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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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챙길까? 말까?
아침 일찍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다. 컴컴한 하늘에 우루루 쾅쾅 소리가 난다. 밖에 비가 오나보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마루로 나간다.
“엄마, 밖에 비 와?”
“어, 비가 많이 오네.”
출근 준비를 위해 씻고, 옷을 입는다. 아침을 먹는데 점점 비오는 소리가 잦아든다. 일기예보를 본다. 기상캐스터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늘은 오전에 비가 오다 낮에 비가 그칠 예정이란다. 어쩔 수 없이 아침엔 우산을 가지고 가야 하는 형편이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신발장 구석에 세워져 있는 우산을 든다. 그리고 아파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비가 그쳤다. ‘벌써 낮인 됐나?’ 싶다. 들고 가기 귀찮은 우산을 집에 놓고 오려고 다시 올라갔다 내려왔다. 비가 그칠 것이라는 예보를 믿고 우산을 놓고 학교에 왔다. 오늘은 학생들과 확률에 대해 이야기 할 시간이다. 1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학생들 책상 옆에 우산 몇 개가 놓여 있다.
“애들아, 오늘 우산 들고 온 사람?”
10명 안되는 학생들이 손을 든다.
“오늘 비 온다는 예보 듣고 왔니?”
“네! 아, 근데 안와요. 오전엔 온다더니……. 괜히 들고 왔어요!”
“선생님도 들고 나왔다가 안오길래 다시 놓고 왔지. 아침부터 운동했네. 자 오늘 수업하자! 오늘 배울 부분은 확률이네. 너희들 확률이 뭔지 알아?”
“확률 제일 싫어요. 전 방정식 같은 건 하겠는데, 확률은 너무 어려워요.”
승원이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승원이는 성적이 아주 좋은 아이다. 그런 승원이가 확률이 어렵다니까 나는 조금 당황스럽다. 잘 못하는 친구들은 어쩌라고 저 녀석이 저런 말을 할가 싶다. 승원이의 마음도 돌리고 확률에 대해 학생들의 생각도 환기 시킬 겸 알고 있는 이야기 하나 생각해 낸다.
“애들아, 선생님이 이야기 하나 해줄테니 들어볼래? 비도 오는데 우리 수다 떨자.”
“네! 좋아요!”
수업을 안하면 모두 만장일치 좋다고 한다. 집중도도 최고다.
프랑스에 메레(Chevalier de Mere)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유명한 도박사였다. 그는 주사위 1개를 4번 던질 때, 6이 적어도 1번은 나온다는 데 돈을 걸었다. 사람들이 그와 내기를 하는 것이 손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까지 그는 이익을 아주 많이 봤다. 그는 자신이 이길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다. 그때까지 그는 그가 내기를 건 사건의 확률이 2분의 1을 넘는다는 사실 즉 50%넘는 확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도박에 재미를 붙인 메레는 충동적으로 또 다른 내기를 찾는다. 그 결과 주사위 2개를 동시에 던져서 나온 눈의 합이 12가 되는 경우가 적어도 1번은 있다는 데 돈을 걸기 시작했다. 이 내기는 처음에는 그에게 유리한 듯 보였지만 그는 점점 돈을 잃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친한 친구 파스칼에게 이 게임을 분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파스칼은 그에게 그가 게임에서 질 확률이 51%임을 알려줬다. 메레는 처음 걸었던 내기에서 도박을 그만뒀어야 했다. 하지만 도박의 속성이 어찌 이익만 내게 해주겠는가? 또 수학적 머리를 잘 굴려야 자신이 손해보는 내기는 자처하지 않게 된다.
반면 메레 덕분에 파스칼은 확률에 점점 더 흥미를 갖게 되어 수학자 친구인 페르마와 함께 다른 도박의 경우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이들 두 사람의 연구는 당시에 확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이로 인해 확률론의 초기의 문제는 주로 게임의 결과에 모아졌다. 초기 였기 때문에 확률에 대한 불충분한 정의로부터 야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나 1700년을 지나면서 초기 확률론이 정교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후 호이겐스, 베르누이, 드 무아브르, 오일러, 라플라스, 가우스 등의 노력으로 확률론이 급속히 발전해 갔다. 하지만 여전히 확률의 정의가 불충분했다. 이 문제는 20세기에 들어와 수학자들의 연합된 노력의 결과로 1933년대에 출판한 콜모고로프의 확률론의 기초라는 책에서 확률론의 이론이 정비되었다.
