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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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앙 난방식 보일러 시스템-
인간을 호기심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렇다.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 알고 싶어하고 또 궁금해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기라도 하면 곧 어린애가 돼 버리는 속성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자연적 현상에 국한되고 인간이 만든 어떤 제도나 문화에 대해서는 각기 반응을 달리한다. 그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한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냐 아니냐에 따라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이 같은 예는 흔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동구의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등, 내가 이 나라들을 찾아간 90년대 초는 이미 민주화로 돌아선 뒤였지만 여전히 곳곳에 사회주의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여간 생소하지 않았던 경우라든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이 그렇다. 그러나, 오늘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두 가지 재미있는 현상만 짚어본다.
북경 시내 한 복판에서 시내 버스로 약 3~40분 거리에 望京新城(민경신셩)과 花家地西理(화짜디 시리)란 지역이 있다. 현대식 대형 아파트 단지와 좀 오래된 듯한 고층 아파트군들이 많은 곳이다. 나는 이곳에 살고 있는 나의 제자 아파트에서 며칠 묵은 적이 있다. 14층이었다. 아파트 내부 구조와 입체식 부엌하며 샤워실 그리고 보일러 시설 등 별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이미 보일러 가동이 되고 있어 따뜻했다. 그런데 제자가 난데없이 전기 담요를 가져 왔다. 왜냐고 물었더니 자다 보면 굉장히 추울 것이란다. 중간에 보일러가 꺼진다나. 뭐,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취침.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다 말고 진짜 한기를 느껴 잠을 깬 것이다. 그리고 새벽이 다 돼서야 다시 가동됐다. 정말 전기 담요가 없었다면 동태가 될 뻔했다. 똑 같은 경험을 연길 시내의 꽤 괜찮은 숙소에서도 한바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내다 봤다. 14층에서 내려다보니 근처의 학교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는 듯한 학생들의 모습도 보이고 넓은 도로 위를 드문드문 하나마 승용차와 시내 버스들 그리고 자전거와 릭샤가 한데 어울려 폭넓은 도로를 달렸다. 적당히 옛것과 어울린 중국적 모습이라고 할까. 북경 시내도 그렇지만 대체로 중국 이디든 확 터인 넓은 도로 만큼은 단연 선진국형이다. 그런데 저건 뭔가?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에 4~50M는 됨직한 거대한 굴뚝이 턱 버티고 서 있지 않은가. 그리고 엄청난 양의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분명 굴뚝이고 연기였다. 아니, 주택 단지에 거대한 공장이? 그렇다면 공장 건물도 보여야할 것 아닌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와 같은 거대한 굴뚝들이 멀리 몇 개 더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연기도 내뿜고 있었다. 대략 3~4km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연 저 거대한 굴뚝들은 무엇일까?
물어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중앙 난방식 보일러실이란다. 황당했다. 어떻게 아파트 보일러실이 아파트 지하층에 있지 않고 저렇게 외부에 나와있단 말인가. 아니 그리고 어떻게 저곳에서 수 Km 내의 엄청난 수의 각 아파트로 스팀을 공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각 아파트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또 다른 거대한 배관 시설물들이 보여야할 것 아닌가. 그러나 이 점은 쉽게 풀렸다. 새 건물들은 배관을 지하에 묻었기 때문에 안 보였을 뿐이고 오래된 건물들은 배관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도대체 얼마나 큰 모터를 돌리기에 동시에 저 많은 아파트에 스팀을 내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도대체 어떤 특수 배관 파이프를 썼기에 저 먼 보일러실에서 이곳까지 뜨거운 스팀이 전달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여기까진 하드웨어 부분이고 이제부턴 소프트웨어 부분이다.
나는 이곳 현지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漢族 대학생과 직장인, 장교 후보생 그리고 조선족 등 몇 명에게 물었다. 대화 수단은 영어였다. 과연 이곳의 거대한 중앙 난방식 보일러 시스텀은 바람직한 것인가. 내가 본 몇 가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점을 지적했다. 일단, 주거지 한 가운데에서 내뿜는 엄청난 양의 유해성 매연(석탄 사용)은 그렇다 치고, 각 가정의 가족 구성원에 따라, 가령 어린이가 있다거나 노약자 혹은 환자가 있을 경우 난방을 하루 종일 필요로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그 때 그 때 개인적으로 난방을 필요로 해도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했다. 정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령 며칠 간 집을 비어 둘 경우, 난방을 전혀 쓸 일이 없는데도 요금은 이미 정해진 그대로 다 내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전기, 수도 요금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쓸 양을 신고해 놓고 쓴다는 것이다. 사용량을 초가하면 추가 요금을 낸다. 사용 후 지불의 우리 방식과 반대.)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이상하리 만큼 한결 같았다. 마치 철저히 교육받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모두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들의 중앙 난방 시스템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지적한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도 않고 일어난다고 해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소수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 더 경제적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들의 설명은 적극적이었다. 그것이 너무 지나쳐 섬뜩할 정도였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과 양보? 동네 한 가운데의 거대한 굴뚝? 아무튼, 이곳 중국도 의식의 차이로 인한 판이한 현상을 볼 수 있는 나라들 중 한곳이었다. (조선 자치구인 연변은 좀 달랐다. 개인용 보일러를 설치한 곳도 더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 연변의 거대한 굴뚝은 곧 철거된다고도 했다. 매연 문제 때문에.....)
Well, they looked as if they wanted to show me the superiority of their socialism to me. Of course they knew that I was from South Korea, capitalism, a free democracy country. So, I thought that it was useless to talk or discuss the subject in detail. I don't know if they thought that making socialism out of capitalism is easy but I think it's much more difficult and complicated to do it than making capitalism out of that kind of socialism system. Well, it's funny enough to meet with some different system and some different people during my traveling abroad. That's the reason I like a world traveling.
Thank you very much and have a nic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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