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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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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8일 12시 00분 등록
 

< 내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가 ? - 무의식에 대한 한 고찰 >

다른 사람이 보면 나는 참으로 열심히 열정적으로 즐겁게 사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고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진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바쁘게는 살아왔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서는 항상 내 마음이 불편하고 석연치가 않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까지의 삶은 의식세계에서 그 흐름에 따라서 살아왔다. 하지만 의식세계란 물위로 솟아난 빙산의 일부분처럼 나란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극히 작은 영역이고 나머지 물아래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거대한 무의식의 영역이 나란 존재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이제야 알겠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거대한 무의식세계는 나의 현실인 의식세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의식세계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의식세계를 분석하고 그 차원에서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의 키워드는 인간관계와 자아실현이다. 왜 나는 항상 이 부분에 있어서 과정적으로나 결과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껴질까? 아마도 지금까지 나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던 것이 중요한 변화의 열쇠일 것이다.

인간관계의 불만족은 엄마와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시작된다. 유년시절 엄마는 자궁암과 간염으로 두 차례 큰 수술을 하셔서 나는 친척집에 맡겨진다. 그곳에서 나를 돌봐는 사람은 있었지만 친척집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엄마와 이별해 있는 시간은 항상 불안했다. 그리고 유년시절엔 엄마가 동생들을 낳느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 대신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해주었는데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고, 나만 엄마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엄마와 떨어져서 유치원을 가거나 학교에 가려면 마렵지도 않은 화장실을 수차례 가는 버릇이 있었다. 아마도 엄마를 떨어져야 한다는 불안감에 헤어지는 시간을 늦추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기 내내 엄마가 많이 아팠다. 잠이 들 때마다 내일 아침이 되었을 때 엄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잠을 청했던 날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지금 엄마는 건강하고 나와의 관계도 좋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항상 엄마는 보호해주어야 하는 존재이고 착한 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나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어 현재의 내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예를 들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나는 내 마음을 다 열어주지 않는다. 내가 마음을 주어도 언젠가는 그들이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특히 남자친구나 학생들을 만날 때 내가 항상 그들을 보호해주어야 하고 나는 착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언젠가는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조건없이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했다. 그들이 나에게 해주는 만큼만 내가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을 갖고 거래를 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내가 상처받기 전에 먼저 이별을 했고, 학생들에겐 떠나보낼 때 슬픔을 예상해서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않아 왔다.

