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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 조회 수 2186
  • 댓글 수 13
  • 추천 수 0
2010년 6월 14일 04시 59분 등록

고택 풍경

 

1.

늘 저잣거리에서 서성거리던 아이는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담장너머로 글 읽는 소리 따라 읽고,

어깨너머로 친구들의 책을 훔쳐보면서

꿀먹은 벙어리인냥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던 말도

꿀꺽꿀꺽 삼키면서

친구들 학교 가는 시간이면

막가지 하나들고

볕 좋은 저잣거리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땅 바닥에 제 이름 석자

썼다, 지웠다.

 

학교 밖 담장 밑,

민들레와 친구하던 아이도

드디어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노오란 웃음 꽃이 피었습니다.

 

2.

마당을 가로질러

마루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대감마님이 사자후를 토한다.

 

“자, 이제 두 명의 식구가 새로 늘었으니, 축하를 하러 가자.”

 

3.

모세도 하지 못한 일,

레닌도 하지 못한 일,

예수마저도 다 하지 못한 그 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일.

 

해야 할 일이 아니라.

 

4. 洗心洞 開心寺

 

마음을 보러 갔다

작은 절인데도

길이 넓다.

돌을 쌓고

계단을 오르던 길

산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연못이 보인다.

가로지른 다리

종마루는 화들짝 하늘로 날아오를 듯,

洗心洞 開心寺

 

열렸다.

닫혔다.

보일 듯 말 듯 그 사람

알 듯 모르듯 그 마음.

 

5.

옹골진

부지깽이 하나가

이 방 저 방 밑불을 지핀다.

 

초여름 細雨에

으스름 저녁

백년고택 굴뚝연기로 피어 오른다.

 

길 가던

나그네의 마음이

집을 찾아드는 시간

 

세상 떠돌던

고단한 발 씻을 물을 데우고,

마음 고픈

한 끼를 짓는다.

 

그는 천상

부지깽이다.

 

6. 석고상

 

고택의 뒤안

백년고택 뒤안 길,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그 한 구석에

줄리앙, 아그리파, 시이저, 비너스...

이름 없는 소녀의 석고상까지

먼지 가득 뒤집어 쓴 채

다 모였다.

 

여기서 뭣들 하는 걸까.

 

7.

‘철푸덕’

시암물에

줄줄 새는 양동이가 던져졌다.

 

도르레를 감아 올리는 손,

누가 담겨 올라올까

무엇을 건져 올리나.

 

시골집

작은 시암 속에는

누가 살까

 

8.

토방 한가운데

꺽여진 길

노발대발안방마님이대청마루내려질러대문옆마당쇠의발모가지를분지르러내닫다가

그만,

시암길로 향한다

찬물 한 사발

들이키고 만다.

 

꺽어진 길 하나,

마당쇠를 살렸다.

 

그날부터 그 이름은 꺽쇠다.

 

9.

머리에

흰 서리를 얹었다

그림 그리는

집주인을 닮았을까

백년고택

기와 위에도

이름 모를 풀들이 자랐다

 

10. 사랑채 수다

 

사랑채에선

밤새 불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슴에 불덩어리 담고 살던

여자 셋이 만났으니

우성, 상현, 진철

차례차례

오징어 굽듯 바싹 구워

질근 질근 안주 삼아

밤새 불을 지폈다

 

불을 불로도 끄는구나

아내에게 친구들이 생겼다

 

천사라 부르던 미옥이도

노심초사 은주누나도

씀씀이 좋은 선형이 마음도

 

집에 돌아와

풀어 놓는 짐보따리엔

선물이 한 가득이다

 

11. 문자메시지

 

어린 돌배나무의 꽃 소식을 전합니다

 

초여름 단비에 죽순이 막 자랍니다

 

함께 배를 탔으니, 노를 힘껏 젓겠습니다.