아, 미안하다. 이야기가 좀 복잡한 데로 빠졌다. 우린 다시 쉽게 메레가 파스칼에게 보냈던 편지 하나를 더 보자. 메레가 뭐라고 편지를 썼을까? 메레가 보낸 편지에는
“솜씨가 비슷한 레몬과 똥쟁이가 있다. 이 두 사람이 금화 네 개를 걸고 내기를 하고 있다. 승부에 1번 이기면 1점을 얻고, 먼저 3점을 얻은 사람이 내기 돈 금화 네 개를 몽땅 갖기로 했다. 지금 레몬이 2점, 똥쟁이가 1점을 딴 시점에서 어떤 사정으로 부득이 시합을 중지하게 되었다면 금화 네 개는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라고 쓰여 있었다.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일까?”
혜리가 대답을 한다.
“두 번 이긴 레몬이 다 가져야죠.”
재현이가 말한다.
“아니지,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니 반반으로 나눠야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승원이가 말을 꺼내려고 한다.
“음……. 레몬이 다음번에 이길 가능성도 반이고, 똥쟁이가 이길 가능성도 반이에요?”
“그렇지! 솜씨가 비슷하다고 했으니까 레몬과 똥쟁이가 이길 확률이 같지. 즉 이분의 일씩이야.”
승원이가 말을 잇는다.
“그럼 지금 레몬은 2번 이겼으니까 다음에 레몬이 이기면 게임은 끝나게 되니까 금화 네 개중 반인 두 개는 레몬이 갖고, 똥쟁이가 다음번에 이길 가능성도 반이니까……. 아 모르겠다.”
승원이가 거의 다 맞췄다. 하지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친구들이 대답을 가로채니까 중도 포기했다. 역시 수학은 끈기 있게 끝까지 풀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법이다. 물론 시험은 푸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것이 목표이지만, 공부를 할 때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스스로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찌됐든 수업시간이고 궁금증이 폭팔한 아이들 앞에 나는 분필을 잡는다.
“자, 봐봐 애들아!” 하면서 설명을 한다. 승원이가 이야기 한 부분이 다 맞다. 승원이가 포기한 부분에서 우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레몬과 똥쟁이는 이길 확률이 갖기 때문에 네 번째 게임에서 레몬이 이길 경우와 똥쟁이가 이길 경우로 나눠서 생각하면 된다. 네 번째 게임에서 레몬이 이길 확률은 이분의 일이므로 금화 4개 중 2개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네 번재 게임에서 똥쟁이가 이기게 되면 2:2의 상황이 되니 남은 금화 2개를 공평하게 1개씩 가지면 된다. 즉 레몬은 금화 3개를 똥쟁이는 금화 1개를 가지면 합리적인 분배가 되는 것이다. 확률이란 이렇게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수진이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선생님! 그런데 교과서에 보니 카르다노 아저씨가 확률론 연구의 시초인 ”기회의 게임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다는데요? 아까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수학자들 이름에 이 아저씬 안나온거 같은데…….”
“아, 카르다노 아저씨? 수진이 예리한데?”
파스칼은 1600년대 사람이라면 카르다노는 1500년대 사람이다. 카르다노의 아버지는 유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매춘부였다. 어머니가 카르다노를 임신했을 당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독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 몸이 허약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는 일곱 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카드게임이나 주사위 놀이, 체스 등 도박으로 생계를 꾸렸다. 확률 계산에 밝았던 그는 게임에 지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씀씀이가 해퍼 부자가 되지 못했다.
그는 1525년 의학을 전공해 의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결혼 후 그는 수학교사가 되어 수학과 물리학을 연구하기도 했고, 시골에서 의사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1544년에는 밀라노 대학의 기하학 교수가 되었다.
