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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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달이 떴다
아니 뜨고 짐이라는 것도 내 안의 눈일 뿐
그 달은 늘 그곳에서 머물고 있다
오늘 나의 허기짐을 위로라도하듯
밥그릇 모양을 하고는 인사를 한다
하지만 밥그릇에 담을 밥은 또 어디에서 구할까
푸른하늘 아래서
난 배가 고프다
나의 허기짐을 채우고 나면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저 달 밥그릇에
모두를 위한 귀한 식사 대접할 수 있을까
1월29일 푸른노트에서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공포의 외인구단 주제곡에 나오는 노래가사이다. 예전에는 매우 낭만적으로 들렸는데 지금 보면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문장처럼 위태위태해 보인다. 내가 사라진 수많은 자리에서 우리는 불균형과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서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은 비단 대신 죽어줄 수 없다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대신 아플 수 없고 대신 살기 위해서 영양 보충할 수 없다.
물론 기꺼이 함께한다는 자세는 이것과 다르지만, 많은 이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희생시킨다. 그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분노를 쌓아둔다. 그리고 그 분노와 희생의 감정은 서로 범벅이 되어서 사랑이라는 갑옷을 입은채로 사랑의 대상에게 짐을 지운다. 그것은 이슬비처럼 촉촉히 젖어들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가족 때문에 하는 거지 모.. '
'우리 딸 때문에 사는거지.. '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거지 모... '
이건 위험하다. 자신만을 고집하는 상황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건 삶의 교각만 연결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자신을 채우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나의 삶에 내가 없다니, 본인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그렇게 살고 있었다면 더더욱 후에 괴로울 것이다. 그리고 '너를 위한 사랑'이라는 말은 '너 때문에 희생된 나의 삶'이라고 탓하기의 대상이 되어버릴 수 있다. 부모 자식간에도 연인 간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난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넌 이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이렇게 숨겨져 있던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다.
온전하게 자신이 바로서고 당당하고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면 그러한 두 사람 사이의 사랑에서는 이러한 분노나 희생이 스며들 틈이 없다. 건강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친다. 물론 이 모든 것도 어떠한 프레임에 담아서 보는가에 따르긴 하지만 말이다. 기쁨이 넘실거리는 관계로 살아가야한다. 낡은 쇼파같은 사랑은 받는 이에게도 주는 이에게도 편안할 수 있지만 그 뒤에 가려져 있는 스프링같은 분노가 언제 표출될지 모르는 것이다. 혹은 체념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것을 서로 마주하고 있는 건 참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상처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함과 희생은 다른 것이다.
우리는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기뻐할 때에 비로소 함께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음에 대해서 배운다.
달밥그릇에
귀한 식사 대접하려면
내 안의 허기짐부터 채워야 하는 것을...
이 두 사람은 뭐야?? ㅋㅋㅋㅋ..
아..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두 분이 저는 부러울 따름.. 언니 이번 주에 <책은 도끼다> 읽고 있는데,
작가 김훈의 표현들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지.. 그 중 하나.
식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나무밑동에서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 준다.
존재 전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나무는 죽는다.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김훈, <자전거 여행2> 중)
이걸 왜 쓰고 있지. 그냥 언니 글 읽고 생각나서.ㅋㅋㅋ. 2차 북페어 준비 잘 하시옹!!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