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id: 깔리여신
  • 조회 수 443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11월 10일 05시 19분 등록
 

사십과 오십의 경계에서 (중년) 여성이 읽어야 할 책


서문

  발밑에서 구르는 낙엽이 심상치 않다. 벌써 올해도 두 달을 남겨놓고 있다. 두 달이 지나면 생물학적 나이 한 살이 더해진다. 이제 오십이란 나이에 대해 덤덤해져가는 것 같다. 각질이 두터워져 간다고 해야 하나?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내 나이 오십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여자 나이 오십이면 ‘지나가는 개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미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잃었으며, 여성도 남서도 아닌 제 3의 성이며,  제 3의 연령인 것이다.

  오십이 되던 새해 벽두 맹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선생님 저 이제 오십이에요. 그래서  슬퍼요.”라고 했다. 나의 이 말에 대한 맹선생님은 “나는 올해 칠십이야. 자네, 오십은 한창 나이야.”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칠십보다 오십이 더 많은 나이로 느껴졌다.

 나이는 생물학적 나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이를 더할수록 마음의 나이도 한 살씩 더 먹어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서른 살이 될 때도, 마흔이 될 때도 두려웠다. 그때마다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찾아 읽었다. 남들도 나처럼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마흔이 되었을 때 나는 멋진 오십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십 년의 세월이 아득하게 보였기에 그동안 뭔가 준비하여 오십의 나이엔 당당해지자고 했다.

 공자(孔子)는 일찍이<논어(論語)>“위정(爲政)”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맹자는 40을 가리켜 불혹(不惑)이라 했고 50세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마흔은 ‘미혹되지 않는 나이’이며, 오십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것이다. 지천명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하늘의 뜻은 고사하고 내 안에 품고 있는 뜻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 안에 품고 있는 가당찮은 뜻을 알기 위해, 이런저런 것에 미혹당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 읽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책을 통해 나이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 칠 수 있음도 알았다. 책을 통해 내 인생의 나아갈 바를 알았다고나 할까. 나이 때문에 발목 잡힌 사람이 있다면 나의 이런 깊지 않은 경험을 같이 나누고 싶다.

마흔은 오십을 준비하는 나이이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그렇게 오십을 맞이했다. 십 년 세월은 큰 시간이었고, 마흔의 나와 오십의 나는 분명 달랐다. 오십을 맞이하고 보니 좀더 준비된 나와 만나지 못했음이 후회되었다. 오십은 육체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이런 변화에 당황해했고,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부정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 온 길은 알지만  자신이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지는 알 수 없음에 대해 불안해했다.

  늙어가는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으며 ‘청춘’이라는 단어와 영영 이별하게 됨을 슬퍼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아야만 하고 나이든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새롭게 자신을 정비하고 정리하여 앞으로 남은, 살아낼 날들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다. 나이듦에 대해 좀더 당당해지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꼭 해야겠다고 선언한 것을 실천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소개한 책들은 나 자신이 많은 위안을 받았던 책들이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책들이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을 첫 번째 단계로 보았다. 그 다음은 치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다 아픔과 상처가 있으리라. 과거 돌아보기와 내 안이 상처를 알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자리에 맴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 다음은 자신이 향유하고 싶은 것을 향유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는 것이다. 많은 중년여성이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사랑이 필요하다. 나이듦에 대해 슬퍼하는 것 중 하나가 ‘앞으로 자신이 상상하던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행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 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집안일에 매여 자신만의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이젠 아이들도 내 곁을 떠났으니 가사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으니 미지의 세께로 떠나는 것이다.

이젠 자신의 살아온 흔적들을 그림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그 무엇으로 남기고 정리해 보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자서전을 한 번 써보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글로서 정리하다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답이 보일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의 생은 한 번 밖에 허용되지 않기에 지키지 못할 지라도 계획은 세워야 한다. 못 지키면 그 다음 코스에서 또 계획을 세우고 인생설계를 새로이 하면 되는 것이다.

  마흔을 잘 보내면 오십을 쉽게 맞이할 수 있으며, 오십을 잘 보낸 사람은 육십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중년여성들이 행복하기를,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지글

 

소개하는 책-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지음/ 김영사


지금 여기에서 즐겨라


이젠 자연을 즐기는 여유를 가질 때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달고 사는 나이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내 곁을 떠나고 시간은 남아돌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우선 먼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 정약용은 수백 권의 저서를 남긴 학자이지만 그는 풍류를 즐길 줄 알았고 운치도 있었다. 공부하다가 답답하면 훌쩍 길을 나서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놀이를 나가도 그저 술 먹고 노래하고 춤추다 오지는 않았다. 자연이 주는 의미를 곱씹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돌아왔다.

가사노동에 풀려난 중년의 여성들은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우선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노닐며 성품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긴장이 있으면 이완도 있어야 한다. 뻣뻣하게 굳은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 뜻 맞는 사람들과 노닐며 자연처럼 넉넉함을 배우는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넉넉하게 품어주는 그런 마음을 배운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더욱 성장해 갈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은 다친 마음을 자연으로부터 많이 치유받았다. 다산이 쓴 기행문 일부를 적어본다.

