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리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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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불멸이 될 것이다.
로마 제국의 힘이 정복된 땅들로 계속해서
확장되는 한, 사람들은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를 것이며,
시인들의 예감 속에서 몇 가지의 미덕이라도 존재하는 한 나는 그 명성을 통하여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이윤기 옮김 )
BC. 17년에 사망한 오비디우스는 그의 선언대로 2012년 8월에도 우리 곁에 살아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신화와 전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루브르 박물관전에서 그의 숨결과 예술혼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는 ‘신화와 전설’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혼돈의 시대와 올림포스의 탄생’, ‘올림포스의 신들’, ‘신들의 사랑-변신 그리고 납치’, ‘고대신화 속의 영웅-트로이 전쟁의 일화들’, ‘지속되는 고대신화의 테마-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다섯 개의 섹션을 차례로 관람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스스로 불멸 하리라 선언한 오비디우스의 인기는 12세기에서 14세기 사이가 절정이었다.
일단 그의 인기가 확립된 후에는, 고전 작가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읽혀진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다소 우의적 해석을 가미하여 그 시기에 번역된 「변신」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번역된 언어도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프랑스어 등, 다양하였다. 오늘 인터넷을 잠시 보니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19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불러지는 글로벌 가수로 등극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잠시 말이 안 되는 비교를 해보았다.
아무튼 작가들이 오비디우스를 번역에 의해 알게 되었든, 원서에 의해 알고 있었든,
우화, 예화, 또는 인유로써 그의 영향력 아래 그들의 작품이 풍요로워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인들은 고사하고, 르네상스의 미술가, 조각가들도 역시 그의 작품에서 무진장의 영감을 얻었다.
베르니니의 「다프네와 아폴로」, 그리고 지금도 플로렌스의 노변광장에서 고르곤의 머리를 들고 있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상」은 오비디우스의 회화적 인물상이 금속이나 석재로 조형화된 단 두 개의 예에 불과하다.
그가 다룬 신화 가운데 화가의 화폭에 한 번쯤 옮겨지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이번에 2012년 8월의 양재동 여름을 뜨겁게 달군 한가람 미술관의 작품들도 결국 신화와 전설을 다룬 오비디우스의 작품들이었다. 전시 작품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친근한 신화를 테마로 하여 주제별로 다양한 시기와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모아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전시 관람의 흥미를 높이고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전시 주제는 전시 작품들뿐만 아니라 전시관의 벽 배경과 장식들에서도 나타났다.
전시관의 벽면은 고대 그리스 신전의 내부 사진이 붙어있었고, 전시관의 기둥에는 유리판에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그려져 있어서
마치 그리스 신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좀 어설프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번 전시에 참 많은 준비와 정성스럽게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섹션은 ‘혼돈의 시대와 올림포스’에서 카오스에서 올림포스가 탄생한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전시관의 중심에는 적화식 암포라<거인족과 신들간의 전쟁>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처럼 도기나 조각 작품은 중앙에 배치해 작품을 빙 둘러서 사면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작품에 뒷면에 거울을 두어 후면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올림포스를 그린 작품들은 천장의 그림으로 쓰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관에 천장에 배치한 점도 흥미로웠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필두로 헤라, 포세이돈, 아폴론, 아프로디테와 아테나 등 그리스 로마신화의 다양한 신들을 그린 작품들이 그들에 얽힌 신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었다.
프랑수아 르무안의 <헤라와 이리스, 제피로스>에서는 그녀의 신조인 공작새와 함께 왕홀을 들고 있는
헤라가 에로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전시관의 중앙에는 2미터에 달하는 압도적인 모습의 거대한 청동상<사냥하는 아르테미스>환조가 전시되었다.
아르테미스는 달과 사냥의 여신으로 조각은 그녀를 상징하는 동물인 사슴이 함께 표현되었고, 다른 여신들과 다르게 짧은 치마를
입고 활과 화살 통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봉 볼로뉴의 <암피트리테를 마차에 태워 자신의 왕국으로 데리고 가는 포세이돈>에서는 그의 상징물인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이 황금마차로 암피트리테를 납치한 후 바다 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는 다양한 회화와 조각으로 나타났다.
