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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총회 전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오형제 중의 장남이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고, 네 동생을 아버지의 회사에 거두셨지요. 이번에 결혼한 사촌동생은 셋째 작은 아버지의 첫째 딸입니다. 사실 아버지의 네 동생 중 가장 아버지께서 믿었던 동생입니다. 이 셋째 작은 아버지의 아내인 작은 어머니는 예전부터 왠지 모르게 우리 가족 그러니까 이 집안을 지탱하던 형님의 가족에 대한 질투가 심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는, 딸이 없는 친할머니께 그 딸의 자리까지 살뜰히 채우시던 어머니에게 향하던 사랑조차 질투하던 분이셨지요. 사랑을 받으려면 진심과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음에도 실천은 하지 않으면서 그 사랑만을 질투했었더랍니다.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어렸던 저와 제 동생도 그 질투가 눈에 보였으니까요.
사촌동생의 결혼식에서 친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나는 큰 아들의 딸들을 만나시곤 눈물을 먼저 흘리셨습니다. 왜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셋째 작은 아버지와 어머님은 손주 사위될 사람을 할머님께 소개시키지도 않았더군요.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하신 할머니는 바랠대로 바랜...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지어드린 한복과 허름한 실내화를 신고 계셨습니다. 제 동생과 저는 화가... 울분이 머리끝까지 올랐습니다. 어떻게 자신들은 제일 좋은 옷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으면서 자신의 어머니께는 이럴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 날 할머니를 챙긴 것은 혼주가 아닌 저희였습니다. 자신이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 셋째 작은 어머니는 할머니께 그러더군요.
“어머님, 저 앞자리에 가서 앉으세요.”
부축은 해드리지 못할망정 지나가며 흘린 이 한마디에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첫째 아들과 며느리가 이 세상을 등진 후 할머니께서 겪으셔야 했던 외로움의 세월을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왜였을 까요? 첫째 아들 부부를 그 누구보다 의지하고 사랑하셨던 할머니의 편애가 가슴에 사무쳤기 때문이었을 까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세월의 앙금이 있었을까요. 어느 명절, 아버지 제사에서 서럽게 우시던 할머니께, “그렇게 큰 아들이 좋으시면 큰 아들 찾아가세요.”라고 쏘아붙이던 셋째 작은 어머니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며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서도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날... 어떻게 저렇게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다시 떠올랐습니다. 제 동생의 결혼식이.
부모님 없이 치룬 눈물의 결혼식. 그 때의 아픔을 생각하면 아직도 제 가슴은 무너져 내립니다. 그 때, 저희 부모님의 자리에는 셋째 아버지와 어머님이 앉으셨지요. 부탁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셋째 작은 아버지는 무너져 내리는 저희 자매의 가슴과 눈물은 보이지 않으셨나 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포옹이 필요한 저희에게 주례를 해 주셨던 김홍신 작가님을 어떻게 알게 됐냐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시집 잘 가네... 라며 말을 흐리시더군요. 사람이라면 자신을 거두었던 큰 형님의 마음으로 그 자리에 계셨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그 마음이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요? 동생의 시댁은 정치가 집안입니다. 상견례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요. 그런 집안의 자제였던 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던 제부의 인품이 돋보인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안사람들은 질투만 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저렇게 살지 말자. 사람들을 마음으로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동생과 다짐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사촌동생의 결혼식을 그렇게 치루고, 강릉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상념에 잠겨 변신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1권에 나왔던 질투의 여신 인비디아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여신은 벌떡 일어나 인비디아(그-젤로스, <질투>의 여신)를 찾아갔다. 인비디아는, 어둡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집은, 햇살이 비치기는커녕 바람도 한 점 불지 않는 깊은 계곡에 있었다. 이 집 안은, 손가락이 곱을 만큼 추웠지만 불기가 없는 데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 늘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전쟁의 여신은 이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전쟁의 여신은 이 <질투>의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여신은 창 끝으로 문을 두드렸다. 인비디아는 마침 마성(魔性)을 돋구어주는 배암 살을 먹고 있었다. 미네르바 여신은 눈길을 돌렸다. 인비디아는, 반쯤 남은 배암을 놓고 바닥에서 일어나 발을 질질 끌면서 문간까지 나왔다. 인비디아는, 여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번쩍이는 무구(武具)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고, 여신의 한숨소리를 듣고는 눈살을 찌뿌렸다.
인비디아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은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인비디아는 지독한 사팔뜨기였다. 이빨은 변색된 데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기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 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이 구절을 찾아 다시 읽다보니, 왠지 마음이 짠해 왔습니다. 셋째 작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춥고 황량하게 살고 계시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라는 구절에서 그 분들의 삶 또한 고통이겠구나 라는데 생각이 닿자 무언가 깨달아 지는 게 있었습니다. 그리곤 편해졌습니다.
여러분 앞에 다짐합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고 함께 아름다워지는 삶이라는 것.
다시 한 번 깨닫는 일주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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