카르다노는 수학, 의학, 연금술 등을 연구하여 수학, 물리학, 철학, 의학, 종교학, 음향학 등에 관련된 책을 200여 권이나 집필하였다. 그 중 『위대한 기술-Ars Magan』은 대수학을 다룬 최초의 라틴어 논문이다. 이 책은 주로 방정식의 해법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 중 3차 방정식의 해법은 타르탈리아가 발견한 것을 먼저 발표해 버린 것이다. 법정에서도 카르다노의 것으로 인정해 타르탈리아는 죽을 때까지 카르다노를 저주했다고 한다. 또한 그 책에서는 음수의 해에 관한 내용도 있다. 데카르트 조차 음의 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 전 시대 사람인 카르다노는 음의 해를 인정하는 혁신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가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음의 정수는 카르다노가 죽고도 200년이 흐른 뒤 18세기부터 인정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살짝 옆으로 샜는데, 카르다노가 쓴 200여권의 책 중 1563년에 쓴 ‘기회의 게임에 관하여’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확률론 연구의 시초이고, 이 책에는 이항정리와 큰 수 의 법칙이 있다. 선생님은 이항정리를 고등학교 때 배웠고, 큰 수 법칙은 수학을 전공하면서 배웠다. 수학 공부를 계속 할 친구들은 선생님과 같은 과정을 밟게 될 수도 있겠다.
나의 말이 끝나자 마자 아이들이 야유한다.
"에이....... 헐.......수학 전공 절대 안하죠."
나는 웃으면 대답한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수진이가 다시 입을 연다.
“선생님, 카르다노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저씨 좀 불쌍한 것 같아요. 태어날 때 축복받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비뚤어졌나봐요. 남의 것 베끼고요. 근데 엄청 똑똑하기도 했나봐요. 의사도 하고 철학도 하고 수학도 가르치고 다 했네요.”
“그러셨네. 한 인간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카르다노의 출생은 선생님이 생각하기에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남의 연구 결과를 가로채 먼저 발표하는 것은 요즘 말로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일이야. 지난 시간이 이야기 해줬던 뉴턴과 라이프니쯔는 라이프니쯔가 뉴턴의 이론을 베낀 것이 아니라 각자 발견한 것이었는데도, 재판을 통해 미적분의 최초 발견자가 뉴턴이라고 정해졌었잖아. 그때 우리 모두 라이프니쯔를 안타까워했지? 그런데 카르다노는 타르탈리아 것을 베낀 것이었는데, 재판에서 카르다노 편을 들었으니 타르탈리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당시 지적재산권, 저작권 등록 같은 것이 있었으면 타르탈리아가 재빠르게 했었을텐데 말이야. 아무튼 카르다노의 생애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의 생애에서 배울점과, 고쳐야 할 점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겠다.”
얘기가 길어졌다. 그런데 재미있어 한다. 이야기 하는 나도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그런데 애들아, 만약 비올 확률이 70퍼센트이면 우산 가지고 올꺼니? 안가지고 올꺼니?”
“가지고 와야죠. 50퍼센트가 넘었으니까요.”
“그래? 그래도 확률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올지, 안 올지는 모르잖아. 비는 오거나, 안오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음, 뭐지? 뭐에요?”
“글쎄……. 한 번 생각해보렴. 확률이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충 설명>
1) 메레의 첫 번째 도박 ‘주사위 1개를 4번 던질 때, 6이 적어도 1번은 나온다.’의 확률은?
1-(5/6)4≒51.7
2) 메레의 두 번째 도박 ‘주사위 2개를 동시에 던져서 나온 눈의 합이 12가 되는 경우가 적어도 1번은 있다.’의 확률은?
파스칼이 분석한 결과 2개의 주사위를 던질 경우, 모두 36가지의 경우가 나온다. 거꾸로 생각해서 주사위 2개 24번 던져서 눈의 합이 12가 되지 않을 확률을 계산했다. (35/36)24≒50.9 즉 돈을 잃게 될 확률이 5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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