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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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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6일 10시 54분 등록
사랑에 관하여...

- 정소영


눈 가리고

눈 없고,

코 막고

코 없고,

입 다물고,

입 없고...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맛을 모르는

민둥이 나이지만...


돌팔매질 당하는 사마리아 여인이 나이지만...


붉은 피가 있다.

지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알몸으로 얼음위에 서더라도

얼지 않는 내 피는

그의 사랑이고

흡혈귀처럼 내 피만 갈구하는 그의 재물이 된다.


찰칵.

들릴까.

잠겨진 내 몸뚱아리가

환하게 열린 소리...

녹슨 열쇠 하나 쥐고 있을 뿐인 그가

삐꺽 거리는 쇳소리 소음을 내고

모두들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

나에겐 유일한 음악이라.


===============================================================

중학시절 부터 친구였던 친구가 20살이 넘겨
내 죽은 아버지는 실은 방에 틀어박혀 친구의 배신을 아파하는
아버지가 미워 소리친 막내딸의 외침에 자살하셨다 말해주었습니다.
그저 안계신 걸로만 알았지 자살하신 줄 몰랐던 저는
그게 자기 탓이라 말하는 친구가 그저 아팠습니다.
어느 순간 친구는 시를 쓰기 시작했고
생명을 다루고 싶다며 산부인과 의사가 된 친구의 시는
아직도 밝아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삶의 아름다움보다 그 속에 아파하는 인간을 그립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기다리고 있지요.
이러저러한, 내게 소중한 공간이 있는데 니 시들을 보여줘도 되겠냐
물었더니 한순간의 망설임없이 그래라 하더군요.
시를 적어낸 순간 더 이상 그 시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멋들어진 말까지 덧붙여서요^^

이 시는 밖으로는 너무 밝은 친구가
시속에는 너무 어려운 아픔만 가득해
그저 읽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던 저에게
제가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말했을 때
써 준 시입니다.
친구 시중에 그나마 아주 밝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이곳에서 이녀석의 시를 함께 읽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확 마음에 와 닳고
확실히 이해한 부분은 마지막 연밖에 없답니다^^ 찰칵 부터^^


녹슨 열쇠하나 쥐고 있을 뿐인 그가 나에게 유일한 음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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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8.04.26 23:35:53 *.128.229.163

그녀는 알일까 ?
달걀 ?
부엉이알 ?
아니면 이름을 알 수 없는 푸른새알 ?
와싹 껍질을 깨고 나오면 눈부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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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7 00:48:03 *.36.210.11
인생의 고단함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시인은 그 시를 씀으로써 세상과 소통하지요.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우리에게 꼭 닮아가야만 하는 형식 따위는 애당초 없는 것인지 몰라요. 각자가 저마다의 우주이니까요.

더러 조금 미흡하고 못나고 어둡다고 해서 편을 가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 분명히 밝고 맑은 내면도 함께 하기에 글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설혹 자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의 상징일 뿐 그 전체는 아니고 그 속에 강한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해요. 죄의식도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강인한 무기일 수 있어요.

밝음을 지탱해 주는 것은 밝음 그 자체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둠과 흐릿함과 불투명한 것들이 아울러 받쳐주었기에 빛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므로 모두 한가지는 아닐까요? 다소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좋고 나쁨과 문제와 아니 문제는 아닐성 싶어요. 섞임이고 어울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거든요. 끼리끼리 만이 아닌 전체적 조화를 이루는 것 역시 상생의 아우름은 아닐 런지요.

현주, 그대와 같이 나는 이 시도 우리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해. 보통의 균형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바로 지금 오늘의 내게 있어 어떤 의미인가가 더 살뜰히 우리를 일깨우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의미로든.

사람의 마음에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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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2008.04.27 10:05:41 *.102.165.198
네 아는 사람보다 아직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이 곳이면 어떤 편견의 시각없이 그저 제가 읽듯
읽어줄수 있을 곳이라 믿었기에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시속에서 끝끝내 그녀석을 잡아두고 있는 아픔이 때론
너무도 무서워 그녀석을 찔러버릴까 걱정되지만
계속 시를 쓰며 보여주는 까닭은 기다려달라는 의미임을 압니다.
내가 올린 것을 보고 뭐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괜찮아 하면서도
저 시들 사이에 나를 넣다니 미친것..;;;하였습니다.
두 분의 댓글을 읽으면 분명 아무말 없이 얼굴 붉힐 겁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눈부실텐데...
저도 그리 믿습니다.
그때 한번 빼고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길 한 적 없지만
그 아픔이 그녀석을 강하게 버티게 해주는지도 모르지만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온 이 시들의 색이
모르는 사이 찬란하게 바뀌리라 그리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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