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인
- 조회 수 1605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
◆
철학자, 소설가,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필명 : 전령의 신 '헤르메스'
서울 청파동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 예쁜 벽돌집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호기심 많은 딸과 살고 있음
Biography
튀빙겐 대학교와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함
저서
- 알도와 떠도는 사원 (2001)
- 영화관 옆 철학카페 (2002)
- 데칼로그 (2002)
-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2004)
- 다니 (2005)
- 철학 통조림 시리즈 (2005)
- 철학 카페에서 문학읽기 (2006)
- 설득의 논리학 (2007)
-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2009)
-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2010)
◆ 저자를 위대함에 이르게 한 7가지의 길
: 이번 리뷰에서는
서면인터뷰 요청에 대한
일이 있어 지방에 다녀오느라고 답이 좀 늦었습니다.
보내주신 질문들은 나름 성실히 답해서 첨부파일로 동봉합니다만,
답을 하다 보니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훌륭한 분들이 계셨고,
당연히 그분들이 남기신 훌륭한 책들과 말씀들이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그 어떤 사람도, 책도, 말씀도 완전하지는 않지요.
제가 이처럼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저는 특별히 어떤 사람을 존경하지도 않고,
특별히 어떤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특별히 어떤 좌우명을 갖고 살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씀 드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바꿔 말하자면, 저는 숱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숱한 책들을 좋아하고,
숱한 좌우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가 쓴 책들을 살펴보면 그것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10여권의 책을 쓰면서 다른 작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용’을 했지만,
다른 사람의 사상이나 글을 비판한 적이 거의 없지요.
가능한 한 긍정적이고 훌륭한 사상이나 주장들만을 골라 필요에 따라 인용할 뿐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푸른 색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라고요.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인지, 벌써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기다려 집니다.
기쁜 나날들 되시길 빕니다.
서면인터뷰 내용
1) 철학자의 길(신학전공, 철학 저술가)을 걷기로 결심하신 시기와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본디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아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요, 대학입시에서 낙방을 하는 바람에 재수를 하면서 우연히 철학 책을 보게 되어 흥미를 느끼고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과학자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사실적이고 공식적인’ 대답입니다. 그런데 제 나이가 올해로 60인데요, 살면서 숱한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의 삶이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데, 그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철학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내가 모르는 어떤 좋은 이유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2) 철학자로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가치(좌우명, 아포리즘) 가 궁금합니다.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많은 보편적 가치들(자유, 평등, 박애, 정의 등등)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가치(좌우명, 아포리즘)를 갖고 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글귀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의 자서전에서 읽은 그의 좌우명인데요,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적습니다.
사랑에 대한 갈구 (longing for love), 지식에 대한 탐구 (search for knowledge),
인간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동정심 (unbearable pity for suffering of mankind)
3) 깨달음의 경지를 나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 즉 가장 존경하시는 분은 누구신지요?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너무 많은 분들을 존경하기에 특별히 존경하는 분이 없습니다.
4) 가장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이 궁금합니다.
역시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너무 많은 책들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감명 깊은 책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책에 관해서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에는 약간의 책들이 있고, 그 책들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쓰레기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권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짧으니 책을 읽어라”입니다. 제가 말하는 책은 대개 고전을 말합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원전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5) 하루 평균 저술활동에 얼마의 시간을 할애하시는 지요?
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래 전에 사회생활을 접고 오랜 세월을 집안에서 삽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집안에서 맡은 일이 가사인데요, 가사라는 것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데다 돌발적인 일들이 자꾸만 생기는 것이라서, 일정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읽고 쓰고 하지요.
6) 선생님의 종교가 궁금합니다
저희 집안은 4대째 기독교 신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7)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신'이란 무엇인지요?
제가 생각하는 ‘신’은 ‘제게 좀 야박하신 분’ 같습니다. 제게 좀 더 잘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요. 농담입니다만, 가끔은 솔직한 심경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개인이 체험하는 신은 때로는 ‘너무나 감사한 분’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야속한 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 주관적인 생각이고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제 책에 적힌 대로, ‘우주 만물을 포괄하는 무한자이자, 그 안에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소멸시키는 자이고, 우주 만물에 낱낱이 관여하고 참여함으로써 그것들을 오직 자기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유일자이지요.
※ 강연 동영상
일부를 담은 8분짜리 동영상 입니다. 강연내용을 스크립트로 만들어 함께 첨부했습니다.
※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