자아 실현에 대한 불만족은 내가 어린 시절 즐겨했던 놀이로 시작되어 최근에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보내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는 방에서 이불과 책으로 나의 집을 만들어 그 안에서 노는 것을 즐겼다. 동생들이 3명이라 혼자 방을 쓸 기회가 없어 나만의 공간에 대한 동경과 나만의 세계에 대한 애착이 생겼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그 시절부터 나는 나 이외의 세계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나는 다른 사람과 틀리다고 생각하고 남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 했다. 물론 내향적인 성격이라 겉으로 이런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남과 다른 것을 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는 것을 해보며 좋아했던 것 같다. 이건 특이해서 좋고 저건 평범해서 싫어라는 것을 무의식으로 구분하면서 살아왔다. 이런 생각들로 인해 나는 항상 자아 실현과 개성화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내향적인 나의 성격과 마무리를 잘 짓지 못하는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 자아실현과 개성화 표현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와중에 찾아온 동생과의 이별은 나의 자아실현의 불만족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2004년 어느 날 많이 아프던 동생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항상 그 애가 함께 있다. 그런 동생을 잃었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한 앞으로 존재 하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이었다. 동생이 떠난 지 2주 후 꿈속에서 밝게 웃으며 나타났다.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 아이는 나에게 ‘나 걱정하지마. 여기서 정말 편하고 행복해. 언니도 잘살아’라고 말하고는 너무나 가볍게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는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꿈을 꾸고 나서 난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2달 후쯤 그 아이가 다시 꿈에 나타났다. 그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이름을 부르니 함께 이야기 나누던 사람을 여기서 만난 친구라고 인사를 시켜주고는 ‘언니 나 너무 일찍 왔나봐. 왜 거기서 좀 더 잘살지 못했나, 더 있다올 걸 후회 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낯선 사람들 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그 아이의 후회가 된다는 말이 가슴을 울렸다.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꿈을 꾼 이후 나는 의식적으로나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아이가 점점 잊혀져감에도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가 후회하는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떠난 지 4-5년동안은 거의 일주일 내내 스케줄을 잡아놓고 바쁘게 생활을 했다. 마치 그 아이 몫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바쁜 모습으로 증명하려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고 편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내 생활을 바쁘게 산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아이가 떠나고 지금까지 나를 너무 질책하고 사랑해주지 못했다. 더 이상 나를 비난하고 질책할 필요가 없다. 남들보다 빨리 그 애의 몫까지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의 호흡대로 나의 속도대로 나의 능력대로 나의 시간을 활용하고 여유를 갖을 때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나만의 속도에 맞춰 이루어내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나의 무의식에는 엄마와 동생에 대한 투사가 존재하고,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 내 내면의 본질적 욕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무의식은 나의 현실에서 나의 삶을 불만족스럽게 하는 원인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인 것은 나에게 이러한 무의식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 세계에 대한 인식은 눈에 보이는 의식세계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 안에 존재하는 3가지의 무의식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자기사랑의 부재”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엄마를 보호할 능력이 없음에 나를 질책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서 나를 질책했으며, 먼저 간 동생의 몫까지 2배로 살지 못해 나를 질책했다. 내가 나를 질책하고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예전엔 그렇게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는 전제조건이 있음을 몰랐다.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 자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도 없고 그들이 사랑을 주어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없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흘러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질 것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그리고 “모든 것을 견딘다.(고린도 전서 13:7)”. 이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아무것도 덧붙일 것이 없다. 우리는 소위 가장 깊은 뜻에서 우주 창조의 근원인 ‘사랑’의 희생제물이거나 수단과 도구다.“라는 카를 융의 말처럼 '모든 것은 사랑에서 기인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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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3.08 18:35:14 *.154.57.140
똑같이 융을 읽고서...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방식이 건강해보이네요.
연주님 글보면서, 저는 제가 융한테 빨려들어가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융을 융이고, 나는 나일텐데... 뭐...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다시... 이제 바람처럼 가벼워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또 다른 사랑으로 빈 자리가 채워지겠지요...
마감맞추느라.. 애쓰셨겠습니다. 잠깐의 휴식이 참 좋네요.. 비도 그치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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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10 01:19:05 *.68.10.114
같은 책을 읽고 사람수만큼이나 다양한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 신기해요~ 어쩜 다들 개성이 넘치시는지...하지만 그 개성들 속에 또 다른 나를 보곤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4주 내내 마감 맞추느라 힘들었는데...마지막 레이스가 절정이었어요 ㅎㅎ
지금 밖에 눈이 내리는 군요...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그래도 봄은 기어코 올텐데요...
어느때보다 기다려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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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0.03.09 00:13:40 *.108.158.238
4주간 고생 많으셨고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만나서 좋은 말씀  듣고 싶네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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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10 01:21:31 *.68.10.114
4주간 모두들 고생많으셨죠...어느분의 칼럼에서 본 것처럼...그 고생이 '유쾌한 고통'이셨겠지요? ㅎㅎ
글로만 뵙던 모든 분들을 직접만나는 기쁨...정말 행복하겠죠...진짜루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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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3.09 01:28:14 *.83.68.7
다시 융의 책을 펴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4-5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주변에 사람들이 떠날까봐 두려워 처음부터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그 마음
많이 알 것 같아요.
솔직히 마음을 열어 쓴 글이 오히려 먼저 가까이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네요.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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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10 01:28:00 *.68.10.114
이런 내이야기를 써도 될까 말해도 될까...망설이던 때가 있었어요...
항상 개운하지 못하고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내가 나를 부끄럽게 여겼던  그때...
중요한 건 남들에게 솔직해지기 전에 나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의 감정들, 내가 겪은 일들...모두를 인정하고 나니 타인에게 세상에게 더욱 솔직해질 수 있던 것같아요
이제는 시간에 쫒기듯 정확한 목적이 없는 뭔가를 하기보다는 여유있게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나갈 때인가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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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2010.03.09 04:49:00 *.53.82.120
가까이서 서로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주님의 진솔한 마음에
제 마음의 상처가 반응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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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10 01:30:08 *.68.10.114
서로 다른 내용인 것같은데 본질은 같은 상처를 갖고 우리는 살아내고 있었나봅니다~
좋은 인연으로 가까이서 뵈올 날을 그려봅니다^^
감사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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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3.09 10:36:20 *.236.3.241
잘 읽었습니다 _^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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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10 01:35:03 *.68.10.114
우리는 맞닿아 있다...융이 말하는 집단무의식? ㅎㅎ
비슷한 느낌의 다른 사람들...다른 느낌의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낼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 자리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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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0.03.11 13:48:47 *.142.217.230
2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뵐 수 있게 되어 반갑네요.
좋은 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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