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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6일 01시 07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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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난 자크 아탈리는 알제리 독립 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 공과대학, 파리 고등정치학교, 국립 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위의 대학’ 이라 불리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거친 그를 두고, 시험 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단연 자크 아탈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프랑스인들 사이에 화자 되기도 했다.

정보기술력이 선도할 미래 사회 신인류의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e’ 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이다. 자크 아탈리는 인문학, 경제학, 정치학, 문학, 철학, 공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과 깊고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해 왔다. 특히 그는 국제 사회를 전망하는 담론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이전부터 세계의 지정학적 중심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으며, 기상 이변, 금융 거품 현상,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노마디즘의 부상, 휴대폰과 인터넷을 비롯한 유목민적 상품의 만능 시대 등을 예고했다.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1981~1989)을 거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을 설립하여 총재직(1990~1993)을 맡았으며, 1998년부터는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활성화시켜 빈민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조직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40여 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더 나은 미래』, 『위기 그리고 그 이후』,『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합리적인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 유목하는 인간』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최근작『더 나은 미래』에서 그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의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공공 부채’라고 말한다. 그는 ‘국가 채무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 위기는 매우 다양한 요인에 좌우된다’ 며 채권자의 신용과 기대감, 약속 이행에 관한 국가의 정치력, 경제 성장률, 금리 변동, 조세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채 비율,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 공공지출을 줄이는 정부의 능력 등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빚더미에 올라앉기는 아주 쉽다. 지출은 통제하지 않으면 수입보다 빨리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 국가는 어떻게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 자크 아탈리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해결책은 8가지고 다음과 같다. 세금인상, 지출 축소, 높은 경제 성장률, 금리 인하, 인플레이션, 전쟁, 외부의 도움, 파산. 자크 아탈리는 그 중 가장 타당하고 바람직한 대안으로 경제 성장을 꼽는다.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 시점에서 그 실제를 적나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로 이것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첫 걸음이다. 그는 에너지, 교통, 건강, 교육 분야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일 등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경우 이는 정당화될 수 있으며, 공공 부채로 경상 지출을 지원하거나,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부채가 적절한 수준을 넘어설 때는 초기 잉여금, 즉 부채 상환이전의 흑자 예산을 끌어내어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면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부채를 제때 줄일 수 있다면 분할 상환을 위해 협상을 잘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재출하는 것도 성장을 재도약 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의 예측대로 ‘국가 부채의 과도한 축적’으로 인한 ‘유로와 달러의 추락’ 그리고 ‘전 세계 경기 침체와 아시아의 몰락’이 진행 중이다. 그 중 중국에는 이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중국이 저축과 산업의 방향을 국내 시장 쪽으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라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현 위기가 단순히 한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적 위기임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이름으로 빌린 돈에 대한 책임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지 않기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의 원제 <Tous ruins? Dans dix ans? 10년 후에 다 망할까?>가 뜻하는 바는 결국, 우리가 바로 지금 어떠한 선택을 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10년 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시작됐다. 향후 10년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인류의 삶을 결정하는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다. 음악, 사랑, 죽음, 행복, 건강, 교육 등이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이다. 고민은 이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다만 개인이 아닌 국가나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항상 새로운 이슈와 키워드가 추가된다. 향후 10년간 추가되는 키워드라면 기후변화와 빈곤을 꼽을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로봇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전 세계적인 권력이동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의 세계중심화는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 1980년에 몇 권의 저서에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 위협의 증가, 기후 변화, 금융 거품 등을 언급했고, 지금 다 현실화됐다. 남아 있는 것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등 아시아로의 국제사회의 권력이동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항구도시들이 가능성이 높다. 브뤼헤, 베니스, 제네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등 세계를 주도했던 서구 도시들은 모두 항구도시였다. 지중해에서 북해, 대서양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태평양이 중심인 만큼 다음은 분명 한국, 중국, 일본의 항구도시가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하나.

→한국의 경쟁력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 지금까지의 성장기반이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나노와 바이오, 신경과학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연구와 혁신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되고,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은 산업분야와 대학, 연구소 모두에서 외국인력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다. 전반적인 사회운영 시스템도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직급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젊고 똑똑한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내다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지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분화된 사회가 낳은 문제와 해결책을 말해 달라.

→ 어떤 학문을 배워야 하느냐 같은 물음은 이미 의미가 없다. ‘가능한 한 많은 학문을 가능한 한 많이 배우라.’는 것이 나의 조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있어서 여행을 다니고 외국어를 배우고, 문학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모두 통섭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를 해라. 분화된 사회는 사람의 시각을 편협하게 만들 뿐이다. 1985년에 내가 디지털 노마드와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예상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디지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떠올린 것은 신발, 옷, 책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을 비틀어 보면서부터다. 반면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최대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녹색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은가.

