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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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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3일 21시 12분 등록

나는 종교가 없었다. 어려서 부모님이 절에 다니시기도 했지만 같이 가지 않았었다.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늘 나보고 교회에 같이 가자고 했었다.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천당에 갈 수 없다고 내가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하지만 믿음이 없으면 지옥에 가고 믿음이 있으면 천당에 간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친구를 피하기도 했다.

 

그렇게 무교로 생활하다가 카톨릭 재단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성당이 좋았다. 어쩌면 국민윤리 선생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오신 국민윤리 선생님은 신학대를 다니시고 신부가 되려다 포기하고 고등학교 국민윤리 선생님으로 우리 학교에 부임하게 되셨다. 그 당시 나는 이유 없이 국민윤리 선생님이 좋았다. 사춘기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그 선생님이 믿는 카톨릭교을 믿게 되었고 성당에도 나가게 되었다. 교리도 듣고 세례도 받았다.

 

가장 입시로 바쁠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성당에 매주 나가서 간절히 기도했다. “좋은 대학에 가게 해주세요”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국민윤리 선생님과 우연이라도 많이 길에서 마주치게 해주세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의 기도의 대부분이었다. 간절함이 넘치던 때라 종교에 더 의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으로 신을 믿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일주일에 한번 나의 잘못을 회개하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좋았지 신을 믿거나 예수의 부활을 믿지는 않았다.

 

그렇게 약한 나의 믿음의 고리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끊어졌다. 그러다 사회 초년생이 되어 객지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견디고자 성당 성가대 입단을 하기 위해 다시 성당에 나갔다. 그렇게 1년을 더 성당을 다녔지만 믿음이 약한 나는 종교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 이후로 완전히 성당으로의 발길을 끊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나 자신이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믿는다. 어떤 운명이 주어지더라도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중심은 나에게 있지 신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환경의 변화는 나에게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 설사 불행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온전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 불행 가운데서 나는 또 다른 희망을 찾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서로 상부상조도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나 의지할 존재자가 필요하다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IP *.170.11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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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3.14 12:11:07 *.219.84.74
4주간 고생많이 하셨죠? 윤영님의 글에서 나와 다르지 않는  일상의 우리를 봅니다. 일상의 우리에게 신은 절대적으로 있는지, 필요에 따라 있는지...저도 여전히 의문이며, 그 사이에 내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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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
2011.03.14 22:14:39 *.206.173.247
네 우리는 이기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죠. 기독교에서는 신의 섭리에 따라 기도를 해야한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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