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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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혜입니다.
지금이 2월이니 따뜻한 봄날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2011년 5월 22일에 떠난 가족 봄나들이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저의 고향은 대구라서 멀지 않은 경주로 살랑거리는 봄바람 쐬러 떠났습니다. 가족끼리 처음으로 경주의 요석궁이라는 한정식 식당에 갔습니다.
신라시대 요석공주가 살던 공터에 터를 잡은 조선시대 경주 최부자는 300여년 간 만석꾼의 부를 누리면서도 검소와 절약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들에게 독립자금과 은신처를 제공했고 해방 후에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모든이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부잣집을 찾았던 손님들에 의해 최부잣집의 전통 가정음식이 알려지게 되었고, 그것이 한정식 식당이 생기게 된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지어진 지 백 년이 넘은 흙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흙집의 시원함과 아늑함에 감탄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시원함입니다.
피부가 느끼는 흙집의 시원함 다음으로 목을 타고 넘어오는 시원함에 감탄한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신선로였습니다. 하얗게 불투명한데, 맑고 무겁지 않은 느낌. 한 모금 넘기면 우러나온 진한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뒷맛이 개운한 시원함. 우리 모두 그 시원함에 반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시원함입니다.
4인용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고 가르고, 또 맞고 가르는 가슴까지 파고드는 그 시원함. 운전을 잘하는 여동생이 운전석에 앉고, 페달을 열심히 밟아서 동력을 공급해 줄 남동생이 그 옆자리, 엄마랑 저는 페달 없는 앞자리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였습니다. 이것이 세번째 마지막 시원함입니다.
경주 보문 단지 근처에 열기구 타는 곳이 있었습니다. 비록 날아가지 못하고 묶여 있는 열기구이지만, 꽤 높이 올라갔습니다. 엄마가 부러운 듯 열기구 끝을 응시합니다. 서울 가는 기차 시간 때문에 경주를 떠나야 했습니다.
엄마와 열기구 타고 하늘 날기.
이 소원은 저의 100개의 버킷 리스트 안에 간직해 놓았습니다. 경주는 우리 가족이 세 가지 시원함과 소원 한 가지를 만난 소중한 추억 장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