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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1일 23시 15분 등록
아까운 가을


집 베란다에 서면 대학부설 유치원의 뒤 뜰이 커다랗게 보이는데, 익어가는 단풍이 점점 예뻐지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잔 바람을 벗삼아 흔들리며 익어가는 그 느릿한 풍경이 하도 예쁘게 느껴져, 문득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이 보고 싶어졌고, DVD를 뽑아 들었습니다.


소동파는 해마다 봄이 가는 것을 서러워하지만,
봄은 그 서러움을 용납지 않고 떠난다고 하였는데,
제게는 그 많은 가을이 지났어도
아까워할 만한 가을을 맞이한 적도,
지나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가을, 나으리님과 함께 하니 비로소 저는
아까운 가을을 알았습니다.



혹시 누구의 대사인지 기억하시는지요? 색과 빛, 미술적 장치가 특별히 고와서 더 좋은 영화… 바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의 대사 한 토막입니다.

바람둥이 조원(배용준 분)의 구애를 매번 차갑게 물리치던 정절의 여인 숙부인(전도연 분)이 마침내 조원에게 마음을 빼앗긴 뒤 털어놓는 고백이지요.

이 멋스러운 고백만 보아도 사랑은 역시 위대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지나갔던 계절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 다르게 느껴지고 심지어 아까운 느낌 마저 들게 하니 말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사람으로 하여금 ‘나 살고 있구나’ 기쁘게 자각하도록 하는 명약인가 봅니다.

사랑하게 되면 어디 계절만 그렇겠습니까. 일을 사랑하면 일이, 소망을 사랑하면 소망이, 사랑을 느끼면 무엇이건… 어디 설레임 없고 아쉬움 없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고보니 부족한 것은 대상이 아니라 사랑이요 열정인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이 가을이 아까운 가을임을 아는 자세로 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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