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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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무엇인가?
얼마 전 타부서 사람과 식사를 하러 갔다. 여럿이서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내가 먼저 수저를 꺼내 각자 자리 앞에 놓고 있었다. 내 맞은 편의 동갑내기 동료는 가만히 있었다. 그런가 보다 생각을 했는데, 공동으로 먹는 누릉지탕이 나왔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것을 앞 접시에 덜고는 그냥 자기 옆에 두는 것이었다. 빈 그릇에 각자의 것을 덜어 주거나, 나라면 그렇게 한다, 최소한 상대가 먹을 수 있도록 건네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즉시 한마디 하려다 참았다. <공감의 시대>를 읽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 부모가 그녀에게 충분한 애정을 베풀지 않았거나 배려에 대해 가르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지 그녀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사소하지만 우린 주변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뒤에 사람이 오고 있는데 잡아주지 않고 가버리거나, 엘리베이터에 타서 열림 버튼을 눌러주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오히려 배려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몰상식하고 배려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서 나는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늘 혼란에 빠진다. 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진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보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관계는 그냥 형식만 유지하고 정말 필요한 관계만 잘 유지하려고 한다. 이것 역시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생각에 반성을 한다.
우리는 관계 속에 살고 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이런 면의 장점이 있으면 이면의 다른 단점도 있다. 그러므로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지 말고 잘 보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제러미 러프킨의 <공감의 시대>에서 “평생을 돌이켜 보아도 가장 오래 남는 기억과 경험은 공감을 나누었던 순간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 세상을 살았던 보람을 느끼게 해 주고 끈끈한 정으로 함께했다는 사실로 위로를 받게 해 주는 순간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살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사람의 관계를 통한 경험으로 우리의 삶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