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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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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3일 09시 08분 등록
마음수련이라는 작은 잡지를 처음으로 사서 봤습니다. 저는 샘터의 오랜 팬이라 다른 것은 잘 안보는데, 마음수련의 겉표지 그림이 제 눈을 유혹하고, 또 제가 요즘 마음수련이 필요한 시기라서 한 번 사봤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안도현 시인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평소 안도현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지라, 오늘 한 편 골라 여기 이곳에 올립니다. 오늘은 어쩐지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가 꾸밈이 없어서 오히려 더 정겹습니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도 즐거워도 또는 즐겁지 않아도 열심히 사는 오늘을 그려봅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 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IP *.13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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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24 20:56:26 *.72.153.12
하하하. 마지막 연이 압권입니다.

삶이 이런 게 시원스럽다니.정말 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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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25 08:50:52 *.112.72.159
정말 시원해지는 느낌!!
좋은 시네요.
적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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