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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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3년 11개월>
춤추고 노래하는 법을 잊었습니다. 이제는 노래방이나 춤추는 곳에 가기가 꺼려집니다.
회사 회식이나 가족모임 때, 어쩔 수 없이 가기는 하지만 노래책을 한참이나 찾아본 후에야 하나 부를 정도입니다.
남들 다 있는 십팔번도 없습니다.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욱 꺼려집니다.
그렇다고 내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외할머니는 아직도 내가 어렸을 때, 다락방에 올라 '감수광'을 부르던 이야기를 해줍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온몸으로 '감수광'을 불러 젖혔는지 크게 웃으며 모두에게 얘기하십니다.
대학시절 빈 동아리 방을 지키며 기타 코드를 외워 이런 저런 노래를 목청껏 부르던 때도 있었습니다.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가지진 못했지만, 아버님이 젊었을 때 사신, 인켈 오디오를 고쳐 이런 저런 노래를 듣습니다.
그리고 분위기에 적절한 음악을 틀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200장 넘는 CD가 들어가는 원목 수납장도 손수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의 오디오와 수납장이 그것입니다.
군대시절 배운 전기공사 실력으로 거실에 부분 조명등을 달았습니다. 형광등으로는 만들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 등을 켜고, 음악을 틀고, 방석을 놓아 무대를 만듭니다.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민호'!
민호는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자기 마음대로 노래를 부릅니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즐거워 보입니다. 그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나의 본래 모습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몸과 마음 굳어버린 겁니다.
민호도 아빠처럼 이렇게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아무리 아이에게 "너 답게 살아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되고 싶은 것이 되어라."라고 말한다 해도,
진짜로 민호가 배우는 것은 '문제를 일으키면 안돼, 내 마음대로 하면 안돼, 남들 처럼 살아야해.' 라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민호에게 제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비밀 이야기를 해주듯이 조용히.
"아빠가 초등학교 때는 엄청 까불이였는데 말야, 여자친구들도 엄청 괴롭히고 말도 많고 그랬어.
그런데 6학년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치지 뭐야. '양.경.수! 너 뭐하는 짓이야! 가만히 있지 못해!' 라고 말야.
그 순간 아이들이 나만 쳐다보고 조용한 거야. 깜짝 놀랐지.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고, 창피했어. 그래서인지 아직도 그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
민호가 이런 저에게 위로랍시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랬어? 한번 혼난 그 생각만 버리면 되는데, 아빠는 그 생각을 못 버려서 그래. 그냥 버리면 돼."
민호 말이 정말 맞는데, 그 생각, 그 목소리를 지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를 가진 동네 아주머니가 그러더군요. "사람에게는 깝의 절대량이 있다!"
까불어야 할 자신만의 양을 채워야 그게 한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니 자기 아이들도 저렇게 한참 까불어 대다보면 스스로 그만 둘 거라는 얘기였어요.
교육 철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깝의 절대량'이란 말이 오래 남습니다.
왜냐하면 전 그 '깝'을 다 채우지 못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민호와 둘이서 까불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티아라의 '롤리폴리' 춤을 따라하겠다며, 되지도 않는 동작을 땀을 날 정도로 해댔습니다. 민호랑 같이 개그콘서트의 유머들을 흉내내 봅니다. "고~래?"
민호 덕분에 내 안의 그 아이가 조금은 위로받은 기분입니다.
<태어나서 1년 하고도 하루>
흔들린 사진이지만 이빨도 없이 노래하는 민호가 사랑스러워 자주 보는 사진입니다.
볼 때마다 같이 노래 부르고 싶답니다.^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