→ ‘21세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이타적인 것이 돈을 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의 이타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많이, 먼저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은 열매를 딸 수 있다. 분명히 올 것으로 보이는 분야도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는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연료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세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만큼 탄소거래도 유망산업이다. 녹색성장에 직접적으로 투자하지 않고도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차원 비디오나 홀로그램은 실제 이동하지 않고도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는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기술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성장이 멈춘 유럽의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유럽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으로 보나.

→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유럽은 이미 변하고 있다. 기존 부분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유럽의 살 길이다. 특히 경제적 통합은 유럽이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몸부림이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젊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산업적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와 혁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참고]

http://blog.naver.com/ljjin9?Redirect=Log&logNo=80136970867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110006003

<미래의 물결> 작가소개

더 나은 미래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예측 가능한 미래의 역사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녀 세대와 손자 세대가 좋은 세상에 살지, 아니면 우리에게 증오를 퍼부으며 지옥 같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 정해진다. 그러므로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6]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구적이며, 상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낼 ‘하이퍼 제국hyper empire'을 형성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자연은 체계적으로 초토화 된다. 모든 것, 심지어 군대와 경찰, 사법체계조차도 민영화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 존재는 대량생산 가능한 소비재인 보철장치들에 에워싸여 인위적 가공물을 자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스스로의 창조성을 잃어버린 채 사라지게 될 것이다. [7]

➜ 미래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꿈을 시대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에 놓는 흐름을 만들어 냈다. 인류는 기술의 진보를 이루고 억압적인 풍습·정지체제·예술·이념들로부터 해방된 덕분에 노고를 덜 수 있게 되자 점차적으로 모든 형태의 예속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13]

하이퍼 유목민 hyper nomade들이 영토를 초월한 제국, 뚜렷한 중심도 없이 개방된 제국, 즉 하이퍼 제국을 이끌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각 개인은 자기 자신에게만 충실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기업은 그 어떤 국적도 내세우지 않을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법률은 계약으로 대체될 것이고, 사법은 임의적 중재로, 경찰은 용병으로 대체될 것이다. [16]

➜ 그 어느 시대보다도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시대가 오고 있나보다.

이 책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미래상을 보여 주는 데 있지 않다. 나는 미래가,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멋진 잠재적 가능성들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해서 이 책을 쓴다. [19]

아주 긴 이야기

과거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며, 과거는 역사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26]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치체제의 연속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종교가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제례적 체제, 군대가 최우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국적 체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는 상업적 체제, 이렇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며, 두 번째 체제는 영토의 확장, 세 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 [27]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구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확실하게 차별시켜 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36]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또한 문자를 사용하면서 선사시대라는 무(無)로부터 부족들의 모험담과 무용담이 생겨났으며, 왕자(王者)들의 이름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회계 장부와 최초의 자격증도 출현했다. 머지않아 최초의 제국도 탄생할 참이었다. [40]

모름지기 제국이란 스스로를 방어하고 남을 공격할 만큼의 잉여생산이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을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러고 전략적인 통로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잉여분을 축적하지 못했을 때 막을 내리게 된다. [41]

➜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해도 그것을 방어하는데 소홀이 한다면 결국 그 위치를 넘겨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

미래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경이로움을 선사할지 이해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서 과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한 것과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를 안다는 것은 역사가 지닌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46]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부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며,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다. 개인적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 두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51]

➜ 부를 하늘의 선물이라 여긴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고, 가난을 위협으로 생각한다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난은 갑자기 닥쳐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난을 위협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 어떤 힘도, 종교적인 힘이건 세속적인 힘이건 자유를 구속하는 데 성공한 예는 없다. [57]

종교적 교리가 제아무리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개인적인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늦추지는 못한다. [57]

이제 세상은 급속도로 변한다. 중국과 이슬람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제국은 상업적 체제에 따르게 마련인 경쟁체제에 등을 돌렸다. 너무나 많은 왕국들이 찬란함을 과시하던 인도는, 몇몇 왕들의 영화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부를 교환하는 것 이외는 바깥 세상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슬람의 위협에 시달리던 비잔틴 제국 또한 상업적 체제의 선두 자리를 점유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이나 힘을 기르지 못한 상태였다. [64]

사적인 공간으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엘리트 계급의 구성원 각자가 누리는 자유는 오로지 그가 소유한 부의 정도에 의해서만 제한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다수를 이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린 결정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자유의사에 따라 내린 결정을 동시에 실행에 옮기면 최대치의 집단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유, 다시 말해서 상업적·정치적 자유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견인차 노릇을 한다. [66]

모든 ‘거점’의 배후에는 농업 생산이 가능한 광대한 농토와 생산품을 수출할 수 있는 거대한 항구가 위치하고 있다. 모든 ‘거점’은 부족함에 의해서 생성된다. 그렇지 않다면 거점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모든 거점은 또한 다른 거점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전략을 수립한다. 모방, 준엄함, 무력, 통제, 보호주의, 환율정책 등이 단골로 등장하는 전략에 해당된다. [68]

