이야말로 자신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p150
“전에(미국계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때도 늘 그랬는걸요. 여기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예산이 워낙 크거든요. 이사님이 FCPA를 염려한다는 것을 알지만, 여기는 브라질이고 전 미국인이 아니지요. 우리 둘이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걸로 하면 감쪽같이 마무리되는 거지요.” 이틀 후 그는 해고당했다. 내 밑에서 일하자 않았으나, 나는 그의 상관을 설득해서 조치를 취하게 했다. ... 결과가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부정직함과 부패에는 참지 않으리라는 것. 가치관은 결과를 일궈낸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때, 행동을 이끄는 것은 바로 가치관이다. p152
사람들은 타인의 힘과 성공을 높이 평가하거나 분개한다. 성공한 강한 사람들은 존경받고 동시에 공격당한다. 타인의 성공에서 고무되는 사람들도 있다. ... 똑같이 강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은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상대이 성공이 본인의 부족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워한다. p153
그는 에두르지 않고 “그래, 두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 건가?”라고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부사장은 불안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칼리랑 아주 잘 지냅니다. 그녀가 몇 가지 오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거나 침착하고 이성적인 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속사포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말이 빨라졌다. 그의 말이 빨라질수록 그는 점점 감정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나는 앉아서 그가 스스로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p155
14. 변화하려는 마음
어떤 상황에서든 처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은, 개선된 실천안이 필요하며 이것이 가능하다는 확고한 동의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165
그것이 돌파구였다. 그들의 자존심과 자존감에 정면으로 호소한 것이 효력이 있었다. 또 변화의 매개체가 되겠다는 톰 카터의 결심 덕분에 가능했다. 조직원 전원이 따라나서야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다수만 있으면 변화는 일어난다. p166
냉소적인 사람은 이런 단순한 짓으로 뭘 할 수 있겠냐고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팀을 이끌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p167
전원이 부정적인 위험 요소에만 신경을 썼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그런 다음에는 자기 자리에 신경을 썼다. “우리 업무가 어떻게 바뀔지 언제 알게 됩니까? 우리 직위가 달라집니까? 퇴직 연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가 퇴직이나 연금 제도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키자, 그럼 뉴코가 아니라 AT&T에서 은퇴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p172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잘 아는 불만스러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우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변하며, 그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173
15. 한 장을 넘기며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고 싶을 때면, 이 버튼을 자주 애용했다. 양측의 논의가 벽에 부딪치면 나는 회의를 중단시키고 버튼을 눌러 무슨 음식을 주문할까 묻곤 했다. 협상단 모두 이러다간 허리가 절구통처럼 되겠다고 생각했다. p180
‘페이지 넘기기’라는 과정을 도입했다. ... 나는 페이지마다 문제되는 내용을 완전히 토론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하자고 제의했다. 그 문제를 놓고 협상단이 합의에 이르거나, 도저히 합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때까지 토의하는 식이었다. p180
논란이 되는 항목들은 각각 세 양동이 중 하나에 넣어서, 합의 가능한 사안과 따로 떼어둘 사안을 분류했다. .. 일단 페이지를 넘기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양측 협상팀은 토론한 다음 결정했고, 되돌아가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협상 진전의 상징이 되었고, 서로 축하할 승전보가 되었다. p181
16. 버스를 타고 앞으로
새 리더가 도전 과제를 제시하면, 전부터 있었던 사람들 다수가 들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새 리더는 간단히 무시당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모두 현상유지 쪽으로 기울면 직위가 높은 사람이 변화를 주도해도 아무 효력도 발휘할 수가 없다. ... 상사는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상사는 사람들과 돈을 재배치할 수 있다. 상사는 평가하고 보상해 줄 수 있다. 상사는 위협하거나 격려할 수 있다. 조직은 상사의 이런 행동과 결정을 하나하나 붆석하고 해석할 것이다. ... 하지만 어떤 상사도, 사장이나 CEO도 사람들에게 변화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 어떤 상사도 사람들에게 다르게 처신하라고 강요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유 의지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대기업에서는 그런 결정들이 쉽게 숨어버린다. p187
“자, 버스에 올라타고 행진을 시작합시다. 행진하지 않을 사람은 내리도록 해요!”
