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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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 Q : 나는 무엇으로 특별해지고 싶은가?
A : 조화로운 삶
<공세리 성당, 2009, 사진/양경수>
변화 VS 조화
<익숙한것과의 결별>의 저자 구본형의 키워드는 '변화'이다. 그는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다. 20년간의 직장생활에서도 '변화경영'이란 주제를 놓치지 않고, 결국은 1인기업으로 독립하지 않았는가. 그는 "규칙이 생기면 기쁨이 줄어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난 타고난 성향상 변화를 거북해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먼저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일을 해도 전체적인 윤곽이 있어야 추진력이 생긴다. 돌발사태가 생기면 당황스럽다. 이것은 머릿속으로는 '변화 해야해!, 변화를 즐겨야지!'하는 것과는 다른것이다. 반면에 난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타고난 평화주의자이기도 하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명제를 진실로서 받아들인다. 구본형이 "변화가 존재의 양식"이라고 단언했듯이, 조화는 존재의 양식이기도 하다. 산과 하늘, 건축물 사이에 서있는 한그루 나무에게 물어보라. 조화롭지 않은 자연이 어디있는가. 순환하지 않고 개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어디 있는가. 나의 키워드는 '조화'이다. 칼럼의 질문을 떠올리며 몇일을 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아! 맞아! 난 그런 사람이지."
일상과 예술의 조화
그럼 특별히 무엇과 무엇을 조화롭게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당진에 사는 서른일곱의 생산직 노동자이며, 남편이자 아빠이고, 회사 생활 이외의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하고, 사진을 즐기며, 방송대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나에게 물어본다. 계속해서 질문을 품고 몇일을 살다 서서히 떠오르는 것은 '일상과 예술의 조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일상을 예술로서 살고 싶기도 하다. 예술이 특별한 엘리트들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예술은 스스로 대중속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에 와서 부각되는 부분은 '예술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즐기고 실천하는 활동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는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삶에서 스스로 즐기고 실천하는 모든 활동이 예술이 된다. 난 일상과 예술을 조화롭게 융합시키고 싶다. 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모두 예술가로 사는 것을 꿈꾼다. 이들을 '삶의 예술가'라 부르고 싶다. 그들을 위한, 또한 그런 삶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쓰고 싶다.
사진과 글의 조화
책의 형식은 '사진과 글'의 조화를 추구하고 싶다. 칼럼을 쓰면서 사진과 글을 같이 조화시켜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양식이라는 이유일 뿐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렬한 사진 한장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있는 사진이 진정성 있는 글과 함께 녹아서, 한 권의 책으로 빛을 발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진을 도구로 삼고 싶은 이유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나를 매혹시키기 때문이다. 사진은 급속하게 대중 속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기계장비를 이용하는 속성상 예술이라기 보다는 그저 현실의 기록물을 남기는 일상의 이벤트로 여겨진다. 아직은 사진을 찍는다고 예술가로 대접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사진 속에 담긴 메세지가 얼마나 강렬한가에 따라 진정한 사진가가 되는 것이다. 난 전문사진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과 글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할 수 있고, 평범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을 뿐이다. 앞으로 자신의 일상과 주변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단순한 사건의 기록 뿐아니라 자신의 표현도구로서 사용될 것이다. 스스로 소규모 전시회를 열 수도 있고, 독립출판을 통해 사진책을 만들 수도 있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서전을 쓰듯이 사진책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눌것이다. 제레미 리프킨과 구본형이 말하듯 대중들이 자신의 역사와 문명을 사진과 글로 기록할 것이다. 그렇게 사진은 일상을 예술로 사는데 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나의 꿈
난 아직 사진도 글도 제대로 해본적은 없다. 난 공대 나온 생산직 엔지니어에 불과하다. 다만 사진을 가지고 놀기 좋아하고 사진관련 책을 즐겨볼 뿐이다. 사진기술은 더 배워야 한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구본형 연구원과정을 통해 스승을 만나 글쓰기와 함께 나의 뿌리가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찍은 사진과 쓴 글이 조화롭게 영글어 일상을 예술로 살 수 있다는 증거물로서 세상에 내놓고 싶다. '일상과 예술, 사진과 글'이 조화를 이루어 나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사진을 좀더 연마하고, 연구원 과정을 통해 책을 쓴 후에, 지역에서 관심있는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의 사람들을 모아 워크샵을 열고 싶다. 같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얘기하며 '삶의 예술가'로 살고 싶다.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도 열고 싶다. 넘치는 이미지의 시대에 이미지를 제대로 읽고 받아들일 수 있는 소양을 아이들과 함께 기르고 싶다. 가능하다면 '삶의 예술가'들를 위한 숙박시설이나 공동체의 운영자가 되는 꿈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내가 살고 싶은 삶과 세상과의 조화를 이루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