‘거점’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각각의 ‘거점’은 지출 과다로 파산 지경에 이르면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쟁자는 ‘거점’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이 계속되는 동안 창조적인 계급, 새로운 자유, 새로운 잉여 수입원, 에너지나 정보통신과 관련한 신기술, 오래 지속되어 온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산업제품으로 대체하는 등의, 다른 종류의 문화와 다른 종류의 성장 동력을 창조해낸 제3자일 경우가 많다. [69]

지난 7세기 동안의 경제, 기술, 문화, 정치, 군사, 역사는 세력을 잡은 자들이 ‘거점’이 되기 위해, ‘거점’으로 남기 위해, 혹은 ‘주변지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그것도 아니면 아예 상업적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채택한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역사의 흐름은 과거에 유효했던 법칙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지배하게 될 법칙까지도 드러낸다. [70]

베네치아도 고립된 항구로 배후에 광대한 농업 지대를 끼고 있었으며, 외부로 약진할 것이냐 미미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브루게처럼 베네치아의 힘 또한 부족함에서 생겨났다. 베네치아는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당돌하게 행동함으로써 호사스러움을 더해 가는 도시였다. [75]

➜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모든 ‘거점’ 역시 베네치아처럼 자신의 결점을 뛰어넘음으로써 정산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75]

‘거점’은 스스로 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모방하며 이를 실용화시킨다. [79]

➜ 맨땅에 헤딩해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방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의 생각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거점’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중앙집권을 용이하게 하리라고 믿는 새로운 통신기술이 실상은 그와 반대로 기존 권력을 분산시키는 막강한 적이다. [86]

세상이 바뀌는 방식은 언제나 같다. 상업적 공간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산업화의 장도 넓어지고, 이렇게 되면 금융과 기술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학에 따라 새로운 부류의 창조적 계급, 즉 자유로우면서도 통제적인 집단이 광대한 농지와 해양산업지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현대적인 항구도시에서 해군력과 상선들을 지휘해서 권력을 잡게 된다. 이들은 금융가, 선박 제조업자, 상인, 혁신가, 모험가들을 도시로 끌어들인다. 이 도식에 따르면, 서서히 봉급생활자들의 권익이 향상되며 강제 노동은 사라진다. 또한 천연자원과 시장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관리된다. [93]

그 어떤 제국도, 겉보기와는 달리,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99]

부족함은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희귀함은 야심 많은 자들에게는 오히려 축복이다.

누가 신기술을 발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적·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105]

적개심은 미래의 ‘거점’ 도시에는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한다. 프랑스혁명 때문에 유럽 대륙으로 진출할 길이 막힌 영국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더 먼 곳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고작 아일랜드 정도 규모의 인구를 거느렸으며, 아일랜드만큼이나 가난했던 작은 나라 영국은 야심찬 계획에 온몸을 던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앞서 세력을 떨렸던 다른 ‘거점’도시들처럼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생간에 모든 것을 걸었으며, 이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을 길렀다. 이제 유럽의 자본은 전쟁의 포성으로부터 멀찌감치 비켜 있던 런던에서 관리되고 분배되었다. 20년 만에 영국의 파운드는 네덜란드의 플로린을 대체했으며, 세계 무역에서 첫째가는 화폐가 되었다. [107]

모든 ‘거점’들이 그랬듯이, 런던도 창작자, 사업가, 탐험가, 금융가, 지식인, 찰스 디킨스에서부터 카를 마르크스, 찰스 다윈에서 터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111]

상업적 체제는 부동적 성향이 강한 과거 역사가 현재 또는 미래가 요구하는 이동성을 저지하지 않을 때에 확산된다. 또한 상업적 체제는 부르주아 계급이 귀족을 처형하거나 몰살시키지 않고도 권력을 장악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산된다. [115]

모든 전쟁의 승리는 전쟁을 하지 않은 자 혹은 적어도 자기의 영토에서는 전쟁을 치르지 않은 자에게 돌아간다. [119]

하나의 혁신적인 생각이 보편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그 생각이 아무리 사회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다 해도, 최소한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121]

일본은 전세계의 엘리트들을 일본 영토로 끌어들이지 못했으며,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인주의를 진작시키기도 못했고, 결정적으로 승전국 미국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129]

‘거점’은 예외 없이 서비스(아홉 번째 거점의 경우, 금융과 행정업무)를 산업화함으로써 세력을 거머쥐게 되었다. 미래 학자들의 예언과는 달리, 미래에는 서비스 위주의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산업화 도시, 즉 서비스 위주의 도시와는 오히려 정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들, 다시 말해서 서비스를 산업화하는 도시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132]

