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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4일 11시 18분 등록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 찰스핸디/에이지21/2006

< 저자에 대하여 - 찰스핸디 Charles Handy>

아일랜드 계 영국인인 찰스 핸디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철학자로 조직 행동과 기업 경영분야의 전문가이자, 피터 드러커와 톰 피터스 등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이다. 아일랜드 킬데어에서 성공회 부주교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오리엘 칼리지에서 고전문학, 역사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다국적 석유회사 쉘의 마케팅 부서에서 비즈니스 경력을 쌓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MIT 슬론 스쿨에서 경영 공부를 시작했고, 이 때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과 워렌 베니스와 교류하게 되면서 ‘조직’에 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1967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런던 비주니스 스쿨 설립과 경영자 프로그램 조직 과정에 참여하였고 1972년에는 런던 비즈니즈 스풀의 경영심리학 교수가 되었다. 1977년에서 1981년까지, 사회윤리와 가치에 관한 연구와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하우스 학장을 지냈다. 1987년에서 1989년까지 런던 왕립예술학회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영국 여러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BBC 라디어 방송 <투데이>의 ‘오늘의 사색’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매니지먼트와 삶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수년 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교훈을 선사했다.

현대의 경제를 창조적으로 분석하고 인간성 상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찰스 핸디는 이미 10년 전에 지금의 현상 - 다국적기업의 확산, 개인 기업의 생존 위기, 조직의 해체, 자유시장 경제의 문제점 등 -을 분석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즈니스맨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선정하는 ‘사상가50(The Thinker 50'에 2001년 피터 드러커에 이어 2위, 2003년 게리 하멜에 이어 5위, 2005년에는 10위에 오른 바 있는 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내놓은 저서로는 1994년 ’올해의 경제평론가상‘을 수상한 <텅 빈 레인코트The Empty Raincoat>를 비롯 하여 <비이성의 시대The age of Unreason>, <정신의 빈곤The Hungry Spirit>,<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올림포스 경제학>,<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조직의 이해>,<찰스핸디의 포트폴리오인생>등이 있다.

 

"나라는 사람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아내의 한결같은 믿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임의 원천이다. 덕분에 나는 자기불신이라는 험난한 골짜기를 빠져나와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대부분의 혼자 싸워야 하는 외로운 작업인지라 적잖이 자기불신에 빠졌었다. 아내 엘리자베스와 두 아이, 케이트와 스콧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사랑의 마음을 보낸다.“ - <텅 빈 레인코트>

“나는 훌륭한 아내이자 동료인 엘리자베스가 변함없이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해야 한다. 그녀는 내가 이 시대의 정설들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의 믿음과 경험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주었다. 또한 한때는 어린아이들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부부의 현명한 친구가 된 케이트와 스콧에게 내가 이 책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특별한 삶의 사례로 인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 <정신의 빈곤>

“이 책의 모든 페이지와 문장에는 아내이자 동업자인 엘리자베스의 손길이 닿아 있으니, 그녀는 이 책과 더불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집필하는 내내 나를 배려하고 참아준 그녀의 인내심에, 그리고 아끼지 않고 베풀어준 모든 도움에 진심으로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비이성의 시대>

“나는 신혼 때 아내와 나눈 대화를 아직도 기억한다. 당신 나는 셸 런던 본사에서 근무하면서 관리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워요?’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셀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그 대화는 언제나 내 귀바퀴에서 맴돌았다. 나는 아내의 지적에 동의한다.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코끼리와 벼룩>

☞ 찰스 핸디의 저서들을 살펴보면서 책의 곳곳에, 책의 시작과 마무리 부분에 부인 엘리자베스와 가족에 대한 핸디의 애정이 담긴 문구들을 항상 발견할 수 있었다. 동양의 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修身齊家부분을 삶의 근본으로 생각하고 실천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넘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관계로 일생을 함께 하고 있는 핸디부부의 삶이 부러움을 넘어 부부관계와 가족관계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한 멘토로 와 닿았다.

 

<내 마음에 무찔러드는 글귀>

*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p8 이 책을 집필하면서 가족이 내 삶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러한가를 새삼 실감했다. 아내이자 동업자인 엘리자베스는 항상 나보다도 굳게 내 작품을 믿어준 사람이다. 엘리자베스의 믿음이 나한테는 엄청난 힘의 원천이었다. 아내한테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인생 전체에 대한 아내의 도움에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가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hapter 1. 정말입니까?

p13 지금의 찰스 핸디는 60대에 들어서야 분명히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다른 버전의 새로운 찰스 핸디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감히 누가 장담할 것인가? 그리스의 시인은 “죽기 전까지는 누구도 행복하다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인생의 행복은 죽음 다음에야 판가람이 난다는 뜻이리라. 비슷한 논리로 죽기 전까지 ‘완전한 자신’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p14 사회철학을 배우던 초기에 접했던 ‘조하리의 창 Johari window'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조셉 루프트와 해리 잉행 두 교수가 고안해낸 것으로 네모난 유리창을 네 개로 나눈 모양이다. 유리창 전체가 우리의 온전한 자아, 자신과 타인이 보는 자아 전체를 나타낸다. 자신은 내부에서 보는 반변 다른 사람들은 창밖에서 본다는 발상을 깔고 있다. 유리창을 네 개로 나누는 칸막이가 워낙 두꺼워서 누구도 전체를 꿰뚫어 볼 수는 없다.

p17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모습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가요?“ 인물사진을 찍으려고 앉아 있는 사람에게 엘리자베스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본인의 사진을 보면 대답이 명쾌하다. 사진사 엘리자베스는 사진 전면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반면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은 대리인 엘리자베스는 차라리 배경에 가깝다. 스토브 앞에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엘리자베스는 중간 크기다.

p18 엘리자베스가 그런 식으로 대략 10년 만에 한 번 꼴로 내 사진을 찍었다면, 사진이 내 삶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무엇보다 생생한 자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찰스 핸디라는 사람을 이루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초상 같은 것.

p18 어떤 것이 진짜 모습일까? 아마도 모두가 진짜 모습이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면만 볼 것이다. 어쩌면 자신조차 모르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조하리의 창이 시사하는 바처럼 우리는 자신에게도 낯선 존재일 수 있으니까.

