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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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특별해지고 싶은가
이 세상도 누구도 나를 닮을 순 없네.
날 세상에 알릴 거야.
나 역시 그 누구를 따라 하지 않겠어.
나의 유일함을 위해.
내 세워요.
신께서 주신 당신을.
과감하게 모든 걸 부숴 버려요.
실패해요.
쓰러지세요.
당신은 일어설 수가 있으니
다음에야 쓰러져 있던
널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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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움튼 두 개의 씨앗, 그러나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002년 3월, 복학 후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답답증이 일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심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주변엔 온통 고시 수험생들과 수북이 쌓인 그들의 책으로 가득했다. 더 있다가는 소리를 지를 것 같아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눈이 부셨고, 주변에는 온통 봄 꽃 천지였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겁한 끈기 없음.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생각이었다. 저들보다 늦게 출발했고, 설사 빠른 걸음으로 저들을 따라 잡는다 해도 이미 또 그 앞에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삶이 있을 것이다. 조금도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건 뭘까? 아무것도 없다. 설마. 다시 물었다. 없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퍼뜩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떠올랐다. 98년 대학교 1학년 가을, 선배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서 문자만 읽는 수준이었다. 이 책이 제대로 와 닿은 것은 군복무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었던 당시, 다시 읽은 그 책은 내 가슴을 사정없이 무찔러 드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깨달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영향력의 원 안에 역량을 집중할 것. 그리고 내 삶을 지탱하는 헌법인 '자기 사명 선언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나는 타인과 타성이 그려놓은 나를 지우고, 내 힘으로 나를 그리며 내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그래 맞아! 그 책에 대해서는 저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 보다 내가 훨씬 잘 알 꺼야. '7가지 습관'으로 나도 성공하고, 나처럼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을 돕는 거야!'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그렇게 따사로운 봄 날의 햇살 속에 가슴 속에 묻혀있던 씨앗 하나가 움텄다.
2003년 3월,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엔서니 라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는 내게 스티븐 코비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 저자를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게 한 기술, 바로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고 어떻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킬 것인지를 다루는 일종의 심리전략 프로그램)였다. 마치 연금술의 비법을 발견해낸 연금술사의 들뜬 마음으로 국내 NLP 교육기관을 찾아가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당시 내 홈페이지에 나는, 내가 몸담을 분야를 '변화'와 '마음의 산업'이라고 정의했었다.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방향, 즉 성장을 지향한 변화를 원할 것이라 생각했고,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정신적 성장을 돕는 곳은 학교와 종교였지만, 당시 나의 시각으로는 학교와 종교가 채워줄 수 없는 성장의 요소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그들은 절차와 형식을 너무도 중시한 나머지 접근하기도 어려웠고, 소속이 되는 데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나와 같이 학교와 종교 언저리에 머무르는 사람의 정신적 성장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분야를 감히 '마음의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내 나이 스물 다섯, 그렇게 두근대는 설렘 속에 두 번째 씨앗이 움텄다.
그러나 당시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무엇보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물어볼 선배도 스승도 없었다. 또한 세상에 대한 경험도, 과감하게 세상에 도전할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우연은 운명이 되어 나를 찾아와 주었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세 번째로 움튼 씨앗, '변화의 철학과 기술, 그리고 나'
나의 꿈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사에 입사하여 5년의 시간을 보냈다. 얼마 전까지 나는 그 시간을 내 삶의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아주 잘못된 은유였다. 5년 동안 나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사람들 사이의 에너지의 흐름 (集團力動 Group Dynamic)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른 동료들이 직무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 나갈 때, 나는 조직과 사람들을 보았다.
사업계획의 수립 등의 기획업무와 6시그마 혁신과제 등을 통해 거시적인 안목을 키우고, 보고서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 스스로를 1인 기업의 CEO로 여기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미래의 잠재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저들의 삶을 이끌어 가는 화두는 무엇일까? 자기계발에 대해서는 얼마만큼의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저들을 변화의 영역으로 끌어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곤 했다.
그러나 그 일은 그저 개인적인 관심 수준이었을 뿐 그 어떤 특별함도 없었다. 그렇다면 '변화'라는 화두를 들고, 전문성을 키우고 특별함을 갖기 위해 내가 연마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별함은 곧 나 '
'변화 전문가'로서 특별함을 갖추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 명료했다. ① 변화를 위한 철학, ② 변화를 위한 기술, ③ 나로부터 비롯됨. 이렇게 세 가지를 갖추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승께서 그렇게 하셨듯이 '변화'라는 렌즈로 역사와 철학을 조망하여 나만의 독특한 관점이라는 첫 번째 기둥을 세우고, NLP와 같이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로 두 번째 기둥을 세운다. 세 번째 기둥은 바로 나. 나만의 관점과 변화의 기술은 나의 변화를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기둥이 '변화 전문가'로서의 나의 특별함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했다.