새로운 노마디즘을 상징할 만한 두 개의 새로운 도구도 선을 보였다. 바로 휴대폰과 인터넷이다. 이 두 도구는 컴퓨터처럼 서서히 시장으로 파고들었으나,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되면서 완전 ‘대박’임이 판명 났다. 정착자들에게 있어서 이 두 가지 도구는 여행의 대체물이며, 유목민들에게 있어서는 자기들끼리 혹은 정착자들과의 접속을 장담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휴대폰과 인터넷은 사용자 각자에게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영토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소(이동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제공한다. [135]

‘거점’이 될 기회가 다시 한 번 아시아에 돌아가는가. 2006년, 미국에서 발급된 이공계 학위 중에서 3분의 2는 아시아 출신 학생들이 수료했다. 이들은 얼마 동안은 미국에 머물겠지만, 그 후로는 극동 아시아의 파트너들과 더불어 무시할 수 없는 인맥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 그중에서도 특히 캘리포니아에 본거지를 둔 기업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가령 이베이는 이란인이, 구글은 러시아인이, 주니퍼는 인도인이 세운 회사다. [143]

➜ '거점‘은 반드시 선진국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져있다. 그 기회를 잡기위해서는 늘 세상에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인도는 1985년부터 시장민주주의 체제에 편입되었으며, 최근 예외적이다 싶을 정도로 잘나가는 제조업 부문과 세계적 규모를 갖춘 몇몇 대기업들과 더불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 비해서 빈부 격차가 훨씬 심한 인도에는 벌써 8만 명이 넘는 백만장자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자산이 10억 달러를 넘는 기업도 백 개가 넘는다. [144]

➜ 인도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더할 나위 없이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기회는 있다는 것을 위의 집계는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합해서 상업적 체제는 아홉 번씩 그 모습을 바꾸어가며 아홉 개의 ‘거점’, 즉 브루게, 베네치아,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지탱되어 왔다. [152]

미래는 지금 미국에게 끝없이 미소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교훈을 얻으라고 슬며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사실 미래는 아마도 과거와 비슷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과거보다 좀 더 낫거나 좀 더 못하거나 할 것이다.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는 슬슬 자취를 감추고 열 번째 형태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정학적·경제적·문화적 동요를 겪게 될 것이고, 새로운 ‘거점’이 형성될 것이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패배자들이 양산될 것이다. [152]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도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한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시장민주주의의 총집합체는 하나의 임시 ‘거점’을 중심으로 하며 점점 더 거대해지는 하나의 시장으로 모여든다. 상업 세계의 세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거점’이 되기를 원하는 도시 또는 지역은 당대에서 가장 거대한 통신망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거대한 농업·제조업 배후지를 확보해야 한다. ‘거점’은 새로운 창조적 계급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실권 있는 은행기관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하며, 신기술을 이용하여 당대에 가장 복잡하고 성가시다고 여겨지는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상품으로 제조해낼 수 있어야 한다. ‘거점’은 또한 정치·사회·문화·군사적인 면에서 적대적인 소수자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통신망과 원자재들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159]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이렇게 11개 나라가 새로운 경제적·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164]

세계는 아시아가 지배할 것이다. 세계 무역의 3분의 2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만 지나면, 아시아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다. [165]

지식은 오늘날보다 더 확실한 자산으로 기능하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혁신으로 인하여 지식의 변화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기본 교육은 변함없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테지만, ‘고용 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보충 교육을 받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 필수적이다. [175]

➜ 자기계발은 끝이 없는 거 같다. 하지만 이것도 한 목표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점점 더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 2007년 현재 ‘도심’에서 사는 가구는 10년 후 도심으로부터 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2025년에는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유목적 생활을 조직화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176]

전 세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별장이 이제는 주 거주지가 될 것이며, 도시인들에게는 이곳만이 유일한 정착지 역할을 할 것이다. 관광은 침묵과 명상을 주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적이건 세속적이건, 명상할 수 있고 고독을 즐길 수 있으며 현실과 거리를 두고 은둔할 수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장소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정착은 어린이들에게 부여된 특혜로, 안정적이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증가할 것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별거 중이기 십상이며, 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아이와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177]

모든 기업, 모든 국가들은 앞으로 보호와 오락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180]

2030년이 되기 전에,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은 이미 그 이전에 산업화가 이루어진 모든 분야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184]

개개인은 이제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학의 학생이 될 수 있고, 다른 지방의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관람할 수 있으며, 환자들은 다른 대륙의 위치한 병원으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185]

현직 근로자가 부양해야 할 퇴직 근로자의 비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거나 출생률을 높이고, 이도 저도 불가능하다면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외국인들의 유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나라들은 머지않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반면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인구 구성에 있어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188]