p20 그때 이후 나는 친구 밑에서 또는 친구와 함께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친구와 한 집에 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정은 워낙 소중한 것이라 섣불리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우정과 일은 서로 중복되지 않을 때 가장 잘 돌아가는 법이다. 그래야 자신이 누구인지, 즉 정체성의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p21 우리의 최선은 조하리의 창에서 A부분을 가능한 많이 개방하고 미지의 영역인 C를 탐험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어찌 보면 거짓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했던 탓이다.

p22 내 본모습대로 살기로 마음먹으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얼마나 마음이 놓이든지. 지금도 가끔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하고 바랄 때야 있지만, 더 이상 불가능한 소망에 헛되이 매달리지는 않는다.

p22 사람들은 분명 특정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p23 "중요한 것은 당신의 됨됨이지 외모는 아니에요.“

p24 타고난 유전이 전부는 아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성장하며 각자 유전적으로 타고난 자아를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p25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정체성을 채워간다. 나이를 먹고 본인에게 맞는 삶의 영역을 찾아가면서 정체성은 점점 견고해지고 일관성을 갖게된다.

p25 열정이 있으면 타고난 기질로 보아 영 거리가 먼 사람도 세일즈맨과 커넥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충분히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다. 내게 있어 진짜 문제는 초기 반평생 동안 맞지 않는 일에 종사했던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충분한 열정을 느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

p25 배우자의 재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의 재능을 개발하지 않고 도태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경우 배우자가 떠나면 무력감을 느끼고 당황하게 된다.

p26-27 조사 결과 아이바라 교수는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고 주장했다.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체성은 부분적으로는 타고 나고 부분적으로는 초창기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하지만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혀 많은 가능성들을 탐험해 본 이후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감춰진 네 번째 판유리-조하리의 창에서 C부분-안을 들여다보고 가능한 많은 것을 밝은 빛 속으로 끌어내고자 노력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다보면 생을 마감할 즈음에는 자신한테나 타인한테나 감춰진 영역이 없는 온전한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p27 지금 생각해보면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삶이란 정체성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고, 우리는 사다리를 오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발견해간다.

p28 개인이든 집단이든 결국에는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썼느냐’로 기억된다는 사실이다.

p29 우리네 인간이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이 거대한 세상에서 의미를 가지리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쩌면 교만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교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쓴 책들은 모두 버려져 재활용 되고 생각들은 망각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쓰고 가르친다. 왜일까? 창의 빈 곳을 메우고 싶기 때문에, 그리하여 죽기 전에 나의 모든 면모를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 자체가 나의 완전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다. 변화해온 삶 속에 등장했던 여러 찰스 핸디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만나고 성찰하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알고 있을까? 완전히 알지는 못할 것이라 본다. 더구나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찰스 핸디도 있으리라.

p29 엘리엇의 시구처럼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이다. 우리가 모험을 멈추는 것은 아마도 삶이 끝나는 순간이리라.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나의 모험은 계속될 밖에.

Chapter2. 아일랜드에서의 시작

p32 시작이 결국은 끝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실감한다. 더구나 시작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p39 내 과거를 돌아보며 사람의 유년기 환경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하나뿐이라고 믿으며 성장하고, 이를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쉬운가도 깨닫기 시작했다.

p39 이제 나는 황당무계한 인생관을 주장하는 이가 동시에 참으로 마음씨 고운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뒤늦게야 나는 고정 관념을 넘어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했다.

p46 발전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두 발짝 앞으로 나갔는가 싶으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다. 심지어 그 반대일 때도 있다.

p46 세미나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얻은 만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Chapter 3장. 그리스인의 지혜

p49 "우선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3000자로 에세이를 제출하게“

p50 요즘 가르치는 학생들한테 너무 이른 나이에 붙은 꼬리표, 옳은지 그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무심코 붙여주는 꼬리표를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p52 실제로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그들이’인지하는 진리라는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기억하는 진실일 뿐이다. 다른 사람 -특히 여동생들-을 보면 같은 일에 대해 나와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누가 옳은가? 둘 다 옳을 수도,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p53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만틈 단순하지 않다는 사사리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을 결코 지금까지 내 눈에 보였던 그런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아니 최소한 생존하려면 먼저 세상을 경험한 앞 사람들이 내놓은 가설들이 나와 같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깨달음도 더불어 찾아왔다.

p55 나는 '왜?'라는 질문을 서너 번 계속하면 결국 상대방의 동기-상대방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동기까지 포함하여-를 밝혀낼 수 있다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직접 방법을 활용했다.

p56 소크라테스의 동시인들도 생각했다시피, 이런 과정은 무척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중하게 진행도기만 하면, 하는 일 또는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본 가정과 진정한 이유를 알아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p56 우리는 조언 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가능한 많이 던진다. 조언을 하는 것보다 그런 방법이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다. 물론 소크라테스에게서 배운 방법이다. 나한테도 같은 방법을 쓴다. 모든 초기 가정을 의심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식인데, 진행과정에서 나의 편견을 나보다 잘 아는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일이 진행되는 방식을 의심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흥미로운 지적 게임이다.

p57 가끔은 질문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다. 담쟁이덩굴로만 덮인 담장이 든든하게 보호해주는 옥스퍼드를 떠난 직후 나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p58 이 일로 내가 젊은 친구들이 아무리 주제 넘어 보여도 그들의 생각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p59-60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 Golden Mean'을 통해서 ’족하다‘ 개념을 처음 내게 알려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Virtue이란 악의 정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덕이란 지나침과 모자람의 양 극단 사이에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p60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에 다름 아니었다. 이 복잡한 그리스어는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아리스토텔레스한테는 다른 의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이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었다. 와인과 책을 들고 해변에 누워있거나, 꿈에 그리던 이성과 질펀한 섹스를 즐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p61 인생에는 활력, 모험, 야망을 위한 시기가 있고, 성찰과 지혜를 위한 시기가 훗날 따로 있는 모양이다.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아리스토텔레스나 지도교수들의 말을 새겨듣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나만이 아니라 대학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낭비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관심을 분산시키는 이런저런 유혹도 많은 탓이다.

p63 ‘여러분의 답이 더 훌륭하다면 책에 나와 있는 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날 내가 얻은 교훈은 그것이었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단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교훈은 확실하게 이억한다.

