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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10년 3월 12일 01시 06분 등록
법정 스님 입적하셨다. 입적入寂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중이 죽음'이라고 멋 없게 적혔다. 장식도 꾸밈도 없다.  평소 성품대로 최대한 간소한 다비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일련의 광경을 보며, 죽음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여러 상조회가 있다. 한달에 25,000원을 납입한다. 25,000원중 10,000원은 영업사원 몫이란다. 계약을 따낸 세일즈맨이 매달 만원씩 받는다. 15,000원이 남는다.  이 돈에서 본사의 광고비와 고정비를 빼면 얼마나 남을까 의심스럽다. 나머지 얼마 안되는 돈으로 장례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인데, 상조회 때문에 초상집에 싸움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모습을 보면, 서비스는 한마디로 엉망인 것이다.

상喪을 당하면 정신이 없다. 20세때 벽제 화장터에 갔다. 울음바다다. 정원에 강아지들이 있었다. 귀여워서 다가가, 다독였다. 바로 뒤에 어미가 노려 보고 있는 것을 몰랐다. 게다가 묶어놓지도 않았다. 나는 도망쳤고, 어미는 나를 쫓았다. 그렇게 건물을 3바퀴 추격당했는데, 그 모습을 본 유족들은 울다가, 웃으셨다. 어미는 으름장을 놓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사태가 일단락되자, 다시 울음바다다.

법정스님은 상조회는 물론, 관棺도 쓰지않고,  사리도 찾지말라고 유언하셨다. 수의도 필요없고, 평상시 입고 계시던 옷 그대로 화장을 당부했다. 난 음식점 사장으로서, 손님들이 '식사하고 난 뒤'의 모습을 본다. 손님의 인격과 먹는 모습은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술 취한 사람은 물론, 지저분하고 어지럽게 먹는다.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밥도 깨끗하게 먹는다. 난 욕심이 많고, 급해서 여기저기 흘린다. 찌개를 떠먹을 때도, 아내는 깨끗하게 가져가는데, 나는 아마 반은 흘릴거다. 손을 떠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밥먹고 난 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알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거의 일치했다. 속이기도 힘들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긴장되는 순간이다. 잘보일려 애쓰면, 부자연스러워진다. 

죽음은 식사후 테이블 모습과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죽음 뒤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모두가 그가 식사한 테이블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한다.  리무진으로 보내드린다고 그 인생이 마무리될까?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통해서, 자아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다. 죽음마저도, 본질이 드러나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처음 보았다.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무소유, 공간과 시간마저 버림으로써 완성하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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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3.15 03:11:50 *.186.57.173
설겆이를 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늘상 말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날 즈음이면, 맨 밥그릇 긁으면 부모 속을 긁는단다. 물부어 먹어라..
설마... 그냥 좀 먹으면 어때서... 무슨 부모 속까지 긁을까...
설겆이를 해보면서, 그 말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행해야만 깨달을 수 있다는 말...
늘 깨어 있으라고 하시는 말씀들...
이젠 식당에서 밥먹을 때도 정신을 바짝... ㅋㅋ

좋은 글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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