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리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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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9월 26일 밤 8시 30분 미국 시카고 CBS방송사.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이 1997년 처음 대선 TV토론회를 열었던 점을 감안하면 37년이나 앞선 것이다.
대부분 리처드 닉슨 후보의 승리를 낙관했다.
부통령 닉슨은 웅변의 달인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지만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은 `바람둥이 애송이`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밤은 모든 것이 이상했다. 겨우 40대 후반인 닉슨은 매우 늙고 피로해 보였다.
반면 케네디는 구릿빛 건강한 얼굴에 젊음과 신념이 넘쳐 보였다.
케네디는 시청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미국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닉슨은 그동안 옆얼굴로 나타나 "케네디 의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튿날 케네디가 유세를 벌인 오하이오주에선 케네디에게 열광하는 군중들이 몰려들었다.
워싱턴의 닉슨 캠프엔 `미투(me too)`를 연발하는 `가짜 닉슨`의 정체를 벗기라는 전화가 쇄도했다.
선거 결과 케네디는 11만2000표 차로 승리했다.
케네디가 카메라를 보며 `전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닉슨은 스튜디오에 함몰돼 `케네디와의 토론`에 온 정성을 쏟았다.
닉슨은 `분장을 하라`는 참모들의 제안도 거절했다.
반면 케네디는 토론회 전날 세 명의 참모들과 예상질문과 답안을 모두 준비했다.
하얀 셔츠에 스튜디오 조명이 반사된다고 하는 제작진 지적에 푸른 셔츠로 갈아입기도 했다.
방송을 할 때는 조명기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옷 색깔이 흰색과 검은 색이다.
조명에 반사가 되기 때문에 가급적 이 색은 피하고 TV 주사선으로 인한 체크 무늬 양복도 피하는 것이 좋다.
지난 주 우리도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TV 토론회가 열렸다.
나는 내용보다도 그들의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보았다.
일단 토론회가 끝나고 언론에 나타난 국민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 문재인 후보의 잦은 손짓과 몸놀림이 주의산만하게 보였지만 방송이라 떨려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 두 분의 토론 비교하자면 학자vs 정치인의 대결 같더군요.”
“안철수씨는 준비한 원고 보며 질문하고 대답하고 솔직히 피부로 느낄만한 발언은 없었습니다.
두리뭉실하고 추상적이고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발언부터 안철수 이미지의 레파토리의 재생이라 할까?
청춘콘서트는 그런 발언이 오히려 희망을 주기에 먹혔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정치 그것도 대선에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 부족일듯 싶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된분들 보세요. 똑소리 나게 자기 할 말은 다 합니다.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까지도요. 그에비해 안철수씨는 너무 다듬어지지 않은 옥석이라 해야 할까요? ”
문·안 후보 가운데 TV토론을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 후보가 39.7%로, 안 후보(24.6%)보다 15.1% 포인트 앞섰다. 두 후보가 비슷했다는 응답은 35.6%였다. TV토론 시청 후 나타난 호감도의 진폭을 볼 때 문 후보의 ‘TV토론 효과’가 더 파급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문재인은 대선후보로서 분명하고 명확한 화법을 보여줬다면, 안철수는 좀 추상적이고 단문단답식의 답변으로 일관되었다는 대답도 있었다.
일단 언론과 평론가 쪽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의 승자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문재인 후보는 전체적으로 토론을 주도했고, 안철수 후보는 자료에 충실하며 준비된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평가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역시 전문가 설문에서 문재인 후보의 우세가 더 많았다고 평가했다.
내가 본 문재인 후보는 신뢰감이 느껴지는 태도와 겸손함이 묻어나는 전체적인 이미지에 많은 점수를 주게 되었다.
다만 목소리에서 더 카랑카랑한 카리스마가 묻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의 눈은 시청자를 향하지 않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일반인들이 쳐다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런 모습이 결국 나왔을 텐데 카메라의 가운데 렌즈를 보는 것이 어려우면 그 윗 부분을 처음엔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하는 모습은 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순간적인 안정감을 앗아 갈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를 바라보는 문재인 후보, 그리고 상대 후보가 이야기 할 때 고개를 끄덕여 주는 자세는 도리어 문제인 후보에게 좋은 점수를 주게 된다. 초반에는 긴장되니 제스추어가 나오기 힘들다. 초반부에 바디랭귀지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구사하느냐에
따라서 빨리 국민들의 시선을 잡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후보는 다음날 예상되는 시내버스 파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준비된 오프닝이었다는 생각이 들며 좋았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은 사람들을 식상하게 만들며 유약한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만들어 내며 실망감을 주게 되는 것이다. “ 30대 주부의 눈물. 할아버지의 편지글로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은 감성적인 내용의 절제를 통해 극복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스피치에서는 오프닝과 클로징이 중요한데 안철수후보의 ‘고맙습니다.’의 연약한 모습의 마지막 멘트 그의
클로징은 정말 힘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부족한 제스츄어는 정치 초년병의 불안함, 두려움을 드러내며 문재인 후보에게 좋은 점수를 주게 되었던 것 같다. 약간 상기된 듯한 얼굴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나도 불안하게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여유있는 모습, 편안한 얼굴 분위기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나이의 연륜에서 오는 편안함이 문후보의 최대 강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 선거 토론은 부동층을 움직이며 제한적이나마 지지층의 이동을 가져온다.
텔레비전 선거 토론은 선유 경향 혹은 밀착 효과를 강화하기 때문에 지지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고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여론 조사 전문 기관 Elmo Poster는 평균 6%의 지지율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Friedenberg) 두 입장 모두 지나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선거가 접전일 경우 텔레비전 선거 토론이 당락을 결정한다. 박빙의 승부일수록 선거 토론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이제 오늘부터 또 TV 토론이 시작될 예정이다. 오늘 밤에는 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이 있을 모양이다.
스피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내용과 형식을 모두 다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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