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仁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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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고사성어를 떠 올리며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술 좀 들어간 평소 빠릿 빠릿 30대가 그만 더듬더듬하더니,
"으응 그거? 과.. 부.. 유급."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속사포처럼 날라온 말이,
"과부(寡婦)에도 級數가 있다고라?", "寡婦가 留級을 했다고라?"
버벅이는 이내 바닥에 엎어져 얼굴을 박고 죽는다고 배를 잡고 능청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받아 치며 살짝 표정만 바꿔준다. 잠시 뭔 말이여 했던 나머지 사람들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이내 웃음보를 터뜨린다. 분위기가 한 번 이렇게 흘러가기 시작하면 다들 웃음모드로 빠져 상대의 모습에서 웃을 꺼리만 찾아내는 탐색이 시작된다.
웃음이라는 게 중독성이 강해 마치 마취제를 주입시킨 것처럼 몇 분간은 그들을 꼼짝 못하게 붙들어 놓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제 아무리 고집쟁이고 근엄하고 보수적인 인간이라도 맥을 못 추고 초반전의 펀치가 세면 셀수록 그 효과는 비교적 길게 이어진다.
멀쩡한 성인들이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제발 나를 웃겨달라는 애절한 사인을 보내고 조금 전까지 걸치고 있던 그럴듯한 폼들을 싹 치워버린 채 후속타를 애타게 고대하는 천진한 사람들로 변해버리고 만다.
말하는 사람은 청중의 눈빛이 그렇게 빛나기 시작하면 이윽고 신이나 슬슬 푼수를 펼쳐 보이며 상대가 김 빠질만하면 한번씩 쿡쿡 찔러주는 재미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웃기는 유형을 대충 둘로 나눈다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는 사람과 말이나 글로써 웃기는 사람이 있다. 나는 에어로빅이란 운동을 하는데 이게 가끔 이효리 배꼽춤 비슷한 흉내를 내곤 한다. 직장인 반이라 다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움직여 뱃살을 내 보내려는 일념으로 전신의 힘을 다하여 흔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중에 성실한 중년 아저씨들이 몇 명 있다.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운동 중에는 그들은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데 그 이유는 만삭에 가까운 복부의 흔들림이 가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만큼 애처롭고 자칫 잠깐의 방심이 스텝을 엉키게 하고 방광의 긴장마저 풀리게 해 때론 화장실까지 급해지곤 하기 때문이다.
마음만큼은 정말 이팔청춘이구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데 스트레스 쌓인 날엔 잠깐 그들에게 시선을 주는 걸로 즉석에서 해소되니 이런 분들은 그 존재자체로 고맙다.
또 다른 경우는 천부적으로 위트감각을 지닌 이로 코드 분석이 빠른 순발력 있는 사람이다. 조곤조곤한 말솜씨로 사람을 웃기는 데 상대에게 전혀 긴장감을 주지 않으면서 점잖고 세련된 화술로 듣는 이의 상상력에 묘하게 발동을 걸어 뇌세포를 왕성하게 활동시킨다.
이들은 상대의 진지했던 표정에서 입가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배를 잡고 넘어져 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가끔 웃음이 진정된 상대로부터 가벼운 폭력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즐거웠다는 표현으로 해석하곤 한다.
이렇게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 반대인 사람도 있다. 웃긴 얘기라는데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 벌린 입을 닫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이로 자기얘기에 지가 먼저 죽자고 웃는 사람이다. 애쓰는 상대 입장을 헤아려 억지로라도 입술을 일자로 벌려주긴 하지만 성질 급한 이들은 숨 넘어 간다. 나이를 먹게 되면 속에서 천불이 나도 상대를 배려하는 아량을 갖추게 되긴 하나 이런 인내력 테스트는 혈압상승을 유발시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뜸을 너무 들이면 밥이 타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유머는 초 단위의 치고 빠지기가 묘미인데 이게 영 안 되는 사람들로 썰렁 분위기의 주역들이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다 그렇겠지만 이 유머에서는 "적당히"가 참 중요하다. 적당한 소재로 적당히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적당히”에도 내공이 필요한 듯하다.
지정도서를 낑낑거리며 읽는 자신을 보자니 실없는 웃음이 자꾸 나온다.