p63 지금도 기억력은 썩 좋지 않지만 이제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요즘은 나쁜 기억력이 오히려 창조적 발상을 촉진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어떤 아일랜드 사람이 했다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내 말을 들을 때까지도 나도 내 생각을 모른다니까." 나는 혼자 하는 공부보다 대화와 토론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웠으며 때로 대화와 토론 과정에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과거의 지혜에 의지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거기서 탈피할 줄도 알 만큼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셈이다.

p64 나처럼 거기서 공부했던 라틴어와 그리스어, 로마와 그리스의 역사와 철학의 세세한 내용을 잊어버려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옥스퍼드 인문학도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고 조리 있게 표현하고, 자신의 추론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배우니까.

p65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가 내 삶의 후반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초점을 ‘에우다이모니아’에 재조준하도록 도와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 및 친구와의 애정을 돈독히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가족과 친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던 또 다른 주제였다.

p65 아쉽게도 과거에는 이 모든 것을 깨닫지 못했다. 사람이란 자고로 나이를 먹어야 혜안이 생기는 모양이다. 옥스퍼드를 떠난 뒤에도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인생학교’, 즉 셸에서 배워야 할 다른 교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Chapter 4. 보르네오에서 얻은 교훈

p71 소위 말하는 ‘매뉴얼대로’ 일하는 사람이라 매뉴얼에 나오지 않은 변칙상황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었다.

p77 살면서 시도하는 모든 일이 잘 되면, 본인을 채찍질해 더욱 멀리 나가볼 유인을 찾기 어렵다. 대담하게 틀을 깨고 나가보면,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p78 매일 저녁 따로 시간을 내서 자네가 낮에 보고 들은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 누가 알겠나. 자네가 나한테 배운 것 못지않게 나도 자네한테 배우게 될지.

p79 문득 학위란 계속해서 배우라는 일종의 증서, 즉 배움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80 또 하나의 귀중한 교훈은 어떤 주제를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보라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청중이나 독자를 위해 강연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보다 내가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80 셸은 나에게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가르쳤다.

p81 그 때 이후로 나는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일이 굴러가게 하는 핵심 인물이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쓴다.

p81 보르네오에서는 어떤 일에서든 사람을 제대로 골라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첫인상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p81-82 “있잖아. 사람만 제대로 고르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것만 충족되면 다른 것들은 필요없다네. 사람을 제대로 고리지 못하면 다른 것이 다 있어도 소용없는 노릇이고.”

p82 나는 창고에 쌓여 있는 지식은 금세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배웠다. 실제 경험이 결합되지 않고 머리 속에만 있는 지식은 증발해 버린다. 더구나 나의 경우 먼저 경험하고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에서 죽어라 배운 수많은 지식이 쓸모없이 버려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p82 하지만 반성이 없는 경험도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p83 나는 셸에서 예전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가르침이었던 ‘누군가는 항상 최선을 알고 있다’는 믿음을 버렸다. 대신에 나는 인간이 처한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모범 답안이란 것이 없으며, 사람마다 다르므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이를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기술적인 문제일 때만 전문가들이 좀 더 잘 알았다. 사실 옥스퍼드가 나한테 가르치려 했지만 내가 아둔하여 당시에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좀 늦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는 않게 깨달았다.

p84 경험과 반성이 결합되어야 교훈이 오래 남는 법입이니까요.

Chapter 5. 황금의 씨앗

p85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문을 열고 전진할 수 있게 자극하고 도와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한 번 못했다. 결국 이렇게 사후에야 감사의 말을 전하게 되었다

p93 팻은 내가 원하는 방향을 알자 고문 같던 본사 생활에서 나를 구해주고, 훨씬 맞는 생활로 이끌어주었다. 팻은 그런 사실을 말한 적도 없고, 충고를 한 적도 없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주제 넘게 나서지도 않았다. 그저 ‘이것이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하면 그대로 실행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자신이 한 역할을 떠벌이지 않았다. 워낙 나서지 않는 팻의 성격 때문에 내가 고맙다는 인사할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p93 팻은 그것 말고도 나한테 잔잔하면서도 유익한 자극을 주었다.

p94 누군가 자신의 잠재력을 그렇게 믿어준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믿음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p95 이들 ‘연금술사’들의 삶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생 초반에 존경하는 인물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개입의 내용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이런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이들은 과감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연금술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책을 쓴 다음에야 프로이드가 이것을 ‘황금의 씨앗’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았다.

p95 이런 씨앗은 우연한 의견 형태로 제시될 때가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소개나 추천, 기회부여 등을 통해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는 형태로 표출될 수 도 있다.

p95 연금술사 중에 한 명인 디 도슨은 선생님이 무심코 흘리는 말로 자신이 과목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한 말을 평생잊지 않았다. 황금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다. 도슨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30대에 과감하게 의대에 지원했다. 본인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똑독하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도슨은 과연 선생님에게 감사인사를 했을까?

p95 나는 교사, 부모, 배우자는 물론 심지어 기업의 관리자도 성직자와 같은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양육하고, 가르치고, 지도한 이들의 공적인 성취를 보며 그것으로 개인적인 만족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수혜자가 당시에 이런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드물고, 만약 알아도 감사하기보다는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충분히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수혜자들이 찾아와 감사의 마음을 전할 것이다.

p96 감사를 받는 못 받든, 행동이나 말을 통해 황금의 씨앗을 심는 일은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분 좋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상에는 그런 씨앗이 부족하다. 가끔은 그런 씨앗 심기가 문화적으로 부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p96 황금의 씨앗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이어야 하며, 때로는 익명으로 전달될 수도 있다.

p101 그들은 자신이 만나서 알고 느낀 대로 나를 대했다. 마침내 과거로부터 해방된 느낌이었다.

p103 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과하면 역겨운 것이라고 교육받은 나에게 이런 분위기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사용처였다. 올바른 방법으로 벌어 제대로 사용하면 돈은 역겨울 것이 없었다.

p104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충분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창의력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나는 해마다 미국에 가서 특유의 활력과 낙관주의를 보충하곤 했다.

