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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 조회 수 2475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0년 4월 20일 00시 41분 등록

1. 사각형은 감옥이다

 

초등학교 2학년 시험지다

사슴은 거울을 보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주어진 세 개의 사각틀에

정답을 요구하고 있다

 

‘사슴이 □□□ 봅니다’

 

빨간색 사선이 쫙- 그어졌다

아이는 틀렸나 보다

아이의 답은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

 

세상이 미쳤나 보다

난 아이의 답이 왜 틀렸는지를

지금도 모르겠다

세상이 그렇게 우리를

가두고 있다

사각 형틀안에

 
2. 또 사각형

 

지금 여러분이 이 시를 읽고 있다면,

잠시 숨을 멈추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사각형 속에 있는지를

세어보라

컴퓨터 모니터, 그 옆에 펼쳐놓은 책,

책상, 벽, 액자, 천장 그리고

하늘도 사각 창틀에 갇혀 있다

도망칠 수 없다

여러분의 방문도 사각형이고

하루를 쉬는 이부자리조차도

그리고 세상의 구속을 깨보자는

글쟁이의 공책도 원고지도

화가의 빠래뜨도 캔버스도

온통 사각형이다

 

한 번 더 숨을 쉬고

이제 여러분의 몸을 보라

신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빚었다는 그 몸과

베란다의 꽃, 나무, 바람 그리고 구름

사람 손닿지 않은

그 어느 것 하나

각진 것이 있는지

 

3. 사각 속 우리

 

우리 속

동물원 원숭이가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가 그를 가둔 것인지

그가 우리를 우리 밖에 가둔 것인지

우리가 우리를 가둔 것인지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다

이 무슨 지랄 맞은

천형이란 말인가

 

우리는 울타리에서 산다

어디가 안이고 밖인지도 잊은 채

우리는...

 

그래서 슬프다면

믿겠는가?

 

4. 사각진 학교

 

후보님, 아이들이 연병장에서 무엇을 더 배워야 하나요?

 

아침마다 보는 햇님은 동그랗고

아이들의 눈도 동그란데

책가방, 책, 노트, 신발주머니를 들고

운동하는 아이 하나 없는 연병장을 지나

교실문, 책상 다시 책과 노트

그리고 칠판, 창문, 시험지, 답안지까지

사각사각

가위질을 해댄다

사각사각

꿈을 잘라 반듯한 사각형을 만든다

매일매일

그 짓을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졸업할 때마저 사각모를 씌우고

폼내고 웃어보라 한다. 찰칵, 또 가둔다

 

길거리에 맨 사각형들 뿐이다

건물, 간판, 신호등, 자동차

그리고 반듯반듯 찍어낸 사람들

IP *.221.2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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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20 02:42:17 *.219.168.120
사각형은 선이다. 원과 타원형이 될 수도 있고 세모나 사다리꼴 혹은 별과 달과 해와 바람과 구름이 될 수도 있다.

사각형은 사랑이다. 사각의 편지나 엽서에 사각 책 속의 시를 적어 보내 띄우는 일은 사각집 속의 사각탁자에서 쓰는 시인의 열절한 사각구도형 사랑은 아닐까.

사각형은 아쉬움이다. 사각형은 그리움이다. 그리고 사각형은 못내 사무치는 눈물덩어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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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4.20 22:39:22 *.154.57.140
내가 아는 선이는 다각형이다. 그래서 적분하면 원이고, 미분하면 사각형, 삼각형, 선이다. 결국 점이다.
시인은 적분도 했다가, 미분도 했다가... 점.점.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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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21 01:56:09 *.36.210.214
내가 아직 점이라는 것이 애닯다. 큰 점도 아니고 그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점에 머물러 있음이 부끄럽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부렁이다. 말만 번지르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노력이 적음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넉두리만 늘어놓으며 몰입하지 못하는 것을 낯부끄러워 해야 한다. 스승을 따른다며 주야장천 변명만을 늘어놓기를 일삼는 것을 수치로 알아야 한다. 행여 근처도 어슬렁거리지 못함은 얄궂음이다.

가자, 생의 떨림을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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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4.21 08:12:29 *.219.109.113

수많은 생각들이 함축적인 언어로 나오는 너의 시를 읽다보면

진철이를 알 수 있는 것만 같아.

이번 시 사슴이 미쳤다. 를 읽다 그만 웃음 터져 누가 나를 보았으면

그 사슴인 줄 알았을 거야.

시로 탄생하는 너의 컬럼 참 생각하게 만드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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