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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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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9일 10시 51분 등록

한양성에서 갑부가 누구요?”

 

허생은 운종가雲從街 사람들을 붙들고 물었다. 변씨가 제일가는 부자라고 말하는 자가 있어 그는 되잡아 변씨집을 찾았다. 허생은 변씨를 만나 넌지시 읍을 하고는 다짜고짜로,

 

내가 집이 가난한 터라 잠깐 시험 삼아 해 볼 일이 있어 그러니 임자는 나에게 돈 만 냥만 돌려 주시우.”하니 변씨는 선뜻, “좋소! 그러시우.” 하면서 선 자리에서 돈 만 냥을 내어 주었다. 허생은 인사말도 없이 가 버렸다.

 

옆에 있던 변씨의 자제들과 문객들은 허생을 속절없는 비렁뱅이로 보았다. 허생의 모습은 비렁뱅이 그대로였다. 뒤턱이 짜그라든 가죽신, 주저앉은 갓모자, 허리띠는 해어져 속살이 나와있는 모습이라니. 비렁뱅이 손이 간 뒤에 모두들 변씨에게 물었다.

 

주인장은 그 손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모르네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돈 만 냥을 허공에 대놓고 던져 내주시면서 성명도 안 물어 보시니

  대체 웬일이시오?”

자네들이 모르는 말일세, 대체로 남에게 아쉬운 사정을 말하는 자는 언제나 제 의사를 떠벌려 먼저 신의를 자랑하면서도 어디고 그의 얼굴빛은 비굴하고 이야기는 중언부언하는 법이네, 그러나 아까 그 손님은 비록 옷과 신발이 허술하기는 하나 말은 간결하고 눈초리에 뱃심이 나타나고 얼굴에 수줍은 빛이 없으니 이런 이는 재물이 없어도 자족하는 사람일 것이네, 그가 시험해 본다는 일이 필시 작은 일이 아닐 터이니, 나 역시 그 손을 한번 시험해 보겠네. 안 주면 몰라도 돈 만 냥을 이미 줄 바에야 이름은 알아서 무엇 할 것인가?”

 

허생은 돈 만냥을 변씨에게 얻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충청도의 접경이고 삼남의 길목인 경기도 안성에서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였다. 그는 대추, , , , 석류, 감자, 귤 등을 시가의 배倍 값으로 사두었다가 잔치나 제사에 소용 할 과일이 없어져서 자신에게 배倍 값을 받고 팔았던 장사치들에게 열배의 값을 받고 되팔았다. 다음에는 제주로 들어가 말총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았다. 얼마 안 가서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망건은 상투를 튼 사람이 머리에 두르는 그물 모양의 물건으로 주로 말총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돈을 번 허생은 변산반도에서 도적떼 수천명을 무인도로 데리고 들어가 농사를 짓고 그것으로 흉년이 든 장기라는 곳으로 가서 팔아 다시 큰돈을 번다.

 

몇 년이 흐른 후 허생은 변씨를 찾아간다. “당신은 나를 기억하겠소?” 하니 변씨는 깜짝 놀라서, “당신의 얼굴빛이 옛날보다 조금도 나은 데가 없으니 만 냥 돈을 치패(살림이 아주 결딴이 남)보지나 않았소?”하니 허생이 웃으면서 말한다. “재물 때문에 얼굴 돋보이는 것은 임자네들 일일 것만 같소. 만냥 돈이 어찌 도를 살찌울 수야 있겠소?”

 

이러면서 10만냥을 변씨에게 내어 주며 내가 한때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글공부를 끝내지 못하고 당신에게 돈 만 냥을 꾸게 되어 미안하오.” 하였다.

 

연암 지원의 허생전許生傳중 일부이다.

 

허생은 아내의 바가지에 못 이겨 책을 덮고 사립을 나서 운종가로 나온다. 한양거리에 아는 사람이 없던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장안에서 제일 부자를 찾고 변씨를 만나 자신의 용무를 이야기하고 변씨는 선 듯 돈 만냥을 허생에게 내어준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에게 만냥을 빌려달라는 허생이나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 돈은 내어주는 변씨나 범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변씨가 허생에게 돈을 내어줄 수 있었던 연유는 그의 사람됨을 읽었던 탓이다. 남루한 외모보다는 그의 얼굴빛과 이야기 눈초리등에서 재물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란 것을 알아본다. 허생은 자신이 시험해보고자 했던 일이 자신의 재주로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만 냥을 내어줄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운수가 닿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과 돈을 알아보는 눈이 두 사람 모두 있었다고 본다.

 

고객을 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지인의 말이다.

점쟁이가 아니고서 어찌 이런 말에 그렇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사람하고 한 두시간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늠이 갑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삶을 살아온 사람의 지혜면 가능하지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돈을 관리하고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이런 질문을 이따금씩 접한다. 누군가의 현재는 그 사람의 과거이고 우리의 현재가 미래를 이야기해주는 것은 세상을 사는 평범한 진리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꿈과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돈에 대한 철학 그리고 개인사까지 알게 되니 미래가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관심사 중에 돈은 단연 으뜸이다. 관심이 많은 만큼 공부와 생각을 해야 하지만 자신의 업에 바쁜 관계로 시간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금융기관에는 특히 전문가가 많다. 전문가에 대한 기대수준이 달라서인지 전문가라는 사람한테 당한(?)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듣는다.투자자의 입장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것도 하나의 질문사항이다. 먼저 내가 찾는 전문가의 모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모습은 달라진다. 자신의 모든 재무관련 업무를 돌봐줄 사람을 원하는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사람을 원하는지, 금융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할 코치 같은 사람은 원하는지특정금융상품에 대한 테크닉을 원하는지 1010색의 모습이 있다. 돈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평생에 관여되는 물건이고 가치관이다. 정답이 있을 리 없고, 늘 승리하는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짚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있다.

 

사금융私金融만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은행, 증권, 보험등 다양한 금융기관을 거래하게 된다. 금융기관과 나와의 접점에 사람이 있다. 일명 금융전문가들이다. 어떤 투자상품을 사거나 팔거나 선택을 해야할 때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 전문가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보자.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다음 이야기는 들어볼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당신에게는 관심이 없다. 단지 자신이 팔고자 하는 상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엇에 쓸려고 하는 돈인지, 언제쯤 필요한 돈인지, 기간여유는 얼마나 되는지, 기대수익은 얼마나 되는지, 투자경험은 어떠한지, 리스크를 감내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질에 관한 질문도 있으면 더 좋겠다.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이 편치 않은 사람에게 변동성이 큰 투자상품은 적합치 않을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 돈을 알아보는 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주요한 덕목이다. 돈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게임이다. 나만의 머니게임 룰과 현명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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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2 17:45:05 *.51.145.193

정답 없고 승리하는 방법도 없는 게임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다니...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는 행님의 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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