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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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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11시 12분 등록

나의 오지

 

여기 직장인이라는 이름 외에는 그 어떤 아이덴티티도 그를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는 늘 그 이름 안에서 아늑하지 못했다. 그런 부자유가 천역처럼 어깨에 걸려 매일의 피곤함과 동지가 되어 살아간다.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임 알았을 때 날아가던 화살이 방향을 틀어 자신을 향해 예리하게 겨누어지고 있는 환상을 본다. 숨통이 조여옴을 느꼈다. 제 존재를 증거할 어떤 무엇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현실은 보기 보다 치밀하고 강력했다.

 

5년 전, 27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진 발목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다. 왜소한 체구와 부실한 육근으로 열등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회사에서는 가장 많은 일을 해내야 할 위치였다. 시간에 쫓기어 돈에 쫓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제약은 죄다 가지고 있는 사내다. 굵은 쇠사슬을 발목과 손목에 칭칭 동여맨 채로 어디를 가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그를 그리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나. 그 곳에서 그는 무엇을 건져 왔을까. 산은 그가 세상을 상대로 저지르는 작은 도발이었다.

 

아무리 도발이라지만 죽음의 지대로 꾸역꾸역 자신을 내 모는 그의 사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를 깨는 고소 증세로 두개골을 열어내고 싶었고 먹은 것들은 모두 토해내야 했던 곳이었다. 잠을 잘 수 없는 추위와 먹을 수 없는 거북함으로 살은 야위어갔고 터진 입술 위에 다시 터진 진물이 항상 끈적거렸다. 설맹에 걸린 눈의 눈물은 이내 얼어붙어 다시 눈을 찔렀다. 부러졌던 발목이 오르려는 발목을 잡았고 주저 앉기를 헤아릴 수 없이 반복했다. 왜 오르려 하는가. 그곳의 인간들은 인간의 시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거 도발 참 어렵게 한다 싶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바람에 쓰러져 갈 비루한 생이 인간의 역사에 참여하려는 눈물겨운 투쟁과 같다. 오래 전 오이디푸스라는 사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 줌도 되지 않는 자신의 언어로 운명에 맞선 이의 기록이다. 세상은 여전히 불가해하다. 인간은 그 안에서 여전히 패배의 모습 이외에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운명에 맞버티는 어리석음은 유통기한이 없다. 그는 히말라야 수직의 빙벽 앞에서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사태와 같이 몸을 떨었다. 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은 빙하를 뚫고 솟아오르는 주검과 끊임없이 내리꽂는 눈사태 굉음 앞에서 무참했다.

 

'존재를 그만 두지 않고는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를 획득할 수 없다.'

‘아난다 쿠마라스와미’라는 사람은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을 쉼 없는 존재 획득의 차원으로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리 힘 줄 필요 있는가. 광막한 우주를 끌어들여 자신을 이해하자면 우리 지금의 모습은 너무 서글프다.

 

그는 단지 ‘지금 여기’에서의 그를 찾고 싶었을 뿐이다. 제 자신의 오지를 찾으면 그도 말하여 질 수 없는 무엇의 존재를 알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의젓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가지고 산다. 수천 년 동안 오로지 제 자신의 속도로 운행하는 빙하와 마른 적 없고 멈춘 적 없는 만년설 그 눈발을 맞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단지 빙하와 눈발처럼 자신의 속도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오지는 그 속도를 아는 것에 있다 여겼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도발을 감행한다.

 

도발을 도발로 끝냈으면 좋으련만 굳이 세상에 글줄을 풀어내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나약함를 위해 외마디 소리라도 질러보라는 그 한마디 꼭 하고 싶어서란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빈곤하다. 이 빈곤한 언어는 세상에 나오기를 두려워하였다. 글에서 이리저리 걷어 채이는 설핏 낡아 보이는 사유와 정서는 짐짓 모르쇠하며 읽어주시면 기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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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4:16:57 *.196.23.76

오빠! 투정부린 것 치곤 괜찮은데?? ^^

두번째 문단을 읽으면서 내 주변에서 한 가정의 아비이자,남편이자,책임감을 어깨에 가득 이고 사는

몇명의 인물들이 떠오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음.

 

서문은 시간에 쫓기어, 돈에 쫓기어, 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간을 앞지르고 돈이 쫓아오도록 하는

그런 파에톤이 되면 좋겠당.

그렇게 글이 풀려나가길!!

 

(정약용 선생님이 좋은 비판을 해주라고 했는데.. ㅋㅋ열심히 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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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4:51:28 *.51.145.193

고맙다. 세린아.~

세린 말대로 글이 잘 풀려 나갔으면 정말 좋겠다.

이번 주는 곧 바로 글을 내려 버리고 싶을 정도로 내 글이 밉다.

그나마 동기들이 있어 위안이다. 자주 보지 못하는 내년이 벌써 걱정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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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07:57:45 *.35.158.67

재용아, 이어지는 너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너와 술자리에서 들었던 그 리얼하고

가슴 뛰던 이야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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