프랑스 같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동유럽이나 아프리카로부터 밀려오는 이민을 가능한 한 거부하고자 부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프랑스 같은 몇몇 나라는 뒤늦게나마 제대로 준비하고 동화될 수만 있다면 인구의 이동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선택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영국 또한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주요 국가가 될 것이며, 중부 유럽으로부터 유입되는 이민들이 영국 이민의 중심이 될 것이다. [194]

중부 유럽 국가들에는 우크라이나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곧 러시아 출신 노동자들로 대체될 것이고, 또한 이들은 때가 되면 중국 이민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될 것이다. 결국 선진국으로 몰려드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퇴직연금 지급을 용이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산층 급여에 부담을 주는 이중적인 역학을 하게 될 것이다. [194]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와 반대되는 이유, 즉 자기 나라의 세제나 법률,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국을 등지게 될 것이다. 요컨대 이들은 완전히 잠적하기 위해, 새로운 정체성을 얻기 위해, 혹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고 향하는 것이다. 세계는 이 같은 자발적 무명씨들로 점점 채워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자유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이러한 정체를 스스로 선택하는 카니발 같은 삶을 살게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195]

에너지 부족을 피부로 느끼기 전에 보다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것은 바로 농업 생산품 부족과 숲의 고갈 문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농업 생산품과 그 토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99]

➜ 온 나라를 파헤치는데 정신이 없는 현실을 보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어마어마한 재정적 지출을 야기할 것이다. 기온 차이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자연계에서도 중대한 이변이 속출할 것이다. [202]

이미 7년마다 지식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2030년이면 72일마다 지식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이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익히고 소화시킴으로써 ‘고용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209]

➜ 시간이 돈보다 더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 하는냐에 따라 각자의 위치가 달라질 것이다.

무제한으로 쌓아 놓은 무형의 지식이나 정보는 언젠가 쓰일 수 있는 가능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저 각자에게 죽기 전에 언젠가 저 책들을 읽고 저 음악들을 들으리라, 다시 말해서 그 파일 안에 저장되어 있는 시간들을 언젠가는 사용하리라는 막연한 환상만을 제공할 뿐이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미래에 등장할 예술작품들은 점점 다 가히 편집증 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집요하게 시간이라는 화두를 다루게 될 것이다. [210]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유일한 희귀재임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도 시간을 생산할 수 없으며, 아무도 자기가 가진 시간을 팔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시간을 축적할 수 없다. [210]

➜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거점’이 반드시 영토가 아니라 가장 넓은 나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의 영토 안에 위치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실제로 브루게나 베네치아, 그리고 그 도시들에 이어 거점이 되었던 도시들은 최강국이나 최대 인구를 가진 도시가 아니었다. 이들 도시들은 ‘거점’이 되기 위해서 자기 안에서 에너지와 창의력, 혁신하려는 의지, 대량생산 가능한 체제 등을 만들어냈으며, 세계를 상대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 보이고, 그 결과 세계를 지배했던 것이다. [224]

➜ 지금 상대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부족해 보여도 그것이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데 전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시간 안에서 내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유토피아가 실현되기까지는 로스앤젤레스의 후계자가 될 도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시 말해서 뒤에서 언급하게 될 미래의 3가지 물결이 솟아오를 때까지는, 아마도 상업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거점’ 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힘을 지닐 것이며, 자료를 교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창조적 계급이 굳이 같은 장소에 모여 살아야 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은 수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상업의 형태는 이제 ‘거점’ 없이도 별 탈 없이 운영될 것이다. [230]

미래의 첫 번째 물결 : 하이퍼 제국

시장은 공공 부문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즉 교육이나 의료, 환경, 국가주권 등의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은 이 같은 기능을 상업화하고,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소비재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소비재는 상업적 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지속되어 온 기술 발전의 역학 속에 완벽하게 동화될 것이다. [239]

개인과 집단이 정체성이나 인생관, 국가주권, 지식, 권력, 문화, 지정학 등과 맺고 있던 관계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앞으로 다가올 반세기 동안 우리가 당면하게 될 가장 혁명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242]

시장의 법칙이 민주주의의 법칙보다 우위에 서기 시작하면, 교육, 의료, 치안 같은 공공 서비tm는 민간 기업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사법체제와 국가주권 관련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민간 업체와의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국가는 외국 병원 체인이나 외국 대학 체인들을 국립병원이나 국립대학처럼 취급하려 할 것이다. [242]

각종 연금이나 보조금, 행정업무 또한 민간 서비스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가령 시민은 공공 서비스로 행해지던 때보다 약간만 비용을 더 지불하면 행정 서류나 주택 보조금을 훨씬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이 같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국가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일을 덜어내고 있으며, 이전까지는 국가가 독점하던 수많은 결정이 독립적인 권위 기관은로 이전되었고, 국가는 그 만큼 책임을 덜었다. 다시 말해서 부자들이 상당 부분을 부담했던 세금이 줄어드는 대신 공공 서비스가 점차 유로 서비스로 변해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불리해진다. 더구나 이들 민간 기업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던 국가와는 달리,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향상 되는 폭에 비해 궁극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액수는 훨씬 높아지게 된다. [243]

