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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 함박눈이 내리던 날이면 나는 밖으로 나가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차가운 손을 호호 불면서 작은 눈을 뭉치고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렇게 써놓았다. 000 바보.
그리움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덩치만 커진 어른은 다시금 그 여운을 느끼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였다.
이제는 겨울을 넘어선 또 다른 기다림의 손을 잡기위해.
길가에 늘어서 흩어진 수많은 무리들 중에서 나는 그대 앞에 섰다.
그리고 올려다보았다.
그대의 몸집사이를 비집고 일어난 솜털처럼 보들보들한 하얀 눈의 만개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겨울 찬바람의 무리 앞에 떨며 마주보던 모습과는 달랐다.
백색 바다가 겨울 차가운 도시의 찌푸림을 헤집고 나와 사람들의 마음에 그득한 온기를 선사한다.
봄이다.
그렇군.
드디어 봄이 왔군.
봄.
생명 기운참을 느끼게 하며 그대 앞에 망중한으로 서있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다.
겨울의 묵은내를 젖혀내고 따스한 햇볕아래 하얀 면류관을 내어놓는 빨래터의 아낙네처럼, 발그스레한 손을 건네며 거리 찬란함의 행보로써 흐린 가슴을 들이쉰다.
아장아장 새싹의 발걸음에서
눈부신 청춘의 도란도란 밀어를 거쳐
이제는 되풀이되는 이 자연의 순리를 다시금 볼 수 있을까 염려가 되는 노년의 부부들까지.
저마다 운동회를 하듯 나와서 구경하고,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며, 산보하고, 사색을 껴안고, 여유를 안으며, 풍경을 지나고 각자의 집으로 귀향한다.
그대. 그대의 눈부심으로 그대의 가녀린 잎사귀로 그대의 백색 같은 처녀지의 아름다움이 사람들 무리에 점점이 내릴 때, 그들은 다시금 인생의 회한을 들이키며 출발지로써 배 항해의 나팔을 울린다.
기적을 뿜으며 닻을 들어 올리면서 기운찬 음성을 바삐 내몰 때 그들은 기대의 속내를 곱씹는다.
봄이다.
봄이야.
그렇군.
그대 한 무리의 아름다움을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겠지.
돌아와 주겠지.
000 바보.
000 가 누구일까 궁금합니다. ㅎㅎ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노래가 생각나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CSeVjitFz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