배달되어 온 책의 부피에 기가 막혀 실실 거리다 현대사에 대한 나의 일천함에 피식피식, 간신히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이 안쓰러워 킥킥대다 돋보기 구입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쓴 웃음을 짓는데 여름 베게 하면 적당할 듯한 깐깐한 홉스봄 아저씨의 책에서 주옥 같은 유머 몇 줄 발견하고 그만 반가워 “그래, 우느니 웃자”며 버벅이와 능청이의 “과부유급” 사건을 떠 올리며 웃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IP *.48.37.37
"으응 그거? 과.. 부.. 유급."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속사포처럼 날라온 말이,
"과부(寡婦)에도 級數가 있다고라?", "寡婦가 留級을 했다고라?"
버벅이는 이내 바닥에 엎어져 얼굴을 박고 죽는다고 배를 잡고 능청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받아 치며 살짝 표정만 바꿔준다. 잠시 뭔 말이여 했던 나머지 사람들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이내 웃음보를 터뜨린다. 분위기가 한 번 이렇게 흘러가기 시작하면 다들 웃음모드로 빠져 상대의 모습에서 웃을 꺼리만 찾아내는 탐색이 시작된다.
웃음이라는 게 중독성이 강해 마치 마취제를 주입시킨 것처럼 몇 분간은 그들을 꼼짝 못하게 붙들어 놓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제 아무리 고집쟁이고 근엄하고 보수적인 인간이라도 맥을 못 추고 초반전의 펀치가 세면 셀수록 그 효과는 비교적 길게 이어진다.
멀쩡한 성인들이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제발 나를 웃겨달라는 애절한 사인을 보내고 조금 전까지 걸치고 있던 그럴듯한 폼들을 싹 치워버린 채 후속타를 애타게 고대하는 천진한 사람들로 변해버리고 만다.
말하는 사람은 청중의 눈빛이 그렇게 빛나기 시작하면 이윽고 신이나 슬슬 푼수를 펼쳐 보이며 상대가 김 빠질만하면 한번씩 쿡쿡 찔러주는 재미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웃기는 유형을 대충 둘로 나눈다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는 사람과 말이나 글로써 웃기는 사람이 있다. 나는 에어로빅이란 운동을 하는데 이게 가끔 이효리 배꼽춤 비슷한 흉내를 내곤 한다. 직장인 반이라 다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움직여 뱃살을 내 보내려는 일념으로 전신의 힘을 다하여 흔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중에 성실한 중년 아저씨들이 몇 명 있다.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운동 중에는 그들은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데 그 이유는 만삭에 가까운 복부의 흔들림이 가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만큼 애처롭고 자칫 잠깐의 방심이 스텝을 엉키게 하고 방광의 긴장마저 풀리게 해 때론 화장실까지 급해지곤 하기 때문이다.
마음만큼은 정말 이팔청춘이구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데 스트레스 쌓인 날엔 잠깐 그들에게 시선을 주는 걸로 즉석에서 해소되니 이런 분들은 그 존재자체로 고맙다.
또 다른 경우는 천부적으로 위트감각을 지닌 이로 코드 분석이 빠른 순발력 있는 사람이다. 조곤조곤한 말솜씨로 사람을 웃기는 데 상대에게 전혀 긴장감을 주지 않으면서 점잖고 세련된 화술로 듣는 이의 상상력에 묘하게 발동을 걸어 뇌세포를 왕성하게 활동시킨다.
이들은 상대의 진지했던 표정에서 입가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배를 잡고 넘어져 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가끔 웃음이 진정된 상대로부터 가벼운 폭력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즐거웠다는 표현으로 해석하곤 한다.
이렇게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 반대인 사람도 있다. 웃긴 얘기라는데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 벌린 입을 닫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이로 자기얘기에 지가 먼저 죽자고 웃는 사람이다. 애쓰는 상대 입장을 헤아려 억지로라도 입술을 일자로 벌려주긴 하지만 성질 급한 이들은 숨 넘어 간다. 나이를 먹게 되면 속에서 천불이 나도 상대를 배려하는 아량을 갖추게 되긴 하나 이런 인내력 테스트는 혈압상승을 유발시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뜸을 너무 들이면 밥이 타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유머는 초 단위의 치고 빠지기가 묘미인데 이게 영 안 되는 사람들로 썰렁 분위기의 주역들이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다 그렇겠지만 이 유머에서는 "적당히"가 참 중요하다. 적당한 소재로 적당히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적당히”에도 내공이 필요한 듯하다.
지정도서를 낑낑거리며 읽는 자신을 보자니 실없는 웃음이 자꾸 나온다.