장 발랑탱 모렐의 <디오니소스의 축제>는 디오니소스 축제 장면을 돋을무늬로 장식한 은 세공 물병으로 1미터 가량의 거대한 크기와 아름답고 화려하며 세밀한 세공장식이 인상적이었다. 물병 가운데에는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의 결혼식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니콜라 푸생의 <어린디오니소스의 축제>는 화면이 전체적으로 붉은 감을 띄는데, 화면 중앙의 취한 듯 붉은 볼의 어린 디오니소스신을 뒤에서 붙잡고 있는 목신은 포도나무 가지로 만든 관을 쓰고 있으며 반인 반마의 사티로스는 어린 디오니소스에게 포도주를 주고 있다. 그들에 뒤에는 이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여사제가 있으며, 화면의 앞쪽에는 술에 취한 듯 잠들어 있는 젊은 여성이 관능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세 번째 섹션인 ‘신들의 사랑’에서는 인간처럼 사랑에 빠진 다양한 신들의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다양한 작품으로 그려졌다. 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는 변신과 납치의 모티브가 자주 등장했으며 항상 에로스가 나타났다. 인상 깊었던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는 양털과 명주실로 짠 거대한 회화와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으로 나타났다. 안토니오 카노바의 <에로스와 프시케>는 대리석환조로 다정한 포즈의 프시케와 에로스의 손바닥에는 프시케의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가 조각되어있다. 살아있는 듯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표현이 나타났으며 조명을 받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느낌을 줬다.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아폴론과 다프네>는 에로스의 복수로 다프네를 사랑하게 된 아폴론을 피해 도망 다니던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다프네의 오른손이 나무로 변하고 있고 서서히 월계수로 변해가는 다프네를 아폴론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네 번째 섹션인 ‘트로이 전쟁의 일화들’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의 심판>부터 그 결과에 이르는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서사를 보듯이 그려지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자크 루이 다비드<아레스와 아테나의 전투>은 각각 트로이 군대와 그리스 군대를 돕게 된 아레스와 아테나가 아프로디테로 인하여 서로 대립하게 되어 트로이의 평원에서 맞서게 된 일화를 그리고 있다.
화면 좌측 하단에는 아테나가 던진 바위를 맞고 전복된 마차에서 굴러 떨어진 아레스가 모욕감에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면서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 손을 뻗고 있으며, 아프로디테는 구름에 누워 에로스와 두 마리의 비둘기와 함께 하늘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고 아테나는 늠름한 자태이다.
다섯 번째 섹션인 ‘지속되는 고대신화의 테마’에서는 페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고대 이야기에 관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신고전주의의 대표 작가인 징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는 이 고대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해석을 한 작품으로 바위에 묶인 채 괴물에 위협을 받는 여인을 구하려는 로제가 나타난다.
부드러운 곡선의 몸매와 창백한 피부를 가진 관능적인 모습의 여인과 말을 타고 있는 중세 기사의 단단하고 빛나는 갑옷 사이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여인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루브르박물관전-신화와 전설>전시회를 보는 가장 큰 재미와 감동은 신화로 만나던 신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미술작품으로 물 흐르듯이 볼 수 있다는 점이였다. 신발과 모자에 날개를 단 헤르메스, 익살스러운 모습의 디오니소스,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의 아프로디테, 트로이 전쟁의 유명한 전쟁영웅인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관람 내내 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관람 내내 여기저기서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 때론 연인이. 그리고 친구들끼리도.
더욱더 감동적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로 승화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오비디우스의 자신을 향한 예언은 2012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실현되고 있었다.
나는 더 나은 나의 한 부분과 더불어, 죽지 않고, 별보다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며, 나의 이름은 천고에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로마가 정복하여 로마의 힘이 미치는 어느 땅에서도, 나는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것이며,
시인의 예언에 조금의 진실이라도 담겨 있다면, 나는 명예롭게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
(변신 이야기 김영락 옮김 )
고대에 여자란 전리품에 지나지 않았지만 신화 어디에도여자가 없는 이야기는 없다...라고 하시던 스승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여자와 사랑은 또한 한 세트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전시였지.
올망졸망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제일 눈에 많이 띄었던 전시였다.
읽고 보고 듣고 하면서 신화의 얼개를 조금더 알게 해주었다.
루브르나 대영 바티칸 박물관에 가서 보면 국력을 이용하여 얼마나 많이 남의것을 갈취해다 놓았는지를 보여준다.
루브르의 그 많은작품들 가운데 신화라는 주제로 대한민국까지 날아온 작품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기는 했지만...
터어키나 로마 광장에 서 있던 오빌리스크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