여러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다. 다들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호마는 정곡을 찔렀고, 그때부터 우리는 우왕좌왕할 때마낟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 버스에 타고 행진 중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비판하는 집단이 되어 주도하려 했다. p188
그는 변화에 흥분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데서 재미를 느꼈다. 유머 감각이 풍부한 그는 때로는 거친 변화의 여정을 유머로 부드럽게 만들곤 했다. 로저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자신을 던지고... p188
리더가 외로운 것은 그것이 열정과 냉정, 둘 다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팀의 일부이지만, 한 발자국 물러서서 선명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힘든 결단을 내릴 수 있다. p190
리치는 나의 동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일하는 동기는 돈과 스톡옵션이 아니었다. 나는 돈으로 사는 것들을 즐기고, 그것들을 산다. 회사에서 고용자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 급여라는 것도 인정한다. 또 내가 경쟁력 있는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돈으로 내 마음을 살 수는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선택하는 일에 있다. 내게는 열정이 부단히 노력하게 만들어준다. 리치 맥긴이 제시한 자리는 특히 헌신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내가 ‘하겠다’고 대답한다면, 내가 가진 모슨 것을 바쳐야 했다. p194
리치는 내가 그에게 설득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때문에 남은 게 아니라 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은 것이었다. p194
조직들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어 협동 작업을 할 경우, 조직 내에서의 명령-통제식 의사 결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협동에는 또래들 간의 더 맣은 의논과 동의가 요구된다. 자원을 공유하면서도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똑같이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명령-통제식 의사 결정은 명령과 의사를 하부로 내려 보내는 수직적인 정보 이동의 방식이다. 협동하는 의사 결정은, 정보와 결정을 여러 명령의 사슬을 넘나들며 전달하는 수평적 방식이다. 명령-통제식 의사 결정은 조직 계보도에서 박스와 선분으로 나타난다. 수평적 협동 방식의 경우는 한 그룹이다. 개인에서 다음 그룹이나 개인에게 넘겨주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누가 누구와 의사소통하느냐가 가장 잘 드러날 것이다. p195
내가 원하는 바는 즐겁게 일하는 것이었다. p196
나는 “고칠 수 없으면 만들어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 ‘과거에 프린스로 알려졌던 아티스트’처럼 우리의 색깔은 보라색으로 정했다. 또 그 해가 용띠 해였으므로, 마스코트는 용으로 정했다. p197
“ ... 우리는 어센드 사람들이 고객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요구를 이해 못하는 카우보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우리가 가장 크게 걱정한 것이 바로 그 점이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 좌중에 불편한 술렁임이 일어났다. ‘어센드 사람들’은 내 발언을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화내지 마세요. 여러분은 우리에 대해 더 나쁘게 생각하잖아요.” 이제 모두 안절부절못했다. 내 말은 팀을 만드는 회의에 어울리는 발언이 아닌 듯 했다. 리치와 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여러분은 우리를 계집애 무리(나는 일부러 그 단어를 선택했다)로 생각하죠. 여러분은 우리가 끈질기지도 못하고, 세상물정에 밝지도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그 순간 나는 연단 뒤에서 나왔다. 앞으로 나오면서 한쪽 바지를 들어서 카우보이 부츠를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고무 슬리퍼를 신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군요. 나는 ‘토니 라마(Tony Lama)’ 브랜드의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어요. 이 정도면 우리가 냅다 걷어차 버릴 수 있겠지요.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무대 중앙에 서서 청중에게 등을 돌리고 섰다. 재킷의 단추를 풀어서 천천히 재킷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다는 판단이 서자, 몸을 돌려서 사람들과 마주 섰다. 프랭크의 양말이 든 바지 주머니가 불룩하게 튀어나왔고, 대형 연회장에 있던 사람 모두 그걸 똑똑히 보았다. “우리의 그것도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크다는 걸 알겠죠?” (남자 성기를 뜻하는 ‘ball’에는 ‘용기’라는 뜻도 있다-옮긴이)
리치는 웃느라,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몇 분간이나 소란이 계속된 끝에, 어센드 측 팀장이 다시 무대에 올라와 말했다. “내가 졌소” 우리는 나란히 서서 질문에 대답했다.
