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2년 9월 3일 11시 09분 등록

#1 “ 사기열전 북 콘써트 가려고 합니다. 같이 가실 분은 알려주세요.” 세린의 공지가 내 눈길을 끌어들였다.

우리가 사기 열전을 읽어야 하는 주 중에 때맞춰 진행되는 사기열전의 북콘써트라니?

이게 왠 떡이냐? 하고 서둘러 스케줄 체크를 해 보았다. 빙고. “갈 수 있네, 세린아 다음 수 수요일 보자.”

더 열심히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번역자 김원중 교수에 대해서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난 처음 가는 북 콘써트라 내심 기대를 하며 질문할 꺼리들을 만들어 회사를 나섰다.

북 콘서트는 K문고 23층에서 열렸다.

 

 

원래 강북의 다른 장소였는데 50명만 하려다가 인원이 늘어나는 바람에 150명이 들어 갈 수 있는 강당으로 바뀐 것이었다.

내가 놀란 것은 1/3 정도의 인원이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라는데 있었다.

나와 세린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 [사기와 사마천]에 대한 높은 지적 욕구등을 확인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대한민국에 이런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이 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엄마를 따라온 초딩, 중딩, 고딩의 학생들이었다.

 

 

#2 내가 북콘써트 간 날, 정림의 차 소장은 문화재청에서 하는 [창경궁 통명전 인문학 강좌]에 간다고 나에게 자랑을 했다.

나도 가고 싶은데.... 북콘써트와 겹치네? 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혹시나 다음 세미나에 대기자 명단이라고 올릴 수 있을까 싶어

홈페이지에 들어 갔더니 하하 이미 마감된 강좌는 아예 접근 금지판을 커다랗게 올려 놓은 상태였다.

문화재청을 들어가 보니 창경궁에서만 인문학 강좌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문화예술계 원로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이야기를 들어보는 고품격 문화 강좌를 진행하고 있었다.

경복궁 자경전 다례체험도 인기 강좌인지 벌써 하반기 프로그램이 마감 되어 있었다.

 

아! 우리나라가 장난이 아니구나! 정말 좋은 강좌들이 많이 진행 되고 있구나. 

회비도 저렴하여 천원에서 삼천원 정도를 내고 자기만 부지런 하면 얼마든지 지적 욕구를 충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우리 각자 세미나 잘 듣고 내일 이야기 하자 하고 헤어졌다.

문화재청에서 그런 강좌를 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일반인들의 인문학에 대한 열기가 어떤지 내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P1300468.JPG

 

 

#3  드디어 김원중 교수님의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중국에서조차도 현대말로 정리되지 않은 사기 『표』까지 번역하며, 장장 16년에 걸쳐 130편의 사기를 완역하신

김원중 교수 이날 강의 주제는『사기 열전』을 통해서 본 인재들의 성공 전략'이었는데,

사마천을 비롯해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자신을 딛고 일어선 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사마천은 물론 당태종, 한고조, 진시황 등의 인물들은 각자 불운한 인생의 경험을 느꼈던 비주류라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비주류에서 그들이 주류로 올라서기 위한 여러 가지 고통과 그 때를 기다린다는 것의 의미도 크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해 갔지만, 어르신들의 질문에 눌려 젊고 어린 사람들은 약간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젊은이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지만. ...

 

 

난 그날 사마천의 사기도 중요했지만 ‘대한민국의 힘’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아니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저 분들의 지적 열망 욕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또 후대를 만들어 가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난 중학교 때 세계사 시간이면 대한민국, Korea에 태어난 것이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유럽의 선진국과 강대국 미국의 GNP를 보면서, 또 그네들 국가가 보유한 어마어마한 천혜 자원들을 보며 얼마나 그들을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세계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머릿속으로는 늘 “ 난 왜 한국에 태어났을까? 잘 사는 유럽이나 미국에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1980년이 채 되기 전의 일이다. 그 때는 참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국민들이 보내고 있던 때다.

2012년 대한민국은 1980년대 중학교를 다녔던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발전과 기적을 이루어 내는 중인 것이다.

얼마 전부터 불고 있는 가요계의 싸이 열풍은 국내가 아닌 세계를 향해 계속 새로운 기록을 갈아 치우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런던 올림픽에서는 원정경기 최초의 가장 좋은 결과로 우리에게 기쁨을 안기기도 했다.

초강대국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을 것 같던 미국 그런 무시무시했던 미국의 아이패드와 한국의 삼성이 경쟁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던 어르신들...

 

난 그 때 세계사 선생님을 참 좋아했는데 그 분은 꼭 우리에게 이런 말을 던지시곤 했다

“ 강대국의 power는 돌고 도는 것이어서 너희들이 나만큼 나이를 먹게 되면 반드시 세계의 패권이 동양으로 오게 될 것이다.”

