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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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우는 작품,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푸른색과 노란색을 빛에 버무려 작품을 그리는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하나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서 만든 소설이자 영화.
영화도 영화지만, 호흡을 들이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만틈 이 작품은 거창한 배경이 있는것도 아닌데, 오히려 정말이지 한번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전달하며 다른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다. 베르메르 특유의 노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져셔 말이다..
그렇게 한 작가의 상상력은 이 한 소녀를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의 관계의 그물을 만들어낸다.
자신을 그리는 당대 최고의 작가, 베르메르. 그를 사모하지만, 그도 자신에게 마음을 담은 눈길을 주고 때론 스쳐듯 닿는 손길에 그도 자신을 좋아함을 느끼지만, 거기까지다.
그녀의 타는 마음을 풀어주는 이는 베르메르가 아닌 푸줏간의 순박한 청년.
자신이 대리품임을 알면서도 그 또한 그녀를 향한 마음을 어쩌지못해 사랑을 나누며 결혼하자 매달려보지만 돌아오는 건 열기가 식은 뒤의 아련한 미소뿐..
또 한 남자가 등장하니, 베르메르의 후원자이자 상류층을 대표하는 탐욕의 늙은 늑대.
베르메르에게 그녀를 그릴 것을 종용하며 호시탐탐 그녀를 탐할 기회만 엿보지만, 그리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여자 등장인물들.
베르메르의 아내가 있다. 남편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하녀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그녀의 마음은.. 그러나 한 가지. 하녀에겐 있는 것이 그녀에겐 없다. 바로 남편의 작품을 이해하는 영혼의 심미안 말이다. 가슴으로 공명해야 하는 그 교감을 하지 못하니, 어찌보면 그것이 더 슬픈 일이 아닐런지.
그런 딸을 지켜보는 친정 어머니. 비싼 가격에 작품이 팔리고는 있지만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 사위 가족을 한 집에 데리고 살며 알게 모르게 그림 판매의 중간 역할을 한다. 나이듬에서 온 노련함을 피우며 그림도 팔고, 사위가 그림을 그리게끔 딸을 따돌리며 하녀를 사위의 모델로 삼도록 눈감아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딸의 진주귀걸이를 하녀에게 건제주는 것이 다름아닌 이 늙은 여인. 여인이 나이가 들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누구보다 교활해질 수 있거나, 지혜롭거나..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공통점이 있다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상황 전체를 느낄 수 있다는 거.. 그러면서도 사위라는 남성의 세계는 뛰어넘지 못한다. 여인들의 숙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캐릭터이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캐릭터는 하녀를 시기하는 또 한 여인, 다름아닌 사춘기에 접어든 큰 딸이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여성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한 소녀 안에도 이미 여인으로서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수면 아래의 게임의 법칙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음에 놀랍다. 이 또한 할머니와 대비되는 어린 소녀지만, 결국 여인이다..
이렇게 방사형으로 펼쳐지는 캐릭터들을 불러와 감독은 마치 중세 시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장면들을 이어가며 스토리를 전개시킨다. 때론 이것이 영상인지 한 폭의 화폭인지 분간이 가질 않을 정도로 그림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느낌으로 감상하고
느낌으로 캐릭터를 이해하며
느낌으로 막을 내리는 영화.
한 점의 작품이
하나의 소설이 되고, 하나의 영화가 되는
예술이 예술을 낳는 예술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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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듣는 음악영화 "캐논인버스"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