너무 엉뚱한 짓이기는 했다. 계획대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어떨지 나도 자신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그 유머를 즐거워한 것은 아니지만(몇 사람은 천박하고 불손한 짓으로 여겼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핵심을 찔러 표현했을 뿐이다. p201
17. 고독
1998년 가을은 지독한 시간이었다... 둘 다 내 인생을 바꾸어놓았다는 것. 또 두 일 모두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다는 것. p202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된 기분이 어떠세요?” 나는 어떤 차이도 못 느꼈지만, 그런 대답에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나중에는 “모르겠어요. 남자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요”라고 받아쳐서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곤 했다. 혹은 더 심각하게 “비즈니스에서 나 자신을 여성으로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비즈니스를 하는 개인인데, 우연히 여성인 것뿐이라고 보지요”라고 대답했다. p204
사람들은 유명 인사를 공공재로 본다. 사람들은 명사를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표상으로 본다. 일반인들은 부유하고 영향력이 많아도 그런 대상이 되지 않지만, 명사들은 희화화와 면밀한 조사와 비평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명사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만, 명사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더 보고 싶어한다. 당시에는 그런 양상을 지금처럼 분명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만 알아차렸다. p205
사진이 홈을 훔쳐간다고 믿는 인디언 부족들이 있다. 그럴듯한 유추이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점점 진면목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명성이 나와 내가 소속된 회사에 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열린 문은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하지만 유명해지는 것은 괴로운 곳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p205
“혹시 누가 아니. 어느 날 네가 휴렛팩커드의 CEO가 될는지.”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 회사에 대해 얘기해 본적이 없었는데. 나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글세,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대꾸했다. “그건 모른단다. 칼리. 사람 일은 몰라.” p207
어머니는 평생의 삶을 통제해 왔듯이 죽음도 당신이 통제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거부했다. p208
18. 채용
휴렛팩커드는 차고에서 시작해서 실리콘벨리를 낳은 원조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성장하지도, 혁신하지도 않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반백의 할머니’로 알려져 있었다. 기술 분야와 정보 기술 분야와 관련된 기사에서 HP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p210
제프가 전화로 휴렛팩커드란 말을 했을 때 나는 의아했다. ‘왜 그쪽에서 내게 전화를 했을까?’ 그를 만났을 때도 내 마음은 그랬다. 따라서 점심 자리에서 그 질문을 맨 먼저 던졌다. “왜 나인가요?” 내가 그 자리를 수락할 때까지 몇 번이고 거듭 물었던 것도 바로 그 질문이었다. p211
루는 HP에서 아무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단히 분산된 특성과 구조 때문에 더 높은 성취를 향해서 회사를 끌고 갈 힘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의 문화가 엄청난 힘과 약점을 같이 갖고 있고, 또 그것이 변화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다가올 기업 분할이 상처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 우리는 포부를 안은 목적과 문화에 대해 대화했다. 나는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들이 더 높은 성과를 끌어내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p214
루는 ‘전환’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p214
루는 긴 시간을 할애해 주었고, 실망한 마음을 놀랍도록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면담을 마치면서 “오랜만에 짜릿한 시간을 보냈소”라고 말했다. p215
HP에는 전략이 부족했다. 문화는 망가지고 있었다. 인재 관리 과정이 없었다. 이사회는 조직 내부 사람들이나 인력 개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p215
월트 휴렛, 수잔 팩커드, 패티 던, 제이 키워스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샘의 머릿속에서 그들은 중요한 인물들이 아닌 듯했다. p216
HP 이사회가 나를 면접했지만, 나도 그들을 면접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그 일에 뛰어들기 전에 가능한 많은 것을 파악해야 했다. p218
“급진적인 변화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지요.” 나는 그에게 HP 사람들과 거의 10년간 거래해 봤는데, 그 세월 동안 누구도 다급해하는 기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모두 유쾌하고 예의바르며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경쟁심이나 시간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두들 테크놀러지와 가치에 대해서만 말했지, 고객이나 경쟁사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p221
나중에 내가 배우게 될 첫 번째 경험은 일반적인 처신이었다. 휴렛팩커드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딕은 조직 개편이 틀린 조치였다는 데 나와 견해를 같이 했지만, 개편을 막기 위해 루와 정면 충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p222
나는 ‘HP 방식’의 가치들은 몇 가지 중요한 면에서 부패했음을 깨달았다. ‘개인에 대한 존중’은, 비즈니스에서 진지하게 이견을 제시하고 논쟁이 필요할 때조차 예의 바르고 비전투적으로 대한다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고결함의 기준’은 죄를 범하는 것에 적용되어, 거짓말하지 않는 것 정도를 의미했다. p222
나로서는 ‘박힌 돌’ 같은 인물이 필요했다. HP가 시신을 어디에 묻는지, HP의 풍경은 어떤지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기나긴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 내가 CEO가 되면 그가 대표이사 자리를 맡는다는 점에 대해 딕과 합의를 봤다고 느꼈다. p229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보존과 재발명 사이의 균형을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보존’이란 말을 한 것은 이 회사의 유산은 강력한 상징이자 견인차이기 때문이었다. ‘재발명’이란 말을 선택한 것은 ‘발명’이 창업자인 빌과 데이브의 핵심 가치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선구자 정신이 내포된 변화를 뜻하는 표현을 찾아야 했다. 그 구문이 이사회의 마음을 울린 것 같았고, 나는 거듭 이 말을 하게 되었다. p230
19. 그거, 아르마니 슈트인가요?
