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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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석가탄신일입니다.
그저께는 아이들과 함께 달마사라고 하는 작은 절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아이들과 석가모니 부처님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부처님이야기가 많습니다. 생명과 먹거리....
달마사는 우리교실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교정에서 멀지 않습니다.
금정산중턱즈음에 있지요. 올라가는 길에 대학건물 공사장이 있어 금정산쪽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늘 가던 길과 다른 쪽으로 가다가 새로운 계곡^^을 발견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다음기회에 아이들과 와서 물놀이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날은 몹시 화창하고 무더웠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었구요.
땀을 뻘뻘 흘리며 절에 도착한 아이들은 절을 지키는 흰둥이한테 얼른 인사를 하고
절을 하겠다고 대웅전으로 향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웃음이 났습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대여섯 살즈음 석가탄신일에 절에 가서 관음보살상을 보고는
“성모님 같다”고 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일마다 가는 성당마당의 성모상과 늘씬하게 서있는 관음보살상은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의 종교, 신앙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합장을 하고 대웅전에서 열심히 절을 합니다.
땀이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열심히 절을 하던 녀석 셋 가운데 둘은 주일마다 성당을, 한 녀석은 교회를 다니는 아이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제 딸이었지요.
절을 하고 나오더니 이제는 탑을 돕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ㅎ ㅎ
손을 모으고 사뿐사뿐 탑을 도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다시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어떤 기도를 하고 있을까?
이제 겨우 여덟살 아이들에게는 성당에서의 기도와 대웅전에서 하는 절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겠습니다.
처음 절하는 것을 보면서는 그저 즐거운 놀이쯤으로 여기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아주 진지해보였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형식보다 본질적인 것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득 대학 신입생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사학과를 들어가고 첫 답사를 3월에 떠났습니다. 전남일대를 돌았는데 선운사에 갔을때인가 봅니다. 밤을 새우고 새벽예불드릴 시간이 되었나봅니다. 동기녀석 하나가 절에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우리 숙소에서 선운사까지는 제법 걸어야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는 숙소에서 선운사까지 논길 밭길이었고 가로등도 하나없는 아주 깜깜한 칠흙같은 어둠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새벽예불시간의 대웅전.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신심깊지 않은 가톨릭 신자이지요.
동기는 열심히 대웅전에 올라 절을 했고 나는 그저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금 기억해도 아주 길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며 사찰을 많이 다녔지요. 나이가 들면서는 절에 가면 합장을 하고 반배라도 올려야하는데 몸이 뻐뻣합니다. 그게 늘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가끔 뉴스에서 추기경님과 고승의 만남, 수녀님들과 여스님의 조우.. 이런 것들을 봅니다.
무척 반갑습니다.
어느 작가가 자신을 하느님을 믿는 불교신자라고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하~ 재밌는 말이다 했는데 ... 공감되는 점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편견과 아집을 아직 배우지 않은 아이들속에서 ,
아이들은 예수고
아이들이 부처라는 말이 공허하지 않게 다가오는
석가탄신일 아침입니다~~~
IP *.100.65.70
그저께는 아이들과 함께 달마사라고 하는 작은 절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아이들과 석가모니 부처님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부처님이야기가 많습니다. 생명과 먹거리....
달마사는 우리교실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교정에서 멀지 않습니다.
금정산중턱즈음에 있지요. 올라가는 길에 대학건물 공사장이 있어 금정산쪽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늘 가던 길과 다른 쪽으로 가다가 새로운 계곡^^을 발견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다음기회에 아이들과 와서 물놀이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날은 몹시 화창하고 무더웠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었구요.
땀을 뻘뻘 흘리며 절에 도착한 아이들은 절을 지키는 흰둥이한테 얼른 인사를 하고
절을 하겠다고 대웅전으로 향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웃음이 났습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대여섯 살즈음 석가탄신일에 절에 가서 관음보살상을 보고는
“성모님 같다”고 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일마다 가는 성당마당의 성모상과 늘씬하게 서있는 관음보살상은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의 종교, 신앙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합장을 하고 대웅전에서 열심히 절을 합니다.
