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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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새로운 한 주입니다.
벌써 3주 지나왔다는 게 새삼스러워집니다.
어제 날씨가 무척 푹하게 더웠지요.
안도현 시인의 시원한 시 한 수를 만나 공유합니다.
도심 한복판 새벽 네시에도
시원한 오이냉국의 소리와 식감과 향기가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어쩜 우리말을 이리도 예쁘게 맛깔나게 써내셨을까요.
찬란한 초여름의 내음 만끽하며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단군일지 7개)
---
물외냉국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 속에 퍼부어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워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을
반으로 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동안
도닥도닥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냉국 냄새가
평상까지 올라왔다
IP *.142.125.118
벌써 3주 지나왔다는 게 새삼스러워집니다.
어제 날씨가 무척 푹하게 더웠지요.
안도현 시인의 시원한 시 한 수를 만나 공유합니다.
도심 한복판 새벽 네시에도
시원한 오이냉국의 소리와 식감과 향기가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어쩜 우리말을 이리도 예쁘게 맛깔나게 써내셨을까요.
찬란한 초여름의 내음 만끽하며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단군일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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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외냉국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 속에 퍼부어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워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을
반으로 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동안
도닥도닥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냉국 냄새가
평상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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