조직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도 리더의 임무 중 하나다.
어떤 상사든 부하 직원이 “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리더는 그 말 뒤에 숨은 논리를 판단해야 한다. 사람들은 하라고 요구받은 일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못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대안과 해결책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 ... 때때로 사람들은 힘든 문제에 쉬운 해답을 원하기 때문에 ‘못한다’란 말을 한다. p232
나는 평생토록 리더십은 직위나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리더십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더십은 청렴한 인품, 능력의 크기, 사람들과의 능률적인 협동과 관계된 것이다. p233
새벽 2시에 호텔에 도착해서, 루슨트 테크놀러지의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직원들은 월요일 아침에나 편지를 읽겠지만, 나는 잠들기 전에 한 장을 넘거야 했다. 잠에서 깼을 때는 휴렛팩커드에 성심을 다하고 싶었다. p234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준비하지 않았다. “유리 천장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그것을 깨버린 기분이 어떻습니까? 유리 천장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게 의미가 있습니까?”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성별에 관련된 질문에도 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p235
HP는 깊이 뿌리내린 문화를 가진 관료적인 조직이었다. 이방인은 드물었고 보통은 따돌림을 당했다.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변화는 내부에서 우러나와야 가능했다. 나는 그 변하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어도, 현 임원진의 다수가 변화를 끌어안아 자기 것으로 삼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p236
나는 다들 CEO란 직위를 밝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소유물을 말하는 분위기로 ‘내 조직’이나 ‘내 직원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난 잘 지내고, 내 비즈니스를 갖고 있고, 당신 도움 따윈 필요 없거든.” p237
나는 이 이사회에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또 경영진은 정부 관료들이 새로 임명된 정치적인 인물을 의심하듯, 나에게 똑같은 의심을 품었다. “얼마나 버티나 두고 봐야지”란 식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힘들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첫날을 견디고 살아남아야만 일에 착수할 수 있었다. p237
나는 주목받고 싶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시선은 내게 쏠렸고, 나는 그런 관심을 회사로 돌리고 싶었다. 인터뷰를 수락할 때마다 기본 규칙을 내걸었다. 유리 천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는 것. 나 자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것. 회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거라는 것. p238
20. 천 개의 부족들
커피 토크는 HP 창업 초기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루실 팩커드가 엔지니어들을 위해 쿠키를 구웠고, 빌과 데이브는 직원들과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비즈니스에 대해 대화하곤 했다. p245
나 또한 가장 중요한 기술 발전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HP 연구소는 한 달에 한 번 씩 방문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HP 연구소 직원들은 내 선택을 특별하게 여겼다. 그들은 내가 정깆거으로 방문하겠다고 하자 전율했다. 아무도 그들을 보러 오지 않았고,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p245
10명 중 한 사람만 “HP라는 브랜드는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것은 바깥 시장과 내부 비즈니스에서 하위 브랜드가 회사의 브랜드보다 중요하다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천개의 부족들’이 집약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 반여오디어 있었다. 회사는 87개의 다른 손익계산서로 이루어져 있었다. p249
창업자 빌과 데이브는 현역 시절에는 HP 직원들에게 전설적인 리더였고, 세월이 흐르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역사가 되었으며, 역사는 신화가 되었다. HP는 빌과 데이브의 비즈니스였고, 빌과 데이브는 휴렛팩커드를 위해서 결정을 내렸다. p251
21. 리더가 되겠다는 선택
리더는 인품, 능력, 파트너십의 3가지로 가늠된다. p256
결과를 보고했다. 질문도 없었고, 토론도 없었다. 진짜 상호관계는 유일하게 휴식 시간에 나타났다. p262
승리는 장담한 것 이상의 일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승리는 필요한 일을 이루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수하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거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p267
22. 변화의 전사
데이브 팩커드는 존 영이 회사의 너무 많은 부분을 ‘중앙화’했다면서 당장 그를 해고해 버렸다. 조직은 그의 메시지를 알아들었고, 전통적인 제품 중심의 사업 부문, 수직적 명령 구조, 자원 통제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또 CEO 자리가 존에서 루로 넘어가면서, 직원들은 다시 한번 너무 많은 변화는 데이브 팩커드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p273
나는 직원들에게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했다. “살아 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p277
좋은 리더는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나쁜 리더는 직원들의 경멸을 받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p283
23. 영락없이 똑같다니까
나와 다른 경영진은 나쁜 제안과 좋은 제안을 선별하느라 긴 시간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좋은 법이고, 개방적이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부담보다 이익이 더 컸다. p289
24. 큰 아이디어, 소소한 세부사항
HP 직원들은 기본적인 효율성과 효과를 위해 수평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p295
나는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해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중국 철학을 인용했다. p300
상사를 놀리는 것은 이런 행사에서 중요하고 신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p301
리더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모든 관리자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p302
26. 최악의 더러운 싸움
컴팩이 DEC와 탠뎀을 인수했듯이 휴렛팩커드가 컴팩을 인수하는게 목표가 아니었다. 양사의 최고를 이용해서 더 강하고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우리는 양사의 생산 라인, 경영진, 문화 중 가장 좋은 것만 골라 이용할 작정이었다. 양쪽 회사의 DNA를 뽑아서 21세기에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야 했다.