땀이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열심히 절을 하던 녀석 셋 가운데 둘은 주일마다 성당을, 한 녀석은 교회를 다니는 아이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제 딸이었지요.
절을 하고 나오더니 이제는 탑을 돕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ㅎ ㅎ
손을 모으고 사뿐사뿐 탑을 도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다시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어떤 기도를 하고 있을까?
이제 겨우 여덟살 아이들에게는 성당에서의 기도와 대웅전에서 하는 절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겠습니다.
처음 절하는 것을 보면서는 그저 즐거운 놀이쯤으로 여기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아주 진지해보였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형식보다 본질적인 것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득 대학 신입생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사학과를 들어가고 첫 답사를 3월에 떠났습니다. 전남일대를 돌았는데 선운사에 갔을때인가 봅니다. 밤을 새우고 새벽예불드릴 시간이 되었나봅니다. 동기녀석 하나가 절에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우리 숙소에서 선운사까지는 제법 걸어야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는 숙소에서 선운사까지 논길 밭길이었고 가로등도 하나없는 아주 깜깜한 칠흙같은 어둠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새벽예불시간의 대웅전.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신심깊지 않은 가톨릭 신자이지요.
동기는 열심히 대웅전에 올라 절을 했고 나는 그저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금 기억해도 아주 길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며 사찰을 많이 다녔지요. 나이가 들면서는 절에 가면 합장을 하고 반배라도 올려야하는데 몸이 뻐뻣합니다. 그게 늘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가끔 뉴스에서 추기경님과 고승의 만남, 수녀님들과 여스님의 조우.. 이런 것들을 봅니다.
무척 반갑습니다.
어느 작가가 자신을 하느님을 믿는 불교신자라고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하~ 재밌는 말이다 했는데 ... 공감되는 점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편견과 아집을 아직 배우지 않은 아이들속에서 ,
아이들은 예수고
아이들이 부처라는 말이 공허하지 않게 다가오는
석가탄신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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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하느님은 연등놀이하게 비 내리지 않게 하시지 않고...
(모든 신들과 인간을 지배하는 신은 유피테르 (주피터)였다. 번개의 모습으로 하늘과 태양의 신으로 나타날 때는 유피테르 토난스이고, 비의 신으로 나타날 때는 유피테르 플루비우스이다. -역사속의 영웅들, 윌듀런트 저 p161) 주피터는 오늘 유피테르 플루비우스이고 싶었나보다.
난 어린가봐요, 절에 가도 성당에 가도 절하고 기도하고 싶어지니...
나의 오랜 벗 Y는 늘 나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린다는데...(Y는 늘 나를 대신해서 회개(悔改)하며 애태운다. 나는 우리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녀는 내가 지옥불에 떨어지고 말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 안의 신들은 어제처럼 고요하고 단지 세상만은 나뉘어 있다. 당신들만이 옳다고...
저승에 가도 깍두기 하면서 좋은 것만 누리면 안될까요? ^-^ 모든 신들이 공존하며 힘을 쏟기에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야지. 공감되는 나경님 글 기분 좋다. 사랑해요~
(모든 신들과 인간을 지배하는 신은 유피테르 (주피터)였다. 번개의 모습으로 하늘과 태양의 신으로 나타날 때는 유피테르 토난스이고, 비의 신으로 나타날 때는 유피테르 플루비우스이다. -역사속의 영웅들, 윌듀런트 저 p161) 주피터는 오늘 유피테르 플루비우스이고 싶었나보다.
난 어린가봐요, 절에 가도 성당에 가도 절하고 기도하고 싶어지니...
나의 오랜 벗 Y는 늘 나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린다는데...(Y는 늘 나를 대신해서 회개(悔改)하며 애태운다. 나는 우리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녀는 내가 지옥불에 떨어지고 말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 안의 신들은 어제처럼 고요하고 단지 세상만은 나뉘어 있다. 당신들만이 옳다고...
저승에 가도 깍두기 하면서 좋은 것만 누리면 안될까요? ^-^ 모든 신들이 공존하며 힘을 쏟기에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야지. 공감되는 나경님 글 기분 좋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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