세 개의 기둥으로 이룩한 성공적인 변화의 경험을 하나의 '원형'이라 가정했고, 크고 작은 원형이 여러 개 모이면, 거대한 하나의 '특별함'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그러한 변화 경험의 원형을 여러 개 만들어 내는 시도를 했다. 그러한 시도를 통해 ① 학습과 배움을 위한 새벽 2시간 확보와 습관화, ② 금연, ③ 15kg 체중감량 및 운동의 생활화, ④ 개인사 작성, ⑤ 50권의 책 읽기, ⑥ '변화' 분야의 중요한 인물 3인 이상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 ⑦ 홈페이지 리뉴얼 이라는 7가지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커다란 얻음은 달빛으로 나를 인도할 스승을 만나게 된 일이다. 내가 걷고자 하는 분야에서 이미 큰 성취를 이루어 냈고, 매 순간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분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게 된 것이다. 두 번이나 운명적 씨앗이 움터났음에도 지금껏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씨앗이 움튼 뒤 한 참 뒤에야 세 번째 운명의 씨앗이 움터났다. 이제 더는 물러 설 수 없다.
어시스터(Assister), 킬 패스와 완벽한 크로스
지하철 7호선 청담역에서 포스코 사거리에 있는 회사건물까지의 거리는 약 2km 정도다. 20분 남짓 걸리는 이 길은 뭔가 한 가지를 고민하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며칠 전 '특별함'이란 화두에 대해 생각하며 걷다, 퍼뜩 어시스터(Assister)란 말이 떠올랐다. 생각은 이렇게 펼쳐졌다. 지금은 덜해졌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길거리를 걸어가며 측면에서 멋지게 크로스를 올리는 내 모습을 자주 상상하곤 한다. 완벽한 디딤 발의 뱡향, 완벽한 스핀, 완벽한 스피드, 나의 오른 발을 떠난 볼은 멋진 호를 그리며 정확하게 공격수의 이마 한 가운데를 맞춘다. 공격수의 이마로 부터 튕겨 나온 볼은 쭉 뻗은 골키퍼의 손끝으로 부터 깻잎 한 장 차이로 비껴 지나가며 통렬하게 골 네트를 가른다. 공격수가 크로스에 맞추어 헤딩을 했다기 보다는 나의 완벽한 크로스가 공격수의 이마를 찾아가 맞춘 것이나 다름없다. 완벽한 어시스트다.
갑자기 '변화'라는 분야에서 그런 '어시스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코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여기 저기서 코치라는 말이 너무 많이 쓰여서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코치는 선수가 아니다. 나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의 곁에서 그들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함께 필드에서 펄펄 뛰면서 골도 넣고 싶다. 과거의 영광스런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자만이 아니라, 현역으로 함께 뛰며 현재진행형의 성취라는 골도 넣고, 그 성취를 완벽한 킬 패스 또는 크로스로 올려 변화를 원하는 자의 발과 이마에 정확하게 맞추는 일을 하고 싶다. 이 비유를 위해 나는 매일 멋진 크로스를 올렸던 걸까?
변화의 꽃씨와 불씨를 온 세상에 퍼뜨리다, TED×변화경영연구소
또 하나의 생각은 이렇게 뻗어 나왔다. 나는 늘 나만의 제국을 생각하곤 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말이다. 내 이름을 딴 '
TED가 떠올랐다. TED는 1984년에 창립한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이 세가지가 키워드로 매년 정기적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빙되어 18분의 시간 동안 자신들의 사상과 철학을 피력한다. TED의 슬로건은 'Idea worth spreading'이다. 즉 '좋은 아이디어를 널리 전파한다'로 이러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TED의 웹사이트에서는 저명인사들의 강연을 무료로 공개한다. 이 중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TED× 프로그램이었는데, TED의 라이선스를 통해 지역별로 자체적으로 컨퍼런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TED×서울, TED×명동, TED×대학교명 등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이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개념이 아니라 특정한 테마의 컨퍼런스 주최하는 이벤트의 개념이다.
나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TED×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당장 뭘 할 건데?
아무리 좋은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바로 지금 오늘 하루 속에 꿈이 녹아 들어가 있지 않으면 그 꿈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것이 스승께서 내게 주신 가르침이다. 사실 아무것도 구체적인 것은 없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기지만 구체적인 부분으로 돌아오면 '그저 웃지요'가 되어 버린다. 스승의 말씀처럼 '멀리 그들이 있고, 먼 자태는 가까이 있는 이 모습에 의해 생생해진다.' 아름다운 풍광을 작은 원형으로 쪼개어 하루에 녹여라. 그래서 매일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낸다.
나의 간절한 뜻이 닿아 연구원이 된다면, 올해 1년은 스승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것이며, 다음 1년은 나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렇게 2년간 보고 배우고 익힌 것을 나의 언어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책이 되어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성실함과 진정성은 기본이다. 창조성에서 비롯된 차별성만이 이 세상에 나만의 '특별한 흔적'을 남기고, '특별한 공헌'을 가능케 할 것이다.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라. "그래서? 오늘 당장 뭘 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