유목민적 상품은 단일한 하나의 기계장치로 통합되어 항상 그 물체를 소지한 자의 위치를 알려 줄 것이다. 소지자의 일상을 기록한, 이미지들을 포함한 모든 자료는 특수 업체나 국립 경찰 혹은 사설 경찰에 패키지로 판매될 것이다. 개인의 건강이나 능력에 관련된 자료들은 사설 데이터 뱅크에 의해서 그때그때 수정 보완될 것이며, 이들 사설 데이터 뱅크들은 예방 차원에서 각 개인들에게 정기적으로 각종 검사를 받도록 제안할 것이다. 구치소는 점차 사라지고, 그 대신 가택 연금 상태에서 원격 감시를 받는 체제로 바뀔 것이다. [246]

숨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사회생활을 지탱하는 묵계처럼 인식되어 왔던 조심성이나 비밀 엄수, 프라이버시 등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아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제 죄책감을 덜 느끼는 반면, 훨씬 더 큰 관용을 베풀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각은 후회를 동반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모든 것이 투명하기 때문에 후회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비밀이라는 토양이 있었기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호기심 역시 곧 사라져 버릴 것이며, 이와 더불어 선정적이 기사들을 주로 다루던 언론매체들도 함께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유명 인사’들마저도 종적을 감출 것이 자명하다. [247]

이제 감시는 유목민 적이며 자율적으로 변모하여 점차 확산된다. 각 개인은 열정적으로 이러한 도구들을 새롭게 진화시킨다. 육체의 약화나 무지에 대한 공포, 점점 더 커지는 유목민적 상품과의 친밀함, 의사 집단 혹은 교수 집단에 대한 불신 증가, 기술 만능에 대한 확고한 믿음 등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기구들을 취급하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 될 것이다. 언제나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수치로 환산하여 보험금을 결정해야 하는 보험회사들은 감시 기구가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부추길 것이다. 또한 보험회사들은 고객들에게 그들이 자가 감시 기구를 사용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도록 요구할 것이다. [249]

각 개인은 자기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의 간수가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개인의 자유는 절정에 도달한다. 적어도 그렇다고 상상할 수 있다. [249]

본질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본질적으로 한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의 법칙을 서서히 무시하게 될 것이다. 창조적 계급의 구성원 중에서 가장 부유한 자들(주식이나 이동 가능한 자산 보유자 혹은 유목민적 지식 보유자 20억 명 중에서 약 1억 명 정도)은 어느 곳이 되었든(자신의 출생지 혹은 다중심적 체제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곳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거주하는 곳을 개인적인 차원의 계약에 의해서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곳에 대해서 애국심은 물론 어떠한 충성심이나 연대감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투자에 비해서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하면 언제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253]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들도(다중심적 체제에서 가장 큰 세력을 행사하는 나라의 기업이라도 다르지 않다) 기업 활동에 적용하는 세법이나 권리 또는 의무가 자기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기업의 의사 결정 본부를 다른 곳으로 옮겨 버릴 것이다. [253]

국가의 부재를 틈타서 기업들은 점점 더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펴게 되고, 이 같은 정택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소득은 점차 감소될 것이다. 자가 감지 기술은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보다는 기술의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노동자의 임금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에 놓음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을 조직화하고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회사, 오락회사, 자가 감시기 생산자들의 권력은 점점 더 강화된다. [254]

2050년 무렵이면(어쩌면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국가는, 1천 년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를 모두 포함하여 모두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시장 민주주의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은 자신들이 완전히 결별했다고 믿어 온 세계, 노동자 계급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하면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믿었던 그 불안정성의 나락으로 다시금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민간끼리의 계약은 국가의 법보다 점점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가의 군대나 경찰보다 용병이 더 큰 권한을 갖게 될 것이며, 조정관들이 판사들보다 더 큰 권위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민법 전문가들이 명성을 떨치게 될 것이다. [254]

하이퍼 제국의 시민들에게는 이들을 구속하는 아무런 사회적 계약이 없다.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 속에서 인간은 세계를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전체, 보험회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에 부과한 규범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은 공간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개개인은 타인을 자신의 행복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 자신이 즐거움이나 돈 혹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이용해도 좋은 수단으로만 간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걱정한다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과 싸워야 한다면, 어째서 남과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도 남의 행복이 자신에게도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남의 행복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는 생각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집단적으로 행하는 어떠한 행동도 상상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치적 변화란 있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260]

침울한 성격에 약간 편집증적이며, 괴대망상과 자기도취적 기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지닌 하이퍼 유목민들은 가장 최신의 자가 감시기와 전자기적 화학적 마약을 제공하는 자가 치료기를 얻고자 애를 쓸 것이다. [270]