3. 내가 저자라면
사람들은 왜 자서전을 사서 읽는걸까.
무엇보다 자서전을 읽게 하는 힘은 문장의 수려함과 아름다움보다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한 매력때문일 것이다. 삶이라는 것.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간에서 누구에게나 허락된 시간임에도 굳이 자서전을 쓸만한 삶은 아니, 남들마저도 읽어 줄 삶은 산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 묻는다. “네 자서전을 누가 읽어줄까?” “너는 충분히 타인들이 부러워 할 정도의 삶을 살았는지”를.
자서전의 형식...
글이 편하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이 선명해 보였다. 선택의 상황에서 그녀의 판단과 행동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삶의 원칙이 무엇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살아가면서 또는 현직에 있으면서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일수록 가슴에 담아두기만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억울하기도 하고, 너무 아름답기도 해서. 그런 모든 것이 허용되어야만 하는 것이 ‘자서전’일 것이다.
자서전은 픽션이다.
논픽션인 소설이 아니다. 자서전은 픽션이다.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떠나 존재할 수가 없다. 기쁜 일, 궂은 일, 좋은 관계, 여전히 불편한 관계들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삶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기에, 쓴 맛은 빼고, 단 맛만 나는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짠 맛은 없고, 싱겁기만 하다면 누가 그 삶을 부러워하겠는가.
자서전에는 그런 요소들이 솔직하고, 재미지면서, 실감나게 구성되기도 하고, 또한 역사속에 실존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같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알게 하는 것 또한 자서전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서전은 위험하기도 하다. 저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고, 억울한 희생이 있을 수도 있다. 함부로 쓸 수 없지만, 소설과 달리 그 진실한 이야기들이 주는 설득의 힘이 자서전만이 가지는 마력일 것이다.
그녀는 불편한 관계마저도 솔직하게 썼다. 실명을 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그 용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사실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일텐데. 서구의 문화가 합리적이어서 가능한 것일까. 자서전이라는 형식이 담을 수 있는 ‘면책특권’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아니면 ‘쓴 소리’마저도 사랑이라고 믿는 그의 삶의 자신감에 바탕한 것일까. 설마 항의나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녀는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솔직할 거 같다. 그래서 자서전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여성 CEO가 자서전을 써낸다면, 아니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전주의제21 10년 발자취’에 다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명으로 해야 할까. 좋은 이야기는 실명을 하는데, 왜? 무엇이 나를 망설이게 하고 있는가. 내가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몸 담아왔던 곳, 나는 사랑이라고 확신하는가. 또 다시 나의 고집으로 상처받고 서로가 불편해지지은 않겠는가. 쓰면서 내내 괴로웠다. 아마도 살이 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겠나 싶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묻지만, 사실 나도 궁금할 따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일 줄은 몰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글의 꼭지를 달아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겨두었다. 지금 쓸 수도 있고, 내일 쓸 수도 있겠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다. 10년 정도를 삭혀 두었다가 꺼내야 할 이야기들이 있을지. 피오리나처럼 나도 세 개의 김치 항아리를 준비해두었다. 지금 바로 써서 오늘 저녁에 먹을 겉저리, 1년을 두고서 익혀 먹을 묵은지, 그리고 내가 죽고 난 다음이 될지도 모를 그래서 자식들이 꺼내 먹게 될지도 모를 푹 삭은 이야기들. 어쩌면 나와 같이 묻혀 썩어 없어질지도 모를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