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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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신호등에서 어린 남매를 만났다.
남자 아이는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어 보였고 여자 아이는 그보다 두어살 어려 보였다.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마, 오빠야가 동생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학교에 가는 모양이다.
아마, 엄마가 동생 손 꼭 붙들고 데려다 주라고 일렀을 것이고.
슬그머니 옆으로 서서 얼굴을 바라보았다. 옆모습이 똑 닮아 있다.
사부님은 어린 아이들을 대할 때 꼭 앉아서 눈을 맞추신다.
나도 문득 그러고 싶었지만, 좀 쑥스러웠다. 출근길 아침에선.
신호가 바뀌자 아장아장 걸어간다.
나도 따라 걸어간다.
오빠는 나름대로 성큼성큼이고, 동생은 뛰다가 걷다가 한다.
발걸음도 바쁠텐데 딸아이는 연신 두리번 두리번이다.
그러다가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질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앞에 봐야지'라고 작게 내뱉었다.
너무 늦겠다 싶어 이제 내가 앞장을 섰다.
지나가며 슬쩍 다시 한번 얼굴을 처다보다가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손을 꼭 잡고 있는데 둘다 표정은 굳어 있구나.
학교가 싫은 거니.
좀 웃지 그러니.
문득, 형 생각이 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티격태격 하고
같이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한대에 둘이 붙어앉아 몰래 게임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고등학교때부터 서로 얼굴 볼 일이 줄어들고
대학가서는 몇일에 한번씩 보기도 하고
이젠 장가를 가서 한달에 두어번 밖에 못보는
우리 형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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