이들에게 학습이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며, 호기심은 절대적 요구사항, 대중들의 심리 조작은 익숙한 습관이 될 것이다. '특유하다'는 이들이 추구하는 미와 오락, 문화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들의 문화는 다른 어느 때의 문화보다도 훨씬 미로 같고 복잡하며 착잡할 것이다. 뭔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발명하려는 이들의 욕구는 노동과 소비, 창조, 거리두기 사이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경계란 이들의 필요에 의해 사라져 버릴 것이다. [270]

우아함을 판단하는 판관이며, 부와 미디어의 총아인 하이퍼 유목민들은 애국적이건 정치적이건 그 어떤 충성심도 이정하지 않을 것이다. [270]

이들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사유지 안에서 사설 경호원들의 경비를 받으며 생활할 것이다. 이들이 바로 예술품과 부동산의 가격을 올리는 주역이 될 것이다. [271]

이들은 자신에게만 충실하며, 자신들의 정복 야욕, 포도주 저장창고, 자가 감시기, 자신들의 예술 작품 컬렉션, 성생활 그리고 자신의 자살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재산이나 권력을 물려줄 마음도 없다. 이들에게는 공직을 맡을 욕심도,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들에게 명성은 축복이라기보다 오히려 저주에 가깝다. [271]

반면, 이와는 반대로 범지구적인 위기의식을 첨예하게 느끼는 자들도 생겨날 것이며, 이들은 일단 재산을 모으게 되면, 인도주의적 활동에 투신하기도 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간혹 공명심이나 한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욕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관계 위주의 기업들을 이끌어 가거나, 법지구적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의 주역이 될 것이다. [272]

➜ 인간이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는 건 언제나 그와 반대되는 모습의 사람들이 나타나 주기 때문은 아닐까?

정작 고용인은 여행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위계체제에서 높은 단계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273]

인간도 인공 자궁에서, 원하는 사양을 갖춘 맞춤형 가공물로 제작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도 상품이 된다는 말이다. [287]

➜ 인간도 상품화 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어떻게 사람을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미래의 두 번째 물결 : 하이퍼 분쟁

시장이 일반화되면서 차별성은 점차 사라지고 수준은 평등화되어간다. 이와 동시에 각자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타인들의 경쟁자가 된다. 국가가 약화되면, 폭력을 한곳으로 모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 국지적인 분쟁이나 갈등이 폭증하고, 정체성은 경련을 일으키며, 각자의 야심은 팽팽하게 맞선다. 이런 상황에서 목숨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 [290]

많은 사람들은 국가가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틈을 타서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폭력 충동을 아무런 제한 없이 마음껏 발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으뜸가는 자유란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계획도 없이 살인을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304]

미래의 무기는 거의 대부분 감시를 콘셉트로 하여 개발될 것이다. 군대는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에 적합한 디지털 인프라를 확대시킬 것이며,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포착하는 감지 시스템이나 전략적 기지 보호를 위한 효율적인 방위 수단을 발명해낼 것이며, 경제적 지능 네트워크도 고안해낼 것이다. [317]

해군은 밀거래나 불법 이민 감시, 해협 보호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전투기들은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전투에서의 중요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군의 예산은 대폭 삭감될 것이다. [318]

모름지기 전쟁은,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그 전쟁이 정당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으며, 시민들의 충성심과 가치관에 대한 믿음이 유지되어야만 승전 확률이 높아지므로,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무기는 적절한 홍보와 통신,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위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것이다. [322]

무기로부터 안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무기는 언제든 처음 목표물과 다른 목표물을 얼마든지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328]

하이퍼 분쟁은 대만이나 멕시코 혹은 중동지역, 그 외 식수나 석유, 종교 갈등, 인구 폭발, 남북 간의 생활수준 격차, 국경 분쟁 등 이미 해묵은 갈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시작될 것이다. [342]

1960년대부터 이미 핵무기라는 자살 도구를 소요하고 있는 인류는 이제 더 이상 역사를 기록할 사람이라고는 없는 파국을 항해 치닫게 될 것이다. 사실 역사란 언제나 강자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342]

지금까지 거론한 이야기들은 절대로 불가능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인간의 비극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반드시 그 일을 저지르고 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343]

미래의 세 번째 물결 : 하이퍼 민주주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선한 의도만으로 견고한 무엇인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없다. [349]

재앙은, 언제나 그렇듯이, 변화를 불러오는 가장 효과적인 변호인이 될 것이다. [350]

역사는 오직 모험심이 많고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쓰며,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중요성을 앞세울 때에만(이 일은 대체로 이들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든다) 방향을 튼다. [353]

책과 신문은 무료화 될 테지만, 작가나 기자의 강연을 듣거나 그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편집자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무료라는 개념이 정착될 것이다. [366]