Chapter6. 경영을 가르치는 학교

p113 나는 처음으로 모든 학교는 ‘배워야 할 것’보다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쪽을 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p114 현실에서는 오히려 반대다. 특정 상황에 맞는 대책을 찾기는 쉽지만 정작 실행은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다.

p115 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배운 내용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쉽게 꺼내 활용하려면 무의식 속의 배움을 의식 속으로 끌어내야 한다.

p115-116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실은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 것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붙잡고 한판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p116 경영이란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개념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개념 자체가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개념을 적용하는 일이 까다로운 것임을. 이런 깨달음은 나의 자신감을 크게 키워주었으니,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자신감은 내 교육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교육의 목적이란 결국 사람들에게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p116 이 자각의 과정이 수반된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알고 있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험과 학습은 같은 기간에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경험에 앞서 개념만 주입하는 것은 훗날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면서 머릿속 창고 안에 지식을 쌓아두는 행위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창고에 쌓아둔 지식은 아주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막상 사용해야 할 시점에는 창고 안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를 배우려면 배운 직후 가능한 빨리 써먹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것도 다르지 않다.

p119 교실에서 토론할 수는 있지만, 교실에 앉아서 배우고 발전시킬 수 없는 ‘관리자의 자질들’이란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것은 주로 대인관계 기술과 관련되며,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극하고, 필요하다면 징계하는 능력 등을 말한다. 또한 관리자에게는 상상력, 참을성, 용기, 일정 수준의 자각, 윤리적인 태도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자질의 많은 부분이 ‘감성지능’이라는 개념 안에 녹아들어 있다.

p121 “학생들이 책을 펼치게 할 유인이 뭔가요?”

Chapter7. 안티고네의 도전

p126 나는 그들이 사유하는 기업인이 되기를 바랐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일상 생활에서나 직장에서나 스스로 정한 우선 순위에 따라 행동하고, 고용주의 지시대로 따르는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싶었다. 내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고 지원해주면, 이들은 소위 ‘철학자 겸 관리자’가 될 터였다.

p127 당신도 같은 처지라면 안티고네처럼 행동할 것인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명령을 어길 만큼 소중한 신념이 있는가? 선택을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도의가 합법적인 권위보다 우선인가?

p129 전문가들이 나보다 많이 알고 있더라도 내가 그들에게 적절히 질문을 던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쳤다.

p129 타인의 전문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에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꼴이 된다.

p138 그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당장 필요에 급급해 멀리보기 힘든 우리네 현실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다리의 다음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우리는 시선을 들어 멀리 볼 생각도, 여행할 때처럼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한다. 길이 어디로 항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눈앞의 다음 계단만을 바라본다.

p139 위대한 지도자들은 자신감과 겸손함을 겸비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때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았던 것이다.

p140 위대한 예술작품은 서서히 영혼으로 파고드는 법이다.

p141 유능한 사람들의 교육과 성장을 도왔던 일은 기쁨이고 특권이었다.

p141 학생보다 내가 더 많이 배웠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서로 관심 있는 주제를 놓고 똑똑한 사람들과 작업할 땨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수업 시간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p141 관리에 필요한 개인적인 자질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멘토의 세심한 가르침과 실전에서의 시행착오다. 경험, 그 중에서도 특히 실수한 경험을 돌아보는 일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경험을 곱씹어보는 일은 유년시절부터 계속되는 가장 중요한 학습 방법이다.

Chapter 8. 아버지의 죽음

p147 슬픔과 함께 온갖 생각이 밀려들었다. 나는 바쁜 일상에 빠져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가 되려면 먼저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가치관과 야망을 결정하는 대신, 남의 가치관과 야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잘못된 것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p147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과 정신적 충격, 혹은 거절과 좌절 등을 경험한 뒤에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한다고 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직업이나 경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중요한 것은 삶이지요. 우리의 삶은 평생 몇 번에 걸쳐 변화하게 됩니다.”

p147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삶을 바꾸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별 볼일 없는 삶이 될 것이 뻔해도 그냥 익숙한 생활에 머무는 편이 훨씬 편하다. 삶을 바꾸려면 새로운 사다리의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오르는 사다리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가급적 빨리 새로운 사다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과 현실에서 결정을 실행하는 것은 별개.

p149 “결혼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새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이처럼 인생의 두 번째 커브를 시작하려면 유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p151 새로운 삶을 모색할 시기, 새로운 직업이나 투자를 시작할 적절한 시기는 상황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이다. 하지만 일이 잘 될 때 다른 길을 모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p151 시그모이드 곡선을 설명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 있다. “A지점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다. 지난 후에 뒤돌아 봤을 때를 빼고는 결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뒤에 아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A지점임을 짐작케 하는 실말이 들은 있다. 편안함도 그 중에 하나다. 너무 편안하고 삶이나 일이 마음대로 된다 싶으면, 만족감 때문에 본인이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방심하기 쉽다. 그러므로 성공에 안주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개인의 삶에서든 사업에서든.

p151 파티가 한창일 때 판을 깨고 일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어떤 확실한 자극이나 충격이 필요한 것이다.

p152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법이다. 새로 열리는 문은 과거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거나 첫 번째 곡선 때문에 너무 바빠서 무시했던 문일 경우가 많다.

p153 일정의 재생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육체적인 죽음만 없었다 뿐 완전히 새로운 삶 말이다.

Chapter 9. 윈저성을 집 삼아.

p169 토양이 맞으면 우리가 뿌린 씨앗은 정말로 발아하기도 한다. 나는 결코 결과를 알지 못하더라도 부디 다른 씨앗들도 그렇게 발아하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이 모든 교사들도 분명 같은 생각일 터.

p170 새로운 직업, 새로운 경력, 개인의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방식이 대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내가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비유를 생각해낸 것도 바로 그때였다. 점점 많은 노동자가 반강제로 소속 조직이 없는 독립 노동자로 내몰리거나, 자의로 그 길을 택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이루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었다.

p171 나는 이런 현상을 ‘벼룩 경제’라고 부른다.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각종 소규모 기업과 자유로운 개인, 즉 프리랜서들로 이루어진 경제다.

p174-175 모두 일종의 일이지만 다른 유형의 일들을 섞어 놓으면 일하기가 쉬워진다. 또한 휴식과 기분 전환 시간도 꼼꼼하게 챙긴다. 식사 후의 낮잠, 가벼운 테니스, 산책 등.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포트폴리오 노동자다.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사람마다, 시기마다 달라질 뿐.

p176 말은 쉽지만 실행이 어려운 것이 인생이다.