난 속으로 “ 선생님 어느 세월에 이 찌질한 동양에 강대국의 파워가 오겠어요? 하면서도

 한편으론 ” 아! 우리 선생님 말대로 그랬으면 참 좋겠다.“ 하는 바램을 가져 본 기억이 난다.

 

 

#4  다음날 차 소장과 만나 각자 경험한 어제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어쩌면 차소장도 인문학 강좌 현장에서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50명 마감에도 불구하고 혹시 결석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막무가내로 찾아온 사람들의 열정도 놀라웠고,

5-60대의 어르신들의 단아한 모습, 그리고 역사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놀라운 지식들에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노라고 이야기를 했다.

 

대한민국의 지금의 모습은 자신들은 못 배웠어도 자식들만은 잘 가르쳐내리라는 지식에 대한 열정,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우리 어르신들의 저력이었노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2012년의 지식산업 사회로의 대한 민국은 순항중이다!!!  

 

 

 

 

P1300478.JPG

 

사진은 김원중 교수님의 북 콘써트 강의 『사기 열전』을 통해서 본 인재들의 성공 전략'의 결론. 

 적당히 비굴하라는 말이 좀 걸리긴 하지만  아무튼 이 결론은  사마천 사기의  완역자 김원중 교수의 시각이니까... ㅎㅎ

 

IP *.118.21.179

프로필 이미지
2012.09.04 08:40:37 *.50.161.54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며 적당히 비굴하라'을 보면서, 

<사기열전>2편의 '화식열전'이 떠올랐어요.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 이익을 이용하여 이끄는 것이며, 그 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고, 또 그 다음은 백성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고,

가장 정치를 못하는 것은 백성과 다투는 것이다.

 

주옥 같은 삶의 지혜를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id: 깔리여신
2012.09.04 10:56:12 *.85.249.182

그날 강의의 열기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네요.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는 만큼

강의도 좋았어요.

저는 사기열전을 읽는 한 주 내내 행복했어요.

샐리님도 그랬을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9.04 20:30:05 *.39.134.221

적당히 비굴해라!

이건 선수만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살고싶다.

프로필 이미지
2012.09.05 17:16:24 *.114.49.161

문화재청에서 그런 강의를 하는군요. 천 원에서 삼천 원이면 거저네요.

역자를 만나고 오신 분들의 글을 읽으니 얻는 게 많아요. 현장에서 직접 들으면 더욱 그렇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52 #19 나를 자유로 부터 묶어 두는 것 3가지와 프로필 file [3] 샐리올리브 2012.09.11 2405
3151 #19_나를 묶는 밧줄 3가지, 프로필 [6] 서연 2012.09.11 5104
3150 [고전읽기] 삼국유사 - <삼국유사>와 <일연>에 대하여 [4] 뫼르소 2012.09.11 2990
3149 #19_똥쟁이의 기억(나의 첫 책 서문&나를 묶어두는 3가지) [3] 한젤리타 2012.09.10 2989
3148 [재키제동이 만난 쉼즐녀 5] 유니레버 고희경 상무 file [15] [1] 재키 제동 2012.09.04 5501
3147 주말이야기 [6] 콩두 2012.09.03 2253
3146 주류? 비주류? [6] 세린 2012.09.03 6477
» # 18. 2012년 Korea Power file [4] [2] 샐리올리브 2012.09.03 2235
3144 나는 친절하지 않으련다 [9] 장재용 2012.09.03 2153
3143 쌀과자_#18 한비열전과 헤르메스 [6] 서연 2012.09.03 2355
3142 기업에서 바라본 인간 존중 경영이란 뭘까? [4] [2] 학이시습 2012.09.03 4133
3141 진나라의 승상 이사에게 보내는 편지 [6] id: 깔리여신 2012.09.03 5755
3140 #18. 넌 무엇을 연구하니? [8] 한젤리타 2012.09.03 2396
3139 장미 23. 마음의 진보 [5] [2] 범해 좌경숙 2012.09.01 3202
3138 시칠리아_김기담 file [5] 강현 2012.08.30 5645
3137 장미 22. 시작과 끝 [8] 범해 좌경숙 2012.08.29 2272
3136 [재키제동의 이탈리아 여행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곳, 시칠리아 file [10] 재키 제동 2012.08.28 3721
3135 메데이아의 슬픈 사랑 [10] id: 깔리여신 2012.08.27 2949
3134 샐리가 만난 2012년의 오비디우스 file [6] 샐리올리브 2012.08.27 3100
3133 버릇든 세월 이기기 [7] 세린 2012.08.27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