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340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세상에는 4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입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부하직원의 하루를 지옥으로 만드는 모진 상사이거나 날마다 술을 마셔 아내를 슬프게 하는 남편은 여기에 속합니다. 자신의 하루를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과 눈물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은 ‘세상의 추종자’입니다. 그들은 한 번도 선도 하지 않습니다. 글쟁이 속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직 독자의 취향과 시장의 추이에 민감하여 세상이 원하는 소리를 따라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삶과 글은 사라지고 보이는 삶과 글만 남게 됩니다. 글의 허리를 꺾어 세상을 향해 절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세 번 째 부류의 사람은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현재를 분석하고 연결하고 종합하여 그 흐름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자신의 삶의 배를 띄우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물결 속에서 유유자적 하고 많은 성공을 이루어 내기도 하지만 자신을 초월한 커다란 무엇을 위해 자신을 쓰지는 않습니다.
네 번 째 부류의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위대하지만 가장 힘든 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그 무게에 눌려 쓰러지기도 하고,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쫓겨나기도 합니다. 종종 비극의 주인공들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은 장엄합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자문해 봅니다. 그러다가 웃지못할 결론에 이르러 하하하 웃고 말았습니다. 내 삶의 스펙트럼은 이 네 가지 부류의 인간을 모두 껴안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짬뽕입니다.
부류를 넘어서는 것이 삶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첫 번 째와 두 번째 부류의 인간은 내 안에서 자라지 못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고작해야 쓰레기거나 인스탄트 음식일테니까요. 세 번째와 네 번 째 맛이 강해지면 짬뽕의 맛이 훨씬 독특해지겠지요. 그때는 아마 더 이상 짬뽕이라 불리지 않고 꽤 괜찮은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삶은 요리하기 나름입니다. 갑자기 이 흔하디흔한 진부한 말이 아주 멋있게 느껴지는 군요. 그리고 강력한 허기를 느낍니다.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7 | 나는 갑 같은 을이다 | 오병곤 | 2007.11.05 | 3850 |
336 | 이유없는 웃음 [1] | 구본형 | 2007.11.02 | 3917 |
335 | 미쳐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 | 한명석 | 2007.11.01 | 3513 |
334 | 삶의 누추함이 경이로움으로 바뀔 때 | 문요한 | 2007.10.30 | 3849 |
333 | 아내의 빈자리 [1] | 오병곤 | 2007.10.29 | 3502 |
332 | 삶에 흥분이 깃들 때 | 구본형 | 2007.10.26 | 3676 |
331 | 어린 연인들 | 한명석 | 2007.10.25 | 3519 |
330 | 좋은 것과 위대한 것 [1] | 문요한 | 2007.10.23 | 3511 |
329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4] | 오병곤 | 2007.10.22 | 4582 |
» | 네 부류의 사람들 [2] | 구본형 | 2007.10.19 | 3403 |
327 | 가을편지 | 한명석 | 2007.10.18 | 3475 |
326 | 잘 데워진 슬픔 | 문요한 | 2007.10.16 | 3577 |
325 | 가을, 그 외롭고 근면한 시간을 위하여 [2] | 오병곤 | 2007.10.15 | 3396 |
324 | 신은 세월을 통해 우리를 체벌합니다 [2] | 구본형 | 2007.10.12 | 3566 |
323 | 이 남자가 사는 법 [2] | 한명석 | 2007.10.11 | 3752 |
322 | 버리려거든 먼저 채워라. | 문요한 | 2007.10.09 | 3369 |
321 |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 오병곤 | 2007.10.08 | 4243 |
320 | 이야기 채집 | 구본형 | 2007.10.05 | 3713 |
319 | 가을에 풍덩 빠져보기 [4] | 한명석 | 2007.10.04 | 3505 |
318 | 개의 머리로 생각한다면 [1] | 문요한 | 2007.10.02 | 3352 |