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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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는 요즘 고민이 많다. 굴지의 다국적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그녀는 회사 내부의 교육팀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좋지 않아 신규 교육 인력 충원이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직을 하자니 그 또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교육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자신을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고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을 포기하자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곳에 계속 있자니 영업 경력만 길어지고 내년에 과장 진급을 하고 나면 직급이 높아져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경력 전환이 영영 어려울 것 같아 불안하다. 경력 전환의 딜레마에 빠진 김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가진 많은 김대리들의 전화를 받게 된다. 경력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이다. 이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현재하고 있는 업무가 자신의 적성에 잘 맞지 않거나 실증이 나서 새로운 일을 찾는 경우다. 이들은 어떤 일이든 하루라도 빨리 옮겨가길 원한다. 그래서 다소 성급한 결정을 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자신의 경력 계발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는 경우다. 이들은 영업과 마케팅, 또는 교육팀을 거쳐 사업부 헤드로 성장하는 계획에 따라 경력 전환을 도모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업무 역량이 뛰어난 야심가들인 경우가 많아 자신의 계획에 따라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경력 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직군은 아마도 영업일 것이다. 영업은 타 직군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무경력자들이 첫 경력을 시작하는 곳이며 많은 회사들이 신입사원의 경우 영업을 체험하게 한 후 다른 직무로 이동시킨다. 또한 실적의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직군이기도 하다. 영업사원들은 영업 경력을 살려 이직할 수 있는 마케팅이나 교육팀 등으로의 이동을 원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는 그렇게 기회만 엿보다 적당히 포기하고 자신의 자리에 눌러 앉아 버리기도 한다. 또 일부는 아주 용감하게 이력서를 내밀며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자신을 추천해 달라고 요구(?) 하기도 한다. 전략적으로 경력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인기드라마 <울라라부부>는 아내와 남편의 영혼 체인지를 주제로 한 부부 힐링드라마다. 아내 나여옥(김정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하다 결혼했다. 이후 약 10년 동안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온갖 구박과 무시를 받으며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어찌 어찌하여 남편과 영혼이 바뀌어 남편의 몸으로 호텔 지배인으로 일하며 좌충우돌하게 된다. 한편 여옥의 실수로 지배인 자리에서 쫓겨난 고수남(신현준)은 같은 호텔 룸메이드로 입사하여 호시탐탐 자신의 자리 되찾기를 노리고 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의 영혼은 다시 바뀌게 되고 여옥은 룸메이드 일을 진정으로 즐기며 하게 되고 상사와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후 여옥은 고객지원팀으로 부서이동 신청을 하게 되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팀을 옮기게 된다. 여옥의 성공적인 경력 전환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경력 전환의 가장 유력한 방법은 내부이동이다. 많은 회사들이 조직에 빈자리가 있을 경우 내부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회를 잡는 것은 아니다. 여옥의 부서이동 신청이 받아들여진 결정적인 이유는 주방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여옥은 주방장이 미각을 잃었을 때 그 상처를 알아봐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었고 이로 인해 주방장은 여옥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꺼이 추천서를 써주게 된 것이다. 힌트를 찾았는가? 내부에서 경력 전환을 하려면 현재 업무에서의 역량과 전문성뿐 아니라 지원하려는 업무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조직의 유력인사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조직 내부에 빈자리가 생기면 현업 부서는 공고 이전에 적임자 풀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평소에 눈 여겨 보아온 직원이나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직원들을 우선 검토한다. 따라서 교육팀으로 옮기고 싶다면 교육팀 사람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기에 주의할 점이 있다. 부서를 이동하고자 하는 의사가 너무 조직에 널리 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영업팀 김대리가 교육팀으로 옮기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면 김대리는 영업팀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괘씸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은밀하게(?) 관련 부서의 믿을만한 사람의 옆구리를 넌지시 찔러 놓기를 권한다. 그것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 방법은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는 혁명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길이다. 바로 원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업체에서 관련 경력을 쌓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업 사원 김대리가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리더십센터나 카네기연구소와 같은 교육전문업체로 이직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2~3년 정도 일하며 교육 전문가의 역량과 경험을 쌓은 후 HRD쪽으로 입사하는 길이다. 이 길은 절대 쉽지 않다. 기존의 회사와 비교하면 보수나 대우 면에서 매우 열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하지 않던가? 경력 전환의 열망이 활활 불타는데 내부에서 기회를 엿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려해 볼만한 카드라 할 수 있다. 요즘은 다양한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추세로 관련 직무의 전문회사가 의외로 많다. 홍보대행사, 시장조사전문회사, IT컨설팅회사에서 아웃소싱 파트너로 일하다 고객 회사에 자리가 났을 때 운 좋게 입사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업무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 받았을 때의 경우다.
딜레마는 그리스어의 di(두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로 진퇴양난이나 궁지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고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인간의 심리가 숨어 있다. 경력전환을 원한다면 자신의 안전 지대에서 과감히 벗어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시련과 고난도 각오해야 한다. 나는 경력 전환을 모색하는 전국의 김대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편한 길을 마다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하고 모색하고 시도하는 이들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전국의 김대리들이 딜레마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성큼성큼 걷기를 바란다.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픈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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