Chapter10. 성 마이클과 성 조지

p181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정말로 그렇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죽음은 삶이 우리보다 오래 남을 뭔가를 창조할 짧은 기회임을 상기시키는 유익한 데드라인이다. 우리는 데드라인이 있기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흙으로 돌아간 무덤 속의 그들이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p182 여러분은 얼마나 먼 미래를 보고 있는가?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런 행동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p186 내 이야기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사람들 기억에 남도록 윤색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이야기 이면의 요점도 함께 기억해주기를 바라면서. 신성모독을 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성서의 많은 이야기가 테비스 바와 같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진리를 전달하고자 과장하여 꾸민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을 테니까. 그러므로 글자그래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p187 이야기는 내가 쓰는 용어로 말하면 '낮은 수준으로 정의된' 개념을 전달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특정 개념에 희미한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더욱이 글이 아니라 구전된 이야기라면 곧이곧대로 믿기는 더욱 어렵다.

p187 기억은 모두를 속인다. 같은 대화에 참여했어도 들은 내용에 대한 기억은 각기 다르다. 그리하여 나는 사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기록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글자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결론을 내렸다.

p187-188 성서 자체는 인간 지혜의 산물로 열심히 공부하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p189 “용기를 갖고 지금 너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라.” 그리스도 상은 나에게 말한다.[188]

p192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신은 생활이다.” 우리는 바로 생활 속에서 신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보았다.

p194 그러나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운다는 논리에 따라 나는 ‘오늘의 사색’을 진행하는 20년 동안 신앙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세상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사건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현실에서 철학을 하는 방법이다.

p196 기도, 예배, 명상...뭐라고 부르든 이들은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손을 떼고 이면의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는 방법이다.

p196 자연은 그 자체로 예배당이기도 하다. 시시각각으로 변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항상 출입이 자유로운 예배당.

p196 예술도 나를 눈앞의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주고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도록 자극하는 매체다.

p197 나의 신앙은 내가 직접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삶의 목적과 도리, 미래에 대한 나의 판단에 의지한다.

p200 법을 강화하거나 비세속적인 절대적 믿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교육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그런 교육을 통해서. 이것은 철학의 임무라고도 볼 수 있다.

p201 기독교가 전하는 메시지는 시대와 공간에 맞게, 요즘 하는 일에 맞게 해석되고 번역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 현대의 이교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면서.

Chapter 11. 포트폴리오 인생

p203 진정으로 원치 않는 뭔가를 제안하지 마라. 그리고 칭찬이나 확인을 에둘러 유도하지 마라. 얻는 것이 없으리니.

p205 "나는 포트폴리오 생활자가 될겁니다.“ ”프리랜서, 그러니까 독립 생활자가 되겠다는 겁니다. 전일제 직장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사는 사람말입니다. 물론 집필을 중심에 두면서 말입니다.“

p206 포트폴리오 생활자가 되는 것이 이론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더구나 첫 시도일 때는.

p206-207 명확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더욱 불안했다. 포트폴리오 생활자라는 말은 내가 택한 삶의 방식은 말해 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담고 있지 않다.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남에게 말해 줄 꼬리표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p207-208 “나는 항상 내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남자들은 왜 이름 말고 존재를 설명할 만한 다른 것을 찾는 거죠?” 좋은 질문이었다. 자신이 없어서겠지, 나는 생각했다. 이건 나의 새로운 면모들을 탐험할 좋은 기회라고, 엘리자베스는 상기시켰다.

p208-209 이제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은 무소속의 찰스 핸디로서의 내 처신에 따라 해를 입을 수 있는 대상도, 내가 눈치를 봐야 할 대상도 오직 나뿐이었다. 내가 진심으로 믿는 바를 말하고 글로 쓰고, 원하는 사람이 되고, 좋아하는 곳에 가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일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제 나는 경영전문가가 아닌 사회철학자로 나를 생각했다. 나한테 붙일 꼬리표를 찾는 사람들은 나를 종종 컨설턴트라고 부르고, 나중에는 내가 싫어하는 경영 구루하고 불렀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사회철학자라 생각한다.

p213 하지만 어떤 것도 ‘무엇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유는 당연히 좋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묻는다면 대답이 쉽지 않았다. 서서히 사업적인 성공보다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자유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면 삶의 목적과 우선순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p213 내가 정말로 생활에서 ‘철학’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디서 또는 언제 그것을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p226 돈이 삶의 지상 목표가 아니어야 돈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돈이 삶의 지상 목표이자 중심이 되는 순간 ‘돈의 횡포’가 시작될 것이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때 내가 직면한 진정 절박한 질문은 ‘작가로서 무엇을 쓸 것인가’였다.

p226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선택의 폭이 넓어진 인새이라는 슈퍼마켓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면 세상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한테 맞춰 돌아가게 할 수 있는데도, 그저 안절부절못하고 헤매거나 익숙한 예전 방법과 습관을 따르고 만다.

p227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확실한 기준이 없으면 그 많은 시리얼 중에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 인생의 다른 영역엣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준이 없으면 선택 가능성은 스트레스만 더할 뿐이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이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고 바랐다. 그것이 나의 새로운 역할이 될 거야.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당장 내 눈앞의 선택이 긴박해지고 있었으므로, 먼저 스스로에게 원칙을 적용하면서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Chapter12. 부동산과 소유권

p244 미래 세대를 대신해 빌려 쓴다면,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이기적이고, 마냥 단기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신중하게 남을 배려할 것이다.

p244 요즘 희소가치를 갖는 것은 돈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소유한 생산수단이다. 돈은 지천에 널려서 유용하게 쓰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p244 첫 단계는 언어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만 체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Chapter13. 주방과 서재

p246 세세한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예전에 주방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원칙은 중요하다. 우리는 공간을 우리의 필요에 맞춰 사용하려 했다. 공간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집에 맞춰서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놀랍고 황당했다.

p249 주방 개조는 생활이 변하고 작업패턴이 달라지고 아이들이 자라고 각자의 가정을 꾸려 나가는 동안 집이라는 공간을 우리 생활에 맞게 활용할 방법을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p255 우리한테는 공동공간뿐 아니라 개인공간도 반드시 필요했다.

p256 상황에 따라 공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p259-260 공간과 시간이 별개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는 계기이기도 했다. 인생에서도 도한 그러하다. 아내와 나는 공간을 우리가 원하는 삶에 맞추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시간 활용도 그리 하려고 애썼다. 농경시대에 맞춘 고정적인 틀에 따라 살 필요는 전혀 없다. 점점 많은 기업이 소위 말하는 ‘24/7’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24시간, 일주일 내내 일하는 말하자면 연중무휴 체제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해시계를 따라 살던 전통방식과는 다른 생활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p261 이런 날짜 배분을 지키려면 자제력이 필요하다.

p261 우리의 삶은 R&D(연구개발)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p262 노동시간이 유연할수록 공간과 시간 활용이 탄력적이다.

p262 우리에게는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욕구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의 부모나 조부모 대부분이 누리지 못했던 기회다. 그러므로 조직이든 개인이든 과거 패턴에 얽매여 지낼 것이 아니라 자기한테 맞는 시간과 공간활용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스스로 통제하는 좀 더 주체적인 삶에 한층 다가갈 수 있다.

