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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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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4일 10시 30분 등록

신.

신에 대한 정의를 단 한마디로 내리기에는 항상 부족함이 따르는 느낌이다. 그것은 “신”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언어로 정의될 때 나오는 부족함이랄까. 그래서 신이 무엇이다 라고 한 마디로 말하기에는 적당한 말을 찾기가 힘이 든다. 신이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을 우리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느끼며 인식한다. 그러므로 신도 다르지 않다. 내가 느끼는 신은 내가 나의 자리에서 느끼는 그 무엇인가이다. 신이라는 존재는 그냥 있을 뿐 자신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정의하기는 힘이 들고 각자가 나름대로 해석하고 느끼는 신이 있을 뿐이다.

신은 정확한 형체가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불상도 십자가도 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보고 있는 것 뿐이다. 단순한 나무 조각이나 돌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밖에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신을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다. 그러기에 신에 대해서 많은 말이 나오지만 그것은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와 받아들이지 않는 자 사이에서 많은 차이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주변의 사람들도 각자의 평가가 다르지 않은가. 신도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여 오랜 옛날에는 바위나 해도 신의 존재를 나타내기도 했고 그리스 신화를 보면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에 대한 인식은 변화해 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신이란 인간이 느끼는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신이란 무엇인가? 내가 느끼고 있는 신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 신이란 “항상 존재하는 그 무언가”이다. 나는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누가 그리 강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내가 느끼게 된 것이다. 신은 있고, 그것은 항상 어딘가에 어떤 모습으로든지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바람이나 햇빛도 신이라 느낄 수 있고, 지금 보고 있는 모니터도 컵도 신이라 할 수 있다. 내 안에도 신이 있을 수 있고, 내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 안에도 신이 있을 수 있다. 불교에서도 그리 말했고 성서에서도 그리 말했다. 신은 그렇게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내 안에 그리고 내 옆에 존재하고 있다. 그는 그냥 그렇게 존재한다. 그는 그렇게 나에게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내 옆에 있고 때로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나에게 내가 원하는 길을 열어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지 않은 순간이라 해서 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항상 묵묵히 있다. 답답하리만치.

따지고 보자면 나는 천주교인이다. 하지만 이건 신을 믿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나는 종교를 그리 생각한다. 그만의 신을 모시는 방법. 종교마다 신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을 모시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 생각한다. 마치 사람마다 손님을 접대하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그래서 사찰에 가서 절을 하는 것에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것처럼 그 곳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신을 모시는 것에 나는 거부감이 없다. 종교가 신이 아니다. 종교는 신을 모시는 방법일 뿐이다. 그곳에만 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을 위한 집을 지어놓았을 뿐 그 안에만 신이 기거하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천주교인이지만 내가 의식하는 신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매주 성당에 신을 만나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며 빠지지 않는 것보다 내 안에 내 주변에 신이 있음을 알고 살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건 내가 의식하는 신의 경우다. 다른 어떤 이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사람이란 무언가 존재를 의식하는 자신만의 틀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신 또한 이것을 비켜갈 수 없다는 것이다.

며칠전에 김제동씨의 토크콘서트에 다녀왔다. 거기서 그가 주(酒)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어느 곳에나 다양한 모습으로 항상 계시며, 자연의 법칙을 역행하실 수도 있으시며, 오랫동안 나만을 기다려 주시고 나중에는 빈병으로 부활하실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주(酒)님도 성인으로 들어가서 세계 5대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을 듣고 깔깔거리며, “그래, 술도 그런 특성이 있네. 신(神)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세상에 많은 것들이 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신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형태가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가질 수 있다. 신이란 그렇다. 눈으로 보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내가 내 주변에서 신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신의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인간 세상에 사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신에 대해서 앎이 많은 것이 아니고, 배움이 깊은 것도 아니다. 그저 단지 나는 내가 느끼는 방식대로의 신을 말하는 것 뿐이다. 나는 이것밖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신은 이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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