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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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지
여기 직장인이라는 이름 외에는 그 어떤 아이덴티티도 그를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는 늘 그 이름 안에서 아늑하지 못했다. 그런 부자유가 천역처럼 어깨에 걸려 매일의 피곤함과 동지가 되어 살아간다.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임 알았을 때 날아가던 화살이 방향을 틀어 자신을 향해 예리하게 겨누어지고 있는 환상을 본다. 숨통이 조여옴을 느꼈다. 제 존재를 증거할 어떤 무엇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현실은 보기 보다 치밀하고 강력했다.
5년 전, 27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진 발목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다. 왜소한 체구와 부실한 육근으로 열등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회사에서는 가장 많은 일을 해내야 할 위치였다. 시간에 쫓기어 돈에 쫓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제약은 죄다 가지고 있는 사내다. 굵은 쇠사슬을 발목과 손목에 칭칭 동여맨 채로 어디를 가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그를 그리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나. 그 곳에서 그는 무엇을 건져 왔을까. 산은 그가 세상을 상대로 저지르는 작은 도발이었다.
아무리 도발이라지만 죽음의 지대로 꾸역꾸역 자신을 내 모는 그의 사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를 깨는 고소 증세로 두개골을 열어내고 싶었고 먹은 것들은 모두 토해내야 했던 곳이었다. 잠을 잘 수 없는 추위와 먹을 수 없는 거북함으로 살은 야위어갔고 터진 입술 위에 다시 터진 진물이 항상 끈적거렸다. 설맹에 걸린 눈의 눈물은 이내 얼어붙어 다시 눈을 찔렀다. 부러졌던 발목이 오르려는 발목을 잡았고 주저 앉기를 헤아릴 수 없이 반복했다. 왜 오르려 하는가. 그곳의 인간들은 인간의 시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거 도발 참 어렵게 한다 싶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바람에 쓰러져 갈 비루한 생이 인간의 역사에 참여하려는 눈물겨운 투쟁과 같다. 오래 전 오이디푸스라는 사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 줌도 되지 않는 자신의 언어로 운명에 맞선 이의 기록이다. 세상은 여전히 불가해하다. 인간은 그 안에서 여전히 패배의 모습 이외에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운명에 맞버티는 어리석음은 유통기한이 없다. 그는 히말라야 수직의 빙벽 앞에서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사태와 같이 몸을 떨었다. 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은 빙하를 뚫고 솟아오르는 주검과 끊임없이 내리꽂는 눈사태 굉음 앞에서 무참했다.
'존재를 그만 두지 않고는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를 획득할 수 없다.'
‘아난다 쿠마라스와미’라는 사람은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을 쉼 없는 존재 획득의 차원으로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리 힘 줄 필요 있는가. 광막한 우주를 끌어들여 자신을 이해하자면 우리 지금의 모습은 너무 서글프다.
그는 단지 ‘지금 여기’에서의 그를 찾고 싶었을 뿐이다. 제 자신의 오지를 찾으면 그도 말하여 질 수 없는 무엇의 존재를 알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의젓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가지고 산다. 수천 년 동안 오로지 제 자신의 속도로 운행하는 빙하와 마른 적 없고 멈춘 적 없는 만년설 그 눈발을 맞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단지 빙하와 눈발처럼 자신의 속도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오지는 그 속도를 아는 것에 있다 여겼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도발을 감행한다.
도발을 도발로 끝냈으면 좋으련만 굳이 세상에 글줄을 풀어내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나약함를 위해 외마디 소리라도 질러보라는 그 한마디 꼭 하고 싶어서란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빈곤하다. 이 빈곤한 언어는 세상에 나오기를 두려워하였다. 글에서 이리저리 걷어 채이는 설핏 낡아 보이는 사유와 정서는 짐짓 모르쇠하며 읽어주시면 기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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