Chapter 14장. 어린이 사육장

p265-266 부모님은 나에게 학교란 인생을 준비하는 곳이라고 말씀하였다. 하지만 이런 게 인생이라면 앞으로 영 재미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친김에 살펴보자면 학교는 인생을 그렇게 많이 준비시켜주지도 않았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중에 학교에서 배운 것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말하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시험 위주의 공부로 학교에서 배웠던 것 중에 많은 부분이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리라. 중요한 것들은 훗날 인생 학교를 다니며 다시 배워야 했다.

p266 학교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암묵적인’ 교과 과정도 있다. 당연히 명확하게 설명되거나 글로 기록되는 일은 좀체 없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암묵적 메시지를 접하고 배우게 된다.

p266 문제는 이런 암묵적인 메시지가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p268 '시험에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상식에 따라 전통적인 지능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전인교육을 시키겠다는 교사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학교들은 학생들의 시험점수를 높이기에 점점 더 치중하고 있다. 흔한 일이지만 눈앞의 목표와 성적표가 교육 활동의 진정한 목적을 왜곡하고 있다.

p269 학교에서는 이해하는 법만 배웠을 뿐, 실행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개인들을 배출하고 있었다.

p269 “균형 잡힌 교육은 당연히 분석하는 능력과 지식을 배우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창조적 솜씨를 훈련시키고, 맡은 바 과제를 책임질 수 있으며, 일상생활을 훌륭히 꾸려 나가며, 매사를 타인과 협력하여 해내는 능력을 아울러 포함해야 한다. 교육기관을 벗어난 뒤 학생들이 마주하는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자들이 지금보다 많은 시간을 학생들에게 쏟아야 한다.”

p271 즐기면서 배워야 제대로 배운다.

p273 교사들은 강사일 뿐 아니라 각종 실습 감독자로서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유익한 활동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p273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배운다는 사고방식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가 열심히 노력해도 학교 운영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학교의 목적 자체가 인간 본성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충분히 원하면 어떤 것이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믿음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이 우리의 흥미나 학습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교 공부를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p274 아이들이 잘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모와 학교가 아이들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 아이들 탓이 아니다. 부모든 교사든 자신이 아닌 아이들의 흥미와 기호에 맞춰야 하며, 자기 위치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아이들은 항상 뭔가를 배우고 있다. 때로 어른들이 가르치고 싶지 않을 것 까지도. "사회에서는 참으로 많은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혹스러운 것은 대부분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p274-275 사람들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그리고 잘 배우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에서 흥미를 느끼는 일을 찾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p275-276 '현대의 연금술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학교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276 어떤 형태의 가정이든 우리가 최초로 만나서 결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접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 등등을 가정에서 처음 배운다.

p276 부모의 태도와 기대가 연금술사를 만드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린아이에게 맞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실험을 통해 본인의 호기심을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실수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변화가 흥미롭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이런 것들이 모두 연금술사가 될 수 있었던 초기 씨앗들이었다. 이런 것들을 장려하지 않고 억누르면 어린아이들의 창조적 본능까지도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

p276 실험적인 인생으로 살려면 어느 정도 자유가 필요한 법이다.

p279 가족은 직업과 관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가치관이 아이한테서 엿보일 때, 때로는 정신이 번쩍 나기도 하고, 때로는 흐뭇하기도 하다.

p279 항상 말보다는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사람의 걸음걸이가 말투보다 기억에 남는 법이다.

p281 겉으로 드러나는 공식 교육보다 암묵적인 가르침이 더욱 튼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가족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예 가족이 없는 경우도 있고, 바람직하지 않은 가족, 게으른 가족, 가난한 가족과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학교는 그런 가정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안전마이 될 수 있다.

p281 무엇보다 학교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p282 오랫동안 서구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온 종교가 힘을 잃고 상대주의가 힘을 행사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결정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사실보다 문제에 직면하면 어떤 주제 안에서든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는 오직 생각에만 집중한다. 말하자면 젊은이든 노인이든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가족은 본보기를 통해 나름의 철학을 표출하지만 스스로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가족들도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려운 과제지만 학교에서 ‘시민의식’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특정 철학을 설교하기보다는, 모든 세대가 환영할 만한 철학 교과과정을 개발해주기를 바란다.

p283 철학적인 질문들이 대개 그렇듯이 옳은 답은 없다. 문제를 탐구하고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하려는 도전이 있을 뿐이다.

p284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결론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 등등. 철학에서 중요한 해답은 스스로 풀어낸 해답뿐이다.

Chaper15. 소중한 가족

p285 "명심해라. 너는 평생 사랑할 배우자하고만 결혼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가족 전체와결혼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처신해야 한다. 너도 알게 되겠지만,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단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p288-289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은 낯선 타국에 가서 생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방식과 관습을 배워야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일원이 될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 나라와 민족처럼 집안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에 따라 나름의 문화가 형성된다.

p289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가족을 알기 전에는 결코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도 더불어 깨달았다. 사람 됨됨이의 많은 부분은 유전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많은 부분이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290 이제야 깨달은 사살이지만 가까운 가족을 만나고 나면 사람들이 좀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그제야 외적인격이라는 보호막을 벗은 상대방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벗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상대를 알았다 싶을 때까지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한다. 누군가 나한테 보여주는 최고의 경의는 나를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소개 시켜 주는 것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p290 하지만 새로운 가족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p293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를 보면 시간이 흐르고 생호라이 바뀌면서 부부관계와 결혼생활 패턴이 미묘하게 변화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p293 우리가 하는 일을 결합시켜 우리의 우정, 결혼생활, 가족 등 우리한테 소중한 모든 것을 지킬 방법을 찾기로 했다.

