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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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_ 돌잔치만 기다렸다
1) 2006년 6월7일 오후 10시 1분
<태어난 순간>
2006년 6월 7일 오후 10시 1분.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3.5kg의 평균적인 몸무게의 남자아이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세상에 놀라서 눈을 뜨지 못하고 탲줄도 끊지 못한 채,
아이는 목청껏 울음을 높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태어나 우린 부모가 되었습니다.
옛 책에 보니 "'저것'은 '이것'에서 나오고, '이것'은 '저것' 때문에 생긴다"는 말이 있더군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그저 생각으로만 모든 것이 서로 관계가 있다는 의미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 아빠가 되고 보니 분명히 알았습니다.
내가 아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거지요.
아이가 말을 배워 나를 '아빠'라고 부릅니다.
우린 이 '아들'에게 '민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이 책은 민호의 7년동안의 기록입니다.
*<장자> 제2편 제물론(齊物論) 10장
3) 네가 무엇이 되든지
<태어나서 169일째> <태어나서 187일째>
<태어나서 222일째> <태어나서 246일째>
나이가 좀 들어 보니
나에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더군요.
밥벌이 되는 일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놓으니
밥벌이 아닌 일들도 나의 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또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아무것이나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우리 속엔 싹을 틔워 자라고자 하는 하나의 씨앗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가진 씨앗 그대로 클 수 있도록 지켜봐 주어야겠습니다.
'이것'이 되었으면 하고 욕심내어
자꾸 만지고, 너무 많은 양분을 주고, 옮기다가 죽어가는 나무가 되지 않도록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는
나무를 심을 때의 격언을 기억하며
아이를 지켜보려 합니다.
자유롭게 춤추는 댄서가 되든지,
몸과 마음을 닦는 수도자가 되든지,
아니면 밥주걱을 든 요리사가 되든지,
혹여나 글 쓰는 작가가 되든지,
무엇이 되든지,그것이 아이가 되기로 한 그것 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