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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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돌잔치만 기다렸다
3. 결혼기념일
<태어나서 168일째>
민호를 낳고 맞이한 첫 번째 결혼기념일.
우린 당진에 유일하게 있던 레스토랑 '인디아나'에 갔습니다.
해발 349미터 밖에 안되지만 당진 최고봉으로 유명한 아미산 가는 길에
큰 통나무로 건물을 쌓고, 내부는 인디언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한 곳입니다.
당진에서 소개팅 할 만한 곳으로 유명했죠.
그때는 아이가 어려 외식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때였습니다.
수시로 수유를 해야했고, 잠을 재워야 했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고, 달래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내나 저나 편히 쉬어보는 것이 소원일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참 조용히 식사를 했습니다.
촛불이 켜진 차분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날은 길게만 느껴지던 육아의 시간 중에 한 점의 휴식으로 기억됩니다.
P.S.
'인디아나'는 그 뒤로 확장을 하고 장사가 더 잘 되는가 싶더니
2011년 3월의 어느 저녁, 전기누전으로 모두 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졌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4. 아토피여 지나가라
<태어나서 219일째>
민호가 뭐하고 있는 걸까요?
삐졌나, 아니면 표정연기 중으로 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가려다고 자기 손톱으로 긁어서 코 옆에 상처를 냈고,
볼에 붙인 거즈는 보습을 해준다고 아내가 붙여준 것입니다.
민호가 태어나 첫 번째 맞이한 겨울이었습니다.
뭘 잘못 먹였는지, 아니면 환경이 안좋은 것인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생협에서 실무자로 일했던 적이 있어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제품을 주로 사용했기에 더 놀랄 일이었지요.
먹는 것에 더 조심하고,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얼굴과 몸엔 보습제를 자주 발라주었지요.
저렇게 거즈까지 붙여가면서요.
이런 호들갑과 상관없이 그 해 겨울이 지나자 아토피는 사라졌답니다.
참 다행이지요. 휴~
2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3. 당진에 ‘던킨도너츠’가 생긴 날
<태어나서 1년 9개월>
2008년 봄.
당진 읍내에 처음으로 'D 도너츠'가 생긴 날.
그때만 해도 당진엔 프랜차이즈 빵집이 하나 뿐이었습니다.
시골 마을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 되듯이
그때는 'D 도너츠'가 생긴다는 말에 동네사람들이 살짝 설레기까지 하더군요.
예전에 'L 햄버거' 가게가 생길 때는 줄이 가게 밖까지 이어졌다는 군요.
저희도 이런 동네 축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지요.
서울에 살던 우리가 직장 때문에 당진으로 이사를 와서
아이를 키우며 답답해 하던 시기였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한가함과 여유로움도 좋았지만
가끔은 대도시의 활력이 그립기도 했고요.
콧물 흘리는 민호를 유모차에 태우고 읍내 나들이를 갔습니다.
그리고 달콤한 도너츠를 먹었지요.
전 좋아하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민호는 그저 좋아합니다.
단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애나 어른이나 똑같습니다.
덕분에 민호는 치과 좀 다녔죠.
이가 튼튼해야 노년이 행복하다는데, 좀 걱정됩니다.
또 걱정병인가요?
P.S.
'D.도너츠'는 해지기 전에 도너츠가 떨어지곤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그러나 빵집 옆에 빵집, 커피숍 옆에 커피숍이 생길 정도로 프랜차이즈가 많아지자,
결국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그곳에서 당진 최고의 맛있는 커피를 뽑던 젊은 직원은
지금은 새로 생긴 종합병원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뽑고 있지요.
4. 미장원에 처음 간 날
<태어나서 1년 10개월>
남들은 백일 때 삭발도 한다는 데,
민호는 겨울을 두 번이나 지내고 나서야 동네 미장원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무서움을 많이타서 우느라 머리를 깍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아내가 집에서 머리를 다듬어 주었습니다.
연습을 많이 했죠.
보자기로 온 몸을 싸놓고 훈련을 시켰습니다.
"가위는 무서운 것이 아니다.
머리카락이 잘려도 안 아프다. 조금 간지러울 뿐이다."
거울을 보며 놀이처럼 몇 번을 연습 했습니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데도 미장원에 가서는
'윙'하는 기계소리가 무서웠는지 엄청 울었습니다.
그래도 깍고 나서는 이뻐진 자신의 모습이 좋은지
싱글벙글입니다.
5. 민호의 첫 사랑
<태어나서 5년째>
인도에서 알게 된 미홍 누님이 잠깐 한국에 들어오시면서 놀러오셨습니다.
이쁜 딸 다니엘과 함께 말이지요.
6년 전 다니엘은 지금의 민호보다도 작았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렸습니다.
첫 날밤에 저희 집에서 다니엘은 작은 공연을 했습니다.
인도의 전통 춤을 추고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불러주었지요.
그 모습에 반했는지 민호가 다니엘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습니다.
약간 설레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랄까.
누나에게 양귀비꽃도 달아주고, 사진 찍을 땐 저렇게 하트 모양까지 만드네요.
내가 볼 땐 저건 분명히 '사랑'의 감정 이었습니다.
지금도 민호는 다니엘 누나의 사진을 볼 때면
"와! 다니엘 누나다~!" 하며 좋아합니다.
그리고 약속했습니다.
꼭 누나를 보러 가기로 말이지요.
민호가 연상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요?
3부 여행 이야기
4부 민호에게 배운 것들
...
우리 큰 딸 나현이예요.
치킨을 맛있게 먹던 애기가 이렇게 커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소녀가 되었네요.
나현이가 어떤 아가씨로 변할지 엄마인 저도 참 궁금하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