누나, 고마워 사랑해

 

 

 

IP *.186.58.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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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4 05:00:42 *.186.58.253
이 좋은 날조차도
새들은 운다

담배 한 대 다 피울때까지도
새들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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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4 21:54:19 *.154.57.140
그려... 같이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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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6.14 17:53:57 *.53.82.120
불덩이 같은 딸아이를 안고
안스러움과 미안함으로
가슴에서 눈물을 퍼내며
밤을 지새다..

새벽 4시
습관처럼 울리는 알람을 끄려고
잡은 폰엔
오빠의 환한 웃음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꼬리에 미소가 맺혔습니다.

그래도
오빠!
나는 오빠보단 언니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빠!
복받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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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6.14 08:00:14 *.197.63.9
서슬푸른 대나무에게


그리하여 그대도 마음 껏 울어라
그리고
진정 울어야 할 때를 위하여
그대만의
진혼곡을 준비하라.


차곡 차곡
물러서지 마라.
앞만 향해 가라.
하루에 열두 번 죽으며 살라.
100가지 생각 연후에 한 마디로 응축해 내라.


그대이기에 할 수 있다.
등허리를 웅크려 새우등이 되 본 자만이
허리 펴고 사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안다.


마려움과 고품
어설픔
어지러움
한스러움
던지고 벗기고 찢으며 나아가라. 오직 정심으로. ()

                                                                                                         


                                                                                                         
                                                                             그대 새처럼 날아오르는 날에 멀리서 툭 떨어지는 새똥 맞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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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0.06.14 09:19:29 *.131.0.11
그 고택에 가고 싶네요
사부님! 꿈벗님들과도 동행 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아!
단군 100일이 지나서 마늘 다 먹고 동굴에서 나오면 그런 때가 올려나?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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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2:05:50 *.106.7.10
오빠는 이미 시인이옵니다.
앞으로 그 시로 우리를 포근히 안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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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4 21:52:46 *.154.57.140
내 시보담, 그대 씀씀이가 더 포근하담.
부드러운 칼있스마. 그대,
차마 그 칼에 찔릴까 삼가 저어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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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6.14 13:49:02 *.236.3.241
카메라는 목아지에 멋으로 달고
눈탱이로 귀로 코꾸녕으로 사진을 찍고 다녔구마^^

너는 천상 시 쓰며 살그라
사람이, 꽃이, 꺾다만 길들이 발목아지를 잡는데
어찌 외면하고 살겄냐

차디찬 새벽을 맞는다고 고기를 끊고
사는 게 아파 아침저녁 백팔배에
시 한줄 달라고 쓰디쓴 커피국을 들이키는
진철이 니는 천상 그 길이다

사람좋은 누구 덕분에 잠시 호사를 누렸다
우성이 형 이거 주인 찾아 줄랍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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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4 21:50:33 *.154.57.140
상현이가 아직도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너, 똥구녕으로 호박씨 까봤남?
내공이 쌓이면 걸로 사진도 찍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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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14 20:58:33 *.219.109.113
고기는 안 먹고
딸이 그렇게 피지 말라는 담배는
개궁창에 숨어 똥누는 폼으로도
숨어서 피어야하고
진한커피에 그대의 얼굴 빛은 검게 물들어간다.

맑은이와 한 배를 탄 쪄듬.
우리의 인연은 안드로메다에서
이미 결정 지었던가

오메 시 쓰기는 개 이야기 쓰는 것 보다 백배 어렵네.
난 개의 언어로 시를 써야겠다.

왈왈왈. 멍멍. 왈왈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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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14 21:41:10 *.154.57.140
멍멍. 왈왈왈. (꼬리 살살)
누나, 나한테 아직 숨겨진 필살기가 하나 있는데, 아마 나중에 공개하면 놀랄거야
지나온 칼럼에도 쓴 적이 있는데, 음... 축하술자리 가서 공개토록 하지 ㅎㅎ
멍멍. 왈왈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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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18 21:49:00 *.34.224.87
진철아..
너, 참 멋진 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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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6 17:00:00 *.79.8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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