  “때는 이미 해거름이 지났다. 저녁볕이 석벽에 환히 비치자 자줏빛과 초록빛이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강변 모래 언덕엔 방초가 비단같앗다. 누런 송아지가 뛰노니 강촌의 물색이 완연했다. 배에 오르자 음악을 연주했다. 여울이라 배가 마치 살처럼 발랏다. 여울을 지나고 나자 깊은 못이 디었다. 푸른 절벽과 자줏빛 바위가 거꾸로 비쳐 서로 부딪쳤다. 바위 틈에는 잡화가 활짝 피었고, 새들은 엇갈려 날앗다. 새끼 꿩은 서로 울고 우는 비둘기는 화답하였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다보면 마음속의 걱정과 근심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가을이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만들어서 단풍놀이를 갔다. 게절의 절정은 가을이란다. 절정을 이루는 가을을 보지 못하고 보낸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듯이 중년여성은 인생의 절정기이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우선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은 이런 가을단풍놀이 기행문을 남겻다.

  “음악을 연주하는 자는 금속악기로 시작해서 마칠 대는 소리를 올려 떨친다. 순수하게 나가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침내 화합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악장이 이루어진다. 하늘은 1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싹트고 번성하며 곱고도 어여뻐 온갖 꽃이 향기롭다. 마칠 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 새과 노란색, 자줏빛과 초록빛을 띤다. 너울너울 어지러운 빛이 사람의 눈에 환하게 비친다. 그러고 나서는 거둬들여 이를 간직한다. 그 능함을 드러내고 그 묘함을 빛내려는 까닭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 차레 불어오자 쓸쓸해져서 다시 떨쳐 펴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텅 비어 떨어진다면 그래도 이것을 악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산은 매번 단풍철이 되면 술을 갖추고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겼다. 그러면서 가을단풍놀이를 갔다오면 ‘진실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의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젠 잡을 것은 잡고 놓아야 할 것은 놓아버리는 지헤가 필요하다. 그 지혜를 자연 속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책만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중년여성이여 일상을 사랑하라

다산 정약용은 거처를 옮길 때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원을 꾸미고 꽃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 것이다. 귀양지에서 다산의 생활은 신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진작 자포자기해서 페인이 되고도 남았을 그 긴 시간동안 올곧게 자신을 세워 뚝심있게 공부를 밀고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산은 어디를 가든 자신이 처한 공간을 정성껏 꾸몄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냐 아니냐는 상관하지 않았다. 의미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다. 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다. 하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맑은 눈, 밝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 텅 빈 마음이 있어야 한다. 탐욕과 운치는 서로 인연이 없을뿐더러 재물이 많다고 운치가 따르지도 않는다.

 40년 넘게 살아온 생에 있어서 일상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수가 있다. 많은 여성들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있다. 고요한 시골길을 걷는다던가, 해변 바닷가에서 차를 마신다던가 뭔가 좀 신나고 즐거운 일을 꿈꾼다. 좀더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가는 꿈을 가지게 된다. 일상을 탈출하여 낯선곳에 가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내가 가꾼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지만  낯선 곳에서의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이런 시간의 단위를 보더라도 우리는 일상을 잘 가꾸어야 한다.

  다음은 정약용이 서울 명례방에 살 때 코딱지만한 도회 한복판의 마당이 답답해서 정원을 꾸몄다. 뜨락의 반을 갈라 경계로 삼고 여러 꽃나무와 과일나무 중 좋은 것을 구해다 화분에 심어 이곳을 채웠다. 그냥 심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화분에 담아 울멍졸멍 늘어놓았다. 그나마 대나무난간을 설치하지 않았으면 지나는 옷깃에 꽃이 다 덜어질 형국이엇다. 그래도 그 좁은 공간에 국화만 서로 다른 종류로 열여덟 화분이 있엇고, 부용화와 수선화를 심은 화분이 하나씩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석류, 매화, 치자, 산다화, 파초, 벽오동, 만향 등이 열여섯 그루나 심어져 있었다.

  다산은 꽃밭에 꽃이 피면 벗들을 불러놓고 밤중까지 술을 마시며 놀았다. 벗들과 아예 죽란시사를 결성하여 살구꽃, 복숭아꽃, 참외, 연꽃, 국화, 큰눈, 분매를 핑계로 꽃이 필 때마다 한 번씩 모여 시회를 열었다. 이렇게 해서 보잘 것 없는 다산의 죽란은 한때 장안의 명소가 되었다.

꼭 집이 넓어야 손님을 청해 모임을 가지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지금 가진 공간 안에서 시간 안에서 그것을 누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도 허리 디스크때문에 외출은 할 수 없지만 집안에 화분을 많이 가꾸어 항상 꽃으로 가득 차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을 불러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문학을 이야기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분은 꽃이 있어 아파도 아프지 않다면서 자기만의 공간에서 문학과 음악을 즐긴다. 자기만의 공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중년의 여성들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외면과 내면을 자꾸 넓히려하기보다는 깊이있게 뭔가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IP *.85.249.18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