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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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기억이 짧고 얕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진짜고 아닌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는 몇 장면이 있다. 목욕탕이 그 중의 하나다. 아주 어릴 때부터 동네 공중목욕탕에 가면 때밀이 아줌마에게 때를 밀었다. 줄줄이 사탕 같은 동생들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목욕탕에 오래 있으면 정신을 놓아서였을까. 아무튼 나는 후다닥 때를 밀고 나와서 우유를 빨아먹곤 했다. 결혼 후, 내가 우울했던 건 이걸 못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다시 때밀이 아줌마에게 때를 밀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2년 전, 동생의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친정에 갔다가 동생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다. 그때 알았다. 이거였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고 싶을 때는 목욕탕에 가서 마사지를 받는다. 물론 비싸다. 하지만 난 이걸 돈으로 계산하고 싶지 않다. 내 기억 속의 뭔가가 내 몸을 구석구석 만져주는 그 아늑한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동네에 마사지 집이 몇 군데 생겼다. 어쩌면 이제야 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한 달 전쯤, 남편과 술을 한잔 마시고 들어오는 길에 잠깐 갈등을 했었다. 받아? 말아? 그 날은 술이 덜 취했던 모양이다. 그냥 들어왔었다. 그런데 어제, 어제는 완전 취한 게 분명하다. 거길 찾아 갔다. 거기서 태국 마사지, 받았다. 그것도 커플룸에 나란히 누워서! 나와 남편을 올라 탄 여자들이 태국 말을 꼼낭꼼낭 속삭이며 정성껏 구석구석 만져주었다. 이야아~.
한 달 만에 기숙사에서 나온 막내녀석 환영하는 자리였다. 뭘 사줄까 했더니 외식은 싫고 집에서 먹자고 했다. 장을 봐다 이것저것 차려놓고 네 식구가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진짜 한 달 만이었다. 우리 부부는 친하게 참이슬을 나눠마셨다. 마실수록 사이가 좋아졌다. 더 친해져서는 급기야 한잔더! 를 외쳤다. 아이들은 익숙하게 다녀오세요! 로 답했다. 그리고는 나와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당연히 기분 좋다며 한 잔 더 마셨다! 키야아~.
나이를 더하다보니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 힘들다 싶은 게 자꾸만 는다. 최근에 또 생겼다. 웹진에 내 글이 실려 통장에 입금이 된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기본이 없고 부족한 탓에 원고료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도 돈으로 계산하고 싶지 않다. 생각은 너무 짧고 경험은 너무 얕아 조심스럽기만 한 내 글이 돈이 된다는 사실에 신기할 뿐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것으로 만족한다. 계속 글을 보내달라는 메일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의 내 글은 그냥 거기서 거기다. 내 삶을 시시콜콜 까발리는 수다에 가깝다. 자칫 지루하고 지겨울 수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어서 다른 글은 시도조차 못한다. 겁쟁이인 내겐 감동이나 교훈을 주는 멋진 글을 따라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다. 아니, 진짜 문제는 뭘 쓰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고민했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모양이다. 시간에게 미루고 기다리는 수밖에.
쉬운 길, 빠른 길은 피할 것이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얻은 지혜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지름길에서 나는 늘 길을 잃었다. 내가 아는 길만 갈 것이다. 내가 아는 것만 쓸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쓸 것이 조금밖에 없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알게 된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운다고 하지 않는가. 박박 길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가볼 것이다. 사랑하는 나에게로.

내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조금은 동질의 솔직한 심사를 고백하며 토로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도 내 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아." 라고 하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지?" 라고 대뜸 응수하며 동조를 구하는 듯했다.
대체 왜 그런 느낌을 열어 확인하고자 했을까? 이미 그녀는 당당히 공저까지 내놓은 사람이었다.
무엇이 그리 눈치를 줬을까? 과연 혼자만의 고독이나 망상이었을까?
처음에는 그녀의 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서의 겸손어린 립서비스려니 짐작하며 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간 쉬었다가 다시 글을 올리면서 그녀는 또 다시 변경연이라는 독자의 반응을 살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했다.
왜? 대체 왜? 그러한 마음의 부담을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 내밀한 가정사나 부부의 이야기라서? 단지 그 이유가 전부일까? 겸손한 내부 검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자기 계발이나 자기 경영은 어떤 것이어야만 하는 걸까? 사부님께서는 이 즈음의 그녀 글이 올라오는 것을 기뻐하시며 두 번째 책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격려하셨다. 두려움과 외로움이 용기로 치환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녀가 글을 쓰는 모습이 좋다. 세상의 하고 많은 일들 가운데 이 일이 하고 싶어 저절로 매달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러한 일이라면 그녀가 쓰고 싶은 어떤 글이라도 쓸 권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장에는 비록 판매 부수나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책이 될 것으로 각광받지 못할 지라도... . (이 부분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가능성이 보인다고까지 생각이 된다.)
빵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아가는 그녀의 글쓰기에 진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원대로 분명 오리는 날 것이다. ()

지금은 미영님의 글을 매번 읽고 있어요. 다음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면서요.
예전에 써니님이 올리신 글에서도 본인의 글이 변경연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인지 타인의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 그런 심경을 표현하신 걸 본 적도 있는 것 같아요.
왜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들은 스스로 검열을 해야 할까요?
여기에서 아무도 대놓고 이런 글 쓰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는데...ㅎㅎ...
저도 전업주부로 십몇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자기 경영과 자기 개발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어요.
이번에 새로 나온 선생님의 책 '필살기'도
전업주부로서의 저에게 맞추어 적용할 것이 있는지
잘 살펴보면서 읽을려고 합니다.
앞으로 변경연에 우리와 같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올라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미영님~
힘내시구요. 앞으로도 꾸준히 글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는게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간혹 댓글도 달고 싶었지만 한 번 얘기를 시작하면 길게 끌어야 하는 특성상 미리 그만두고 말지요.
앞으로 미영님에게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속으로 궁금해 하는 1인이었습니다....화이팅!!! ^^

어제 오늘 들판에 있었는데 어떤 나무는 파란 잎이 먼저 나오고 또 어떤 나무는 곱디고운 꽃을 피우고 있더라구. 그 모습을 보면서 딱 너를 떠올렸지. 추위에 몸을 떨고 있었던 나뭇가지들이 이제 봄의 햇살을 제대로 받으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사뭇 궁굼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하고....
있잖아 실은 지난 주에 지인의 집에서 가지치기하던 나무 가지를 가져왔는데 그게 매화라고 해서 기대했더니만 이게 매화가 아니었는지 꽃이 피는게 아니라 봉오리에서 파란 잎사귀가 먼저 나오더라구, 어 이거 매화아니네 하며 보고 있는데, 녀석이 살살 지 몸을 펼치며 날이면 날마다 어린아이 머리 자라듯 수북해지는 잎파리들을 키워내는거야.. 아 얼마나 이쁜지..이 시멘트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 주는 게 고맙고 또 고맙더군..그래 매일 녀석을 보면서 응원한다구...모 그렇다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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