p294 열정보다는 상호 신뢰에 의해 유지되는 그런 친밀감이었다.

p298-299 진정한 자녀교육은 집에서, 부모가 바빠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 다음, 나중에 반대로 할까, 모방할까를 결심한다. 대개 부모는 어느 쪽이 옳다고 딱히 확신하지 못한다. 부모가 항상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만한 이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p299 균형은 부부관계, 더 나아가 모든 관계에서 핵심이다. 결혼 생활은 부부가 각자 별도의 공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부부로 결속되어 있을 때 가장 잘 돌아간다.

p300 우리는 늘 함께하지만 지나치게 가깝지는 않다.

p301 모든 영역이 파편화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세상에서 누구한테나 당연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p301 가족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가끔 가꾸고 다져주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는 것이 가족이다. 과거 많은 이들이 가족의 쇠퇴를 예언했지만 틀렸음이 밝혀졌다. 형태가 변할 수는 있지만 가족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족은 소중하며, 그만큼 자양분이 필요하다. 가족을 가꾸는 자양분의 핵심은 대화다.

p302 가족은 그야말로 나한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다.

Chapter16. 경영 구루가 되어

p303 삶은 때로 신비로운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카오스 이론에 등장하는 가상의 나비처럼, 개인의 삶에서도 아득한 과거의 무관한 작은 사건이 상황에 변화를 주기 시작해서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나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p307 언어가 태도를 만든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p308 강연을 통해 나도 뭔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연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나에게 유익했다.

p309 나는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쓰는 법을 옥스퍼드에서 배웠다. 교수님 앞에서 소리 내어 에세이를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종속절을 포함한 장문을 써서 읽느라 숨을 헐떡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항상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곤 했다. 그것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p300 구루 일은 60대 내내 우리 인생에 재미와 흥분, 여행을 가미해주었다. 살면서 항상 그랬듯이 나는 늦게 발동이 걸리는 사람이었다.

p311 재능에는 연령제한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으며, 장애자도 개의치 않는다.

p311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아이디어 중에 독창적인 것은 거의 없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가 이를 표현하는 언어다. 첫 책에 대한 서평을 아직까지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시작 부분이 이렇다.“이 책에는 전에 들어보지 못한 말은 하나도 없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평을 이렇게 이어진다. “하지만 글로는 만나지 못했던 내용이다.” 평론가는 나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조직에 대해 이미 알려진 연구결과를 언어로 정리하여, 학생들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하자는 것이 나의 취지였다.

p313 사이비 전문용어는 모든 경영 문제에 기술적 또는 전문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환상을 만들어낸다. 나는 현실은 크게 다르며 훨씬 단순하다고 본다.

p320 나는 또한 사람들은 개념 보다 이미지를 쉽게 기억하며, 그림이 기술적인 용어보다 머리속에 오래 남는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강연 중간에 이미지를 자주 활용한다. 엘리자베스가 찍은 사진이나 미술작품 등이 모작일 때도 많다. 명작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 딜레마를 날카롭게 다루거나 인간사의 특정 국면을 섬세하게 포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p321 좋은 이야기와 비유는 듣는 사람의 머리속에 재빨리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p322 토끼풀, 도넛, 조정경기, 포트폴리오 등은 개념으로 된 아이디어를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로 표현하려는 나의 노력의 일부이다. 이들은 말하자면 앞서도 언급한 ‘낮은 수준으로 정의된’ 개념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확한 정의는 불가능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주지도 못한다. 비유와 이미지는 개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자극하는 목적에서 쓰이는 것이다.

p322 나의 목표는 사람들을 대신해 세상을 해석해주는 것이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인생에 대해, 조직 운영방법에 대해 내가 당사자들보다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지능과 독립심을 모욕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상황이해를 돕는다면, 사람들이 자신들 앞에 놓인 기회와 위험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p326 지금 우리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선택을 위한 좋은 기준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기업 중역들로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Chapter17. 일을 겸한 여행

p327-328 나의 대리인, 엘리자베스는 독창성과 상상력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무료로 하셔도 됩니다. 다만 문화원이면 현지의 여러 인사들과 교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캘커타 명사 네 명과 우리가 한 시간씩 독대를 할 수 있게 주선해 주시겠습니까?”

p329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장소들을 걸어보고 떠난 사이 어떻게 변했나는 살펴보는 이런 기회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을까?

p331 여행은 우리에게 세상에는 수많은 중심이 있으며, 각각이 거기 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중요하며, 관심사는 우리와 별다를 바가 없지만-그들도 생활하고 사랑하고 배우고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환경은 우리와 무척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p333 내가 조국 아일랜드처럼 인구수가 작은 나라들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다름 때문이다. 우간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등. 이런 나라의 상황은 내 머리로 이해하기도 쉽다. 나는 그런 나라들을 벼룩 경제라고 부른다. 세계 무역을 좌지우지하는 코끼리 국가들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더욱 매혹적인 것은 그들의 다름, 즉 차이다. 모든 곳을 식민화 하려는 세계 시장의 힘에 맞서는 보루로써 그들은 고유한 차이를 지키고자 열심이다.

p334 내 가설에 따르면, 벼룩 경제는 어떤 면에서는 거대한 코끼리 등에 타고 있을 때 더욱 잘 굴러간다.

p337 진보란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계속하는 수 밖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나라라고 해서 어찌 우리와 다르겠는가?

p337 세계화는 기껏해야 득실이 반반이다. 무엇보다 어느 나라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p340 그들의 시선은 확고하게 미래에 집중되어 있었다.

p340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보면 나는 국가가 과거를 인정하고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진실에 정면으로 맞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과거가 앞으로 나가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법이니까.

p341 아일랜드가 과거의 압제자를 용서하고 향후 나라의 운명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받아들이자 마침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는 나라뿐 아니라 개인한테도 적용되는 것이며, 나라 차원에서도 까다로운 문제이듯 개인한테도 쉽지 않은 문제다.

