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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8일 00시 51분 등록

길 위에 서지 못하는 진짜 이유

잘 떠나는 사람들은 왜 잘 떠날 수 있을까?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잘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떠나고 싶지만 수 십 가지의 ‘때문에, 때문에’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세계 인구의 숫자에 최소 10을 곱할 정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이유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일상이다. 혹자는 이 존재의 탄탄함을 핑계 삼아 떠나지 못함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라. 떠나는 사람은 길 떠남을 발목 잡는 무수한 핑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난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때문에, 때문에’가 입에 붙어 있다. 어떤 때는 가끔 떠나겠다고 큰 마음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곧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일부러라도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자신의 떠나지 못함을 합리화시킨다. 많은 이들이 못 떠나는 심리적 경로가 대강 그러하다.

나는 여행선동가라는 힘든 일을 자처한다. 곱상하지 못한 ‘선동’이란 말을 쓰면서까지 그대가 길 위에 서도록 선동하는 이유가 있다. 나의 대표 브랜드네임은 아름다운 길 연구가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아름다운 길을 연구하고, 길 위의 철학을 말하더라도 떠나지 않으면 그저 머리 속 인식에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에 지친 그대를 위안하지 않을 것이다. 길 위에 서도록 선동하는 것이 나의 최우선 사명을 삼고자 한다. 길 위에 서면 지친 일상에 위안의 바람이 불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머리에서 인식한 것을 가슴으로 느끼는데 한 평생이라고 한다. 여행 길 위에 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슴으로 느낀 것을 배낭을 꾸리고 기차역이나 터미널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평생이 되는 사람이 있다. 몇 몇이 이 땅의 관광지를 폼 내며 주름잡으며, 뽐내듯이 세계로 나간다. 못 떠나는 사람이 평생에 걸쳐 제대로 1번도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그들은 밥 먹듯이 하는 것이다.

얼마나 사람들이 잘 떠나는가를 아름다운 길 연구소에서 조사를 했다. 인터뷰를 하고, 카페 회원 가입시 질문을 분석한 결과이다. 조사 결과  떠나고 싶은 때에 제대로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90%~95%이상이다. 전체 비중의 10%도 채 안 되는 이들이 길 위에서 행진을 할 때, 책 밖에서, TV 화면 밖에서, 인터넷 화면 밖에 도열해서 그들의 행진을 보며, 시기 섞인 부러움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못 떠나는 이들은 여행기를 보며 와!, TV 속 여행자 소개 내용을 보며 와! 하는 조연의 역할에 지극히 충실하다. 마치 자신은 날 때부터 조연인 것처럼… 떠나는 이들과 못 떠나는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자는 떠났고, 후자는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못떠나는 대표적 이유를 들어보자.시간, 돈, 업무, 가족이 그러하다. 이들은 일상의 대표선수다.

시간
시간이 없어 못 떠나는 이유를 대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들이 평생 제대로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지금 못 떠나는 데, 나중에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 지금 떠나는 사람은 앞으로도 떠난다. 물론 과거에도 떠났었다. 지금 못 떠나는 사람은 앞으로도 못 떠날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떠난 적이 없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 중에 시간이 있어서 떠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많아야 10%내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잘 떠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대처럼 해야 할 일이 많다. 오히려 떠나지 못하는 그대보다 업무량이 더 많은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은 어찌 그리도 잘 떠날까? 여행의 시간, 여행을 통한 행복의 시간을 따로 뚝 떼어내어 할애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시간을 자발적으로 의지적으로 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 떠나지 못한 사람은 이제 시간이 주어져도 떠나지 못한다. 흔히 하는 말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는 말을 알 것이다. 여행을 가본적이 없기에 시간이 주어지면, 다시 지긋지긋한 일상으로 다시 들어간다. 은퇴 후에 여행을 갈 거라고 하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바란다고 이루어지지 않음이 현실이다. 여행은 배낭을 꾸리고 실제로 떠나야 하는 행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돈이 있고 시간이 주어지고 하는 인프라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떠남이라는 행동의 문제인 것이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해’ ‘놀면 뭐해’ 하면서 다시 일상에 발목 잡혀 들어간다. 시간은 만드는 것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시간을 뚝 떼서 할애하지 않는다면 가치 있는 그 어떤 것도 가슴에 품을 수 없다. 아니 왜 생존을 위한 시간은 내면서, 존재를 위한 시간은 내지 못하는가?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이유는 좋은 핑계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누군가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말을 태연하게 했을 때, 그는 ‘아, 여행가기 싫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절대빈곤층을 제외한다면, 여행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력은 된다고 생각한다.