관계의 경제와 시장경제에는 각각 서로가 잘 운영되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관계를 정립하게 될 것이다. 즉, 관계의 경제는 시장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해야 유리하며, 이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효율성은 관계의 경제에서 비롯되는 사회 분위기에 의해 확연하게 좌지우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의 주주들은 기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능력과 관계 위주의 활동을 홍보하는 능력을 통해 회사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366]

모름지기 집단 지능은 개별적인 지능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교량 같은 지능을 가리킨다. 이 지능이 있어야만 개별적인 지능들이 모여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다. [368]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재산은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시간'일 것이다. 좋은 시간이란 각자가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사는 시간을 말한다. 각자는 좋은 시간을 누리는 동안 자기가 원하는 성공 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재능에는 아직까지 남들은 물론 자기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숨은 재능도 포함된다. '좋은 시간을 갖다'는 곧 자유롭게 사는 것과 자유롭고 젊게 사는 것을 의미하며, 상업적 체제하에서처럼 서둘러서 '이익을 내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371]

➜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들도 풍성하게 채울 수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부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지금도 벌써 그렇게 하고 있지만, 시간에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자신을 이타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질병이며, 자신들이 발명한 약물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373]

끝으로 나는 내가 여기에 기술한 끔찍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실제로는 그 같은 미래가 절대로 도래하지 않게끔 도와주리라고 믿고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거대한 무질서 너머로, 인생 여행을 떠나는 모든 여행자들을 화기해해하게 맞아 주는 지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374]

그때가 올 때까지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며, 그 사건들은 내가 상상한 사건들보다 더 참혹할 수도 있고, 훨씬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건들을 묵묵히 겪어내는 동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불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호할 것이다. 문필가들은 훌륭한 글을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 [375]

➜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 책에서 그려진 끔찍한 장면들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 아닌 남도 자유로워야 함을 인정하는 이타적이고 형제애적인 사회, 창의적 계급이 지닌 우수한 재능과 예술적 업적이 고무되고 존중되며 공유되는 미래의 사회를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388]

3. ‘내가 저자라면’

 저자는 미래의 단편을 과거로부터 찾는다. 그래야만 아주 오래전부터 똑같은 힘, 인간을 모든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점진적인 노력의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시작된 인류의 발자취와 더불어 700여년간의 자본시장의 역사를 토대로 차후 50년의 변화될 세계의 경제·경영·졍치 등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라는 700년의 역사속에서 민주주의와 시장의 개념이 탄생하고 발전해오며 거쳐왔던 9개의 ‘거점’이었던 도시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성장배경과 몰락을 이야기 하고 있고, 그 ‘거점’의 마지막 도시들을 품고 있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종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미래에 세 가지 물결이 차례로 몰아닥친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가 그것들이다.
‘하이퍼 제국’은 시장이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해 극도의 부와 빈곤을 만들어 탄생하는 것이다. ‘하이퍼 분쟁’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무기들이 동원된 가운데 국가, 종교단체, 테러집단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처절한 싸움이다. 자칫 인류 전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순탄하게 유지되고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조건에서 희망은 있다. 또한 세계가 하나의 제국에 의해 통치되는 일도 멈춰져야 한다. 이 때 자유, 책임, 타인 존중 등 바람직한 가치가 무한히 확장되면서 ‘하이퍼 민주주의’가 이뤄진다. 필연적으로 세 가지 물결은 서로 영향을 받고 얽힐 수밖에 없다. 결국 인류의 선택에 따라 미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하이퍼 제국과 분쟁은 언젠가 사라지고, 결국 인류의 우월한 조직 양식이자 역사의 궁극적 원동력인 하이퍼 민주주의가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자크 아탈리는 이 책의 목적이 미래상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한다. 미래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닌, 하이퍼 분쟁에서 끝나지 않는 다른 모습, 하이퍼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도 자신이 예상하는 대로 미래가 그려지지 않길 원한다고 말한다. 서문에서 그가 적어 놓은 예측 가능한 미래는 누적되어온 환경적 재난과 거대한 경제공황등으로 암울하게 그려져 있다. 그렇게 그려진 모습이 아닌 달라진 미래를 위해 그는 이대로 이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 변화된 모습을 바라고 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기에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다가올 50년 후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라며 다가올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하게 말하고 있다.

 내가 저자라면 경제·정치·문화·예술등의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과거의 인물들을 한 명씩 뽑고, 현재 그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을 한 명씩 뽑아서 어떻게 활동했었는지, 활동하고 있는지를 비교하면서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미래에 각 분야를 대표할 인물들을 그려보고 싶다. 역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뽑은 인물들이 모두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당시 그리고 현재 영향력을 강하게 미쳤던 사람들이라면 그 시대상을 읽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미래를 대표하는 인물이 반드시 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사람들이 미래를 이끌게 될 것인지 미리 엿볼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위치한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제시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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