배달되어 온 책의 부피에 기가 막혀 실실 거리다 현대사에 대한 나의 일천함에 피식피식, 간신히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이 안쓰러워 킥킥대다 돋보기 구입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쓴 웃음을 짓는데 여름 베게 하면 적당할 듯한 깐깐한 홉스봄 아저씨의 책에서 주옥 같은 유머 몇 줄 발견하고 그만 반가워 “그래, 우느니 웃자”며 버벅이와 능청이의 “과부유급” 사건을 떠 올리며 웃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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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향인의 글에는 주로 술이야기가 자주 보이는데 한번 쯤 끼워 주시지는 않을련지? 친구같은 여인과 widow series 애기도 하고 과거에 잘나가던 고짓말도 썩어가며, 친구인지 연인인지 모르는 해물잡탕같이 어울려 보시진 않으시렵니까? 그속에서 살고지고의 멋진 향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취하도록 마시고 흥에겨워 하는 말이 모두 詩가되어 귀전에 흥겹도록 들리도록, 서울 술은 짠지 단지 알지 못하는 촌놈입에 약간 상한 홍합에 연한 쇠주한잔 말입니다.
그때 노부연부(老夫連婦) "늙어도 열여자 마다 않는다."는 명언도 들려주며 같이 웃 어봅시다.
취하도록 마시고 흥에겨워 하는 말이 모두 詩가되어 귀전에 흥겹도록 들리도록, 서울 술은 짠지 단지 알지 못하는 촌놈입에 약간 상한 홍합에 연한 쇠주한잔 말입니다.
그때 노부연부(老夫連婦) "늙어도 열여자 마다 않는다."는 명언도 들려주며 같이 웃 어봅시다.

향인
정화씨,홉스봄 아자씨한테 편지 좀 보낼까 하는데 영어가 도통 안되서유…몇 마디 하고잡은 말은 있는디 이게 내가 말하는게 아니라 우리 집 아덜이..
먼저 침대가, “아니 도대체 워찌된거유, 우리 아줌씨 보통은 나랑12시간씩 놀아주고 엑스레이 찍곤 했는디 요즘 통 거시기가 엄써라. 너무해유~~”
그리고 나니 책상이 저두여 하며” 이 아줌씨 워찌 된거유. 요즘 정신 차렸나 봐유~~, 꼬박 지앞에 앉아서리 몇 시간이구 뭔가 두들기는데 정신이 없구먼유~~”
울집 냥이” 저 아줌씨 약 먹은거 아뉴? 누가 와서 봐좀 싶음 쓰겄는디.. 도대체 밤에 불 안끄고 뭐 하는지 모르겄쏘. 나 이러다 불면증 걸리면 어쩐다냐..”
뭐 대충 제 곁에 있는 아덜이 이상 헛소리를 해대는 요즘입니다.정화님 영어 되시면 이런 사정을 홉스봄 아저씨께 전해 주셨음 감사하겠습니다.
초아샘. 서울 오시면 찐하게 한 잔 하시지요.
그찮아도 요걸 마셔 말어 하다가 오늘은 저 혼자 한 잔하고 헬헬 합니다.위에 야그는 실은 그 때 부산갔을 때 초아샘과 헤어지고 일어난 일이랍니다.언제 한번 신나게 웃어 볼 날이 있겄지유..기대합니다.
먼저 침대가, “아니 도대체 워찌된거유, 우리 아줌씨 보통은 나랑12시간씩 놀아주고 엑스레이 찍곤 했는디 요즘 통 거시기가 엄써라. 너무해유~~”
그리고 나니 책상이 저두여 하며” 이 아줌씨 워찌 된거유. 요즘 정신 차렸나 봐유~~, 꼬박 지앞에 앉아서리 몇 시간이구 뭔가 두들기는데 정신이 없구먼유~~”
울집 냥이” 저 아줌씨 약 먹은거 아뉴? 누가 와서 봐좀 싶음 쓰겄는디.. 도대체 밤에 불 안끄고 뭐 하는지 모르겄쏘. 나 이러다 불면증 걸리면 어쩐다냐..”
뭐 대충 제 곁에 있는 아덜이 이상 헛소리를 해대는 요즘입니다.정화님 영어 되시면 이런 사정을 홉스봄 아저씨께 전해 주셨음 감사하겠습니다.
초아샘. 서울 오시면 찐하게 한 잔 하시지요.
그찮아도 요걸 마셔 말어 하다가 오늘은 저 혼자 한 잔하고 헬헬 합니다.위에 야그는 실은 그 때 부산갔을 때 초아샘과 헤어지고 일어난 일이랍니다.언제 한번 신나게 웃어 볼 날이 있겄지유..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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