돈 역시 좋은 핑계다. 절대 빈곤층이 아닌 한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가는 비율은 매우 적다. 이제 생존 자체를 위한 돈 벌기와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우리가 쓰는 돈을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존재비와 생존비로 나눌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이 생존비이고, 자신의 존재, 향유에 대한 비용이 존재비이다. 존재비의 비중이 높을수록 행복은 상승한다. 돈이 없어서 못간다는 이유는 ‘여행할 돈을 쓰고 싶지 않다’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업무
업무 때문에 못 떠난다는 이유 역시 대표 이유다. 여행을 위해서는 일의 재편성을 시도해야 한다. 일하다가 죽을 것인가? 여행하다가 죽을 것인가? 여행하다가 죽는 것은 행복의 정점에서 죽는 것이다. 여행하다가 죽는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하다가 혹은 일만하다가 죽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가족
행복을 위해서는 참으로 버릴 것이 많다. 나는 가족을 버리라고 말한다. 아니 정확히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 버리고 떠나기’의 실천이야 말로 행복의 실천이다. 가장 먼저 버릴 것이 가족이다. 주말 이틀 중에서 하루만큼은 가족과 헤어져서 이산가족이 돼라. 자발적 이산가족이 될 때 행복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가족이 행복의 디딤돌이 되어야지 행복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여행은 행복이다. 그런데 그 행복에 이르는 여행을 가족 때문에 못 간다면 가족이 행복의 걸림돌이라는 단순도식이 성립될 수 있다. 365일 가족을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주말에 하루 정도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그게 자신을 살리고, 생명력을 회복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전체의 생명력이 커지는 것이다. 가족과의 시간을 재편해야 한다. 집안 일에 지친 아내에게 주말 휴가를 주고, 업무에 주중 내내 지친 남편에게 휴식을 주어라. 그들의 영혼을 충전케 자발적으로 도와주라. 아이에게도 뭔가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케 하라. 이산가족은 저녁 때 만나서 충전된 영혼을 가지고 저녁을 보내고, 다음 날은 가족과 보내라.

길 위에 서지 못하는 진짜 이유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 돈. 업무. 가족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문제이다. 모든 행동의 근간은 마음에 있다. 누군가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팔다리가 움직였기 때문이 아니다. 마음이 그를 행동하게 만든 것이다. 여행을 보자. 시간, 돈, 업무, 가족이라는 여행을 발목 잡는 방해물들을 모두 통과했더라도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떠나겠다는 마음을 올곳게 잡아 먹는 것이다. 이 단계를 통과 못하면 예전처럼 다시 실패다. 다시 일상이다. 방안에서 ‘대신 떠나주는 주말 오락프로그램’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아! 그들이 대신 떠나주니 나는 얼마나 편한가?’하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결국 모든 어려움의 근원은 마음의 문제다.




끝으로 가라. 세상의 아름다움은 끝에 있다.
그 곳에는 소외되고 버려진, 잊혀진 아름다움이 있다.
그 곳에는 오랜 세월,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낯선 아름다움이 있다.     - 아름다운 길 연구가  김 성 주

여행이 예술이 되는 곳-아름다운 길 연구소 http://cafe.naver.com/travel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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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0.02.07 22:55:05 *.160.33.217

성주야, 부지런히 써라.  누가 좋다고 해도 쓰고, 누가 전혀 읽어주지 않는 것 같아도 써라.  
분명한 것이 있다.   가난하고 춥고 외로운  무명의 시절을 견디지 못한   성공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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