Chapter18. 일흔 살 생일

p343 계획은 영원히 살 것처럼 세우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라고들 말한다. 물론 훌륭한 말이지만 궃은 날에는 그렇게 열심히 살기가 쉽지 않다. 과연 내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도 내가 잘살다 갔다고 생각할까? 자문해본다.

p344 아마도 스스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겠지만, 자신조차도 항상 있는 그래로의 진실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죽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는 잃을 것이 많지 않으므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다.

p344 아리스토텔레스는 ‘임종시험’이라는 걸 해보라고 충고한다. 죽을 날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세미나에서 기업 중역들에게 이와 비슷한 시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천수를 누리고 죽어가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장 친한 친구가 추도식에서 여러분을 위해 읽어주었으면 하는 송덕문頌德文을 짧게 써보세요.”

p344-345 여든의 나이에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면, 지금 시간과 정력을 쏟는 많은 것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p345 당연히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p346 그럼 경력 따윈 잊자. 수십 년 동안 그렇게나 집착해 온 것이지만. 책도 잊자. 땅 속에서 썩어갈 육신도 잊자. 개인으로서 나에 대한 기억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 즉 가족과 몇몇 절친한 친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이리라. 어떤 식으로든 불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나를 기억하는 타인의 마음과 가슴 속에 있다.

p347 타인에게 어떻게 살라고 지시하는 것은 나로서는 너무 주제넘은 행동이라 생각되지만, 나도 죽은 뒤에 열어보라고 아내와 두 아이에게 써놓은 편지가 있다. 편지에는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삶의 지침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각각에게 내가 바라는 바가 상세히 적혀 있다. 매년 편지 내용을 보충하면서 새로 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과정은 가족들보다 나한테 더 많은 도움이 된다. 많은 것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임종 연습의 ‘핸디버전’이다.

p347 죽음에 집착하기 때문은 아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일 뿐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상하면서 남은 시간을 내가 상상하는 송덕문에 부합하게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p348 임종 훈련은 내가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해 준다. 다들 그렇듯이 나도 항상 결심한 대로 지키지는 못하지만,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들수록 결심을 지키기가 한결 쉬워진다는 사실이다.

p348 최악의 실수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유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p348 나이가 들수록 잘 보이고 싶은 대상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 대로 말하고, 바라는 대로 살고, 자신의 가치에 따라서만 시간을 쓰게 된다.

p349 때로 어머니들은 자식을 너무 잘 안다. 자식이 스스로를 아는 것보다도, 그랬다. 돌아보면 어머니가 옳았다. 그러니 나는 그 시절을 후회하면 안 된다.

p351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지금 하는 일을 하게, 자네는 사제들이 결코 만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위치를 활용해서 옳은 일을 하게. 자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p351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라.’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잘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규정한다.

p356 제롬은 한 때 책이 대중적인 인기도 못 얻는데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홍 때문에 꽤나 괴로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집필의 목적이 집필 활동 자체에서 얻는 기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괴로움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p357 사실은 나도 나에게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글을 쓴다.

 

p357 사람이 배우기를 멈추면 살기를 멈추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이 세상 또는 세상의 일부를 바꾸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에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분을 받아들여 “어쨌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한 바 있다.

p358 활동 포르폴리오를 어떤 식으로 짜든 일부는 돈을 버는 활동이어야 한다. 돈이 실질적으로 유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치 잇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p358 삶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낸다는 것은 분명 생각지 않은 선물, 즉 보너스다.

p359 볼테를의 철학소설의 <캉디드>의 주인공 캉디드처럼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 그렇다. 이제 나는 침대에 편안히 누웠다. 흡족한 마음으로.

 

<내가 저자라면>

핸디의 글은 인용문과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저자 스스로도 말한 것처럼 자신의 책에 완전히 새로운 사상이나 이론은 없다. 하지만 그의 탁월함은 기존의 사상과 이론을 시의 적절하게 삶의 다양한 상황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삶의 다양한 일상의 경험 속에서 기존의 사상과 이론의 접합점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일상의 언어로 이루어지는 적절한 비유가 많다.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나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비유는 참으로 독창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핸디가 만드는 요리처럼 그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

핸디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글감으로 가져와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삶에 대한 통찰을 해왔다는 것 자체에서 인간적인 신뢰감이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사회속에서 그의 직함이나 역할도 중요했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핸디가 삶에 임하는 자세와 그의 일상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책의 내용은 그의 앞선 저서들의 내용들과 일치되는 부분들이 많다. 70세가 넘은 시점에서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정리는 하는 심정으로 쓴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앞선 그의 저서를 모두 읽지 못했지만 이 책 한권으로 그의 삶과 그의 삶에 대한 태도, 그의 이론과 실제를 한 눈에 읽어낼 수 있었다. 70년이 넘은 그의 일생이 담긴 한권의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위트 넘치는 핸디의 글쓰기 능력과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 그의 인간됨됨이 덕분이었다.

핸디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고전부터 현대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론과 사상을 접했다. 그 스스로도 사회철학가라는 직함으로 자신이 불리기를 원한다. 철학가라고 하면 책상머리에 않아서 사상과 이론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해야한다고 말만하는 무리들이 많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각 시대의 사상과 이론을 스스로가 직접 삶에 적용하고 본인의 생생한 체험을 책 곳곳에 기록해놓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이론을 적용해보았다는 자기만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변형하고 재창조를 시켰다. 소크라테스의 심문자審問者 역할을 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활용하여 조언대신 상대방에게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작품 <안티고네>를 활용해 관지자 교육과정에서 철학교육을 하여 사유하는 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임종체험을 ‘핸디버전’으로 변형하여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핸디의 말처럼 학교교육에서 눈에 보이는 교육과정이외에 암묵적인 교육(인생의 가치관, 삶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 친구들, 학교 자체의 분위기 그리고 가족의 분위기 등에 의해서 행해지는 암묵적인 교육이 어찌 보면 학생들의 온몸에 각인되는 교육의 실체일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암묵적인 교육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란 학교에 입학을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학생으로 배워야할 꺼리는 죽음이라는 마무리를 하기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핸디에게 있어서 배움이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끊임없이 배움의 요소를 찾고 삶에 대한 통찰을 얻어 우리에게 전해주는 핸디의 역할이 혹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나도 인생이라는 학교에 입학한지 그래도 핸디의 절반정도는 되어가니까 내 깜냥만큼의 통찰을 전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IP *.253.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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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10.29 17:55:14 *.67.223.154
연주 화이팅,
지난 해에 이 책을 읽을 때에도 그랬지만...
참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말을 해주는 지혜로운 사람이지요? 찰스 핸디는...

"에우다이모니아"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그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버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으니, 철학 합시다.
스스로  송덕문을 다시 지어보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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